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법정관리 후폭풍

이대로 한국경제도 침몰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진해운이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회생 여부를 놓고 한진그룹과 팽팽한 줄다리기를 거듭하던 채권단이 추가지원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꺼내든 양상이다. 법정관리행이 결정된 상황에서 본격적인 청산 수순이 예고된 상태. 한진해운의 앞날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벌써부터 연쇄 후폭풍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진해운 주채권단은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서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 자금지원 불가 결정을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이는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사실상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만장일치 결정
자금줄 말랐다

채권단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한진해운이 내년까지 1조원 이상 자금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평가했다. 운임이 현재보다 하락할 경우 부족한 자금 규모는 최대 1조7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그간 채권단은 한진그룹 측에 부족자금 해결방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일부 자금만 자체 조달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이에 채권단은 한진그룹 측의 제시안에 대해 수용이 불가하다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채권단과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의 앞날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거듭해왔다. 한진그룹은 국내 해운산업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와 채권단의 한진해운 지원이 절실하다는 입장이었다. 지난달 25일 최대 주주(지분률33.2%)인 대한항공이 4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부족자금이 발생시 조양호 회장 개인과 기타 한진 계열사가 1000억원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내용의 부족자금 조달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채권단은 한진그룹의 추가적인 유동성 지원 없이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원칙론을 강조해왔다. 추가지원은 없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용선료 인하 ▲사채권자 채무조정 ▲해운동맹 가입 등을 내세워 자율협약을 추진해 온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과정에서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한진해운이 내놓은 5000억원 수준의 자구계획안을 끝내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용석 산업은행 구조조정 본부장은 “4000억원을 지원한 뒤 유상증자가 끝나고 부족할 경우 1000억원 한도로 지원한다는 것”이라며 “600억원이라고 밝힌 미국 롱비치터미널(TTI) 지분 역시 담보 등으로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채권단 추가지원 중단 ‘초강수’
법원 기업회생개시…청산 수순

결국 한진해운은 채권단의 추가 지원 불가방침이 정해진 이튿날 서울중앙지법에 기업회생절차 개시신청서를 냈고 법원은 하루만에 법정관리를 결정했다. 만약 법원이 회생신청을 받아들이면 한진해운은 부채를 조정 받고 구조조정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법원이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한진해운은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원칙대로라면 법원은 청산보다는 회생 가능성을 우선순위에 놓고 각종 현황을 파악하게 된다. 업계에선 청산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진해운이 채권·채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아야 하는 까닭이다.

정부는 긴급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단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방식을 타진하고 있다. 두 회사를 합병하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부채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자산 인수를 통해 한진해운의 이점만 흡수하겠다는 심산이다.

정은보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한진해운 회생절차 신청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 점검 및 대응계획을 통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이 밝힌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은 ▲선박 ▲영업 ▲네트워크 ▲인력 등이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이미 핵심 자신을 한진그룹 계열사 등에 처분한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평택 콘테이너 터미널 지분과 부산신항만 지분 등 국내 핵심자산은 물론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과 베트남 틴깡가이멥 터미널 지분 등을 매각했다. 보유 선박 등은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상거래 채권 채무자 등이 회수해 갈 가능성도 존재한다. 남은 것은 항만과 항로 운영권 등에 불과하다.

사실상 부도?
공중분해 위기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해운업 전반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이 1위 국적선사인 만큼 당장 수출물량 수송에 차질이 우려될 뿐만 아니라 물류비용 증가로 이어질 거란 계산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 만큼 단기적으로는 수출 물량처리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한진해운 파산하면 미주 0.3∼1.0%, 구주 0.8∼1.6% 등 수출가격이 상승해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선주협회는 17조원의 피해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한국 해운산업 자체가 붕괴되는 동시에 해운업과 필수불가결한 관계인 조선업, 항만업 등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동시에 대규모 실업 사태도 우려된다. 해운선사는 화물을 연결해주는 알선업체, 육상운송업체, 급유업체, 선용품업체, 도선사, 항운노조 등 수많은 업종과 연관돼 있다. 당장 해운이나 항만, 화물차 관련 일자리만 2300개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개인투자자와 협력업체의 피해다. 개인투자자가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보유한 만큼 선량한 투자자의 피해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법정관리와 함께 기존의 모든 채권, 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에 담보가 없는 회사채 투자자들은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한진해운이 발행한 회사채(영구채 제외)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총 1조1891억원이다. 이 가운데 공모사채가 4210억원을 차지하고 사모사채가 7681억원이다.

이에 대해 정 부위원장은 “해운 대리점과 선박용품 공급업 등 협력업체에 대한 매입이 채무(637억원) 중 상당 부분 피해가 예상된다”며 “특별 대응반과 지역 현장반을 통해 밀착 지원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실로 다가온
연쇄 피해 우려

회사채 투자자 가운데 개인 비중이 적고 기관 투자가도 분산돼 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1조2000억원의 회사채 중 개인 투자자의 보유액은 8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은행권에 번질 파장도 크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된다. 신용공여액이 1조원에 달하지만 채권단 대다수는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 둔 상태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선 예상외로 충격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상당수다. 현재 해운업이 공급 과잉에 따른 업황 불황인 데다, 새롭게 출범할 해운 동맹에서 한진해운 퇴출 후 노선을 재정비할 것이기에 해운업이 입을 타격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의 물량은 대부분 해외 물량이라 이는 다른 머스크 등 해외 선사들이 가져가게 될 것”이라며 “국내 물량 역시 현대상선에서 흡수가 가능해 중장기적으로는 큰 타격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손실·조선업 피폐·실업 ‘3중고’
‘모럴헤저드’ 오너 일가에 비난 봇물

이런 상황에서 한진해운을 위기로 몰아 넣은 총수 일가와 채권단, 감독기관인 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는 원색적인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최 전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사망한 이듬해인 2006년에 한진해운 최고경영자로 취임했다. 그러나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권을 승계받아 급박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해운업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의 1차 유동성 위기 때 제대로 된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해 결국 채권단을 설득할 기회를 잃었다. 2014년 조 회장에게 회사 지분은 물론 경영권까지 넘긴 이후 현재는 한진해운 경영서 완전히 손을 뗀 상태다. 한진해운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에서 빠져나간 셈이다.
 

최 전 회장의 일가가 소유한 재산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약 19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그는 자구책 마련 과정에서 유동성 확보가 절실했던 한진해운에 단 한 번도 손을 내밀지 않았다. 오히려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을 발표하기 전 한진해운의 잔여 보유 주식을 전부 처분해 미공개 정보로 주식 거래를 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최 전 회장이 매도한 한진해운 주식은 소액 주주들이 매수했으며 오너가의 손실은 순수한 개미들이 대신 떠안았다.


어쩌다 이지경
누구의 책임?

채권단과 정부를 향한 비판도 거세다. 한진해운의 주채권단은 지난 5월부터 조건부 자율협약을 신청해 용선료 조정과 선박금융 상환유예 등을 진행한 한진해운의 노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선업에 10조원이 넘는 유동성 자금을 투입하면서 해운업에만 자체적인 해결을 요구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즉, 경영진과 채권단, 정부의 ‘등 떠밀기’식 대응이 이뤄지는 사이에 한진해운이 걷잡을 수 없이 표류했다는 주장이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진해운의 굴곡진 40년

1977년 5월 국내 최초로 컨테이너 선사로 설립된 한진해운은 국내 해운업의 산 증인이다. 1978년 중동항로에 이어 이듬해 북미서안 항로와 1983년 북미동안항로 등을 연달아 개척하며 한국 컨테이너 선사의 역사를 썼다. 1988년 대한해운과의 합병을 통해 종합해운사로 변모했고 1994년에는 컨테이너 100만TEU 수송실적을 기록했다. 현재 200여척 1000여만톤 선박으로 전세계 60여개 항로를 운영하며 연간 1억톤 이상의 화물을 수송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2002년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 별세와 동시에 형제 간 계열분리 작업 과정에서 3남 조수호 전 회장의 품에 안겼다. 그러나 2006년 한진해운의 계열분리 작업이 완벽히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 조수호 회장이 돌연 사망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당시 조 회장 부인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한진해운 대표이사에 취임했지만 이 과정에서 한진해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해운업계 침체로 수천억원대 적자를 냈다.

2009년 한진해운홀딩스를 지주사로 새 출발했지만, 최 회장 휘하의 한진해운은 금융위기로 인한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2013년 한진그룹으로부터 2500억원을 지원받기에 이르렀다. 최 회장은 결국 이듬해인 2014년 한진해운 경영권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넘겼다.

경영권을 넘겨받은 조양호 회장은 해운업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한항공에서 1조원을 끌어다 투입하는 등 한진해운 살리기에 전력을 다했다.

이 때 일시적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업황이 날로 악화되며 또 다시 위기에 봉착했다. 잠깐의 호황이 찾아왔을 당시 비싼 값에 장기계약 했던 용선료를 체납했고, 글로벌 경쟁 업체들의 성장에 따른 운임료 하락, 세계 경제 불황으로 인한 물동량 감소 등이 발목을 잡으며 누적 적자가 수조원대로 불어났다.

결국 이를 버티지 못했던 조양호 회장은 올 1월 경영권을 포기했다.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에 돌입한 지 8개월 만인 지난달 30일 채권단은 추가 자금 지원을 포기하며 사실상 청산 수순에 돌입하게 됐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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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