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3룡’ 건설사의 비밀

“대기업 비켜!” 거침없는 질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근 건설업계서 파죽지세인 건설사 3인방이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한때 잘 나갔던 건설사를 M&A(인수합병)하며 사세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묘하게 비슷한 구석들이 있다. <일요시사>는 건설업계 3인방의 공통점을 짚어봤다.

국내 건설업의 불황으로 M&A시장에 건설사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매물 중에는 한때 잘나갔던 건설사들도 눈에 띈다. 반면 매물로 나온 건설사들을 족족 인수하면서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건설사 3인방이 있다. 호반건설, SM그룹, 세운건설이 바로 그 기업들. 3인방의 행보를 보며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마치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것 같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호남 기반
자수성가 회장

호반건설(김상열 회장)의 4대 건설 법인의 외연은 3년 만에 2배가 됐다. 지난해 호반건설, 호반건설주택, 호반건설산업, 호반베르디움 등 4대 건설법인의 각 연결기준 매출액 합계는 3조908억원에 달했다. 작년 매출은 1조2195억원으로 호반건설 1조1593억원을 뛰어넘었다. 영업이익을 살피면 4개 법인은 작년 5275억원을 거뒀다.

SM그룹(우오현 회장)의 행보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우방, 우방산업, 우방건설산업, 우방건설의 매출액은 6092억원으로 전년 4617억원 대비 무려 30.95% 증가했다. SM그룹의 지난해 매출 2조4500억원, 영업이익 1900억원, 당기순이익 1600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SM그룹은 법정관리 중인 경남기업에 M&A 전에 뛰어 들었다. 경남기업을 품에 안을 경우 중견 건설사로 발돋움할 교두보가 마련된다.

세운건설(봉명철 회장)은 위에 있는 2인방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는 아직 미약하지만, M&A 시장서의 행보는 가히 독보적이다. 세운건설이 인수한 금광기업과 남광토건의 지난해 매출액은 260억원으로 전년도 156억보다 100억가량 증가했다. 세운건설은 극동건설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면서 중견 건설사 3곳을 거느린 종합건설사로 자리매김했다.


3인방은 하나같이 호남을 모태로 한 무명기업이었으며, 자수성가형 회장들이 이끌고 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1961년생 전남 보성 출신이다. 그는 조선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뒤 중소건설사서 일하다가 호반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의 첫 사업은 광주 북구 삼각동의 호반맨션아파트 149가구였다. 변두리지역이라 수요가 많지 않았으나 아파트 완공 직전 살레시오고와 전남공고 등 시내 고등학교들이 주변으로 이전하는 계획이 발표됐다. 덕분에 호반이 세운 아파트는 완판됐다.
 

김 회장은 호반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금융업을 시작했다. 지금 호반건설은 호반이 설립한 호반건설산업이 모체다. 호반건설산업은 현대파이낸스라는 이름으로 1996년 설립됐다. 김 회장은 이듬해 현대파이낸스의 회사이름을 현대여신금융으로 변경하고 할부금융 사업을 펼쳐나갔다. 그러던 중에 IMF사태가 발생했다. 하지만, IMF사태는 김 회장에게 기회였다.

현대여신금융은 1999년 신화개발주식회사로 회사이름을 변경하고 호반의 건설사업부문을 인수했다. 그리고 2000년 이름을 호반건설산업으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건설사업 확대에 나섰다. 김 회장은 IMF사태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자 여러 곳에 땅을 사 ‘호반리젠시빌’이라는 이름으로 주택분양사업을 펼쳤다. 호반건설의 기반은 광주였지만 이때부터 울산, 대구, 천안 등 전국적으로 사세를 확장해갔다.

중견 3인방 호반건설·SM그룹·세운건설
‘죽어라 죽어라’ 건설 불황에도 파죽지세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1953년 전남 고흥 출신이다. 그는 광주상고와 광주대 건축공학과, 조선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1988년 삼라건설을 설립하고 광주와 전남 일대 아파트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삼라건설은 승승장구했다. 90년대 광주에서는 아파트 붐이 크게 일어나 삼라건설이 분양한 아파트는 불티나게 팔렸다. 이 때문에 분양만 하면 팔린다는 말까지 나와 SM건설은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990년대 중반 외환위기가 닥쳤지만 위험을 대비해 둔 덕분에 2000년대에는 수도권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당시 경영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이 보유했던 수도권 택지들을 헐값에 내놨는데 삼라건설은 이 땅을 하나둘 인수했다. 이를 기반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인천, 용인, 구리 등 수도권은 물론 서울시에도 삼라건설의 아파트를 선보일 수 있었다.
 

봉명철 세운건설 회장은 1961년 전남 화순 출신이다. 봉 회장은 1995년 전남 화순에 세운건설을 설립했다. 현재도 화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주요 업종은 도로건설업과 지역 토목공사 등을 맡고 있다. 세운건설은 아직까지도 건설업계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세운건설이 세간에 알려진 건 2012년 2월 자신보다 10배 이상 몸집이 큰 금광기업을 집어삼키면서부터다.

3인방이 M&A를 통해 전국구 건설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몸집을 불리려는 배경은 종합건설사로써 위상을 갖추고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호반건설은 그동안 꾸준히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최근 울트라건설 인수를 위한 본계약까지 체결했으며 현재 인수가격을 놓고 조정 중이다. 울트라건설은 1965년 설립돼 토목, 관급 주택건설 도급사업이 주력인 중견건설업체로 2014년 연간 매출의 약 82%를 관급공사로 달성했다.

공격적 M&A
사세 급성장

업계에선 호반건설이 향후 굵직한 건설업체 인수합병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울트라건설 인수에 적극적인 것은 사업 확장을 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또 최근 강점을 보이고 있는 주택사업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호반건설이 아파트 건설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 때문에 토목 등 사업다각화를 이루는 데 관심을 가져왔다”며 “최근 울트라건설을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향후 굵직한 건설업체 인수로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TOP10 진입도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호반건설은 이 외에도 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중견 건설사 인수전에 뛰어들어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해 초부터 쌍용건설, 금호산업, 동부건설 등 건설사는 물론 쉐라톤 인천호텔(대우건설)과 파르나스호텔(GS건설) 등의 인수 후보로도 끊임없이 거론됐다. 특히 금호산업 매각 전에는 단독으로 나서 6000억원이 넘는 응찰가를 써내 막강한 자금력을 과시했다.
 

SM그룹은 올해만 3개의 건설사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항만 및 하천 준설 토목공사 분야서 기술력을 보유한 비상장사 태길종합건설을 인수했다. 올 들어 성우종합건설과 동아건설산업에 이어 세 번째 건설사 인수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성우종합건설은 올해 초부터 추진한 공개매각이 무산되면서 회사 청산 위기까지 몰렸지만 SM그룹이 인수자로 나서면서 기사회생하게 됐다. 법정관리 건설사 5~6개를 인수해 하나로 합쳐 대형 건설사로 키우겠다는 우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법정관리 건설사들을 줄줄이 인수하면서 SM그룹이 대형 종합건설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에 한발 다가섰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미 SM그룹은 M&A업계에서는 큰손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주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들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계열사를 17개(건설사 및 다른 업종 포함)까지 늘렸다.

세운건설의 M&A 행보는 가히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였다. 세운건설은 2012년 지역 대표 건설사였던 금광기업을 인수하면서 지역사회를 놀라게 했다.


지방 무명서…
전국구 발돋음

세운건설은 당시 시공능력평가액 378억원으로 전국 440위였다. 금광기업은 시공능력평가액이 세운건설의 11배가 넘는 4310억원(55위)이었다. 법정관리 중이긴 했지만 당시 시공능력평가액 전남 1위 대표건설사였던 금광기업을 세운건설이 집어삼켰다.

금광기업은 세운건설로 인수된 직후 법정관리서 벗어나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들어갔다. 세운건설은 최근 금광기업의 옛 주인인 송원그룹의 소송도 뿌리치고 소유권을 확고히 했다.

인수합병은 시공능력평가액 59위인 남광토건으로 이어졌다. 토목공사에 주력했던 남광토건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2010년 워크아웃에 들어갔으나 장기간 정상화되지 못하면서 2014년 8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세운건설은 지난해 금광기업·오일랜드 등과 컨소시엄을 꾸려 유상증자와 출자전환을 거쳐 남광토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세운건설의 M&A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시공능력평가액 44위인 극동건설로 계속됐다. 극동건설은 웅진그룹 산하에 있던 중 2012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건설사.세운건설 컨소시엄은 지난해 12월 극동건설과 투자계약을 체결하며 인수합병을 추진해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개시 결정도 받아냈다.

법원이 회생계획안을 인가하면서 세운건설은 극동건설까지 품에 안았다. 세운건설이 금광기업·남광토건·극동건설까지 모두 인수하면 시공능력평가액만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30위권의 이내의 대형건설사로 올라섰다.


이들 3인방의 광폭행보에 업계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자칫 잘못했다가는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승자의 저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요즘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서 무리한 인수합병은 자칫 건실했던 모기업을 부실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이었다. 2006년 대우건설을 사들였다가 그룹을 통째로 위기에 빠뜨렸다. 이뿐만 아니라 굴지의 조선사들을 거침없이 인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던 STX그룹의 침몰 역시 대표적인 승자의 저주 사례다. 이들 3인방이 이런 선례에서 자유롭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너무 빠른 거 아냐?”
오버페이스 우려도

호반건설의 곳간이 넘친다고 하지만 호황기를 지난 주택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사업 다각화를 위해 무리하게 인수전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전히 주택시장의 비중이 높은 호반에게 이런 M&A가 부담될 수 있다는 시각이 다분하다.

SM그룹의 무분별한 M&A에 대해서도 걱정이라는 시각이 많다. 특히 그룹의 기존 사업과 큰 연관성이 없는 기업들을 인수하고 있는 점은 위험요소로 꼽힌다. 앞서 2011년 SM그룹은 유압기 부품 계열회사인 태주를 인수했지만, 그룹 관리 아래 법정관리에 돌입하기도 했다.

법정관리가 진행돼 어느 정도 부실이 정리된 매물들만 인수했던 만큼 실제 기업회생 능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SM그룹은 계열사 간의 연결고리도 상당히 약한 구조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세운건설의 행보 역시 거침없고 성공적인 듯 보이지만, 일부의 우려섞인 눈빛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먼저 세운건설이 피인수기업의 경영 안정화보다는 추가 M&A에만 몰두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실제로 금광기업은 인수 첫해인 2012년에 전년보다 매출이 22.52% 줄었다. 그 후 지난해까지 역성장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12년부터 3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실적은 악화되고 있는데 M&A에 투입돼 비중 있는 역할을 담당했다. 금광기업은 남광토건에 100억원, 극동건설에 107억원을 투자했다.

인수 초기에 잡음이 발생하고 있는 점도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세운건설은 남광토건을 인수한 뒤 광주지점 설립을 추진했다. 그리고 영업 등 일부 부서만 제외하고 본사 인력들을 광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남광토건 노조는 인력 구조조정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광폭 행보에
불안한 시선

극동건설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극동건설 노조는 세운건설이 인수하면 남광토건처럼 될 것을 우려, M&A 반대를 표명했다. 그리고 올해 초 서울시 서초구 금광기업 서울사무소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였다. 무서운 속도로 영토를 확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의 불안한 시선을 떨쳐 내는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내 건설경기 전망 “더 안 좋아진다” 

국내 건설경기를 이끌던 주택산업의 위축으로 2018년에는 국내 건설업계가 수주불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원장 이상호)은 19일 배포한 ‘국내 건설경기 하락 가능성 진단’보고서에서 “2016년 국내 건설수주는 123조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0% 이상 크게 하락할 전망”이라며 “2017년 이후에도 향후 2∼3년 간 감소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건산연은 작년 건설수주 호조를 이끌었던 민간주택 부문이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2018년 수주불황 경고
20%↓ 주택산업 위축?

올해 부문별 국내 수주 전망은 공공 41조 8000억원, 민간 81조2000억원으로 전망됐다. 이전 각각 전년대비 6.5%와 28.3% 줄어든 것으로 민간 부문 중 주택 수주예상치가 전년대비 29% 줄어든 48조 1000억원으로 나온 영향이 컸다.

문제는 주택수주 전망이 갈수록 어둡다는 점이다. 건산연은 신규 주택 공급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늘었고 작년 신규주택 분양이 역대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공급과잉 압력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방 주택입주물량은 2014년 이후 4년 연속 역대 최고수준인 점도 부정적 요인으로 꼽혔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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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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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