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정성립-조욱성 커넥션 의혹

여기저기 붙어다니며 사람 자르는 환상의 콤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정성립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부임한지 벌써 1년이 지났다. 너무 큰 기대였을까. 든든한 지원군이라 생각했던 초반의 기대감은 조금씩 희미해지고 있다. 때마침 정 사장과 그의 측근들이 점령군으로 탈바꿈했다는 묘한 소문마저 떠돈다. 그의 곁을 지켜온 핵심 참모와 정 사장 사이의 연결고리가 수면 위로 부각되는 양상이다.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업계를 대표하는 ‘선박통’이다. 1976년 동해조선공업에 입사하면서 조선업계에 첫 발을 내디뎠던 그는 1981년 대우조선공업(현 대우조선해양)으로 자리를 옮긴 후 탄탄대로를 달려왔다.

2001년부터 2006년까지는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대우정보시스템 대표이사 회장(2006~2012년)을 맡으면서 잠시 조선업계를 떠났지만 2013년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총괄사장으로 부임하며 다시금 조선업계에 발을 디뎠다.

자타공인 조선통
대우조선 컴백

정 사장이 다시금 대우조선해양과 연을 맺은 건 지난해 5월이었다. 앞서 2014년 12월 무렵부터 대우조선해양 안팎에서는 고재호 사장 경질설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시선은 ‘후임자가 누구냐’에 쏠렸다. 물론 후임자 선정의 열쇠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쥐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 총괄사장이었던 정씨를 후임 사장후보로 내세웠다. 정 사장이 STX조선해양에 몸담던 시절 보여준 리더십에 후한 점수를 준 까닭이다.

실제로 정 사장은 자율협약에 접어든 STX조선해양을 2년여간 진두지휘하면서 영업적자 폭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조선업계에서도 과거 대우조선해양에 몸담았던 정 사장을 적임자라고 치켜세우며 산업은행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물론 정 사장의 부임을 반대했던 목소리가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정 사장이 사장후보로 추천되자 즉각 산업은행의 ‘불순한 의도’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올바른 인사검증을 거친 참신한 내부인사를 선임하는 게 회사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대세는 변하지 않았다. 후보로 추천된 지 약 한 달이 흐른 지난해 5월 정 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 정식 부임했다. 당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정 사장이야말로 체질 개선을 완수할 만한 전문경영인”이라며 정 사장 선임 이유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정 사장은 거취가 바뀔 때마다 혼자 움직이지 않았다. 그를 보좌하는 든든한 지원군이 매번 동행했다. 그리고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부임하자마자 조선업계의 눈은 그와 손발을 맞출 것으로 예상되는 또 한사람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조욱성 현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한몸처럼 움직이는 ‘정-조’ 듀오 
인사전횡 의혹…곳곳에 측근 배치?

울산대학교서 조선공학을 전공한 조 부사장은 1984년 대우조선에 입사해 2004년 대우조선해양 상무를 거쳤다. 2007년 대우정보시스템으로 자리를 옮겨 2008년 지원총괄부사장을 역임했으며 2012년 포스텍 총괄대표를 거쳐 2014년부터 올해 초까지 STX조선해양에 몸담았다.

조 부사장은 정 사장의 최측근이자 코드가 가장 잘 맞는 인사로 꼽힌다. 지난해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에 부임하자마자 내놓은 인력감축안과 세부적인 자구계획안의 초안도 조 부사장을 통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둘 사이의 접점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표면상 둘 간의 인연은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전신인 대우중공업 수장으로 있을 때부터 시작됐다. 이후 조 부사장의 근무지는 대우정보시스템, STX조선해양으로 연이어 바뀌었고 이곳들은 모두 정 사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되던 행선지였다. 정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으로 복귀하자마자 조선업계에서 조 부사장의 ‘대우조선행’을 유력하게 내다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몇몇 대우조선해양 직원들은 지난 2002년 4월 발생했던 ‘4·4사태’를 둘 간의 접점이 이뤄진 시기로 꼽기도 한다. 노사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던 상황에서 조 부사장이 전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자 정 사장이 신임을 보냈고 이후부터 밀접한 관계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노사갈등은 정 사장의 최대 골칫거리였던 만큼 조 부사장에게 있어서는 또 다른 기회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한 노조 관계자는 “유혈충돌로 번졌던 4·4사태가 발생했던 시기에 인사2팀장으로 재직하던 조 부사장은 선두에서 해당 사건을 책임지는 입장이었고 성공리에 임무를 완수했다”며 “이후 조 부사장은 정 사장의 절대적인 신임 하에 승승장구했고 사내에서 그는 ‘왕의 남자’로 불렸다”고 말했다.

따로 또 같이
구조조정 손발

물론 조 부사장이 대우조선해양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도 잡음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다. STX조선해양의 의중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채 정 사장과 산업은행이 일방적인 인사를 계획했다는 시각도 팽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 부사장은 별 탈 없이 대우조선해양으로 넘어왔고 최근에는 그에게 더욱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급기야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개최된 임시주주총회서 조 부사장은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되기에 이른다.

흥미로운 점은 대우조선해양에 둥지를 튼 두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예기치 못한 뒷말을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조 부사장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확산되고 있다.

조 부사장은 대우조선해양에서 경영관리·인사·충무·협력사운영·조달에 이르는 관리 전반의 업무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회사의 핵심 요직을 모두 통솔하는 셈이다. 전반적인 실무가 조 부사장에게 집중되다 보니 알게 모르게 부정 의혹도 제기된다. 조 부사장과 접점을 지닌 C씨, L씨와 관련된 의혹이 대표적이다.

생산 및 생산지원 업무를 맡고 있는 C씨와 L씨는 대우조선해양의 핵심 임원으로 꼽힌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조 부사장과 같은 대학교 동문이자 절친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조 부사장이 대우조선해양 상무로 재직하던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출세 가도를 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곳곳 의혹 투성
인사전횡 의혹

대우조선해양 내부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C씨의 경우 조 부사장과 대학교 학군단 동기라는 인연이 (승진에) 작용했다는 소문이 돈다”며 “회사 내부에서도 이 같은 의혹을 사실처럼 믿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에서 근무하는 임원 K씨도 조 부사장과 대학교 동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 역시 조 부사장의 회사 내 영향력이 확대되는 시점부터 고속 승진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받는다.

더욱 놀라운 건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에서 조 부사장과 밀접히 연루되는 또 다른 인물의 이름을 찾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바로 그의 아들이다. 취재 결과 조 부사장의 아들로 추측되는 인물이 대우조선해양산동유한공사에서 총무과장으로 재직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 상무, 대우조선해양건설 대표이사로 재직했던 조 부사장의 연혁을 감안하면 충분히 의혹을 살 만한 구석이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조 부사장 아들과 관련된 인사 의혹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김재훈 대우조선해양 홍보실 과장은 “해당 인물이 연태 조선에서 근무하는 건 맞지만 근무 연혁을 비롯한 자세한 정보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이는 조 부사장의 아들 여부를 떠나 모든 직원들에게 해당되는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들을 둘러싼 소문들
그리고 꼬리무는 의혹

근래에 일어난 2건의 선박 화재사건에서도 조 부사장은 도의적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8월 대우조선해양은 LPG운반선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 사건 때문에 책임자 교체가 이뤄졌지만 지난 11월 또 한 번의 화재사고가 발생해 2명이 추가로 사망하기에 이른다. 석달 사이에 작업 현장에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물론 조 부사장은 생산관리 책임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차적인 책임 소지를 논하는 건 무리가 있다. 노조 관계자 역시 "조 사장은 일차적인 책임이 없고 굳이 책임을 따지자면 생산쪽 담당 임원이 추궁을 받는 게 맞다"고 밝혔다.

다만 최적의 관리자를 선임하지 못한 데 따른 예고된 인재였기에 조 부사장 역시 일말의 책임이 있다는 분위기도 곳곳에서 조성됐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조 부사장이 자신의 측근들을 생산관리 요직에 내세웠다가 참사가 벌어졌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조 부사장이 연루된 의혹이 꼬리를 무는 사이에 정 사장에 대한 내부 불만도 조금씩 부각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블라인드(익명 커뮤니티 앱)에 올라온 익명의 글은 회사 내부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글은 대우조선해양이 구조조정과 횡령, 분식회계 등으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 직원이 정 사장을 향해 충고와 비판의 논조를 게재한 것이었다.

고조되는 불만
미심쩍은 시선

스스로를 미래 사장이 될 비전을 가진 직원이라고 밝힌 그는 “10년 전 사장 시절 데리고 다니던 부하들을 다시 불러들여 승진까지 시키고 회사가 이 지경인데도 무보직 전무·상무들 계약 연장까지 시켜가며 데리고 있을 것인가”라며 “간신만 곁에 둬 각 본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상은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간신들의 입에 발린 거짓말에 그만 놀아나시길 바란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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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