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화장하는 초딩들 천태만상

초등생 맞아? 앳된 얼굴에 덕지덕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여성의 화장은 사람을 변화시켜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한다. 꾸밈을 통해 전보다 더 아름다워지려는 노력은 나이를 떠나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화장에 대한 관심은 세대가 앞당겨져 초등학생들까지 확산됐다.

초등학교 하교시간에 길을 지나다 보면 간간히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살피는 여학생들을 발견할 수 있다. 색이 들어간 립밤을 꺼내 바르는 학생들도 보인다.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초등학생들도 얼굴꾸밈에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요즘 아이들은 발육이 빠르다”는 말처럼 화장에 대한 관심 역시 빠르게 시작되고 있다.

화장영상 인기
직접 찍기도

과거부터 지금까지 10대 여학생들의 화장이야기는 계속해서 불거져 나오고 기성세대들은 민낯이 가장 아름답다며 10대들의 꾸밈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유행과 개성이라는 코드가 확실하게 자리 잡은 지금 아이들은 자신을 돋보이기 위한 꾸밈에 여념이 없다. 유튜브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 들어가 10대 화장이라고 검색을 하면 다양한 결과가 나온다.

화장법도 다양하다. 기초 화장법부터 시작해 투명메이크업, 청순메이크업 등 가지각색의 화장법이 준비되어 있다. 이 못지않게 초등학생 화장영상들도 많다. 인기 영상들은 조회수가 평균 4만∼5만 정도로 높다. 화장에 대한 초등학생들의 관심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젠 초등학생도 화장을 하는 시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처럼 티가 나게 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꾸밈을 한다는 이야기다. 이에 일각에서는 어디까지를 화장으로 말해야 하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폼 클렌징 및 BB크림을 바르는 것을 가지고 화장이라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화장품 브랜드들은 주 고객층이 20대가 아닌 10대를 위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업계가 따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그만큼 해당 제품에서 매출이 뒷받침을 해주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10대 화장품 시장은 5년 전부터 매년 20% 이상씩 성장해 연 2000억원 이상의 규모로 커졌다고 한다.

이는 10대의 화장품 소비욕구가 사회적으로 표출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엔 김새론, 김소현과 같은 10대 배우들을 화장품 모델로 선정해 모방심리를 이용한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아이들 필수 아이템 색조화장품 ‘틴트’
계속 성장…걸리버 된 10대 화장품 시장

지난 달 27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인솔하고 나오는 교사에게 통해 여학생들이 화장을 얼마나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다. 교사는 A씨는 “학교 안에서는 티가 나게 하지는 않는다”며 “틴트나 립밤정도 바르고 다니는 아이들이 있다”고 답했다.

주로 몇 학년부터 화장을 하냐는 질문에는 “빠르면 4학년부터 주로 고학년이 되면서 시작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틴트는 입술에 바르는 것으로, 일정 시간동안 해당 색이 나도록 해준다. 액체로 된 워터틴트와 젤 형식으로 만들어진 젤틴트가 있다.

28일에는 다른 지역 초등학교 관계자를 찾아가 학생들이 어느 정도 화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변을 얻었다. 그는 “한 두 그룹 정도로 적다. 주말에 돌아다니면 그때 좀 눈에 보이게 화장을 할 정도지 우리 학교 아이들은 평소 화장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 화장은 학부모들의 케어여부에 따라 다를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초등학생들의 화장품 사용에 관한 견해를 학부모들에게 물었다. 학부모들 마다 반응은 제 각각으로 달랐다. 특히 화장품 사용에 대한 견해가 갈렸다. 한 학부모는 “초등학생이 화장을 하지는 않는다. 한다면 중·고등학생들이 할 것”이라며 “아이와 어울리는 친구들을 보면 화장하는 아이들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화장품을 사준 적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곁에 있던 학부모는 이에 생각보다 많다. 눈에 띄게는 안하지만 학교에서 학부형 생활을 하다보면 보이기 시작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화장의 범위를 어디까지 정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많이 잡으면 틴트가지는 80%정도가 사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립밤은 기본
아이라인까지

또 자녀에게 화장품을 사주기도 했다며 요즘은 입술에 바르는 틴트까지는 괜찮다고 했다. 다른 지역의 학부형은 가끔 학교를 지나가다 보면 아이라인을 한 아이도 보여 깜짝 놀라곤 한다며 아이들이 아이라인까지 하는 것은 심한 것 같다고도 했다.

158명의 여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지난 5월 형지엘리트에서 SNS를 통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 중 ‘언제부터 화장을 시작했는가’라는 항목을 보면 중학교 1학년이 34%로 제일 많았고 중학교 2학년이 24% 그 다음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이 21%로 파악됐다. 5명 중 1명꼴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화장을 한 셈이다.

그렇다면 초등학생들은 어떤 화장품들을 선호할까. 서울 5개 지역의 화장품 매장(아리따움, 네이처리퍼블릭, 스킨푸드, 올리브영)에 물어 봤다. 매장에선 공통적으로 “학생들이 혼자 사가는 경우는 없고 부모님과 와서 사간다”며 학생들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구매하는 비율은 매장의 위치에 따라 달랐다. 초등학교에서 거리가 떨어져있는 매장은 10명 중 2명, 학교 근처에 있는 매장은 10명 중 7명이 사간다고 답했다. 주로 사가는 물건으로는 BB크림, 틴트, 부드러운 라인류, 핸드크림, 썬크림이 있으며 립밤, 틴트가 제일 많이 나가고 있다고 했다. 파우더도 사가냐는 질문에 많으면 한달에 4명 정도가 사간다는 답변과 함께 기름종이 파우더를 많이 사간다고.

한 매장에서는 다이소도 화장품을 팔고 있으니 한번 알아보라는 말을 했다. 가격이 부담스러운 학생들이 이용하려 한다는 것. 하지만 알아본 결과 다이소는 지난 2011년 이후로 초등학생들에게 화장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매장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이 성인 피부를 대상으로 만들어져 피부가 약한 아이들이 사용하면 문제가 생길까봐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 초등학생에게 화장품을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적 조치가 없더라도 자체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한편 초등학생들에게 제일 위험하다고 지적되어 오던 학교 앞 문방구에서 판매하는 화장품은 발견할 수 없었다.

부모님과 매장서 구매…선물 받기도
좀 노는 불량아? “요즘은 다 그래”

학부모와 10대 여학생들의 화장에 대한 갈등은 오랜 시간 지속되어 왔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학부모측의 입장이 많이 관대해진 편으로 파악된다. 성동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B씨는 아이들이 화장품을 학교에 가지고 올 경우 압수를 하기 도 한 적이 있지만 학부모의 요청으로 돌려준 적이 종종 있다고 했다.

학부모 측에서 자녀의 화장을 지도·관리하고 있다며 자녀에게 화장품을 돌려주라고 했다는 것. 초등학생 조카에게 화장품을 선물해 주기도 한다는 주민도 있었다. 그는 요즘 여학생들에게 기본적인 화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치장에 크게 관심이 없어도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기 위해서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아이들이 화장을 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예전엔 화장을 하는 학생들은 좀 노는 학생들 취급을 받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초등학생들이 계속해서 화장을 하는 것에 여전히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특히 화장품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하는 측면이 컸다. 기존의 제품들이 성인 피부를 대상으로 만들어졌고 색조화장품 같은 경우에는 인체에 유해한 중금속들이 들어있어 무분별한 사용은 위험하다는 주장이다. 화장품은 음식이나 약처럼 먹는 것이 아닌, 피부를 통해 흡수되는 것이라 심각할 정도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다.

매장에 아이들
파우더도 불티

하지만 화장품에 함유된 화학물질 등으로 인한 가려움, 피부염 등이 일어날 수 있다. 10대 화장이 여드름에 관여한다는 말도 있다. 대한여드름학회에 따르면 여드름은 피지의 과다 생성으로 발생된다. 이에 색조화장을 하거나 깨끗하게 화장을 지우지 않는다면 잔여물이 모공을 막아 여드름을 유발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초등학생들이 아닌 사춘기 시절의 청소년들에게 일어나는데 현대에 들어 사춘기가 앞당겨지며 12세 이하에서도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서대헌 서울대학병원 교수는 “성인과 달리 청소년의 피부는 피지분비가 많아 화장을 하는 것이 좋지 않다”며 “어린 나이부터 화학물질로 이뤄진 화장품을 바르면 피부를 자극해 피부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어린이, 청소년들의 무분별한 화장품 사용을 방지하고 연령대별로 화장품 사용에 관한 내용을 안내하기 위해 ‘소중한 내 피부를 위한 똑똑한 화장품 사용법’ 책자를 전국 초·중·고등학교에 배포했다. 굳이 사용한다면 발생할 문제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취지에서다. 책자에는 화장품 구입 요령, 안전하게 사용하는 법, 부작용 사례 등을 담았다.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자신만의 개성도 강하고 표현할 줄 아는 프리틴(preteen)이라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말. 프리틴은 정신적으로 청소년기와 다를 바 없이 조숙한 면모를 보이는 초등학교 4~6학년 사이(10~12세)의 학생들을 지칭하는 단어다.


업계가 10대를 겨냥한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도 이 세대의 화장품에 대한 활발한 소비욕구 때문이다. 성동구의 초등학교 관계자는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화장은 자기 개성의 표출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세대에 화장은 탈선을 하거나 학업에 지장을 주는 것이 아닌 친구들과 공유하고 즐기는 방법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초등학생의 화장이 일반화가 되고 있어 막기보다는 부모가 자녀들에게 올바른 화장 지도가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몇 년 전부터 국내에 외모지상주의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외모에 우선적인 가치를 두고, 외모와 상관없는 사항에서도 외모를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관점을 말한다. 첫인상, 보기도 좋은 떡 등 외견의 미추를 따지는 것은 시기를 막론하고 있어 왔으나 현대에 들어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취업과 같이 생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부분에도 여성의 경우 성형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 연예인들의 활동 장면, 웹툰 등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매체에서도 잘 생기거나 못생긴 모습이 부각돼 대조된다. 일부 콘텐츠의 경우는 주인공일수록 예쁜 모습으로 나온다. 또 기본적으로 화장을 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지난 2014년 숙명여대학원 석사 김미지의 ‘초등학생들의 화장품 사용 실태 및 구매행동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 화장을 하는 이유로 연예인 등 일정 대상의 모습을 보며 따라하려는 모방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여드름 주범
사용주의 필요

화장품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한 조사를 보면 ▲예뻐 보이기 위해서 ▲친구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나의 개성을 강조하기 위해 ▲호기심 때문에 ▲피부당김 등의 이유로(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중매체를 접하기 쉽고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업계의 마케팅의 영향도 크다는 점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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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