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 후폭풍

이대로 한국경제도 침몰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진해운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회생 여부를 놓고 한진그룹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거듭하던 채권단이 추가지원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양상이다. 법정관리행이 결정된 상황에서 본격적인 청산 수순이 예고된 상태. 한진해운의 앞날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벌써부터 연쇄 후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진해운 주채권단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서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 자금지원 불가 결정을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이는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사실상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만장일치 결정
자금줄 말랐다

채권단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한진해운이 내년까지 1조원 이상 자금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평가했다. 운임이 현재보다 하락할 경우 부족한 자금 규모는 최대 1조7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그간 채권단은 한진그룹 측에 부족자금 해결방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일부 자금만 자체 조달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에 채권단은 한진그룹 측의 제시안에 대해 수용이 불가하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채권단과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의 앞날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거듭해왔다. 한진그룹은 국내 해운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채권단의 한진해운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었다. 지난달 25일 최대 주주(지분률33.2%)인 대한항공이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부족자금이 발생시 조양호 회장 개인과 기타 한진 계열사가 1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내용의 부족자금 조달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채권단은 한진그룹의 추가적인 유동성 지원 없이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원칙론을 강조해왔다. 추가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조정 ▲해운동맹 가입 등을 내세워 자율협약을 추진해 온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과정에서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한진해운이 내놓은 5000억원 수준의 자구계획안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용석 산업은행 구조조정 본부장은 “4000억원을 지원한 뒤 유상증자가 끝나고 부족할 경우 1000억원 한도로 지원한다는 것”이라며 “600억원이라고 밝힌 미국 롱비치터미널(TTI) 지분 역시 담보 등으로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채권단 추가지원 중단 ‘초강수’
법원 기업회생개시…청산 수순

결국 한진해운은 채권단의 추가 지원 불가방침이 정해진 이튿날 서울중앙지법에 기업회생절차 개시신청서를 냈고 법원은 하루만에 법정관리를 결정했다. 만약 법원이 회생신청을 받아들이면 한진해운은 부채를 조정 받고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이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한진해운은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원칙대로라면 법원은 청산보다는 회생 가능성을 우선순위에 놓고 각종 현황을 파악하게 된다. 업계에선 청산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진해운이 채권·채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아야 하는 까닭이다.

정부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단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방식을 타진하고 있다. 두 회사를 합병하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부채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자산 인수를 통해 한진해운의 이점만 흡수하겠다는 심산이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한진해운 회생절차 신청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 점검 및 대응계획을 통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이 밝힌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은 ▲선박 ▲영업 ▲네트워크 ▲인력 등이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이미 핵심 자신을 한진그룹 계열사 등에 처분한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평택 콘테이너 터미널 지분과 부산신항만 지분 등 국내 핵심자산은 물론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과 베트남 틴깡가이멥 터미널 지분 등을 매각했다. 보유 선박 등은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상거래 채권 채무자 등이 회수해 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남은 것은 항만과 항로 운영권 등에 불과하다.

사실상 부도?
공중분해 위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해운업 전반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이 1위 국적선사인 만큼 당장 수출물량 수송에 차질이 우려될 뿐만 아니라 물류비용 증가로 이어질 거란 계산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 만큼 단기적으로는 수출 물량처리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한진해운 파산하면 미주 0.3∼1.0%, 구주 0.8∼1.6% 등 수출가격이 상승해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선주협회는 17조원의 피해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국 해운산업 자체가 붕괴되는 동시에 해운업과 필수불가결한 관계인 조선업, 항만업 등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동시에 대규모 실업 사태도 우려된다. 해운선사는 화물을 연결해주는 알선업체, 육상운송업체, 급유업체, 선용품업체, 도선사, 항운노조 등 수많은 업종과 연관돼 있다. 당장 해운이나 항만, 화물차 관련 일자리만 2300개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개인투자자와 협력업체의 피해다. 개인투자자가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보유한 만큼 선량한 투자자의 피해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법정관리와 함께 기존의 모든 채권, 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에 담보가 없는 회사채 투자자들은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한진해운이 발행한 회사채(영구채 제외)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총 1조1891억원이다. 이 가운데 공모사채가 4210억원을 차지하고 사모사채가 7681억원이다.

이에 대해 정 부위원장은 “해운 대리점과 선박용품 공급업 등 협력업체에 대한 매입이 채무(637억원) 중 상당 부분 피해가 예상된다”며 “특별 대응반과 지역 현장반을 통해 밀착 지원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실로 다가온
연쇄 피해 우려

회사채 투자자 가운데 개인 비중이 적고 기관 투자가도 분산돼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1조2000억원의 회사채 중 개인 투자자의 보유액은 8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은행권에 번질 파장도 크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된다. 신용공여액이 1조원에 달하지만 채권단 대다수는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둔 상태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예상외로 충격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상당수다. 현재 해운업이 공급 과잉에 따른 업황 불황인 데다, 새롭게 출범할 해운 동맹에서 한진해운 퇴출 후 노선을 재정비할 것이기에 해운업이 입을 타격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물량은 대부분 해외 물량이라 이는 다른 머스크 등 해외 선사들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며 “국내 물량 역시 현대상선에서 흡수가 가능해 중장기적으로는 큰 타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손실·조선업 피폐·실업 ‘3중고’
‘모럴헤저드’ 오너 일가에 비난 봇물

이런 상황에서 한진해운을 위기로 몰아 넣은 총수 일가와 채권단, 감독기관인 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는 원색적인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최 전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사망한 이듬해인 2006년에 한진해운 최고경영자로 취임했다. 그러나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권을 승계받아 급박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해운업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의 1차 유동성 위기 때 제대로 된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채권단을 설득할 기회를 잃었다. 2014년 조 회장에게 회사 지분은 물론 경영권까지 넘긴 이후 현재는 한진해운 경영서 완전히 손을 뗀 상태다. 한진해운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최 전 회장의 일가가 소유한 재산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약 19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그는 자구책 마련 과정에서 유동성 확보가 절실했던 한진해운에 단 한 번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오히려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을 발표하기 전 한진해운의 잔여 보유 주식을 전부 처분해 미공개 정보로 주식 거래를 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최 전 회장이 매도한 한진해운 주식은 소액 주주들이 매수했으며 오너가의 손실은 순수한 개미들이 대신 떠안았다.

어쩌다 이지경
누구의 책임?

채권단과 정부를 향한 비판도 거세다. 한진해운의 주채권단은 지난 5월부터 조건부 자율협약을 신청해 용선료 조정과 선박금융 상환유예 등을 진행한 한진해운의 노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선업에 10조원이 넘는 유동성 자금을 투입하면서 해운업에만 자체적인 해결을 요구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즉, 경영진과 채권단, 정부의 ‘등 떠밀기’식 대응이 이뤄지는 사이에 한진해운이 걷잡을 수 없이 표류했다는 주장이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진해운의 굴곡진 40년

1977년 5월 국내 최초로 컨테이너 선사로 설립된 한진해운은 국내 해운업의 산 증인이다. 1978년 중동항로에 이어 이듬해 북미서안 항로와 1983년 북미동안항로 등을 연달아 개척하며 한국 컨테이너 선사의 역사를 썼다. 1988년 대한해운과의 합병을 통해 종합해운사로 변모했고 1994년에는 컨테이너 100만TEU 수송실적을 기록했다. 현재 200여척 1000여만톤 선박으로 전세계 60여개 항로를 운영하며 연간 1억톤 이상의 화물을 수송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2002년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별세와 동시에 형제 간 계열분리 작업 과정에서 3남 조수호 전 회장의 품에 안겼다. 그러나 2006년 한진해운의 계열분리 작업이 완벽히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 조수호 회장이 돌연 사망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당시 조 회장 부인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한진해운 대표이사에 취임했지만 이 과정에서 한진해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해운업계 침체로 수천억원대 적자를 냈다.

2009년 한진해운홀딩스를 지주사로 새 출발했지만, 최 회장 휘하의 한진해운은 금융위기로 인한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2013년 한진그룹으로부터 2500억원을 지원받기에 이르렀다. 최 회장은 결국 이듬해인 2014년 한진해운 경영권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넘겼다.

경영권을 넘겨받은 조양호 회장은 해운업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한항공에서 1조원을 끌어다 투입하는 등 한진해운 살리기에 전력을 다했다.

이 때 일시적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업황이 날로 악화되며 또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잠깐의 호황이 찾아왔을 당시 비싼 값에 장기계약 했던 용선료를 체납했고, 글로벌 경쟁 업체들의 성장에 따른 운임료 하락, 세계 경제 불황으로 인한 물동량 감소 등이 발목을 잡으며 누적 적자가 수조원대로 불어났다.

결국 이를 버티지 못했던 조양호 회장은 올 1월 경영권을 포기했다.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에 돌입한 지 8개월 만인 지난달 30일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을 포기하며 사실상 청산 수순에 돌입하게 됐다. <주>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