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48) 부산행

홀연히 기차에 타다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온 신경을 집중하여 드문드문 내용을 추론한 바 통화를 나누는 당사자가 청평에서 잠자리를 함께했던 호스티스였음이 밝혀졌다.

이어지는 통화에서 보고 싶다는 등의 대화가 들렸고 자주 일본이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말미에 여인으로부터 저녁에 만나자는 통화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하여 행여나 무슨 일이 발생될지 몰라 강철과 경수를 호출하여 함께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저녁 여덟 시 경이 되자 문제의 여인이 석원의 방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확인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흡사 사지에서 돌아온 젊은 연인이 만난 것처럼 곧바로 격정의 순간으로 접어들었다.

이어 길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난 둘은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테이블로 이동했다.

어지러운 테이블 위에 음식과 술이 준비되어 있었다.

소진된 기를 보충하듯이 허겁지겁 술과 음식을 먹어대던 두 년 놈이 다시 엉켜 붙기 시작했다.

그날 밤 세 사람은 그야말로 오리지널 포르노 영화를 감상하며 연신 하품을 뿜어냈다.

그리고는 자정이 가까워오자 세 사람이 번갈아 당번을 정하여 관찰하기로 하고 동일과 경수가 먼저 취침에 들어갔다.

“저 연놈들 마약한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밤새 한숨도 자지 않고 그 지랄을 하니 거참.”


아침 일찍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자 강철이 푸석한 얼굴로 동일을 바라보았다.

“아니 그렇다고 이 특보께서 내처 불침번을 선겁니까, 깨우지 않으시고.”

“그렇게 귀한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데 잠이 옵니까. 그래서 내친 김에 제가 밤새웠습니다.”

“허허, 이거 고맙다고 해야 할지 혹은 아쉽다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동일이 능청스럽게 답하자 순간 웃음이 일어났다. 웃음소리에 경수 역시 비시시 눈을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로 대단합디다. 진짜 마약하고 저 짓거리 하는 듯합디다.”

“나이 탓이겠지요.”

동일이 막 자리에서 일어난 경수에게 슬그머니 시선을 주었다.

“팀장님 말씀이 마냥 틀리지는 않습니다.”

경수 역시 능청거리며 답하자 두 사람의 시선이 경수의 아랫도리로 행했다.

경수의 아랫도리가 불룩 솟아 있었다.

물론 취침 후 발생한 젊음의 징표였다.


그를 바라보기를 잠시 이내 한바탕 웃음판이 벌어졌다.

잠시 후 정색하고 모니터로 시선을 주었다.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를 살피며 강철을 주시했다.

“화장실에 들어갔습니다.”

“설마 그곳에서도 그 짓거리하는 거는 아니겠지요.”

“그야 모르는 일이지요.”


강철이 능청스럽게 말을 받자 다시 웃음이 일어났다.

이어 웃음기가 사라지는 시점에 두 사람이 막 물기를 닦으며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나와서는 서로의 젖은 몸을 닦아주기를 잠시 석원이 전화기를 들었다.

동일이 급하게 도청기를 들었다.

어제 도청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급하게 임시변통으로 손을 보아 그런지 흐릿하게 말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호텔 프런트와 통화를 하며 식사를 주문하고 있었다. 물론 2인분이었다.

그러기를 잠시 후 석원이 다가온 여인을 힘껏 끌어안았다.

여인이 석원의 품에 안기면서 한손을 아래로 내려 석원의 가운데를 거칠게 다루기 시작했다.

석원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호텔 내에 있는 여행사였다.

석원이 금일 오후 두 시 발 부산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있었다.

순간 동일의 온 신경이 귀로 집중되었다.

상대방에서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는 이내 부산행 티켓 두 장을, 아베와 박경숙 명의로 예약이 되었다는 말이 이어졌다.

석원이 전화기를 내려놓는 동시에 동일 역시 도청기를 내려놓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팀장님, 무슨 일입니까?”

서울 호텔서 여인과 격정적 하룻밤 보내
부산으로 떠난 석원, 밀항일까 여행일까

“지금 저 친구가 식사 주문과 함께 여행사에 전화를 걸어 두 시 발 부산행 비행기 표를 예약했네.”

동일이 두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모니터에 주었다.

두 사람이 다시 테이블에서 함께 뒹굴고 있었다.

“무슨 의미일까요?”

강철이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안타깝게도 룸에서의 대화내용은 도청이 불가하기에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가벼이 여길 사항은 아닌 듯합니다.”

“어찌 대처하겠습니까?”

강철의 질문에 동일이 경수를 주시했다.

“김 군과 함께 부산으로 내려가겠습니다. 그러니 이 특보께서 수고스럽지만 이곳을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수고라기보다도, 두 사람으로 되겠습니까?”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 현지에서 지원받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김 군, 우리 서두르도록 하게나.”

동시에 시계를 바라보았다.

일곱 시 반을 넘어서고 있었다.

막상 서두르자고는 하였으나 시간 여유가 있음을 판단하고 포트에 물을 끓여 커피를 탔다.

경수가 거들어 주려는 행동을 제지하고 동일이 직접 커피를 타서 돌렸다.

“팀장님 말씀대로 진짜 살얼음판입니다.”

강철이 커피 잔을 기울이며 모니터로 시선을 주었다.

비록 들리지는 않지만 여인의 입 모양으로 보아 야릇한 소리가 방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을 듯했다.

동일이 경수에게 차에 남아 있으라 하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가까운 곳에 멈추어 출구를 주시하며 시계를 바라보았다.

두 시 오십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서히 사람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어 한 떼의 사람들 속에 섞여 있는 석원과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석원의 차림을 살펴보았다. 잠시 전 강철과의 통화에서 확인했지만 석원의 행장이 단출했다.

그저 몸 하나 달랑 모습을 드러냈다.

만약 밀항을 시도하고자 했다면 뒷정리를 대강이라도 해야 할 일이건만 그는 아닌 듯했다.

한순간 석원의 지난 행적을 떠올렸다.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그야말로 예측불허였다.

가벼이 한숨을 내쉬며 그 둘의 모습을 추적하기를 잠시 석원 일행이 공항 건물을 벗어나 택시를 잡았다.

동일 역시 서둘러 차에 올랐다. 이미 경수가 그들 뒤에 차를 대기시켜놓고 시동을 켠 상태였다.

“이런 일 익숙하겠지?”

“이 일로 밥 먹고 살고 있습니다.”

동일이 핸들을 잡고 있는 경수를 근심스런 표정으로 바라보자 경수가 확신에 찬 표정을 보이며 답을 이었다.

“가세.”

경수가 서서히 액셀을 밟자 미끄러지듯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 상대가 전혀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거리를 두며 뒤따르기 시작했다.

동일이 조수석에서 가만히 차의 진행 방향을 살펴보았다.

부산시내 중심부로 향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교통체증은 일어나지 않고 있어 무리하게 미행을 감행하지 않아도 좋을 듯했다.

스쳐 지나가는 주변 풍경을 감상하며 여유롭게 따라가기를 잠시 후 석원이 탄 차가 용두산 쪽으로 방향을 잡아갔다.

“혹시 자갈치 시장!”

순간적으로 동일의 머리에 회가 떠올랐다.

“그러면 저 미친놈이 회 먹자고 부산까지 비행기 타고 왔다는 말입니까?”

경수가 말해놓고 허탈한지 혀를 찼다.

“그런 경우 회만 먹고 말겠는가.”

“그러면?”

“당연히 그 짓도 해야 한다고 봐야 않겠는가?”

“밤 새 그 짓하고도요.”

“왜, 자네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은가.”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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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