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화장하는 초딩들 천태만상

초등생 맞아? 앳된 얼굴에 덕지덕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여성의 화장은 사람을 변화시켜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한다. 꾸밈을 통해 전보다 더 아름다워지려는 노력은 나이를 떠나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화장에 대한 관심은 세대가 앞당겨져 초등학생들까지 확산됐다.

초등학교 하교시간에 길을 지나다 보면 간간히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살피는 여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다. 색이 들어간 립밤을 꺼내 바르는 학생들도 보인다.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초등학생들도 얼굴꾸밈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요즘 아이들은 발육이 빠르다”는 말처럼 화장에 대한 관심 역시 빠르게 시작되고 있다.

화장영상 인기
직접 찍기도

과거부터 지금까지 10대 여학생들의 화장이야기는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고 기성세대들은 민낯이 가장 아름답다며 10대들의 꾸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유행과 개성이라는 코드가 확실하게 자리 잡은 지금 아이들은 자신을 돋보이기 위한 꾸밈에 여념이 없다. 유튜브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들어가 10대 화장이라고 검색을 하면 다양한 결과가 나온다.

화장법도 다양하다. 기초 화장법부터 시작해 투명메이크업, 청순메이크업 등 가지각색의 화장법이 준비되어 있다. 이 못지않게 초등학생 화장영상들도 많다. 인기 영상들은 조회수가 평균 4만∼5만 정도로 높다. 화장에 대한 초등학생들의 관심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젠 초등학생도 화장을 하는 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처럼 티가 나게 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꾸밈을 한다는 이야기다. 이에 일각에서는 어디까지를 화장으로 말해야 하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폼 클렌징 및 BB크림을 바르는 것을 가지고 화장이라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화장품 브랜드들은 주 고객층이 20대가 아닌 10대를 위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업계가 따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제품에서 매출이 뒷받침을 해주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10대 화장품 시장은 5년 전부터 매년 20% 이상씩 성장해 연 2000억원 이상의 규모로 커졌다고 한다.

이는 10대의 화장품 소비욕구가 사회적으로 표출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엔 김새론, 김소현과 같은 10대 배우들을 화장품 모델로 선정해 모방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아이들 필수 아이템 색조화장품 ‘틴트’
계속 성장…걸리버 된 10대 화장품 시장

지난 달 27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인솔하고 나오는 교사에게 통해 여학생들이 화장을 얼마나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교사는 A씨는 “학교 안에서는 티가 나게 하지는 않는다”며 “틴트나 립밤정도 바르고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고 답했다.

주로 몇 학년부터 화장을 하냐는 질문에는 “빠르면 4학년부터 주로 고학년이 되면서 시작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틴트는 입술에 바르는 것으로, 일정 시간동안 해당 색이 나도록 해준다. 액체로 된 워터틴트와 젤 형식으로 만들어진 젤틴트가 있다.

28일에는 다른 지역 초등학교 관계자를 찾아가 학생들이 어느 정도 화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변을 얻었다. 그는 “한 두 그룹 정도로 적다. 주말에 돌아다니면 그때 좀 눈에 보이게 화장을 할 정도지 우리 학교 아이들은 평소 화장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 화장은 학부모들의 케어여부에 따라 다를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초등학생들의 화장품 사용에 관한 견해를 학부모들에게 물었다. 학부모들 마다 반응은 제 각각으로 달랐다. 특히 화장품 사용에 대한 견해가 갈렸다. 한 학부모는 “초등학생이 화장을 하지는 않는다. 한다면 중·고등학생들이 할 것”이라며 “아이와 어울리는 친구들을 보면 화장하는 아이들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화장품을 사준 적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곁에 있던 학부모는 이에 생각보다 많다. 눈에 띄게는 안하지만 학교에서 학부형 생활을 하다보면 보이기 시작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화장의 범위를 어디까지 정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이 잡으면 틴트가지는 80%정도가 사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립밤은 기본
아이라인까지

또 자녀에게 화장품을 사주기도 했다며 요즘은 입술에 바르는 틴트까지는 괜찮다고 했다. 다른 지역의 학부형은 가끔 학교를 지나가다 보면 아이라인을 한 아이도 보여 깜짝 놀라곤 한다며 아이들이 아이라인까지 하는 것은 심한 것 같다고도 했다.

158명의 여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지난 5월 형지엘리트에서 SNS를 통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 중 ‘언제부터 화장을 시작했는가’라는 항목을 보면 중학교 1학년이 34%로 제일 많았고 중학교 2학년이 24% 그 다음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이 21%로 파악됐다. 5명 중 1명꼴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화장을 한 셈이다.

그렇다면 초등학생들은 어떤 화장품들을 선호할까. 서울 5개 지역의 화장품 매장(아리따움, 네이처리퍼블릭, 스킨푸드, 올리브영)에 물어 봤다. 매장에선 공통적으로 “학생들이 혼자 사가는 경우는 없고 부모님과 와서 사간다”며 학생들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구매하는 비율은 매장의 위치에 따라 달랐다. 초등학교에서 거리가 떨어져있는 매장은 10명 중 2명, 학교 근처에 있는 매장은 10명 중 7명이 사간다고 답했다. 주로 사가는 물건으로는 BB크림, 틴트, 부드러운 라인류, 핸드크림, 썬크림이 있으며 립밤, 틴트가 제일 많이 나가고 있다고 했다. 파우더도 사가냐는 질문에 많으면 한달에 4명 정도가 사간다는 답변과 함께 기름종이 파우더를 많이 사간다고.

한 매장에서는 다이소도 화장품을 팔고 있으니 한번 알아보라는 말을 했다. 가격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이 이용하려 한다는 것. 하지만 알아본 결과 다이소는 지난 2011년 이후로 초등학생들에게 화장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이 성인 피부를 대상으로 만들어져 피부가 약한 아이들이 사용하면 문제가 생길까봐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 초등학생에게 화장품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적 조치가 없더라도 자체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한편 초등학생들에게 제일 위험하다고 지적되어 오던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은 발견할 수 없었다.

부모님과 매장서 구매…선물 받기도
좀 노는 불량아? “요즘은 다 그래”

학부모와 10대 여학생들의 화장에 대한 갈등은 오랜 시간 지속되어 왔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학부모측의 입장이 많이 관대해진 편으로 파악된다.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B씨는 아이들이 화장품을 학교에 가지고 올 경우 압수를 하기 도 한 적이 있지만 학부모의 요청으로 돌려준 적이 종종 있다고 했다.

학부모 측에서 자녀의 화장을 지도·관리하고 있다며 자녀에게 화장품을 돌려주라고 했다는 것. 초등학생 조카에게 화장품을 선물해 주기도 한다는 주민도 있었다. 그는 요즘 여학생들에게 기본적인 화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치장에 크게 관심이 없어도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기 위해서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아이들이 화장을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예전엔 화장을 하는 학생들은 좀 노는 학생들 취급을 받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초등학생들이 계속해서 화장을 하는 것에 여전히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화장품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는 측면이 컸다. 기존의 제품들이 성인 피부를 대상으로 만들어졌고 색조화장품 같은 경우에는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들이 들어있어 무분별한 사용은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화장품은 음식이나 약처럼 먹는 것이 아닌,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것이라 심각할 정도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

매장에 아이들
파우더도 불티

하지만 화장품에 함유된 화학물질 등으로 인한 가려움, 피부염 등이 일어날 수 있다. 10대 화장이 여드름에 관여한다는 말도 있다. 대한여드름학회에 따르면 여드름은 피지의 과다 생성으로 발생된다. 이에 색조화장을 하거나 깨끗하게 화장을 지우지 않는다면 잔여물이 모공을 막아 여드름을 유발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초등학생들이 아닌 사춘기 시절의 청소년들에게 일어나는데 현대에 들어 사춘기가 앞당겨지며 12세 이하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서대헌 서울대학병원 교수는 “성인과 달리 청소년의 피부는 피지분비가 많아 화장을 하는 것이 좋지 않다”며 “어린 나이부터 화학물질로 이뤄진 화장품을 바르면 피부를 자극해 피부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어린이,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화장품 사용을 방지하고 연령대별로 화장품 사용에 관한 내용을 안내하기 위해 ‘소중한 내 피부를 위한 똑똑한 화장품 사용법’ 책자를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배포했다. 굳이 사용한다면 발생할 문제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취지에서다. 책자에는 화장품 구입 요령, 안전하게 사용하는 법, 부작용 사례 등을 담았다.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자신만의 개성도 강하고 표현할 줄 아는 프리틴(preteen)이라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말. 프리틴은 정신적으로 청소년기와 다를 바 없이 조숙한 면모를 보이는 초등학교 4~6학년 사이(10~12세)의 학생들을 지칭하는 단어다.


업계가 10대를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도 이 세대의 화장품에 대한 활발한 소비욕구 때문이다. 성동구의 초등학교 관계자는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화장은 자기 개성의 표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세대에 화장은 탈선을 하거나 학업에 지장을 주는 것이 아닌 친구들과 공유하고 즐기는 방법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초등학생의 화장이 일반화가 되고 있어 막기보다는 부모가 자녀들에게 올바른 화장 지도가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몇 년 전부터 국내에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외모에 우선적인 가치를 두고, 외모와 상관없는 사항에서도 외모를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관점을 말한다. 첫인상, 보기도 좋은 떡 등 외견의 미추를 따지는 것은 시기를 막론하고 있어 왔으나 현대에 들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취업과 같이 생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부분에도 여성의 경우 성형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 연예인들의 활동 장면, 웹툰 등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매체에서도 잘 생기거나 못생긴 모습이 부각돼 대조된다. 일부 콘텐츠의 경우는 주인공일수록 예쁜 모습으로 나온다. 또 기본적으로 화장을 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지난 2014년 숙명여대학원 석사 김미지의 ‘초등학생들의 화장품 사용 실태 및 구매행동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 화장을 하는 이유로 연예인 등 일정 대상의 모습을 보며 따라하려는 모방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여드름 주범
사용주의 필요

화장품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한 조사를 보면 ▲예뻐 보이기 위해서 ▲친구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나의 개성을 강조하기 위해 ▲호기심 때문에 ▲피부당김 등의 이유로(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중매체를 접하기 쉽고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업계의 마케팅의 영향도 크다는 점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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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