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당첨' 불행한 이야기

돈과 행복, 당신의 선택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로또'하면 인생역전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닌다. 그만큼 타 복권보다 높은 당첨금을 받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당첨 금액이 많이 낮아졌지만 여전히 로또는 인생역전의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낮은 확률을 뚫고 당첨된 행운아들이 있지만 이들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다. 이들 중 당첨이라는 행운과 동시에 불행도 함께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로또 1등 당첨자는 인생 역전 주인공이 되어 행복할 것으로 보인다. 비 당첨자들이 보기엔 부럽기만 한 상황이다. 그러나 당첨자 일부는 나름의 사정으로 불행한 결말을 맞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생긴 돈에 가족과 지인을 잃고 인생을 낭비하게 된 사연들을 소개한다.

[노모 방치]
[그리고 외면]

지난 5일, 경남 양산시청 현관 앞에서 A 할머니와 딸2명이 “패륜아들을 사회에 고발합니다”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피켓에는 로또 40억원에 당첨된 아들이 엄마를 버렸다는 내용도 적혀있었다. 이 시위 사진은 SNS에도 올라가 화제가 됐다. 당시 A 할머니는 “집에 찾아간 엄마를 주거침입죄로 고발했다. 손자·손녀를 키워줬는데도 엄마를 버렸다”고 억울해했다.

A 할머니의 아들 B씨는 지난달 23일,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됐다. 총 당첨금은 40억원으로 세금을 제외한 27억3000여만원을 수령했다. B씨는 이를 여동생 등에게 알린 뒤 부산에 거주하는 어머니의 집으로 내려간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했다. B씨에게는 누나 1명과 여동생 3명이 있다. 이들 남매는 어머니의 봉양 문제를 논의했는데 여기에서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A 할머니의 딸과 사위는 어머니의 봉양을 B씨에게 요구했다.


B씨는 이혼 후 혼자여서 어머니를 모시기 힘들다며 양로원에 보낼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에 화가 난 B씨는 가족에게 행방을 말하지 않은 채 양산으로 이사한다. 한편에선 B씨가 당첨금을 제대로 나눠주지 않은 것이 갈등의 원인이라는 말도 있다.

가족들은 B씨의 행방을 수소문해 그를 찾아갔다. 집을 찾아가도 B씨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열쇠수리공을 불러 도어락을 강제로 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도어락이 부서졌다. B씨가 A할머니 등 가족을 주거침입죄로 경찰에 고발하자 A 할머니 등 가족들은 양산구청과 아파트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게 된다.

[무려 189억원]
[5년만에 소진]

A 할머니는 부산에서 단독주택 방 2칸을 얻어 보증금 500만원에 월 임차료 20만원을 내며 어렵게 살고 있다. A 할머니의 사위 C씨는 “장모가 지난 6월 뇌졸중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딸들이 병원 수발을 했지 B씨는 하지 않았다. 장모를 모셔간다 해놓고 내팽개쳤다”고 주장한다. A 할머니 가족은 그동안 할머니가 손주들을 돌봐줬기 때문에 최소한 아들이 집은 마련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십억이라는 당첨금으로 인해 한 가족의 파탄 난 셈이다.

지난 2014년에는 국내 로또 사상 역대 두 번째로 큰 당첨금을 받은 행운아가 경찰에 붙잡힌 일이 있었다. 당첨금은 총 242억원으로 알려져 있어 진정한 인생역전의 주인공이라는 말도 나왔다. 지난 2003년 로또 1등에 당첨된 A씨는 세후 당첨금 189억원을 받았다.

그가 모든 당첨금을 소진하기까지는 5년이라는 시간이면 충분했다. 당첨금을 수령한 A씨는 곧바로 서초구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 2채를 샀다. 당시 이 아파트는 한 채당 20억으로 40억을 들여 자신의 집을 마련했다.

꿈만 같던 인생 역전? 이내 인생 반전
가족끼리 분쟁…남보다 못한 사이로


후로 그의 수중엔 149억원이 남았다. 지난날 특정 직업 없이 주식 소액투자로 생활하며 사업가의 꿈을 꾼 그는 병원 설립 투자금 40억원을 지출한다. 지인에게 20억을 맡겼지만 뒤통수를 맞아 돈을 잃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수중엔 89억이 남았다.
 

그는 다시 주식으로 눈을 돌린다. 소액투자로 생활하던 그에겐 충분히 큰 금액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전후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서 주식에 돈을 넣었던 A씨는 돈을 탕진하게 된다. 심지어 병원 설립에 투자한 40억원도 서류상의 문제로 돌려받지 못했다.

수중의 돈이 전부 사라졌지만 A씨에겐 여전히 아파트 2채가 남아 있었다. 그는 아파트를 담보삼아 주식투자에 다시 도전한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아파트는 넘어가고 1억3000만원이라는 빚도 생겼다. 당첨금을 수령한지 5년 만에 억소리나는 빚까지 생기고 만 것이다.

이에 A씨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 등에서 자신을 ‘펀드 매니저’라고 소개하며 상담을 시작한다. A씨는 채팅을 통해 알게 된 B씨에게 접근해 로또 당첨금 원천징수영수증과 아파트의 매매계약서 등을 보여주며 선물투자를 권유했다. 선물투자는 상품의 미래 가치를 예측해 투자하는 것으로 상품이 앞으로 생산될 것으로 믿고 투자하는 방식이다.

B씨는 선물투자가 손실 위험성이 큰 만큼 망설였지만 A씨가 자신에게 돈이 있는 만큼 손실이 나더라도 손해보지 않게 해주겠다고 하며 1억2200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A씨는 오히려 빚을 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A씨는 B씨로부터 돈을 돌려달라는 독촉을 받자 ‘민사소송서 이기면 15억원을 받을 수 있다’고 속여 2600만원을 더 챙기기도 했다. B씨는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A씨를 고소하기에 이른다.

A씨는 잠적하게 되고 부동산중개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찜질방 등을 전전하다 경찰에 체포된다. 그렇게 A씨의 로또 인생역전은 초라하게 마무리됐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복권에 당첨된 이후 가족들과도 떨어져 혼자 살았다”며 “피해금액을 갚으면 불구속 재판을 받을 수 있지만 김씨가 계속 갚을 수 있다고 주장만 할 뿐 실제로 갚을 능력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고 전했다.

[중국집 배달원]
[폭행 전과자로]

지난 2011년, 중국집 배달원이 로또 1등에 당첨돼 19억원을 손에 쥔 일도 있다. 배달부 A씨는 당첨금을 수령한 뒤 일하던 중국집에 200만원이 넘는 오토바이를 쾌척하고 직원과 주인에게 돈을 준 뒤 떠나 미담을 뿌리기도 했다. 그는 형제들에게도 당첨금을 나눠주며 베푸는 모습도 보여줬다. 그러나 지난 2012년 A씨는 경찰서에 폭행혐의로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 그는 아내가 자신 몰래 1억원을 썼다는 이유로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따르면 아내는 돈을 헤프게 쓰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A씨가 돈을 물 쓰듯 쓰고 다녔다. 술집 탁자에 100만원을 꺼내 놓고 (술집)여자들을 다 불러서 노는 등 비슷한 행위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장에 돈이 사라지게 되자 돈을 빼돌렸다며 자신을 폭행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A씨가 몸을 묶고 담뱃불로 지지거나 칼로 찌르기까지 했다고 증언한다.

프로그램 제작진에 따르면 A씨의 주장은 다르다. A씨는 아내가 돈을 빼돌린 사실을 무마하기 위해 자신을 자극해 폭력 전과자로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A씨를 체포했던 경찰은 A씨가 매우 피폐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어떻게 네가 날…]
[아내가 들고 튀어]

로또 당첨으로 인해 20년간 같이 산 아내에게 배신당한 사례도 있다. 소금장수 A씨의 이야기다. A씨는 소금을 트럭에 싣고 전국을 누비며 파는 일을 업으로 삼았다. 그는 어느 날 로또를 사서 아내에게 당첨번호를 불러달라고 부탁했다. 아내가 맞힌 번호는 1등에 당첨됐다. A씨는 한참 뒤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이 당첨된 복권을 샀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해 당첨금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 없었다.
 


이후 아내는 A씨에게 접근금지가처분 신청을 하고 이혼신청을 한다. 이에 A씨는 재산분할과 양육권을 놓고 소송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A씨는 아내의 통장을 확인하게 되고 아내가 당첨금을 수령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내는 1년간 그에게 당첨 사실을 숨겨왔던 것이다.

아내가 당첨금 빼돌려 도주
오래가지 못한 일가족 몰락

A씨는 전부터 이상한 낌새를 느끼긴 했다고 한다. 집안일만 하던 아내가 성형수술을 하거나 명품 가방을 사는 등의 행동을 보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밤에 나가서 아침에 술을 잔뜩 마시고 들어오기도 했다. 자식들에게 물어보니 누구랑 나갔다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로또에 당첨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결국 A씨는 아내와 결별하고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신용불량자가 됐다.

A씨의 아내는 10억이 넘는 오피스텔의 주인이 되어 자식들과 함께 살고 있다. 아내는 더 이상 A씨를 만나려 하지 않고 지쳐버린 A씨는 모든 소송을 포기한 상태다. A씨는 자신이 돈을 넉넉하게 가져다주지 못해 로또에 당첨된 후 이런 일이 생겼다며 자책했다.

1등 당첨금 25억원가량을 받은 A씨가 지난 2012년 한 대중목욕탕서 목을 매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A씨는 주점사업을 하고 있던 영세업자로 지난 2007년,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주점을 접었다. 그가 수령한 액수는 세후 18억원으로 A씨는 일부를 가족에게 건네고 나머지 금액을 사업에 투자했다.

[빚까지 떠안고]
[목욕탕서 목 매]


주식투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가 시도한 사업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수천만원의 빚까지 떠안았다. 이어진 생활고로 가정불화가 심해져 아내가 떠나고 자녀와도 떨어져 혼자 사는 처지로 전락했다.

결국 A씨는 상황을 비관해 자살을 선택하게 된다. 경찰에 따르면 A씨가 자살한 시점은 점심시간으로 목욕탕에는 손님이 없었다고 한다. A씨는 출입문을 잠그고 준비한 노끈으로 목을 맸다. 유서는 따로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A씨의 유족은 “당첨금을 모두 날린 A씨는 가족들에게 돈을 빌릴 만큼 어려운 처지였다”며 “가족과도 떨어져 지내고 빚더미에 오르자 우울증세를 보였다”고 진술했다.

어린 나이에 당첨 돼 씀씀이를 주체하지 못하고 탕진한 뒤 절도범이 된 사례도 있다. 지난 2006년 로또 1등에 당첨된 A씨의 이야기다. 그는 당시 미혼에 20대 중반으로 우연히 로또를 샀다가 당첨됐다. A씨가 수령한 금액은 세금을 제한 약 13억원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첨금을 수령하자 유흥주점과 강원랜드를 돌며 흥청망청 돈을 썼다. 카지노서 많게는 하루에 3억원을 잃기도 했다. 결국 A씨의 행복은 4년이 지나지 않아 사라지게 됐다.

A씨는 지난 2010년 돈이 떨어지자 절도에 눈을 돌리게 된다. 그는 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휴대폰을 대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당시 시가 300만원이던 최신 스마트폰 2대를 들고 맞은편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계약서를 쓰자며 거짓말을 한 뒤 달아났다. 다른 매장에서는 종업원에게 사장과 전화연결을 해달라며 휴대폰을 넘겨받은 뒤 도망가기도 했다.

[“당첨 안 됐으면]
[평범하게 살았다”]

그는 훔친 휴대폰을 장물업자를 통해 돈으로 교환했다. 신형의 경우 최대 100만원, 중고일 경우 최소 30만원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A씨가 훔친 휴대폰은 시가 1억3000만원에 달한다. A씨는 지난 2010년 절도와 사기혐의로 지명수배되자 도피에 들어갔다. 그는 도피를 하며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과 대포차량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도피 중에도 로또와 스포츠토토 등 복권을 구입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4년만에 경찰에 붙잡히게 된다. 그는 경찰에서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으면 평범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A씨는 당첨 이후 당첨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우울증 약물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찾아가지 않은 로또 당첨금은 얼마?

지난 3년간 로또 당첨자가 당첨금을 찾아가지 않아 모인 금액이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6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로또에 당첨되고도 찾아가지 않은 당첨금은 지난 2013년 504억400만원, 2014년 441억6500만원 2015년 437억6800만원 등 총 1383억3700만원이었다.

미수령 당첨금의 대부분은 5등에서 나왔다. 당첨금이 5000원인 5등 미수령금은 지난 3년간 884억1400만원으로 전체 미수령 당첨금의 63%를 차지했다. 당첨자수는 1768만여명으로 집계됐다. 당첨금이 5만원인 4등의 경우도 미수령 당첨금의 12%를 차지했다. 4등 미수령액은 166억3600만원에 달한다. 놀랍게도 1등 미수령 당첨자도 꽤 있다. 지난 2013년엔 6명 2014년은 3명이나 된다. 지난해인 2015년엔 4명이 당첨금을 받아가지 않았다.

로또 당첨금은 당첨 이후 1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끝난다. 당첨자가 찾아가지 않은 당첨금은 정부 기금으로 편입돼 사회 소외계층 지원사업에 활용된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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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