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신고 포상금제도’ 속칭 파파라치 제도는 암암리에 자행되는 불법적 요소들을 적발하고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노래방을 감시하기 위해 활동하는 파파라치들은 ‘노파라치’라고 불리기도 한다. 파파라치 제도는 지자체의 허가가 있어야 상금을 받는다. 허가가 떨어지지 않은 파파라치 활동은 민원에 불과하다. 이에 업주들은 상금과 관계없이 활동하는 노파라치 활동에 의문을 품고 있다.
사회 곳곳에서 자행되는 불법을 적발하기 위해 촬영 및 신고하는 파파라치 제도는 사회를 깨끗하게 할 수 있다며 국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파파라치 제도는 불법 쓰레기 투기 등 특정 범법행위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제도다.
파파라치 제도에는 의료계의 비급여 과잉 진료나 금융감독원의 불법금융 파파라치 등이 있다. 포상금을 노리고 범법행위를 신고하는 전문 파파라치도 생겼다. 그러나 노래방 파파라치 같이 포상금이 걸려있지 않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있다.
포상금 없어도 OK
최근 수도권 일대에 노래방(노래연습장)을 대상으로 불법행위를 신고하는 파파라치가 업주들 사이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2인1조로 추정되는 이 파파라치들은 해당 지역의 노래방을 돌아다니면서 노래방 도우미를 불러달라고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도우미가 오면 그들은 몰래 사진을 찍어 업소를 구청에 신고해 영업정지와 벌금을 물게 한다.
이에 해당지역 업주들은 힘들다는 반응이다. 그들은 도우미를 먼저 제의한 것도 아니라 손님으로 들어와 요구하기에 거절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한 업소 관계자는 “손님이 요구하는데 안 부르기 힘들다. 한 명의 손님이라도 단골로 만들어야 생활 유지가 되는데 어떻게 거부하겠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파파라치 제도가 나쁜 취지로 만들어진 게 아닌 것은 안다. 그러나 영세사업자를 대상으로 과하게 신고를 한다. 빠듯한 생활이 더 힘들어 진다”며 속내를 토로했다.
비슷한 사례로 한 노래방은 여성끼리 놀러온 일행이 다른 호실의 남성들과 합방해 같이 노는 모습이 오해를 받아 신고당하도 했다.
신고를 당하면 업주들은 피해가 막심하다. 가장 피해가 큰 것은 영업정지라고 한다. 노래방 도우미를 부른 것이 포착돼 신고가 들어가면 벌금과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1년에 3번의 신고를 받으면 폐업을 해야 한다. 문을 열지 못하니 단골손님도 빠지고 임대료도 밀린다. 한 번이라도 신고를 받아 영업정지가 되면 그 기간 동안 돈을 벌지 못해 점차 하락세에 빠질 수밖에 없다.
포상금 노린 전문 파파라치 활개
놀 거 다 놀고…막판에 슬쩍 고발
일각에선 노래방 파파라치가 포상금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신고를 하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개인의 철저한 법치정신에서 출발했을 수도 있지만 다른 노림수가 있지 않겠냐는 주장이다. 경쟁업소를 죽이기 위해 고용된 사람이 아니냐는 말도 있다. 아직 해당 파파라치에 관해 알려진 것은 2인1조로 움직인다는 사실밖에 없다. 업계에선 계속해서 의혹과 손님에 대한 불신만 커가고 있다.
노래방 파파라치의 경우 협박성 내지 경쟁업체의 사술적인 의미가 강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는 지난 2012년에 일어난 노래연습장과 유흥업소 사이서 일어난 분쟁과 연계돼 나온 의혹이다. 당시 노래연습장 측은 신고자에 대해 유흥업소가 파파라치를 고용해 신고를 했다는 주장을 했다. 전례에 비추어 볼 때 이번 파파라치 건도 고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에 힘이 쏠리고 있다.
노래방은 노래연습장과 유흥업소 두 분류로 나뉜다. 노래연습장은 술을 팔거나 도우미를 불러 영업을 할 수 없다. 유흥업소는 허가받은 도우미에 한정해 이용이 가능하다. 그들은 도우미 유치를 위해 타 업소보다 비싼 세금을 낸다. 그러나 유흥업소에 비해 싼 가격으로 노래연습장서 도우미를 부르는 행위는 관행처럼 계속 돼 왔다. 그러다보니 두 업계의 충돌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는 말도 있다.
이와 다른 의혹도 있다. 업자와 사이가 틀어진 건물주가 업자를 쫒아내기 위한 방편으로 활동한다는 것이다. 한 업자는 이와 관련해 “영업정지가 길어지면 결국 우리는 권리금도 포기하고 나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경우 건물주가 굳이 업자에게 그럴 필요가 있는가라는 반론도 있다. 굳이 잘 지내고 있는 업자를 쫒아내 다른 사람을 찾는 수고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영업정지 시 피해 막대
인근 유흥업소 의심도
파파라치로 인한 업소의 영업정지에 관해 오원택 행정사는 “이 같은 사례로 들어오는 일이 많다”고 했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는 지난 2015년 노래방 파파라치가 불법행위를 유도해 신고했다는 사례가 공개 돼 있다. 사건은 다음과 같다.
업소를 찾은 손님들이 업주에게 ‘도우미를 불러줄 수 없느냐’는 요청을 한다. 업주는 이 전까지 도우미를 알선하는 일을 하지 않았지만 매출을 올리고자 알고 지내던 지인을 호출해 주선했다. 이후 업주에겐 영업정지 40일이 선고됐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도우미를 부르도록 요청한 손님은 파파라치였다.
이에 업주는 행정청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행정심판위원회는 “업주가 업소 개업 이래 최초 위반이라는 점과 손님이 계획적으로 불법 행위를 유도했다는 점, 청구인의 생계곤란이 예상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업주의 청구가 일부 이유가 있다고 인정돼 영업정지 40일에서 20일 처분으로 변경한다”고 했다. 파파라치가 계획적으로 불법행위를 유도했다고 하지만 업주가 불법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기에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셈이다.
목적 오리무중
해당지역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파파라치의 정체나 활동 목적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추측으로 일관하고 있다.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꼬리 문 의혹에 예민해져 있기만 하다. 경기도 좋지 않아 한 명의 손님이 중요한 영세업자에게 함정을 파는 것은 영세업자들의 생활을 더 힘들게 한다는 한숨도 나온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전과자도 파파라치?
지난 7월13일 경기 군포경찰서는 여성 업주가 운영하는 노래연습장을 골라 술과 안주를 시켜 먹은 뒤 불법영업을 했다며 공갈 혐의로 A(41)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부터 안양과 군포, 의왕시 일대서 여성 혼자 운영하는 업소를 골라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불법영업을 신고하겠다며 6회에 걸쳐 140여만원을 갈취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과 42범으로 파악됐다.
지난 3월에는 충남 대전에서 공갈 혐의로 징역을 선고받은 B(43)씨도 있다. 그는 한 노래방에 들어가 도우미를 부른 뒤 도우미가 들어오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는 노래방 업주를 불러 “불법 노래방 영업을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17회에 걸쳐 3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았다. B씨는 교도소에서 출소해 누범기간 중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