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인 대상’ 수상에 비친 박현주(미래에셋그룹 회장)의 허와 실

금융계의 신화? 투자자 신뢰 떨어뜨린 최악의 인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첫 번째 금융투자인 대상을 차지했다. 특유의 공격적인 투자 방식을 높게 평가 받은 데 따른 것이다. 당초 이번 수상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박 회장은 금융계의 ‘신화’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을 뒤엎고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첫 번째 금융투자인 대상에 적합한가’라는 의문이 들려온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값 못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금융계의 아이콘 박현주의 허와 실을 짚어봤다.

제1회 금융투자인상 시상식서 대상 수상 영광 차지
성공 스토리 하버드대 사례연구 주제로 선정되기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제1회 금융투자인상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지난 7일 협회 창립 2주년을 맞아 금융투자인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금융투자인상을 제정하고 첫 수상자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을 선정, 이날 시상했다고 밝혔다.

대학생 때부터
주식 실전 경험

박 회장은 적립식·간접 투자개념을 새롭게 정립시켜 개인들의 안정적인 자산 형성에 기여한 점과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과 펀드상품 수출 등을 통해 자산운용업을 금융투자 산업의 탄탄한 축으로 성장시킨 공로를 높게 평가받았다.

금투협 관계자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글로벌 마인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으로 자본시장 종사자들에게 희망과 도전정신을 고양시킨 공적이 높이 평가돼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1958년생으로 광주에서 태어났다. 중농의 집안에서 자라나 전라도의 명문 광주일고를 거쳐 1978년 고려대에 입학했다. 그가 주식시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생 때의 일이다. 집에서 부쳐준 생활비를 밑천으로 명동 증권가를 누비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대학원생이던 1984년에는 작은 사설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 증권 투자로 번 돈으로 서울 회현동 코리아헤럴드 빌딩 18층에 20평 남짓한 사무실을 얻었다. 직원도 한 명 뒀다.

2년 뒤인 1986년, 박 회장은 투자자문회사를 접고 증권회사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투자자문회사 설립에 법적 근거가 없고 아직 개인사업자가 독자적 브랜드로 자본시장에 뛰어들 분위기가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박 회장은 동원증권 영업부에 지원했다. 당시 증권가 최고스타였던 이승배 동원증권 상무(현 한셋투자자문 사장)의 영업스타일과 브로커로서의 자세를 배우고 싶었던 박 회장은 수차례 문전박대를 이겨내고 입사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불과 45일 뒤 대리로 승진했다.

그러던 1989년, 동원증권 중앙지점장으로 발탁되면서 박 회장은 본격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당시 나이 33세, 최연소 지점장이었다. 2년만에 중앙지점을 전국 1등으로 올려놨다. 압구정 지점장으로서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같은 전력을 바탕으로 1995년에는 이사로 승진했다. 이 역시 최연소 임원 승진 기록이었다. 하지만 1997년 6월 박 회장은 당시 구재상 압구정지점장, 최현만 서초지점장 등 8명의 ‘박현주 사단’과 함께 잘 나가던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미래에셋캐피탈(옛 미래창업투자) 창업을 위해서였다.

박 회장은 1998년 초 시중 금리가 연 30%를 향해 치닫고 있을 때 증시 폭락과 금리 인하, 채권 가격 급등을 예상하고 미래에셋 운용자금 200억원을 채권에 풀베팅했다. 대성공이었다. 예상대로 시중 금리가 20%대로 급락하면서 채권 값이 급등해 5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1999년에는 24억원을 투자했던 포털업체 다음의 주가가 6개월만에 폭등하며 1000억원에 가까운 매매차익을 가뿐히 거둬들였다.

1998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한 뒤 자신의 이름을 붙인 뮤추얼펀드를 내놨다. 500억원 규모로 출범한 ‘박현주 1호’는 2시간30분만에 판매가 마감됐고, 박 회장의 주식운용 능력에다 증시 활황까지 겹쳐 1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부록으로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뮤추얼펀드가 성공하자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유사 상품을 앞다퉈 내놓는 등 뮤추얼펀드 붐을 일으켰다. 적립식펀드의 대중화를 이끌며 은행 예금 위주의 저축문화를 2004년 이후에는 적립식펀드 위주의 투자문화로 바꾸는 데도 기여했다. 연이은 성공에 힘입어 2005년에는 생명보험사를 인수해 증권과 자산운용, 보험으로 짜인 투자전문그룹으로 도약했다.

손대는 일마다 승승장구하는 박 회장에 증권가의 이목이 집중됐다. ‘박현주가 샀다’는 소문만 나도 주가가 뛸 정도였다. ‘미래에셋의 글로벌 성장 스토리’와 ‘박현주 회장의 기업가정신’은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의 케이스스터디 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 CEO가 기업가정신 사례로 선정된 것은 박 회장이 처음이다.

인사이트펀드 한때 반토막 나면서 투자자에 치명상
투자자들 속 타들어가는데 거액의 펀드 수수료 챙겨

그러던 2007년 말, 박 회장은 일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그해 10월 말 시중 자금을 싹쓸이하며 펀드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인사이트 펀드’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

인사이트 펀드는 한 달만에 4조원어치가 팔렸지만, 6개월 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펀드는 지난 2008년 11월19일 현재 설정액 4조6000억원에 순 자산액이 1조9700억원 정도로 평가됐다. 2조5000억원을 날리고 만 것이다. 이는 투자액의 60%정도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인사이트 펀드의 몰락이 ▲분산투자라는 원칙 무시 ▲펀드 운용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투자자들의 ‘묻지 마’ 식 투자 등 여러 요인이 빚어낸 합작품이라고 분석했다. 인사이트 펀드는 ‘효율적인 분산투자로 시장 위험에 대처한다’는 미래에셋 홍보와 달리 대부분 운용 자금을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에 투자해 손실을 키웠다. 결국 박현주라는 브랜드를 믿고 묻지 마 투자에 나섰던 개인들은 원금이 반토막나는 아픔을 감수해야만 했다. 명성만큼 큰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쪽박을 찬 투자자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감에도 미래에셋이 거액의 펀드 수수료를 챙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온갖 악평이 난무했다. 고객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수수료는 수수료대로 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미래에셋은 연 최고 3.49%의 높은 수수료를 적용, 판매한 지 3개월만에 150억원이 넘는 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액 60%
2조5000억 날려

여론이 들끓자 박 회장은  배당금 반납 카드를 들고 나왔다. 자신에게 배당될 200억원대 배당금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비난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수조원을 날려놓고 200억원대, 그것도 개인 재산이 아닌 배당금 포기로 감당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사재를 털어 사회헌납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연속적인 대박 덕에 금융투자업계에서 ‘전설적인 존재’로 군림했던 박 회장에게 인사이트 펀드는 재앙이었다.

인사이트 펀드의 악몽이 지속되자 박 회장은 결국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국내 언론과 가진 공식 인터뷰는 2007년 11월이 마지막이다. 지난해 4월 오랜 침묵을 깨고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했지만 일방적으로 뉴욕시장 진출 계획을 밝힌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비난의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잠잠해질 만 하다가도 배당 소식만 나오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아직 손실을 벗어나지 못한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데다 미래에셋의 펀드 운용 성과가 저조한 데도 불구, 수백억대의 배당금을 챙겨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박 회장은  154억원의 두둑한 배당금을 받았다. 당시 미래에셋의 전체 국내 주식형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 중소형주펀드, 인덱스펀드, 테마형펀드 등 제외) 1년 평균 수익률은 20.91%로 전체 44개 운용사 가운데 29위인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상황이었다. 같은 기준으로 2년 평균 수익률은 -4.51%로 39개 회사 중 22위에 그치는 등 2008년 금융위기 후 힘을 못 쓰고 있다.

물론 박 회장도 이 같은 상황을 지켜만 본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박 회장은 부동산 사업에 눈을 돌렸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를 인수하고, 그룹 내 부동산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에서 KRIA를 분리시키는 등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이 결과 박 회장은 쏠쏠한 재미를 봤다. 2008년 말 ‘미래에셋 기흥연수원’을 한국토지주택공사에 450억원에 매각해 두 배 가까이 매각 차익을 거둔 데 이어 국내외 유수 빌딩을 사들이며 부동산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가 마냥 박 회장의 뜻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무리한 투자로 낭패를 본 경우도 적지 않다.

미래에셋증권은 서울 여의도 지상 53층 규모의 파크원 오피스 타워를 8047억원에 매입키로 결정, 일부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개발 사업이 ‘지상권 문제’로 부지 소유자 통일교재단과 시행사 스카이랜드 간 법정공방이 가시화되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만일 갈등이 장기화되거나 사업 자체가 무산될 경우 사실상 미래에셋은 손실이 불가피하다.

1인 중심 지배구조
누구도 거역 못해

또 지난 2009년 미래에셋맵스의 대표 부동산 공모펀드인 ‘미래에셋맵스아시아퍼시픽부동산 공모1호’ 펀드도 구설에 휘말렸다. 이 펀드는 금융 한파로 4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미국 씨티그룹센터 계약을 철회한 데 이어 홍콩 벨에어 아파트 투자에서도 손실을 입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세종로 옛 금강제화빌딩 일대(세종로1지구 재개발사업)에 건립키로 계획한 그룹 신사옥도 전 시행사 디비스코리아 측과 ‘시행권’을 차지하기 위한 법정다툼으로 아직까지 답보 상태다.

현재 박 회장은 펀드 시장에서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린 최악의 인물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과감한 도전정신만은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의 제1회 금융투자인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될 수 있던 것도 이 점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회장의 지나치게 공격적인 운용은 자칫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세장에선 ‘대박’을 터뜨릴 수 있지만 하락장을 만나면 ‘쪽박’ 차기 십상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박 회장의 결정에 대해 미래에셋 내부에선 아무도 “노”라는 의견을 내지 못한다. 미래에셋 지배구조가 박 회장 1인 중심으
로 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박 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최대 주주다. 또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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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