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발 서초동 ‘4대 천왕’ 추적

드디어 청와대 X파일 공개 임박?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조비리 핵심인 ‘서초동 4대 천왕’의 실체를 최초로 언급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사정기관·국회·기자·법조인들은 4대 천왕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었다. 하지만 하나 같이 “처음 들어봤다” “도무지 아는 사람이 없다”고 입모아 말했다. 한마디로 아무도 모른다. 그들이 정말 존재하기는 한 걸까.

“검찰이 실패한 로비라고 주장하지만 성공한 로비를 잡지 못한 실패한 수사다.” (이춘석 의원)

“이번 사건이 확대될 경우 (검찰에)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주광덕 의원)

“도대체 누구?”
알아내려 혈안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의원들은 이날 전관예우 논란을 빚은 홍만표·최유정 변호사의 불법 로비 의혹인 일명 ‘정운호 게이트’ 수사를 질타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여야가 따로 없었다. 그러던 중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입에서 ‘전문용어’가 나왔다.

“유명한 법조브로커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이들이 전관(변호사)들이 잘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어려운 사건을 줍니다. 그리고 두 가지를 본다고 합니다. 하나는 사건이 어려운데 용하게 해결하는지, 또 하나는 알아서 ‘와리’(알선료의 일본식 표현)를 잘 갖다 주는지. 이번 기회에 서초동 4대천왕을 토벌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 의원 입에서 ‘서초동 4대 천왕이 있다’는 말이 나오자 여의도와 서초동 관계자들은 4대 천왕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정보라인을 ‘풀’가동했다. <일요시사> 역시 정보라인을 가동했다. 대형 로펌의 사무관과 변호사, 사정기관 관계자, 부장검사 출신 의원, 법조기자 등에게 서초동 4대 천왕이 누군지 물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우리도 알아보고 있는데…잘 모르는 것 같다” “도저히 알 수 없다” 등의 답변만 돌아왔다. 심지어 조 의원 의원실 관계자들도 모른다는 전언이 있었다. 조 의원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라고 했지만 아무도 서초동 4대 천왕이 누군지 몰랐다. 이 때문에 복수의 취재원들은 “조 의원이 만들어낸 조어가 아니냐” “(조 의원이) 청와대에 있을 때 파악한 내용 같다”는 등의 추측을 내놓았다.

그래서 <일요시사>는 지난 30일 조 의원에게 “4대 천왕이 도대체 누구냐”라고 직접 물었다. 조 의원은 “서초동 변호사들이 (서초동 4대 천왕이 있다고) 다들 이야기 한다”며 “대부분 전직 검찰·법원 출신으로 메이저급들이다. 수많은 사건이 그들(서초동 4대 천왕)에게 묶여 있어 어떤 변호사들은 사건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법조브로커로 구속된 “이민희씨도 이 4대 천왕에 들어가냐”는 질문에 조 의원은 “그 사람이 4대 천왕에 들어가는지는 모른다”며 “다만 서초동 변호사들에게 (4대 천왕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각심을 고취하는 취지에서 김 장관에게 물었다”며 “4대 천왕이 누군지는 서초동 변호사들에게 물어봐라”라고 말했다. 결국 조 의원에게서도 서초동 4대 천왕이 누군지 들을 수 없었다.

서초동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법조인 출신은 아니지만 이씨가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여야 법무장관에 전관예우 수사 질타
법조브로커 핵심 4인방 실체 첫 언급

그래서 <일요시사>는 지난 30일 조 의원에게 “4대 천왕이 도대체 누구냐”라고 직접 물었다. 조 의원은 “서초동 변호사들이 (서초동 4대 천왕이 있다고) 다들 이야기 한다”며 “대부분 전직 검찰·법원 출신으로 메이저급들이다. 수많은 사건이 그들(서초동 4대 천왕)에게 묶여 있어 어떤 변호사들은 사건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건설업자, 호텔 부회장직, 코스닥 상장사 대표 등 여러 개의 명함을 파고 다니며 대외적으로 회장이나 고문 직함을 달고 활동했다. 회사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주로 정부 관공서를 상대하는 대관 로비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이씨는 대관 로비로 인맥을 다져온 거물 법조 브로커 중 한 명이다.
 

그는 정 대표의 도박사건 2심 첫 재판장이던 임모 부장판사와 2년여 전부터 알고 지내며 식사대접을 해왔다. 이씨는 여동생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정식집에 법조인과 사업가들을 초대하고 연예인 등을 동석시키기도 했다.

홍 변호사와 이씨는 2012년 상반기 국내 유수의 경영컨설팅 전문기관이 개설한 ‘최고경영자(CEO) 과정’에 등록해 함께 공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는 홍 변호사가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으로 끝으로 검찰을 떠난 직후였다. 이미 이때부터 홍 변호사와 이씨의 관계는 상당히 돈독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상림, 김흥수…
그들과 동급?

이씨는 정 대표와 홍 변호사를 연결해 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씨의 대화내용이 담긴 녹취록에는 정·관계 인사의 실명이 거론됐다. 또 이씨는 한 경찰 간부의 집무실에서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 공개돼 구설에 오르는 등 화려한 인맥을 과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이씨를 변호사법 위반 및 사기 혐의 등으로 지난달 9일 구속했다. 이씨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지하철 1, 4호선 매장 사업권 입찰과 관련해 서울시 감사 무마 등을 명목으로 정 대표 측 김모씨로부터 지난 2009년 11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모두 9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1년 12월 형사 사건을 검사장 출신 홍 변호사에게 소개해주는 대가로 의뢰인으로부터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2012년 10월 자신이 운영하는 코스닥 상장 준비금 명목으로 유명 가수의 동생 조모씨로부터 3억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대형 사건을 주로 맡아온 홍 변호사가 작은 사건의 수임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의뢰인들이 이씨를 통해 사건을 맡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이씨 외에는 현재까지 서초동에서 유명한 브로커들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4대 천왕이 누군지조차 추정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조 의원에 따르면 이들 브로커는 전직 검찰·법원 출신으로 현직 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법조계는 그동안 거물급 ‘큰손’ 법조 브로커들로 몸살을 앓았다. 정재계 고위층 인사들이 연루된 초대형 사건에만 개입하기로 유명한 브로커. 고위급 판검사 인맥을 등에 업은 ‘큰손’들이 한번 움직일 때마다 수십억 원의 커미션이 오가는 일은 예사라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대형 로펌에서는 브로커를 모시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기도 하고, 심지어 일부 잘나가는 브로커들이 직접 로펌을 차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초동 ‘밤의 대통령’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밤의 대통령
법조계 군림


지금까지 주목할 만한 굵직한 법조 브로커 사건들을 살펴보면 2005년 ‘윤상림 게이트’, 2006년 ‘법조 브로커 김흥수 폭로사건’ 등이 있다. ‘윤상림 게이트’는 브로커가 개입한 법조비리 중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다. 당시 윤상림씨는 검찰과 법원 고위 간부, 군 장성, 건설업계까지 두터운 인맥을 가진 법조 브로커로 알려졌던 인물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초동에서 활동하는 법조 브로커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브로커는 변호사 수임료의 30%에서 많게는 70%까지 가져가는 게 업계의 ‘공식’으로 알려졌다. 일명 ‘와리’혹은 ‘뽀찌’로 불리는 커미션이 그것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이들 브로커가 굵직한 초대형 사건에도 깊숙이 개입하면서 뽀찌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2008년부터 7년간 적발된 민·형사 사건 브로커들은 1700여명에 이르고, 작년 상반기에만 300여명이 적발됐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종종 대학교 친구 혹은 연수원 동기가 ‘야 오랜만에 밥이나 먹자’한다. 나중에 식사 자리에 가면 거기에 한 사람이 더 오는데 그 사람들이 대부분 브로커다”고 입을 모았다. 브로커들 중 일부는 거미줄 인맥으로, 검사나 판사와 직접 연줄을 대는 ‘거물 브로커’로 성장한다. 거물 브로커는 수임료 액수를 스스로 정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브로커 중에는 주로 검찰 수사관 출신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까지 주목할 만한 굵직한 법조 브로커 사건들을 살펴보면 2005년 ‘윤상림 게이트’, 2006년 ‘법조 브로커 김흥수 폭로사건’ 등이 있다. ‘윤상림 게이트’는 브로커가 개입한 법조비리 중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다. 당시 윤상림씨는 검찰과 법원 고위 간부, 군 장성, 건설업계까지 두터운 인맥을 가진 법조 브로커로 알려졌던 인물이다.

윤씨는 2003년 5월 경찰에게 H 건설업체의 비리 의혹을 제보해 수사에 착수하도록 한 뒤 다시 H 건설업체를 찾아가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9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검거 당시 윤씨의 수첩에는 경찰 간부를 비롯해 여러 명의 법조계 인사가 적혀 있었다.

조 의원에게 직접 물어보니…
“검찰·법원 출신 메이저급
변호사들은 다 아는 사람들”


그 러나 윤씨를 검거한 이후 8개월 동안 진행된 검찰 수사의 결과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윤씨와 함께 윤씨로부터 돈을 주고받은 전직 검·경 고위 간부와 대기업 회장 1명 등 일부 관계자만 기소했을 뿐 로비 대상과 배후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윤씨가 광범위한 인맥을 토대로 자신에 대한 구명 로비를 벌였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윤씨의 비리 첩보는 사실 청와대에서 시작됐다. 청와대는 2003년 윤씨가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찾아와 특정 인사의 징계 문제를 거론한 것을 보고 자체조사를 벌여 윤씨와 관련된 첩보 내용을 대검찰청에 넘겼다.

대검찰청은 2004년 1월 서울중앙지검에 청와대 첩보를 이첩했지만 검찰은 단서를 찾지 못해 수사는 답보 상태를 거듭했다.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것은 2005년 9월 윤씨가 경찰 인맥을 이용해 사건 청탁을 했다는 첩보가 대전지검으로부터 전달됐을 때부터다.
 

검찰은 윤씨가 강원랜드에 자주 드나들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강원랜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윤씨가 사용한 수표 980여매를 찾아냈다. 또 윤씨가 H 건설업체로부터 돈을 뜯어내면서 체결한 합의각서 등도 입수했다. 이 과정에서 윤씨의 차명계좌에 대한 계좌추적이 실시됐고 결국 법조계 인사 400여명 등이 연관된 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됐다.

그러나 윤씨를 검거한 이후 8개월 동안 진행된 검찰 수사의 결과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윤씨와 함께 윤씨로부터 돈을 주고받은 전직 검·경 고위 간부와 대기업 회장 1명 등 일부 관계자만 기소했을 뿐 로비 대상과 배후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1심은 “윤씨가 공직자와의 친분을 범죄에 악용해 수사기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역 7년에 추징금 12억3800여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빌미를 제공한 법조인들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윤씨가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1심보다 1년 늘어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2008년 2월 대법원이 윤씨에 대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윤상림 게이트는 결국 일단락됐다.

'김홍수 게이트'는 법조비리 사건으로 현직 부장판사와 검사 등이 한꺼번에 적발된 초유의 사건이다. 김홍수씨는 이란산 카페 및 가구 수입업자로 지난 2005년 7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전형적인 법조 브로커다.

김씨는 2006년 법조계의 치부를 폭로하면서 김홍수 게이트가 불거졌다. 김씨의 폭로에서 당시 조관행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영광 검사, 민오기 총경 등이 돈을 받고 재판이나 사건 처리과정에 도움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조 부장판사 등은 검찰 수사를 통해 재판에 넘겨졌다.

대형사건 연결
거액의 수수료

이후 대법원은 김씨로부터 수사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 총경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검사에 대해서도 1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고 사건 청탁 대가로 1억2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조 부장판사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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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