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마흔한 번째 주인공은 부천시 부동산 업체의 거짓말에 피해를 입은 오모씨 이야기입니다.
부천에 거주 중인 오모(30)씨는 전세계약이 1년 남은 상황에서 집주인이 집 구매 의사를 물어왔다. 그런 얘기가 오가던 시기에 오씨는 새로 집을 장만하게 됐고, 주인과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7월11일로 이사 날짜를 잡았다.
인심 쓰는 척
원래 살던 집도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나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부동산에서 7월11일 당일 계약금 2000만원밖에 주지 않았던 것. 아직 집이 나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정확한 날짜를 서로 상의해서 결정했음에도 부동산은 8월19일에 새로운 사람을 받기로 했다. 이 때문에 오씨는 한 달이 넘도록 1억이 가까이 되는 나머지 잔금을 받지 못했다. 2000만원도 온전히 받은 게 아니었다고 했다. 전세보증금의 10%인 1150만원을 받았을 뿐이었다.
오씨는 부동산에 항의했지만 “나는 잘 모르겠으니까 주인과 얘기해라”라는 막무가내식 답변만이 돌아왔다. 더 어이없는 상황은 이후에 벌어졌다. 새로 계약한 사람이 집값을 깎아달라고 한 것. 오씨와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였지만 부동산에서는 오씨에게 부동산중개료 80만원을 요구했다.
계약금·잔금 일방적인 결정
이사 날짜·계약도 좌지우지
다짜고짜 중개료까지 요구
오씨는 “80만원을 왜 나에게 요구하느냐”고 따졌고 부동산 측에선 어차피 집주인이 전세로 내놨을 경우 3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집이 안팔리는 것 보다는 낫지 않느냐며 이번엔 30만원을 요구했다. 나중에는 자신들이 10만원을 지원할 테니 20만원만 내라고 부추기기까지 했다. 여기까지 얘기가 나오자 오씨는 20만원을 부담하기로 하고 부동산에서 10만원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게 된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잔금도 받지 못하고 얘기된 날짜도 마음대로 변경한 부동산이 부동산 중개료까지 요구하자 괘씸함을 느낀 오씨는 시청에 문의했다. 이를 알게 된 부동산은 노발대발했다. 시청에 접수가 들어가면 자신들에게 불이익이 생긴다는 이유였다.
그 뒤 행동은 더 가관이었다. 부동산 중개료 10만원조차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 아예 처음부터 오씨와 지원금 얘기는 한 적이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기까지 했다.
억울함을 못이긴 오씨는 시청에 다시 문의했지만 부천시청 부동산과에선 “계약 당사자가 아니라 민원 접수할 자격도 없고 행정처분을 할수 있는 직접적인 명목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오씨는 “눈 뜨고 코 베인 느낌”이라면서 “10만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약속을 마음대로 바꾸는 부동산의 태도가 너무 괘씸하다”고 분노했다. 오씨는 집주인에게 영수증을 요청했지만 영수증조차도 줄 수 없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만기를 채우고 나간다면 중개수수료(중개보수)는 집주인이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만기 전에 나간다면 세입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번 오씨의 경우 약간 애매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판례에는 “약정한 임차인이 잔여기간을 남기고 나갈 경우에 임대인이 새 임차인과 임대차계약을 맺으면서 지출한 중개수수료는 임차인이 부담하기로 하는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임차인이 부담할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임대인은 임차인이 약정한 임대차 기간이 종료되기 전 계약관계의 청산을 요구했기 때문에 중개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나 임차인과의 임대차계약이 정상적으로 종료된 경우에도 임대인은 어차피 새로운 임차인과 임대차 계약 체결을 위해 중개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므로 임차인이 중개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나와 있다.
“사기 당한 느낌”
하지만 현장에서의 관례를 보면 여러모로 협의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부분은 중개수수료(중개보수)를 임대인 임차인 반반 부담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게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씨는 “그냥 처음부터 30만원을 주고 모든 걸 처리했으면 상관없겠지만 감언이설로 사람을 속이고 말을 바꾼 행동에 너무 억울하다”면서 “새로운 집에서 행복한 생활을 이어가야 할 이때 처음 겪는 일에 밤잠을 설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