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커지는’ 게임 상금의 세계

우승하면 100억 ‘로또 저리가라’

[일요시사 취재2팀] 안재필 기자 = 프로게이머는 어린 시절부터 큰돈을 벌 수 있는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직업이다. 각양각색의 게임을 통해 판이 넓어진 작금에는 고액 연봉을 받는 프로게이머도 등장했다. 사회적 인식도 개선되는 추세다. ‘리그오브레전드’ 같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게임은 상금도 어마어마하다. ‘도타2’의 고액상금은 기네스에 등록이 될 정도다.

국민 게임 ‘스타크래프트’ 이후로 프로게이머는 팬까지 보유하는 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10∼20대 남성들 사이에선 인기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탄다. 국내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임요한, 홍진호는 지금도 이름이 회자되며 TV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억'소리 난다

한때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수명도 짧고 불로소득 직업으로 비춰져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프로게이머가 전문적인 직업으로 인식이 되기 시작한 것은 스타크래프트를 거쳐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에 오면서다. 국내서 프로게이머가 자리 잡을 시기 스타크래프트 승부 조작 사건이 불거지며 대중의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은 바닥을 쳤다. 프로다운 인식과 인성이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이유가 컸다.

게임에 대한 대중의 곱지 못한 시선도 함께 했다. 그러던 중 중국서 e스포츠가 관심을 받고 프로게이머가 대세 직업으로 떠오르면서 국내도 변화가 일기 시작한다. 중국을 위시한 외국에서 국내 프로게이머들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그러자 업계와 대중은 한국 선수들의 처우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이때 프로게이머 최저연봉제 도입에 대한 말도 나왔다.

당시 국내 e스포츠협회인 케스파(keSPA)는 선수들의 최저한의 처우가 보장되야 한다며 ‘최저 연봉 2000만원’을 리그 참가팀이 준수해야 할 규정으로 명시했다. 프로게이머가 하나의 전문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의 처우뿐만이 아니다. 상금 역시 목표가 될 정도로 규모가 커지게 된다. 은퇴한 프로게이머는 감독 및 코치로 후배들을 지도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지난날과 다른 새 판이 짜여진 셈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장르는 AOS(MOBA, DotA-like 등으로 불리며 명칭이 확립되지 않음)로 롤이 대표적인 게임이다. 같은 장르 게임으로 ‘도타2’가 있다. 게임대회의 상금은 이 두 게임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롤의 제작사 ‘라이엇게임즈’는 매년 ‘롤드컵’이라 불리는 월드챔피언십을 연다. 이 대회는 우승팀이 약 11억원(2015년 기준)의 상금을 획득해 억대 상금으로 주목받았다. 팀원 5명이 나눠가진다 해도 2억원을 받아가는 상금이다. 상금뿐 아니라 라이엇게임즈는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마련을 위해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 참가 선수들에게 2000만원의 최저 연봉과 최소 계약 기간 1년을 보장해주고 있다.

이 비용은 라이엇게임즈서 모두 부담한다. 케스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2월 기준 롤 프로게이머 정식 계약이 확정된 선수는 40명. 이들의 평균 연봉은 6772만원에 연봉 1억원 이상 받는 선수는 10명이라고 한다. '스타크래프트2'의 경우 등록된 선수 25명의 평균 연봉은 4588만원이라고 밝혔다. 케스파는 이 수치는 성적 인센티브, 대회 상금 등 외적 요소를 포함하지 않은 수치라고 했다.

물론 롤 월드챔피언십 우승 상금 11억원을 가뿐하게 넘는 대회도 있다. 도타2의 세계대회 '더 인터내셔널'(이하 인터)이 그렇다. 롤의 월드챔피언십과 마찬가지로 1년에 한 번 열리는 대규모 대회다. 도타2의 상금은 지난 2013년 인터13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당시 상금은 한화 30억원에 달하며 역대 e스포츠 상금기록을 갱신했다. 우승 팀은 약 15억원을 가져가며 롤과 상금 경쟁을 벌였다. 이때부터 도타2의 상금은 매년 기록을 갱신하게 된다.

특히 지난 2014년부터 제작사 ‘벨브코퍼레이션’이 본격적으로 도입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상금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로 인해 인터14는 인터13과 2배 이상 차이나는 1000만달러(약 109억원)을 유치하게 된다. 우승팀은 500만달러(약 54억원)을 받아 인당 10억이라는 상금을 나눠가졌다. 2015년에는 1800만달러(약 202억원)을 유치해 1위가 660만달러(약 76억원)을 받았다.

큰돈 버는 직업으로 각광
고액연봉 프로게이머 등장
중국서 대거 스카웃 움직임

올해 역시 지난 전례를 따르듯 새 상금 기록을 세웠다. 지난 3일부터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해 14일에 종료하는 인터16은 2000만달러(약 219억원, 지난 10일 기준) 이상의 상금을 조성했다. 그야말로 로또와 비견될 만한 수치다. 도타2가 국내에선 비주류로 속하는 게임이기에 이번 더 인터내셔널 16에 참가하는 국내 팀은 한 팀뿐이다.


그들은 세계랭킹 1위 팀을 꺾으며 최소상금 90만달러(약 10억원, 지난 9일 기준) 이상을 확보하며 주목받았다. 도타 불모지라 불리던 한국의 유일한 팀이 본선서 맹활약을 펼치며 1위 팀을 꺾자 외국에선 농담 삼아 ‘그들이 왔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도타2의 상금은 가장 높은 e스포츠 상금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e스포츠 대회는 이처럼 지역을 떠나 국제적인 대회로 발전하고 있다. 선수들이 획득할 수 있는 상금 역시 커지고 있는 가운데, 어떤 대회들이 어떻게 기록을 갱신할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어떤 선수가 상금을 얼마나 탔는지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게임대회 상금 수여 정보 제공 사이트 'e스포츠어닝'에 따르면 세계 프로게이머 상금랭킹 100위에 한국인은 16명이 올라가 있다(지난 10일 기준). 국내 랭킹 1위는 스타크래프트 게이머 이제동으로 약 6억6000만여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제동의 뒤를 이어 롤의 페이커가 6억600여원으로 2위에 자리하고 있다. 세계 1위는 미국의 도타2선수 ppd로 23억8000여만원으로 집계됐다.

상금에 대한 세금도 관심을 끈다. 케스파가 생기기 이전엔 상금의 22% 정도가 세금으로 징수됐다. 하지만 케스파에 공식등록이 된 프로게이머는 3.3%의 세금만 공제하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케스파에 등록하는 것은 대세게임 프로게이머만 가능해 국내 비주류 프로게이머는 등록할 방법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전문직 인식

등록이 되지 않은 게임 상금은 소득세법 제 21조 1항에 따라 80%의 경비를 인정해주고 남은 금액의 22%를 징수하게 된다. 해외 게임의 경우 일반적으로 해당 지역 주관사측에서 세후 금액을 지급하고, 납부세액 증명과 관련 서류를 선수에게 전달한다. 선수가 국내에서 납부해야 할 세금을 공제해주는 형태다. 그러나 이는 대회나 주관사의 소재 국가, 개최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스타크래프트도 승부조작 파문

지난 3월 '스타크래프트2'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프로게이머 등 11명이 집행유예를 받았다. 당시 창원지법 형사1 단독 서동칠 부장판사는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박모(32) 전 감독과 최모(23), 강모(40)씨 등 선수에게 징역 1년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브로커 역할을 한 게임해설자 겸 게임기자 성모(34)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도 선고했다. 지난 2010년엔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도 있다. 당시 일어난 사건으로 많은 프로게이머들이 영구제명을 당하고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끝을 맞이했다. 일부는 이런 사례를 두고도 승부조작이 일어난 점을 집어 반성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했다. 자정작용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말도 나왔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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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