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발 서초동 ‘4대 천왕’ 추적

드디어 청와대 X파일 공개 임박?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조비리 핵심인 ‘서초동 4대 천왕’의 실체를 최초로 언급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사정기관·국회·기자·법조인들은 4대 천왕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었다. 하지만 하나 같이 “처음 들어봤다” “도무지 아는 사람이 없다”고 입모아 말했다. 한마디로 아무도 모른다. 그들이 정말 존재하기는 한 걸까.

“검찰이 실패한 로비라고 주장하지만 성공한 로비를 잡지 못한 실패한 수사다.” (이춘석 의원)

“이번 사건이 확대될 경우 (검찰에)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주광덕 의원)

“도대체 누구?”
알아내려 혈안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의원들은 이날 전관예우 논란을 빚은 홍만표·최유정 변호사의 불법 로비 의혹인 일명 ‘정운호 게이트’ 수사를 질타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여야가 따로 없었다. 그러던 중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입에서 ‘전문용어’가 나왔다.

“유명한 법조브로커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압니다. 이들이 전관(변호사)들이 잘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부러 어려운 사건을 줍니다. 그리고 두 가지를 본다고 합니다. 하나는 사건이 어려운데 용하게 해결하는지, 또 하나는 알아서 ‘와리’(알선료의 일본식 표현)를 잘 갖다 주는지. 이번 기회에 서초동 4대천왕을 토벌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출신 의원 입에서 ‘서초동 4대 천왕이 있다’는 말이 나오자 여의도와 서초동 관계자들은 4대 천왕이 누군지 알아내기 위해 정보라인을 ‘풀’가동했다. <일요시사> 역시 정보라인을 가동했다. 대형 로펌의 사무관과 변호사, 사정기관 관계자, 부장검사 출신 의원, 법조기자 등에게 서초동 4대 천왕이 누군지 물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우리도 알아보고 있는데…잘 모르는 것 같다” “도저히 알 수 없다” 등의 답변만 돌아왔다. 심지어 조 의원 의원실 관계자들도 모른다는 전언이 있었다. 조 의원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라고 했지만 아무도 서초동 4대 천왕이 누군지 몰랐다. 이 때문에 복수의 취재원들은 “조 의원이 만들어낸 조어가 아니냐” “(조 의원이) 청와대에 있을 때 파악한 내용 같다”는 등의 추측을 내놓았다.

그래서 <일요시사>는 지난 30일 조 의원에게 “4대 천왕이 도대체 누구냐”라고 직접 물었다. 조 의원은 “서초동 변호사들이 (서초동 4대 천왕이 있다고) 다들 이야기 한다”며 “대부분 전직 검찰·법원 출신으로 메이저급들이다. 수많은 사건이 그들(서초동 4대 천왕)에게 묶여 있어 어떤 변호사들은 사건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법조브로커로 구속된 “이민희씨도 이 4대 천왕에 들어가냐”는 질문에 조 의원은 “그 사람이 4대 천왕에 들어가는지는 모른다”며 “다만 서초동 변호사들에게 (4대 천왕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각심을 고취하는 취지에서 김 장관에게 물었다”며 “4대 천왕이 누군지는 서초동 변호사들에게 물어봐라”라고 말했다. 결국 조 의원에게서도 서초동 4대 천왕이 누군지 들을 수 없었다.

서초동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법조인 출신은 아니지만 이씨가 유력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여야 법무장관에 전관예우 수사 질타
법조브로커 핵심 4인방 실체 첫 언급

그래서 <일요시사>는 지난 30일 조 의원에게 “4대 천왕이 도대체 누구냐”라고 직접 물었다. 조 의원은 “서초동 변호사들이 (서초동 4대 천왕이 있다고) 다들 이야기 한다”며 “대부분 전직 검찰·법원 출신으로 메이저급들이다. 수많은 사건이 그들(서초동 4대 천왕)에게 묶여 있어 어떤 변호사들은 사건이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건설업자, 호텔 부회장직, 코스닥 상장사 대표 등 여러 개의 명함을 파고 다니며 대외적으로 회장이나 고문 직함을 달고 활동했다. 회사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주로 정부 관공서를 상대하는 대관 로비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이씨는 대관 로비로 인맥을 다져온 거물 법조 브로커 중 한 명이다.
 

그는 정 대표의 도박사건 2심 첫 재판장이던 임모 부장판사와 2년여 전부터 알고 지내며 식사대접을 해왔다. 이씨는 여동생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정식집에 법조인과 사업가들을 초대하고 연예인 등을 동석시키기도 했다.

홍 변호사와 이씨는 2012년 상반기 국내 유수의 경영컨설팅 전문기관이 개설한 ‘최고경영자(CEO) 과정’에 등록해 함께 공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는 홍 변호사가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으로 끝으로 검찰을 떠난 직후였다. 이미 이때부터 홍 변호사와 이씨의 관계는 상당히 돈독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상림, 김흥수…
그들과 동급?

이씨는 정 대표와 홍 변호사를 연결해 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씨의 대화내용이 담긴 녹취록에는 정·관계 인사의 실명이 거론됐다. 또 이씨는 한 경찰 간부의 집무실에서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 공개돼 구설에 오르는 등 화려한 인맥을 과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이씨를 변호사법 위반 및 사기 혐의 등으로 지난달 9일 구속했다. 이씨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지하철 1, 4호선 매장 사업권 입찰과 관련해 서울시 감사 무마 등을 명목으로 정 대표 측 김모씨로부터 지난 2009년 11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모두 9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1년 12월 형사 사건을 검사장 출신 홍 변호사에게 소개해주는 대가로 의뢰인으로부터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2012년 10월 자신이 운영하는 코스닥 상장 준비금 명목으로 유명 가수의 동생 조모씨로부터 3억원을 빌리고 갚지 않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대형 사건을 주로 맡아온 홍 변호사가 작은 사건의 수임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의뢰인들이 이씨를 통해 사건을 맡긴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이씨 외에는 현재까지 서초동에서 유명한 브로커들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4대 천왕이 누군지조차 추정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다만 조 의원에 따르면 이들 브로커는 전직 검찰·법원 출신으로 현직 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법조계는 그동안 거물급 ‘큰손’ 법조 브로커들로 몸살을 앓았다. 정재계 고위층 인사들이 연루된 초대형 사건에만 개입하기로 유명한 브로커. 고위급 판검사 인맥을 등에 업은 ‘큰손’들이 한번 움직일 때마다 수십억 원의 커미션이 오가는 일은 예사라고 한다.

이 때문에 일부 대형 로펌에서는 브로커를 모시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기도 하고, 심지어 일부 잘나가는 브로커들이 직접 로펌을 차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초동 ‘밤의 대통령’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밤의 대통령
법조계 군림


지금까지 주목할 만한 굵직한 법조 브로커 사건들을 살펴보면 2005년 ‘윤상림 게이트’, 2006년 ‘법조 브로커 김흥수 폭로사건’ 등이 있다. ‘윤상림 게이트’는 브로커가 개입한 법조비리 중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다. 당시 윤상림씨는 검찰과 법원 고위 간부, 군 장성, 건설업계까지 두터운 인맥을 가진 법조 브로커로 알려졌던 인물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초동에서 활동하는 법조 브로커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브로커는 변호사 수임료의 30%에서 많게는 70%까지 가져가는 게 업계의 ‘공식’으로 알려졌다. 일명 ‘와리’혹은 ‘뽀찌’로 불리는 커미션이 그것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는 이들 브로커가 굵직한 초대형 사건에도 깊숙이 개입하면서 뽀찌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2008년부터 7년간 적발된 민·형사 사건 브로커들은 1700여명에 이르고, 작년 상반기에만 300여명이 적발됐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종종 대학교 친구 혹은 연수원 동기가 ‘야 오랜만에 밥이나 먹자’한다. 나중에 식사 자리에 가면 거기에 한 사람이 더 오는데 그 사람들이 대부분 브로커다”고 입을 모았다. 브로커들 중 일부는 거미줄 인맥으로, 검사나 판사와 직접 연줄을 대는 ‘거물 브로커’로 성장한다. 거물 브로커는 수임료 액수를 스스로 정할 정도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브로커 중에는 주로 검찰 수사관 출신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까지 주목할 만한 굵직한 법조 브로커 사건들을 살펴보면 2005년 ‘윤상림 게이트’, 2006년 ‘법조 브로커 김흥수 폭로사건’ 등이 있다. ‘윤상림 게이트’는 브로커가 개입한 법조비리 중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다. 당시 윤상림씨는 검찰과 법원 고위 간부, 군 장성, 건설업계까지 두터운 인맥을 가진 법조 브로커로 알려졌던 인물이다.

윤씨는 2003년 5월 경찰에게 H 건설업체의 비리 의혹을 제보해 수사에 착수하도록 한 뒤 다시 H 건설업체를 찾아가 사건을 무마해주겠다며 9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구속됐다. 검거 당시 윤씨의 수첩에는 경찰 간부를 비롯해 여러 명의 법조계 인사가 적혀 있었다.

조 의원에게 직접 물어보니…
“검찰·법원 출신 메이저급
변호사들은 다 아는 사람들”


그 러나 윤씨를 검거한 이후 8개월 동안 진행된 검찰 수사의 결과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윤씨와 함께 윤씨로부터 돈을 주고받은 전직 검·경 고위 간부와 대기업 회장 1명 등 일부 관계자만 기소했을 뿐 로비 대상과 배후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윤씨가 광범위한 인맥을 토대로 자신에 대한 구명 로비를 벌였는지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했다. 윤씨의 비리 첩보는 사실 청와대에서 시작됐다. 청와대는 2003년 윤씨가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찾아와 특정 인사의 징계 문제를 거론한 것을 보고 자체조사를 벌여 윤씨와 관련된 첩보 내용을 대검찰청에 넘겼다.

대검찰청은 2004년 1월 서울중앙지검에 청와대 첩보를 이첩했지만 검찰은 단서를 찾지 못해 수사는 답보 상태를 거듭했다.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것은 2005년 9월 윤씨가 경찰 인맥을 이용해 사건 청탁을 했다는 첩보가 대전지검으로부터 전달됐을 때부터다.
 

검찰은 윤씨가 강원랜드에 자주 드나들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강원랜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해 윤씨가 사용한 수표 980여매를 찾아냈다. 또 윤씨가 H 건설업체로부터 돈을 뜯어내면서 체결한 합의각서 등도 입수했다. 이 과정에서 윤씨의 차명계좌에 대한 계좌추적이 실시됐고 결국 법조계 인사 400여명 등이 연관된 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됐다.

그러나 윤씨를 검거한 이후 8개월 동안 진행된 검찰 수사의 결과는 너무나도 초라했다. 윤씨와 함께 윤씨로부터 돈을 주고받은 전직 검·경 고위 간부와 대기업 회장 1명 등 일부 관계자만 기소했을 뿐 로비 대상과 배후는 끝내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1심은 “윤씨가 공직자와의 친분을 범죄에 악용해 수사기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역 7년에 추징금 12억3800여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빌미를 제공한 법조인들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윤씨가 책임을 면할 수 없다”며 1심보다 1년 늘어난 징역 8년을 선고했다. 2008년 2월 대법원이 윤씨에 대한 원심을 확정하면서 윤상림 게이트는 결국 일단락됐다.

'김홍수 게이트'는 법조비리 사건으로 현직 부장판사와 검사 등이 한꺼번에 적발된 초유의 사건이다. 김홍수씨는 이란산 카페 및 가구 수입업자로 지난 2005년 7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은 전형적인 법조 브로커다.

김씨는 2006년 법조계의 치부를 폭로하면서 김홍수 게이트가 불거졌다. 김씨의 폭로에서 당시 조관행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영광 검사, 민오기 총경 등이 돈을 받고 재판이나 사건 처리과정에 도움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결국 조 부장판사 등은 검찰 수사를 통해 재판에 넘겨졌다.

대형사건 연결
거액의 수수료

이후 대법원은 김씨로부터 수사 청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 총경에 대해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 검사에 대해서도 1000만원을 받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고 사건 청탁 대가로 1억2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조 부장판사는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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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