‘아픈 이호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 내막

“일감 끊긴 협력사의 무리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수 기자 =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둘러싼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아픈 이 전 회장을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것이다. 보일 듯 말 듯한 특정 세력,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배임과 횡령 등이 적발돼 2011년 구속됐다. 1심과 2심서 4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은 이 전 회장은 재판 중이던 20126월 간암과 대동맥류 질환을 이유로 병보석을 허가받았다. 그룹 회장직을 내놓은 그는 간암수술을 받고 치료 중이다.

익명 제보자는?

그렇게 조금씩 회복해가던 이 전 회장은 얼마 전 병상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달 22일 국회 정론관서 진행한 기자회견을 통해 황제보석 의혹이 터졌기 때문이다.

박범계·박민주·노회찬 의원과 태광그룹 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참여연대·약탈경제반대행동·금융정의연대·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흥국생명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민주노총서울본부 희망연대노동조합) 등이 주최한 자리였다. 이들은 이 전 회장의 병보석을 재심사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주목할 만한 사진도 공개됐다. 시점은 지난해 6. 검은 정장을 입은 이 전 회장이 절에서 스님들과 얘기를 나누는 사진이었다. 주변엔 태광그룹 계열사 임원들도 보인다. 다른 사진도 공개됐는데,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이 전 회장과 임원들이 서 있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이 전 회장이 그룹 임원들과 골프를 쳤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전 회장의 외출 사진을 공개한 이들은 익명의 제보를 통해 확인된 이 전 회장의 사진을 보면 상당히 건강한 모습이라며 건강상의 이유로 형집행 정지와 병보석 중인 상태가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태광그룹 측은 펄쩍 뛰었다.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태광그룹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만성B형 간염보균자로, 20114월 간경화가 심해지면서 발병한 다발성 간암(3)으로 전체 간의 35% 이상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현재 간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그룹 관계자는 위중한 상태의 이 전 회장이 위험을 무릅쓰고 외출을 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바로 모친 고 이선애 여사의 49제였다는 것. 횡령 등 혐의로 2012년 구속돼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 여사는 88세의 고령에 병원과 구치소를 오가다 건강이 크게 악화, 지난해 57일 췌장암 등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유일한 아들인 이 전 회장 역시 건강이 악화돼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태광 둘러싼 의혹 두고 음모론 제기
특정한 의도 가진 특정세력 모함 파악

이 전 회장은 구치소 수감 중 치매로 자식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채 사망한 모친의 임종과 빈소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 등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큰 결심을 하고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건 그로부터 49일 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624일 서울 수유리의 한 절에서 열린 이 여사의 49제에 참석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그때 찍힌 것이다.

그룹 관계자는 모친 장례 참석 등은 신고사항이 아니지만 대법원에 신고·승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골프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 전 회장이 간암 수술을 받은 이후는 물론 그 이전에도 20085월 태광CC서 해외바이어 2명 접대를 위해 라운딩을 가진 것 외엔 단 한 차례도 골프를 친 적이 없다는 것. 특히 그룹 임직원과의 골프는 2004년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룹 관계자는 평소에도 거의 골프를 하지 않는 사람이 와병 중에, 그것도 보석 기간에 파파라치 등이 집과 병원 등을 배회하는데 버젓이 그룹 임원들과 골프를 쳤다는 주장은 100% 날조된 것이라며 이를 고발한 시민단체도 이 같은 사실관계를 확인, 고발을 취하했다고 밝혔다.

사실 이 전 회장의 병보석 기간 중 외출 의혹 제기는 처음이 아니다. 몇 달 전 태광 사옥 주변에 관련 괴문서가 뿌려진 적이 있다. 앞서 지난 4월 몇몇 시민단체들은 이 전 회장 병보석에 대해 진실 규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대검에 제출하는가 하면 8월엔 또 다른 시민단체가 검찰에 보석허가조건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하기도 했다.

그룹 측은 특정한 의도를 가진 특정 세력의 모함으로 보고 있다. 모친의 49제 참석을 마치 이 전 회장이 보석조건을 어기고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다분히 순수하지 못한 의도가 있다는 게 그룹 측의 의심이다.

실제 일각에선 이 전 회장을 둘러싼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아픈 그를 흔드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는 것이다. 그룹 내부 의견을 모아보면 유독 한 사람이 지목된다. 태광 협력사를 운영하던 A씨다.

이 전 회장과 먼 친인척이기도 한 A씨는 태광산업 협력업체 B사의 실질적인 오너로, 현 대표는 A씨가 내세운 이른바 바지사장으로 알려졌다. B사는 태광산업에서 나오는 일감으로 운영되다 2014년 내부감사에서 친인척과의 거래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로 부당지원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기사 속 기사> 참조

태광산업은 B사에 주던 발주 물량을 끊었다. 매출 대부분을 태광산업에서 올리던 B사는 큰 타격을 입었고, A씨는 이 전 회장 등에게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급기야 자신이 운영하는 B사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인수를 강요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군지 알고 있다

그룹 한 임원은 최근 태광과 관련된 모든 논란은 A씨의 무리한 제보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파악된다내부 결정에 반발한 A씨는 자기 신분을 감춘 채 사적 이익을 위해 이 전 회장이 재판 중인 곤란한 처지를 이용, 언론과 국회·정부기관 등에 허위사실 등을 유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B사와 태광 관련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는 A씨와의 관계를 부인했다. B사는 “(회사는) A씨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둘러댔다. 시민단체도 그게 누구냐?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태광이 B사 내친 이유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의 총수일가가 상장 계열사 지분 30% 또는 비상장 계열사 지분 20%를 보유한 상태서 200억원 이상(연간 국내 매출의 12% 이상)의 일감 몰아주기를 하면 매출액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한다.

지난해 2월 발효된 개정 공정거래법은 일감 몰아주기를 지시한 총수일가에게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규제대상 지분율 기준을 30%(상장기업)에서 20%로 하향 조정하는 규제 강화를 추진 중이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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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