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굿바이 2010> ①해 넘기는 정치권 의혹

새 해 떠야 어두운 그림자 걷힐까

한화·태광·C&그룹 정·관계 로비의혹 제자리걸음
시동 건 청목회 입법 로비 수사 결말은 ‘다음편에’
불법사찰 배후엔 누가?…국정조사·특검까지 갈까

2010년이 저물고 있다. 세종시 정국으로 시작된 올 한해는 6월 지방선거와 7월 재보선, 각 당의 전당대회 등 유난히 선거가 많았던 해다. 천안함·연평도 사태로 남북 사이에 찬바람이 불었고, G20 정상회의 개최로 전 세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정치권은 다사다난했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정치권과 관련된 각종 검찰 수사로 한시도 편할 날이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의혹들 중 일부는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다. 하지만 잠시 시선에서 멀어졌을 뿐 ‘현재진행형’인 사안들이 상당하다. 그리고 이 중 여의도에서 시작됐거나, 여의도를 향해 몰아치던 의혹들은 해를 넘길 기세다.

정치권을 겨냥한 의혹 중 대부분은 검찰발 사정태풍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한파보다 한 발 앞서 여의도를 찾은 기업들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그것이다.

검찰이 공을 들이고 있는 한화·태광·C&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에 정치권이 얽혔다. 수사가 ‘비자금 조성’에서 ‘비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것으로 초점을 옮겨가자 정·관계 로비 의혹이 고개를 내민 것. 재계를 시작점으로 한 사정태풍이 여의도를 향해 몰아치게 된 것이다.

검찰발 사정 칼바람
비자금 살생부 풀릴까


태광그룹의 정·관계 로비 의혹은 케이블TV업체 큐릭스 인수 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다. 태광그룹이 큐릭스 인수를 위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 걸친 3~4년간 방송통신위에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 전·현 정권 핵심 인사들이 관련자로 지목되고 있다.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태광그룹 사건은)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김대중 정부의) 문화부 장관을 했던 시절, 또 (노무현 정부의)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이 방송정책을 관장했을 때 의혹의 싹이 트지 않았느냐”고 전 정권 핵심 인사들의 태광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정계 일각에서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전 정권 실세와 486 인사들과 두터운 친분을 나눴다는 말이 흘러나오며 민주당을 바짝 긴장케 했다.

반면 박지원 원내대표는 태광 로비의 배후로 ‘밀양라인’을 지목했다. 그는 “태광그룹 사건을 제보한 사람이 ‘방송법 시행령 개정이 태광그룹을 위한 맞춤형 개정’이었다고 하는데, 당시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관계된 사람들이 전부 ‘밀양라인’”이라며 경남 밀양 출신 정·관계 인사들을 정조준했다.

하지만 검찰이 이호진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태광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수년 동안 관리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정·관계 인사 100여 명의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의도에 드리워졌던 ‘살생부 공포’는 제자리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당장이라도 여의도에 칼끝을 드리울 것 같았지만 검찰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C&그룹 수사도 마찬가지다. 검찰 수사에서 자금력이 취약했던 C&중공업이 전남도 조선업에 진출하게 된 경위와 금융권에서 지원받은 1조3000억원대의 대출이 상당부분 부당하게 이뤄진 점 등 정·관계 로비를 의심할 수 있는 부분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C&그룹이 정·관계 로비용으로 제공한 법인카드를 받았거나 로비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전·현 정권 인사들이 이니셜로 전해졌으며, 검찰이 2008년 임병석 회장이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나 금융권 대출 청탁을 한 단서를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스스로도 C&그룹 수사와 관련, “정거장일 뿐 종착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음에도 ‘종착역’으로 갈 티켓은 얻지 못하고 있다. 임 회장이 검찰 수사에서 완강하게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검찰이 기업들의 비자금 수사를 넘어 정·관계 로비의혹까지 겨냥하면서 이들과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었던 정치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등 흉흉한 소문이 날로 살을 더해갔지만 개점휴업 상태인 검찰을 보니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청목회 입법 로비
후원금의 진실은 무엇?

검찰은 기업의 정·관계 로비 의혹 뿐 아니라 ‘청목회’의 국회 입법 로비 의혹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정치권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사건이다. 청목회가 청원경찰법 개정과 관련, 여야 의원 수십명에게 후원금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 주된 내용인 만큼 검찰 조사에 따라 파장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느냐 ‘태풍이 찻잔을 벗어나느냐’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검찰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간 기업 관련 수사와는 달리 청목회 사건에서는 초고강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들에 대한 계좌 추적을 완료한데 이어 국회의원 10여 명의 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국회 회기 중 대대적으로 현역 국회의원의 후원회 사무실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정치권을 의식한 듯 압수수색 후 브리핑까지 열어 “압수수색을 했다고 해서 반드시 수사 대상이라는 뜻은 아니”라며 “이미 많은 사람이 클리어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후원금 수수에 대가성이 뚜렷할 경우 정치자금법 위반 말고도 뇌물죄 적용을 검토하는 등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초고강도 수사에 대해 정치권의 불만이 팽배하다. “국회의원 턱밑에 칼이 들어왔다” “검찰이 사법권을 함부로 휘두른다면 그 칼은 국민에게 무서운 무기가 된다”며 검찰 수사를 비판하고 있는 것.

청목회 사건도 사건이지만 ‘후속탄’을 염려한 탓이다. 지난 2004년 ‘오세훈 선거법’으로 소액 후원금 제도가 생긴 후 이번 사건과 같이 기업, 협회 인사들이 개인 명의로 후원금을 낸 사례가 적지 않다. 부인, 친지, 친척 등 측근들을 통해 소액 후원금을 전달해 그 출처를 명확히 알 수 없는 경우도 상당하다.

결국, 청목회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농협 불법 정치 후원금 수사 등 후속 사건의 방향도 정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달이 가기 전 청목회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13일 한나라당 권경석 의원을 시작으로 유정현·조진형 의원과 자유선진당 이명수 의원, 민주당 최규식·강기정 의원 등에 대해 소환 조사를 끝낸다는 것.

불법사찰 배후
빅브라더를 찾아라

그러나 청목회 입법 로비에 대한 논란 속에 해를 넘겨서야 사건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밖에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이명박 대통령의 ‘후원자’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에 대한 수사도 남아있다.


정치권이 이를 갈고 있는 의혹도 있다.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이다.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조사는 이미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 8월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김충곤 점검 1팀장을 구속 기소하고, 원충연 전 조사관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이들의 불법 사찰을 ‘이 전 지원관의 과잉 충성에 의한 독단적 행동’으로 결론지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 전 지원관에게 징역 1년6월, 김 팀장에게 징역 1년2월, 원 전 사무관에게 징역 10월을 선고,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된 공소사실 모두를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정치권이 주목하는 것은 이 부분이다. ‘청와대 대포폰’ ‘BH 지시사항’ 등으로 의혹을 키우며 청와대를 겨냥하고 있는 것.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 사찰 의혹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폭로가 터져 나올 때마다 불법사찰 대상이 늘어 야권 인사들은 물론 친이계 핵심 인사나 친박계 관계자들, 심지어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사찰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민주당은 청와대 불법사찰, 대포폰에 대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민간인을 사찰하고, 정적을 감시하고 양심적인 민주인사를 탄압하는 것은 그 어떤 논리로도 정당화 될 수가 없다”며 “청와대 불법사찰 전모를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를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통령이 불법사찰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다면 대통령직을 걸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차영 대변인은 “미국의 닉슨 대통령은 도청 사건을 은폐하려다가 결국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도청도 도청이지만 대통령이 사실을 은폐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그런데 청와대는 한 달이 지나도록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며 한껏 날을 세웠다.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 사찰이 진행됐는지, 그 배후에 선 것이 정말 청와대인지…. 의혹은 해를 넘겨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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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