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조선족 타운’ 한국인 역차별 실태

중국인 밀집지역에 한국인 출입금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서울 속에 작은 중국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 거주 조선족들이 나날이 늘어가면서 영등포, 금천, 구로구에 자리하고 있는 일명 ‘조선족 특구’가 넓어져 가는 추세다.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중국의 친·인척들을 불러들이는 조선족의 특성에 지역 거주민들은 희비가 엇갈린다. 사람이 늘어 상권은 살아나지만 그외의 문제들이 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조선족 특구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남구로역으로 향했다. 역에서 내려 밖을 나서니 붉은 간판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중국어와 한글이 섞여있는 간판이 대부분이었다. 알아듣지 못할 중국말와 미묘한 억양의 한국말이 어지럽게 들려왔다. 스쳐 지나가면 외국어로 착각하고 지나갈 듯한 위화감마저 느껴졌다.

붉은 간판 가득
중국에 간 기분

조선족들이 많이 자리하고 있는 연변거리를 방문하기 위해 한 행인에게 길을 물었다. 연변거리는 가리봉시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자 그는 아래쪽에 보이는 가리봉시장을 가리키며 “여기도 저기랑 같다”고 답했다.

굳이 구분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뉘앙스의 답변이라 남구로역 위쪽으로 나 있는 길가도 마찬가지냐고 묻자 그렇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지역에 대해 잘 아는 걸 보니 인근 거주자가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곤 제 갈 길을 갔다. 오후 2시가 좀 넘은 시간임에도 식당에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보였다.

가리봉시장을 들어서면 이곳이 한국인지 중국인지 혼동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간판은 중국어로 되어있고 좌판에는 월병 등 중국음식을 판다. 심지어 중국가게에는 개구리 뒷다리나 곤계란(부화 직전의 달걀을 삶은 음식) 등 국내에서 찾기 힘든 기호식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식당에선 문을 열어 놓고 손님을 맞이하다 보니 향신료 냄새가 길가로 퍼져 나오기도 했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익숙한 듯 편안해 보였다. 한국사회정착학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리봉동은 갓 한국으로 온 조선족들이 선호하는 첫 정착지라고 한다. 초기 정착에 필요한 인력 시장이 형성돼 있고 교통 접근성이 좋으며 상대적으로 물가와 주거비 등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한 지역이 중국처럼 변한 것은 그만큼 해당 구역에 조선족들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소수였던 조선족들이 다수가 되어 그들만의 타운을 형성해 주위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는 지역 거주 한국인보다 조선족들이 많은 경우도 있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월1일 기준 국내에 거주하는 조선족은 69만명으로 국내 거주 전체 외국인 주민의 40%에 가까운 수치라고 한다. 해마다 조선족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불어나는 ‘그들만의 구역’ 매년 팽창세
전용 PC방까지 생겨…연변 현지 방불케

신대방 조선족 특구에 살고 있는 A씨는 조선족들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 “여기(신대방)는 이미 다 먹혔고 신대방역이랑 구로디지털단지 사이도 다 이제 조선족이에요. 이젠 난곡사거리 넘어서도 조선족들이 있을 걸요? 그쪽은 아직 가게가 없을 뿐이지 애들(조선족) 많이 살아요”라고 답했다.

이어 “피해 간다고 이사 했는데 몇 년 새에 또 근처로 올라 왔다”며 매년 넓어지는 조선족 특구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또 최근엔 조선족들에게 역차별 받는다는 한국인들도 있다.

일각에서는 “PC방을 갔더니 중국인 전용이라며 내보낸다” “식당에 들어가면 주문을 받지 않고 일부로 중국어를 사용한다”며 역차별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PC방에 대한 문제를 확인하고자 중국어로 쓰여 있는 PC방을 방문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들이 중국어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부의 모습은 다른 PC방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카운터에 ‘한국인도 와서 이용하나’라는 질문을 하니 그렇지 않다는 답변을 얻었다. 카운터를 담당하는 사람도 조선족이었다.

그는 “한국인들이 어쩌다가 오기는 하지만 우리는 외국인(중국인) PC방이라 프로그램이 달라서 사용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PC방에서 한국인을 받지 않는다는 소문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엔 “어차피 와도 사용을 못하니 되돌려보낸다”고 답했다.

무서운 거리
점차 슬럼화

어떤 프로그램을 한국인이 사용하지 못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PC에 접속을 해보니 중국 프로그램들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제외하고 다른 점은 없었다. 다만 PC방을 가는 주 목적인 게임 실행을 할 때 중국 클라이언트로 설치돼 있어 한국 클라이언트를 받아 설치해야 한다는 점 외에는 다른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키보드는 국내와 같은 자판을 사용하고 있었다. 다른 외국인 PC방에서도 한국서 쓰는 키보드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답변을 얻었다. 한 매장에선 카운터에 질문을 하던 도중 가까이 있던 고객이 벌떡 일어나 쳐다보는 상황도 있었다. 더 정확한 파악을 위해 다른 특구도 방문하기로 했다.

신대방에 있는 외국인 PC방 매장 주인은 한국 손님들을 받지 않는다는 말에 “굳이 손님들이 온다면 말리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프린트 등 문서작업을 하려고 오면 거부하는 편”이라며 '한컴'과 같은 문서 프로그램이 깔려있지 않아 프린트가 용이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잘 안 될게 뻔한데 손님을 받아서 굳이 욕먹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찾아가기 불편한 식당들 빼곡
삥땅·무전취식 등 민심 불안

이번엔 식당의 손님 거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5일, 다시 조선족 특구로 향했다. 본격적으로 폭우가 내리고 있어 사람들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전날보다 많은 사람들이 식당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인 손님을 받지 않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가리봉시장, 대림역 8, 12번 출구 앞 장터, 신대방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식당에 들어가 봤다.

한 식당에서는 정확한 판별이 불가능했다. 종업원이 한국어를 모르는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 것이다. 어느 정도 알아듣는 눈치긴 했으나 종업원은 손사래를 치며 모른다는 제스쳐를 취하기만 했다. 근처의 다른 식당도 비슷했다. 어떤 종업원은 이 질문에 “나는 아무 것도 몰라, 사장이 아니라서 모른다”며 무작정 대답을 회피했다.

조선족이 많이 살고 있는 곳으로 유명한 대림에선 다른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지 않다. 신경이 쓰이는 건 사실이고 우리(조선족)랑 안 맞아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먹겠다고 왔는데 왜 막겠느냐”고 말했다. 가게 주인은 메뉴판을 가리키며 한국인 손님을 받지 않을 생각이었으면 메뉴판에 한국어를 집어넣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밉보이면 끝”
지역상권 점령

지역 주민들이 느끼기엔 어떤지 알아보기 위해 한국인 거주자를 찾아보았다. 30~40분쯤 돌아다니다 세탁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세탁소 주인은 “이 지역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80% 정도가 조선족”이라고 했다. 이어 “대부분의 장사는 다 조선족이 한다고 보면 된다. 음식은 물론 옷가게 등 장사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조선족들이 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왜 한숨을 쉬냐는 질문에 그는 “여기는 조선족이 많아서 밉보이면 큰일 난다. 근처에 있던 가게는 조선족들한테 밉보인 뒤로 손님이 없어져 문을 닫았다”고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토로했다.
 

택시정거장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택시기사에게 조선족 손님들은 어떤지 물었다. 그러자 택시기사는 손사래를 치며 “걔들(조선족) 갑질이 진짜 심하다. 일단 타고 행선지를 말하는데 모른다면 모른다고 화를 내고 막히면 막힌다고 막 화를 낸다. 한국사람 갑질은 양반”이라고 말했다. 기존 한국인 거주자들이 조선족이 늘어나며 느끼는 박탈감은 생각보다 큰 듯했다.

대림동에 이어 신대방동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그 안에서 생각보다 많은 조선족들을 볼 수 있었다. 어떤 이는 핸드폰으로 중국어 텍스트를 보고 있었고 초등학생으로 짐작되는 아이들은 한국어와 중국어를 번갈아 쓰며 이야기를 나눴다.

가리봉서 대림, 그리고 신대방으로 이어지는 지역에 조선족들이 많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상기됐다. 자연스럽게 지역에 녹아있는 모습에서 위화감을 느낄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가
무시당해 되겠습니까”

신대방역서 난곡사거리 방향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한 식당들은 ‘한국인 손님을 노골적으로 거부한다’는 소문과 딴판이었다. 한국어 메뉴판이 있는 곳은 몇 곳 없었지만 매장에는 어설프게라도 한국어로 메뉴 이름들이 쓰여 있었다. 종업원에게 ‘한국인 손님이 자주 오냐’는 질문을 하니 가끔 술집에서 술 먹고 온다고 답했다. 종업원은 “(조선족)손님들이 더 많아 한국인 손님들이 오면 불편해서 쳐다보곤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족 식당을 방문하는 한국인들을 찾기 위해 인근을 돌아다녔다. 난곡으로 가는 길에는 찾을 수 없어 대림역 방향으로 들어갔다. 몇 명의 한국인들에게 ‘조선족 식당을 방문한 적이 있냐’는 질문을 했지만 “전혀 가볼 생각이 없다. 그런 데를 왜 가나”는 대답만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다 한 편의점서 아르바이트한다는 B씨를 만났다. 신대방에 거주하고 있다는 B씨는 조선족 식당에 가끔씩 친구들과 방문한다고 말했다.

‘가 보니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느냐’는 질문에 B씨는 식당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처음엔 중국에 가지 않아도 진짜 중국음식을 식당에서 먹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B씨도 거북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다니다 보니 어느 새 익숙해져 가게 주인과 안면을 트는 사이가 됐다. 지금은 방문하면 가게 주인이 B씨에게 좋아하는 메뉴를 먹을 거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럼 어떤 점이 제일 불편하냐’는 질문을 하자 B씨는 “다른 손님들이 오면 좀 묘해요. 주인처럼 얼굴을 아는 것도 아니고 한 가게서 서로 다른 말 하고 외지인이 된 기분을 느껴요”라는 대답을 했다.

늘어난 조선족에 대한 생각을 듣기 위해 신대방역서 오랫동안 장사했다는 한 식당을 찾았다. 식당 주인은 “일부라곤 하겠지만 민폐를 끼치는 조선족들이 싫다”며 자신이 겪은 일들을 들려줬다. “주방 보조로 쓰면 가끔 삥땅(돈을 빼돌리는 행위)도 치고 손님으로 오면 무전취식 하려고 한다. 무전취식의 경우 돈을 달라고 하니 언젠가 때가 되면 내가 다 너희 XX들 죽여버린다고 겁박도 줘서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야기였다.

흥미로운 이야기도 들었다. 장사는 잘 되는데 수입이 고생하는 것에 비해 없다는 것. 가게주인은 “가격이 좀 세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가격도 싸고 양도 많아야 한다. 전에 물가가 올라 1000원을 올렸더니 손님이 뚝 떨어졌었다”며 이 지역에서 장사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민폐 끼치는
그들이 싫다”

신대방역은 다른 지역들보다 대로변서 조선족들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든 편이었다. 지나가다 들려오는 중국어와 낯선 억양이 조선족임을 알 수 있게 했다. 예쁘게 치장한 아가씨들이나 등가방을 메고 소란스럽게 친구들과 떠드는 아이들이 중국말을 쓸 때면 당혹스럽기도 하다. 중국어로 이야기하다가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지나가는 순간 한국어로 말을 바꾸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차단기가 올라갔다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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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