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구속영장 기각> 치욕의 검찰 딜레마

큰소리치더니…총수 처음 놓쳤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100일을 넘겨가며 이 사건에 목 맨 검찰은 애써 자위하기도 벅차 보인다. 호기롭게 시작한 수사는 별다른 반전의 계기도 마련하지 못한 채 마무리될 공산이 커졌다.

175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달 29일 기각됐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현재까지의 수사진행 내용과 경과, 주요 범죄 혐의에 대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 등을 고려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열심히 쫒다
눈앞서 놓쳐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달 20일, 신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한 이후 엿새 만인 2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가 경제 등 수사 외적인 부분과 영장 기각 가능성까지 포함해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나름대로 수사 결과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사실 검찰 내부서도 신 회장 구속이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신 회장을 구속 수사하지 않는다면 수사팀 사기 저하 및 내부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무엇보다 재계 순위 5위 롯데에 대한 수사는 김수남 총장 취임 후 처음 이뤄진 대기업 수사였다. 김 총장이 구속수사 쪽으로 결단을 내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강력한 의지를 갖고 밀어붙인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되자 검찰은 난처한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특수4부의 조재빈 부장검사를 비롯해 수사검사 4명을 동원하는 등 검찰도 나름대로 배수진을 쳤지만 헛수고였다. 


혹시나 했더니…100일 넘긴 수사 헛발질
호기롭게 시작했는데 반전 없이 마무리

신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차질을 빚는 것과 별개로 구속영장 청구 기각이 최선인가에 대해서는 많은 말들이 오간다. 통상 기업수사는 총수의 구속여부에 따라 성패를 평가받는데 최근 검찰은 비리에 연루된 총수 대부분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근래 들어선 2013년 횡령 및 법인세 포탈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정도가 예외로 언급될 뿐이다. 즉, 신 회장도 예외적인 범주에 해당하는 셈이다. 게다가 검찰 수사서 드러난 신 회장의 횡령·배임액 1750억원은 앞서 검찰이 구속기소한 총수들의 사례와 비교해 봐도 몇 배 큰 액수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1600억원대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회장은 대법원 파기환송을 거쳐 지난해 12월 징역 2년 6월에 벌금 252억원이 확정됐지만 이후 건강문제로 형집행정지 등을 반복하다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이 회장의 경우 조세포탈이 포함되긴 했지만 배임·횡령죄만 놓고 보면 현재 신 회장이 받고 있는 혐의에 비해 적은 규모였다.
 

최태원 SK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도 SK그룹 계열사의 자금 4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6월의 실형을 최종 확정받았고 지난 7월 가석방됐다. 혐의 내용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최태원·재원 형제 모두 신 회장의 배임·횡령 규모에 비해서는 훨씬 적은 액수임에도 실형을 면치 못했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횡령액 557억원, 배임액 2841억원과 2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항소심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회사자금 131억원에 대한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채 전 KT 회장은 횡령 혐의 일부에만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000억원대 배임 행위 등으로 기소된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은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고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은 2011년 14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1·2심 모두 징역 4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3년 오리온그룹의 담철곤 회장도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올해 4월 상고심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그냥 이대로
불구속 재판?

검찰은 향후 수사 마무리 과정을 신속하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검찰은 신 회장을 제외한 비리 연루자들에 대한 혐의 입증 작업을 끝내고 사건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검찰 측은 구속영장 재청구를 염두해 둔 상태지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신 회장과 함께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그룹 총수 일가를 일괄 기소하는 방침도 고려해봄직하다. 탈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 총괄회장의 세번째 부인 서미경씨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대한 자료를 일본서 넘겨받아 탈세액 등을 수정하는 작업을 병행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총수 일가를 전원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종결하는 방향이 보다 현실적이다. 법원으로부터 불구속 기소의 명분을 얻은 만큼 시간을 더 끌면서 이 사건을 손에 쥐고 있을 이유가 사실상 없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검찰이 신 회장이 배후인 것으로 의심하는 롯데케미칼의 270억원대 소송 사기와 200억원대 통행세 비자금 의혹도 미완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홈쇼핑의 9억원대 비자금 조성 및 정·관계 로비 의혹의 실체 규명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홈쇼핑 수사는 지난달 7월, 강현구 사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돼 이미 동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신 회장을 구속한 뒤 강 사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해 다시 수사에 시동을 건다는 검찰의 복안은 현 상태에선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아울러 수사의 최대 현안이었던 총수 일가 비자금 부분은 규명되지 못한 채 미제로 남을 공산이 크다. 검찰은 애초 핵심 수사 목표로 ‘비자금 규명’을 내세웠지만 성과는 만족스럽지 않다. 롯데건설서 300억원대 비자금 출처를 찾아냈으나 아직까지 미진한 부분이 많다. 총수 일가는 물론 그룹 컨트롤타워인 정책본부와의 관련성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롯데그룹 2인자였던 이인원 정책본부장이 소환을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가운데 신 회장의 신병 확보가 비자금 규모와 용처 파악의 필요조건으로 꼽혔지만, 답을 찾기 요원해졌다. 이는 신 회장의 구속영장 범죄사실에 비자금 부분이 빠지는 결정적 단서로 작용했다.

현정부 들어 기업사정 수모
손만 대고 나중에 흐지부지

오히려 검찰의 진짜 걱정거리는 따로 있다. 땅에 떨어진 검찰의 위신이다. 신 회장에 대한 영장 기각은 결국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가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 인력 3분의 1과 특수부 수사부서 2곳이 동원된 대규모 기획수사가 물거품이 된 것이다.

검찰은 수사착수 당시 롯데그룹 비자금에 초점을 맞췄다는 뜻이다. 수사초반 압수수색을 통해 총수일가 급여장부 등을 확보했고, 신 회장을 포함한 그룹 주요 인사들의 개인계좌 추적에도 나서며 비자금 혐의 입증을 어느 정도 자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사가 3달 넘게 진행되면서 비자금 수사는 벽에 부딪혔다. 검찰은 롯데건설 등 일부 롯데 계열사가 비자금을 조성해 사용한 정황을 파악했지만 신 회장과의 연결고리는 찾지 못했다. 계열사 사장들은 일관되게 신 회장의 비자금 조성 지시가 없었다고 말했고, 검찰은 이를 뒤집을 만한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땅에 떨어진 체면
위상 추락 어쩌나

결국 검찰은 신 회장이 총수 일가에 불법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부실 자회사에 자금을 몰아줘 다른 계열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횡령 및 배임 혐의에 초점을 맞춰 신 회장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검찰이 주장한 신 회장 범죄 혐의들은 롯데 측 반박 논리를 뒤집지 못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정부-롯데’ 고개 드는 빅딜설 내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부지가 확정된 가운데 정부와 롯데그룹 간 빅딜설이 제기되고 있다. 그룹 총수를 겨냥한 검찰의 칼날이 부담스러운 롯데그룹과 사드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바라는 정부가 윈윈전략을 구축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지난달 30일 국방부는 “성주군 내 3곳의 사드 배치 후보지와 기존 성산포대에 대한 한미실무단의 최종 평가 결과 롯데 스카이힐 성주골프장(성주CC)이 최적지로 결론났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성주CC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대략 세 가지 정도다. 먼저 성주읍 북쪽 산악지대에 위치한 성주CC는 해발 680m로, 기존 배치 예정지인 미사일기지 성산포대(380m)보다 높아 안전성 논란서 좀 더 자유롭다.

전자파 유해 논란과 관련해서도 성주 시내 군청서 18km나 떨어진 산속에 있어 주민들의 불안감도 덜어낼 수 있다. 성주CC 인근엔 성주포대보다 적은 2000여명의 주민이 거주 중이다. 여기에 이미 도로가 나 있어 접근성까지 좋다.

불구속-골프장 주고받고?

성주CC는 롯데상사 소유이며, 운영은 호텔롯데 리조트사업부서 맡고 있다. 다만 정부가 롯데그룹 사유지에 사드를 배치하려면 별도의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롯데로부터 해당 부지를 사들이는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정부와 롯데간 ‘빅딜’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롯데 수사와 연관 지어 보는 시각이다. 롯데그룹은 오너간 경영권 분쟁에서 파생된 검찰 수사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핵심 임원들이 검찰을 들락날락하는 상황.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이미 구속됐고, 검날은 신격호 총괄회장을 향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도 소환이 임박했다.

세간의 시선은 신동빈 회장에 쏠린다. 법원은 지난달 29일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신 회장의 구속 여부는 이번 롯데 수사의 관전포인트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드 부지는 ‘빅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일부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검찰 수사와 맞바꿀 수도 있다는 의혹이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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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