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벌들 당한 슈퍼카 사기사건 비스토리

페라리 날리고 아닌척 숨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재벌 슈퍼카 사기사건은 재계에 길이 남을 사건 중 하나다. 당시 이 사건의 피해자로 수많은 재벌 인사들이 거론되면서 온갖 구설에 올랐다. 잊혀진 사건이지만 지난 6월 이 사건에 대한 2심이 치러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용두사미가 됐다. <일요시사>는 이 사건의 판결문을 토대로 그 내막을 취재했다.
 

재벌 슈퍼카 사기 사건의 피의자 이모씨는 한때 슈퍼카 딜러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슈퍼카 광’으로 알려진 모 그룹 회장의 차를 직접 공수했기 때문이다. 복수의 양재동 자동차 딜러는 “이 그룹 회장의 슈퍼카 절반 이상이 이씨를 통해 샀다. 이씨는 그 회장이 차를 좋아하기 때문에 만난 유일한 일반인이었다”고 귀띔했다.

모 회장 차 수입
소문 나자 대박

이씨가 그룹 회장의 차를 수입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재벌 2·3세들과 연예인들의 차량 주문이 쏟아졌다. 당시 이 사건에 수많은 재벌 2∼3세들이 피해자로 엮인 이유다. 그런데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이씨의 사업은 경영난에 빠지며 빚만 쌓여갔다.

온갖 사채를 끌어다 쓴 이씨는 결국 한계에 도달했다. 2010년 3월부터 고객이었던 재벌들에게 “(당신이) 타고 다니는 차를 판매하고, 그 대금으로 신차를 구입해라”며 “내가 차를 팔 수 있도록 우리 매장에 가져다 놓아라”라는 수법으로 차량과 열쇠 등을 받았다.

재벌들은 페라리, 람보르기니, 애스턴마틴 등 한 대에 수억원에 달하는 슈퍼카를 이씨에게 맡긴 것. 그런데 사정이 어려워진 이씨는 이 차량을 대부분 사채업자에게 담보로 맡겼다.


이씨가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사실과 의뢰인들 차량을 사채업자에게 넘겼다는 소문이 퍼지자 재벌들은 운전기사 등 대리인을 통해 슈퍼카 회수 등을 시도했다. 여기서 몇 명은 차량 회수에 성공했지만 그렇지 못한 재벌들도 많았다.

이씨가 잠적하자 채권자들은 사기혐의로 그를 강남경찰서에 고소했다. 당시 피해 금액은 약 35억가량이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이씨는 2010년 11월 이탈리아로 도주한다. 그러다 이씨는 지난해 4월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으로 현지 경찰에 붙잡혀 국내로 송환됐다.

1심 5년→2심 2년 감형된 이유는?
피해사실 쉬쉬…비협조로 흐지부지

이후 재판은 속전속결로 이루어졌다. 지난해 12월4일 이씨는 사기 혐의(특정 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적용)로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징역 5년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난 6월9일 서울고등법원에선 이씨의 형량을 징역 2년으로 감형했다.

왜 이씨가 감형됐을까.

이걸 설명하기 전 피해 재벌들의 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 대기업 재벌 2∼3세들이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대기업 L그룹의 3세 G씨와 전력기기 등을 생산하는 L사의 G 대표이사, 의류 제조업체 N사의 N 대표이사 등이 있다.

G씨의 경우 2010년 3월경 페라리458(4억5600만원)과 벤츠 스털링모스(22억1000만원) 등의 차량을 이씨에게 맡겼다가 총 26억가량 사기당했다. G 대표는 페라리458이탈리아(4억5000만원)와 시보레 콜벳ZRI(2억원 상당)을 이씨에게 맡겼다가 총 6억5000만원 가량을 사기당했다. N 대표는 페라리430(3억5000만원)과 페라리599(3억4000만원) 등의 차량을 이씨에게 맡겼다가 총 6억9000만원의 사기를 당했다. 이 외에도 피해 재벌들은 더 있다.


그런데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이들 재벌의 피해 사실에 대한 혐의는 ‘무죄’로 결론났다. 판결문에는 “피해자(재벌 및 연예인 10명)를 기망해 차량을 편취했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적시돼 있다.

재벌들 사기친
전대미문 사건

재판부는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 마디로 검사가 수사를 잘하지 않았거나 못해서 이씨의 사기 혐의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 세간의 주목을 받던 사건이었음에도 검사가 이씨의 사기행각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판결문에 나온 ‘증거의 요지’ 목록을 보면 재벌 피해자와 관련된 증거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마디로 사건은 용두사미가 됐다.
 

그렇다면 왜 수사기관에서 이씨가 재벌들에게 사기를 쳤다는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을까. <일요시사>는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과 경찰에 이에 대해 물었지만 뚜렷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대부분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수사한 사건이라 말할 수 없다”라는 답변뿐이었다.

혐의 입증 못해
재벌 사기 무죄

수사하지 못한 실마리는 복수의 자동차 딜러와 당시 사기를 당했던 재벌 오너 운전기사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복수의 슈퍼카 딜러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이 사건은 수사가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양재동의 한 수입차업자는 “사기당한 재벌들이 경찰에 신고하지 않거나, 조사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소장에 나와 있는 재벌들은 그나마 수사기관 조사를 받았으니깐 있는 것이다. 사기 당한 재벌들은 실제로 더 있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이들 재벌이 사기를 당했음에도 조사를 받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씨에게 사기 당한 A그룹 오너의 운전기사로 7년간 일했던 관계자는 “재벌들이 끌고 다닌 슈퍼카들이 대부분 법인차량이거나 비자금으로 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모셨던 A그룹 오너가 산 차들도 대부분 법인차량이었다”며 “고 밝혔다.

재벌들과 자주 거래한 수입차 딜러 역시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슈퍼카들은 대부분 법인차로 사거나 비자금으로 구매한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법인 리스차로 업무용으로 슈퍼카를 구매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식품기업 P사의 사위에게 법인차로 벤틀리를 판매한 적이 있다.

이처럼 재벌들이 법인으로 슈퍼카를 사는 이유는 간단하다. 슈퍼카 유지비용이 비싸므로 법인에 비용처리를 하기 위해서다. 이런 식으로 재벌들이 법인으로 슈퍼카를 뽑아 타고 다니다 적발된 사례가 한두건이 아니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수사기관 조사·진술 피해
직원 대리인으로 보내기도

기업 오너가 법인 돈으로 슈퍼카를 구입해 사적으로 유용하는 것은 엄연한 횡령·배임이다. 경찰조사를 받을 경우 슈퍼카의 명의가 어디로 돼 있는지 밝혀질 수밖에 없으며, 법인차를 이씨를 통해 팔려고 했다는 정황까지 드러나게 된다. 이런 복잡한 문제 때문에 재벌들이 사기를 당해도 손놓고 볼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판결문에 올라온 G 대표와 N 대표는 그나마 떳떳한(?) 사람인 것으로 추정된다. L사는 G 대표의 이 같은 피해 사실에 대해 ‘별 문제 없이 당시 사건이 잘 해결됐다’고 밝혔다. L사 관계자는 “회사 대표 개인 명의로 차량을 샀다. 사기당한 차량은 전량 회수했다”고 밝혔다. G 대표가 수사기관 조사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와 관련해 조사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다만 취재결과 L사의 이런 답변은 앞뒤가 맞지 않은 구석이 있다. G대표가 수사기관 조사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하지만 L사 직원이 G대표 대리인으로 경찰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판결문 증거목록에 따르면 G대표를 대신해 손모씨가 대리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손씨는 L사의 총무팀 직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G대표의 개인차량임에도 불구하고 회사 직원이 조사를 대신 받았다는 것이다.

피해 재벌 더 있다
신고 못하고 끙끙


N사는 N 대표의 사건과 관련해 당시 피의자와 합의를 봤다고 입장을 밝혔다. N사 관계자는 “당시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페라리430) 차량 1대는 돌려받았다. 두 번째 차는 계약금만 걸어 놓은 상태여서 합의를 봤다”며 “이들 차는 다 대표의명의였다”고 말했다.

현재 이씨에 대한 재판은 대법원 선고만 남았다. 사실상 슈퍼카 사기 사건은 끝났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사건이 재벌들의 비협조로 맹탕이 됐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굴러다니는’ 법인 슈퍼카 실태

업무용 차량에 대한 과세 기준 강화로 법인용 차량 판매가 줄어들었지만 포르쉐를 포함한 초고가 슈퍼카들은 여전히 법인용 구매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8월9일 기업 경영성과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법인용으로 판매된 수입차는 4만698대로 작년 동기 대비 15.8%(7637대) 감소했다. 지난 1월부터 업무용 차에 대한 과세기준이 강화되면서 사업자들이 고가 업무용 차 구입에 부담을 느낀 것이 감소 원인으로 풀이된다.

법인용 구매 비중이 가장 높은 브랜드는 롤스로이스로 상반기 판매된 30대 중 96.7%(29대)가 법인용이었다. 다음으로 벤틀리가 75.2%(121대)였고 람보르기니 72.7%(8대), 포르쉐 64.8%(1123대), 재규어 60.7%(957대), 랜드로버 53.2%(2926대) 등의 순이었다. 특히 롤스로이스와 람보르기니는 6개월간 전체 판매대수가 각 30대, 11대로 23개 수입 브랜드 중 두 자릿수 판매대수는 두 브랜드 뿐이었다.

롤스로이스는 30대 중 1대를 제외한 29대가, 람보르기니는 11대 중 8대가 법인용이었다. 법인용 구매 비중이 더 큰 브랜드의 경우 대표모델이 대부분 억대의 슈퍼카들이다. 롤스로이스의 경우 작년 출시된 롤스로이스 고스트 시리즈 2가 4억1000만∼4억8000만원에 달한다. 벤틀리 플라잉스퍼는 2억5700만∼3억4000만원, 람보르기니 우라칸 LP 580 22억9900만원, 포르쉐 911 카레라4 1억4420만∼1억6120만원, 재규어 플래그십 세단인 재규어 XJ 1억950만∼2억2670만원,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8180만∼1억370만원 등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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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22대 국회 오픈런 관전 포인트 ‘셋’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최근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돌지만 꽁꽁 얼어붙은 정국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여야의 날 선 공방이 22대 국회를 겨냥하면서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도 첩첩산중이다. 개원과 동시에 300명의 숨 가쁜 레이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21대 국회가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결국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은 끝내 벗지 못했다. 21대 국회 후반기부터 시작된 여야의 특검법 공방과 용산의 거부권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던 탓이다. 상임위 줄다리기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하 채 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삼권분립에 따라 해당 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서 밝힌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로 돌아간 채 상병 특검법은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서 재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서 18표 이상의 이탈표가 필요한 만큼 여권 내에서는 가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해당 법안은 다음 달 이내로 재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도 수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민주당은 기존 법안에 포함됐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더해 22대 국회 개원 즉시 재발의하겠다고 예고해 왔다. 이 밖에도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을 쏟아내면서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야당이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끝까지 추진될 법안은 극소수일 것”이라며 “특검 하나를 위해 드는 돈과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무게가 있기 때문에 효과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검 정국을 예고한 만큼 주요 상임위 배분이 앞으로의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원구성 여부가 22대 국회의 첫 번째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검법-거부권 무한 도돌이표 야 ‘법사위·운영위’ 싹쓸이? 민주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와 운영위원회(이하 운영위) 위원장 자리를 싹쓸이하겠다며 강경 의지를 드러냈다. 이에 국민의힘이 견제에 나서면서 상임위 쟁탈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법사위는 다수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원내 2당이 가져가는 게 관례였다. 운영위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진행하거나 예산안 등을 심사할 수 있어 여당의 몫으로 여겼다. 하지만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에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국회가 제대로 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4·10 총선 민의를 받들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위해 두 상임위를 민주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그동안 지켜온 여야 간의 견제와 균형을 깨트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은 1988년 13대 국회부터 집권당이 맡아왔다”며 “운영위와 법사위까지 독식하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은 입법 독재를 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20일 여야 원내대표가 오찬 회동을 통해 원 구성을 논의 테이블로 올렸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돌아섰다. 22대 국회 첫 본회의는 내달 5일 열릴 예정으로 원구성은 내달 7일까지 협상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양당 모두 협상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결국 해당 논의는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큰 걸음 내딛을까? 두 번째 쟁점은 개헌이다. 이전부터 정치권에선 37년째 그대로인 ‘87년 헌법’을 손보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정부와 야당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개헌 논의는 흐지부지 끝나기 일쑤였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향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22대 국회 전반기에 걸쳐 개헌 요구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4년 중임제에 불을 붙인 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다.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서 4년으로 단축해 대선과 지방선거 시기를 맞춘다면 전국 단위 선거 횟수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국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는게 이유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포함한 세븐(7) 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의 헌법 전문 수록 ▲동일가치노동, 동일수준 임금 명문화 ▲검사 영장 신청권 삭제 ▲사회권 강화 일반 조항 신설 ▲‘수도는 법률로 정한다’ 조항 신설 ▲토지 공개념 강화 등을 요구했다. 개혁신당 역시 궤를 같이하며 4년 중임제에 군불을 때고 있지만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해당 문제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양새다. 다만 혁신당이 앞서 주장한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無)당적화를 겨냥한 원(one) 포인트 개헌에 집중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입법부와 행정부의 건강한 관계를 제도화하고 정치와 국정에 헌법정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부권 제안에 대해서는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며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하고 삼권분립의 헌정질서를 파괴하면서 남용되고 있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은 이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5·18 개헌에 공감대를 보이면서도 원 포인트 개헌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원 포인트가 아닌 포괄적 개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몸 푸는 한 수습하는 이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이 같은 민주당의 주장에 “헌법 전문은 선언적 성격인데 그것만 수정하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될까 이런 생각이 있다”며 “이왕 개헌을 한다면 범위를 잡고 근본적 문제를 함께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4년 중임제 등을 둘러싼 개헌 논의는 22대 국회 내내 거론된 것으로 예측된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야권이 만장일치로 개헌안에 동의해도 총 192석에 그친다. 여당인 국민의힘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만큼 현실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은 여의도를 배경으로 한 이재명-한동훈의 파워게임이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서 민주당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앞날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온갖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한 전 비대위원장의 복귀 여부다. 총선 패배 이후 여의도를 떠났지만 사진 한 장, 말 한마디가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가 되면서 전당대회 초읽기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8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정부의 정책을 꼬집는 글을 게재했다.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의 해외 직접구매 금지 정책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므로 재고돼야 한다”는 작심 발언을 한 것이다. 지난달 20일에는 ‘윤석열 배신론’이 불거지자 이를 의식한 듯 “정치인이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은 여러분, 국민뿐”이라며 친윤(친 윤석열)계를 겨냥했다. 용산에 들이닥친 개헌 요구 한동훈-이재명 벌써 기싸움 현재 국민의힘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당대회 개최 시기는 7월 말에서 8월 초로 예상된다. 비윤(비 윤석열)계까지 목소리를 얹기 시작한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 속 당심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 이목이 쏠린다. 반면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국회의장 선거로 인해 ‘명심불패’ 공식이 깨졌다는 평이 나왔지만 당의 주요 인사들이 여론의 흐름을 꺾으면서 연임론을 다시 한번 궤도에 올렸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이 대표가 연임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사당화라고 지적을 하는데, 당 대표란 당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이가 선출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의미서 이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되는 건 어떠한 이유에서든 당이 다시 한번 이재명이란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의장 선거의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대거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당원 권리 강화’를 내세웠다. 민주당 민형배 전략기획위원장은 당선인이 한데 모인 초선 워크숍서 당원권 강화를 골자로 한 ‘당원민주주의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당이 당원 달래기에 나서자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승화시켰다고 내다봤다. 민주당 권리당원 중 대다수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만큼 당원의 권리를 강화함으로써 당의 장악력을 높이고 자연스레 당 대표 단일 후보로 우뚝 섰다는 설명이다. 이로써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8월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고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22대 국회는 지난 총선에 이어 한-이 갈등 제2라운드로 들어서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주자로 주목받는 만큼 22대 국회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초반부터 군기 바짝 21대 정국을 집어삼킨 현안은 고스란히 22대 국회로 넘어왔다. 민주당이 1호 민생 법안으로 내놓은 ‘전국민 25만원 지원금’과 연금개혁 논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다. 결국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꼬리표를 잘라내지 못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초선을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이 몸집을 키우면서 여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2대 국회 역시 강대강으로 흘러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4·10총선 유세 현장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쳐대던 ‘일하는 국회’가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