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청와대 ‘불안한 동거’ 내막

벌써부터 ‘딴지’ 걸면 남은 2년 어떡하라고?

김대중(DJ) 정권 4년차인 2001년 DJ는 당시 여당인 민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한동 국무총리를 유임시켰다. 여당은 ‘DJP 공조’가 파기되자 자민련 몫인 이 총리의 해임을 거세게 요구했지만 DJ는 당의 요구를 일축하고 이 총리를 유임시켰다. 이 때문에 당시 김근태 최고위원은 이 총리 유임을 주도한 동교동계 해체를 주장했다. 노무현 정권 집권 4년차인 2006년에도 인사 문제를 둘러싼 당청 갈등이 불거졌다. 그해 3월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파동’이 불거지자 야당인 한나라당보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 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해 관철시켰다. 당시 노 대통령은 같은 해 7월 김병준 당시 대통령 정책실장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논문 이중게재 의혹에 직면한 김 부총리는 여당의 반대를 버티지 못하고 낙마했다. 한 달 뒤 노  전대통령 최측근인 문재인 전 민정수석의 법무부장관 기용설이 흘러나오자 여당은 또 반발했다.

‘당·청 갈등’ 결국은 대통령 인사 문제
청 “보온병에 한 방 맞았다” 한 “거수기 못해”

장관(급) 인사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MB정부 들어 여당이 청와대 결정, 특히 대통령 고유권한인 인사 관련해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경우는 없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지난 10일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에게 사퇴를 촉구한 것이 여당발 ‘거사(擧事)’로 규정되는 건 그 때문이다.

‘靑이 당 입장 고려 안한다’
4·27 재보선 앞두고 폭발

하지만 이는 그만큼 여당 의원들이 최근 정 후보자 내정을 둘러싼 민심 이반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반증이다. 친박계 의원들뿐 아니라 다수의 친이계 의원들도 고개를 가로젓는 상황이었다. 중립 성향의 한 의원은 “지역구에 내려가 지난 열흘 간 민심을 체감한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여권 내에서는 ‘청와대가 당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묵은 감정도 쌓여 있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청와대는 아무 생각 없이 (인사를) 하지만 이런 일이 당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면서 “선거가 점점 눈앞에 다가오니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선거를 앞둔 여당 의원들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는 판단에도 무게가 실린다. 이번 거사가 석 달 후에 있을 ‘4·27 재보선’과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행위라는 것이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자칫 야당이 대대적 공세를 가할 빌미를 제공하면 ‘민심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당 일각에서 “청와대에 끌려 다니거나 ‘거수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치명타를 입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수도권 특히 서울지역 출신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구 중 21곳에서 패했는데 현 지역 민심은 지방선거 때보다 더 악화됐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민심이 한나라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게 된 결정적 배경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이런 상황이라면 대통령과 맞서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 (당선에)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이후 MB정부 발탁 인사의 인사청문회 낙마율은 11.6%로 노무현 정부의 3.4%에 비해 세 배 이상 높다. MB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총리·장관·헌법재판관·검찰총장 등에 대한 인사청문 요청안은 총 60건이다. 이 중 인사청문회를 통과 못하고 낙마한 인사는 정 후보자 포함 8명이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MB정부가 ‘일 잘한 정부’라는 소리는 들을지 몰라도 ‘인사 참 못한 정부’로 기억될 것”이라는 자조 섞인 말을 했다. MB는 인사 때 ‘일머리’를 가장 중시한다. 개인적으로 능력을 잘 알거나 한번 써 본 사람 중 능력 있다 생각되는 사람에게 중책을 맡기는 일이 잦다. 도덕성이 좀 떨어지더라도 일 잘하면 쓴다는 게 ‘MB스타일’이다.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인사(人事)는 만사(萬事)?
인사(人事)가 망사(亡事)?

정동기 전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도 청와대의 도덕적 잣대가 국민적 기준과 얼마나 다른지 여실히 보여줬다. 정 전 후보자가 7개월 동안 로펌에서 약 7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민심은 등을 돌렸지만 청와대는 “세금을 다 냈기에 문제될 게 없다”(홍상표 홍보수석)고 말했다. 민정라인 핵심 관계자는 “사회적 관행에 비춰볼 때 과도한 액수는 아니다”라고 했다. 문제는 이처럼 도덕성 검증 기준이 점차 느슨해지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청와대 내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같은 모습이 계속 연출되는 한 청와대는 앞으로도 도덕성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맞추는 데 실패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정동기 자진 사퇴’ 입장을 발표하던 시각 청와대에서는 MB가 주재하는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정진석 정무수석은 회의가 끝날 무렵 “급하게 연락을 달라”고 메모를 남긴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과 통화가 이뤄졌다. 정 수석은 통화에서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통보’받았다. 깜짝 놀란 정 수석이 MB에게 보고했으나 MB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MB의 표정은 매우 굳어 있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보온병’ 맞고 당황한 靑
 한나라‘유감 밝힌 靑’에 유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MB가 보고 받고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래서 우리도 무슨 말도 입장도 내놓을 수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어떻게 할까요’라고 차마 묻기도 힘들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굳은 표정은 이날 청와대의 복잡한 심정을 그대로 보여준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도 지난 10일 ‘청와대는 당의 결정을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 “최고위원회의가 끝나고 연락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나마 정 수석이 당으로부터 뒤늦게 전화를 받았을 뿐 다른 관계자들은 언론에 보도가 나간 뒤에도 “무슨 소리냐”고 되물을 정도로 상황을 알지 못했다. 정권 초기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집권 4년차 증후군 ‘MB 레임덕’ 시발점?
여권 내 힘겨루기 시작? 찻잔 속의 태풍?

청와대는 이날 한나라당이 사퇴 촉구 입장을 발표한 지 6시간이 흐른 뒤 “한나라당이 의견을 밝힌 절차와 방식에 유감”이라는 첫 입장을 밝힐 정도로 경황이 없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이 MB집권 4년차 처지를 상징하는 하루로 기록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한 청와대 행정관은 “정권의 가장 중요한 협력자는 여당”이라며 “그런 여당이 대통령이 어려워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신들의 이익만 앞세운다면 정권은 한쪽 팔다리가 없어진 셈이다. 그게 레임덕 아니고 뭐냐”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한나라당 지도부는 청와대의 ‘절차와 방식이 대단히 유감스럽다’라는 논평과 관련해 “청와대가 언제 당과 사전 조율했는가”라며 “청와대가 인사를 마음대로 했으니 당은 당대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는 “정 후보 사퇴문제는 결국 청와대가 자초한 것인데 청와대의 어제 대응은 좀 미숙했다”고 말했다.

당의 정동기 후보 자진 사퇴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신중하지 못한 결정이었다’며 공개적으로 절차상 문제점을 제기해 여당 내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의 문제 제기에 대해 핵심 당직자는 “사퇴촉구 과정에서 청와대와 사전조율이 충분치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정 후보 문제로 여론이 급박하게 돌아가던 상황에서 중국 출장을 갔던 김 원내대표가 지도부 결정 과정을 놓고 뒤늦게 공개적으로 문제 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당·청 간의 갈등은 ‘봉합’ 내지 ‘숨고르기’ 수순에 돌입한 분위기다. 치열했던 공방은 일단락됐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지난 11일 신년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의 ‘인사 검증 관련자에 책임 물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문책할 일이 아니다”라고 물러섰다. 안 대표는 또 당초 연설문에 포함됐던 ‘(정부를)견제할 것은 제대로 견제하겠다’는 내용을 뺐다. 그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당·정·청이 협의해 잘 해나갈 것이다”라며 에둘러 넘겼다.

‘정동기 사퇴’ 당내 파열음
사그러들 태풍?


‘당·청 관계’의 문제는 이제부터다. 앞으로 갈등과 봉합 양상이 반복되겠지만 경우에 따라 당·청 갈등의 파열음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심지어 그로 인해 ‘분당’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게 될 수도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진정 친이계 내부 갈등이라면 앞으로 파장과 그 후유증은 클 것으로 보인다. 파장이 일시적으로 봉합될 수는 있지만 근원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내부 갈등은 언제고 다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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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