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맞아, 난조 상과 함께 하니까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는 거야.”
석원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아니 더 이상 기미코의 말을 허용할 수 없었는지 기미코의 입에 자신의 입을 포갰다.
그러기를 잠시 후 갑자기 기미코가 자리에서 일어나 석원을 정면으로 주시했다.
“왜 그래?”
기미코가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를 잠시 그대로 정면으로 석원의 품으로 찾아들었다.
석원이 급히 책상다리 자세를 취하고는 기미코가 자신의 다리 위에서 정면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난조 상, 오늘은 이렇게 술 한잔 해. 서로를 바라보면서.”
석원이 자신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품에 안겨 있는 기미코의 허리를 부서져라 끌어안았다 이내 곁에 준비해온 술과 안주를 늘어놓고 병을 땄다.
기미코가 몸을 기울여 대신 술병을 잡고 한 손에 잔을 들어 술을 따라 석원에게 건넸다.
석원이 잔을 비우고 자신의 입을 슬그머니 기미코의 입으로 가져갔다.
기미코가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입을 벌렸다.
잠시 후 석원이 안주를 집어 기미코의 입에 넣었다.
기미코의 입이 닫혀지면서 조물대기 시작했다.
그러기를 잠시 후 기미코가 다시 술잔을 채워 자신의 입을 통해 석원에게 건네자 그 역시 입을 벌렸다.
그를 바라보던 기미코가 손을 움직였다.
그러나 그 손이 도착한 곳은 안주가 아니라 자신의 옷이었다.
옷을 들어 올리고 이어 손을 뒤로해서 브래지어를 끌러 잠시 전 석원의 손에 잡혀 있던 가슴을 석원의 입으로 기울였다.
아니 석원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으로 당겼다.
석원이 마치 밀물이 밀려들어오듯 거세게 공략했다.
순간 바닷물이 모래를 쓸며 일어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어 썰물이 밀려가는 듯한 현상이 일어나자 “사르르” 하는 조용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동일이 입국하자마자 곧바로 이강철과 함께 경호실장을 만났다.
아울러 일본에서 있었던 전 과정 그리고 문석원의 입국 일정에 대해 설명을 곁들였다.
“지금 정 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건에 대해 굳이 각하께 보고 드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일어나는구먼.”
박 실장의 화두에 동일이 가만히 생각에 잠겨들었다.
박 실장의 말대로 문석원의 박정희 대통령 암살에 대한 성공 확률은 제로였다.
“당일 행적이 어떻게 그려지느냐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일이 강철을 주시했다.
“정 팀장의 의도를 알겠는데, 제 임무에 대해서는 조금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합니다.
행사 당일 저 역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세밀하게 일처리하려 합니다.”
“확고합니까?”
“그 문제는 실장께 따로 의논드리려 합니다.”
순간 동일의 표정이 굳게 변해갔다. 그를 살핀 박 실장이 헛기침했다.
“한번 이 자리에서 대강이라도 이야기해보게.”
“문석원에게 최대한 배려를 베풀면서 마음의 긴장을 극대화시키려합니다.
즉 문석원 스스로 일을 망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려 합니다.”
“기본 생각은 옳다 생각됩니다.”
그러니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라는 투로 동일이 말을 이었다.
“문석원이 행사장 내 입장 시 최대한의 배려를 베풀고 그러나 문이 각하를 시해할 여건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아울러 결정적인 순간에도 제가 먼저 액션을 취해 각하의 터럭 하나 건들지 못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와 관련하여 시나리오가 결정되는 대로 정 팀장께 보고토록 하겠습니다.”
강철이 공손하게 보고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 표현이 흡족한지 박 실장이 미소를 보였다.
“이 특보의 계획이 상당히 치밀해 보입니다. 하면 각하께 보고 드리는 부분은 실장께서 판단하셔야 할 줄로 압니다. 다만 제 견해로는 보고를 드리던 드리지 않던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내 그래서 보고드릴 필요가 있느냐 이 말이네.”
시시각각 다가오는 거사…치밀한 경호
들통 난 암살 계획…각하께 보고 고민
동일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종의 경호 방식, 즉 심정 경호라네.”
동일과 강철이 심정 경호를 가볍게 되뇌었다.
물론 그 의미를 둘 다 잘 알고 있었다.
신체적 위협뿐만 아니라 심정적으로도 위해를 받지 않게 하려 한다는 그 마음을 모를 턱이 없었다.
“실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차라리 각하께 보고 드리지 않음이 이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강철이 말을 하며 동일을 주시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각하의 경호 부분은 제 소관이 아닌지라 저로서는 이렇다 의견 개진할 입장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이, 그 부분은 내가 좀 더 숙고할 테니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고. 이번 건으로 인해 정 팀장이 도움 받은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그 후속대책을 어떻게 할지 들어보세나.”
“그보다도 먼저.”
말하다 말고 동일이 가방에서 3.8구경 리볼버 권총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무엇인가?”
“문석원에게 전해줄 권총입니다.”
동일이 일본의 한 파출소에서 두 자루의 권총을 훔치고 한 자루는 문석원의 연습용으로 넘긴 내용들을 이야기했다.
“이 총으로 암살하겠다고!”
박 실장이 총을 집어 들면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허리 벨트에 있는 권총을 뽑아들었다.
이어 두 자루의 권총을 비교하며 살피다 자신의 권총을 벨트에 집어넣었다.
“이 특보도 보게나.”
강철이 박 실장이 건넨 권총을 흘낏 살피더니 실소를 터트렸다.
“이 놈이 진짜 제 정신이 아닌 놈이로군요. 새총만도 못한 이런 총으로 암살하겠다니.”
강철의 이야기에 박 실장이 다시 호탕하게 웃었고 웃음이 멈출 무렵 동일이 정색했다.
“실장님, 그러면 오히려 더 문제 아닙니까?”
“뭐라!”
“지금 실장님이나 이 특보의 이야기를 빌면 총알이 어디로 날아갈지 모른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박 실장이 순간 근심스런 표정을 지으며 강철을 주시했다.
“정 팀장 말이 백번 지당하네. 이 특보는 정 팀장의 우려를 적극 검토하도록 하게나.”
“결국 당일 좌석 배치 등도 세밀하게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그러면 잠시 전 말씀하신 내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잠시 호흡을 고른 동일이 박 실장을 주시했다.
동일이 입국하는 바로 그날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찻집에서 차주선과 그의 여동생 영란을 만났다.
“대한민국을 대신하여 차 여사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주선의 소개로 상견례가 이루어지자 동일이 가볍게 고개 숙였다.
“제가 행했던 조그마한 일이 도움이 되었다면 저로서도 만족합니다.”
영란 역시 가볍게 고개 숙이며 화답했다.
“겸손의 말씀이십니다. 차 여사 도움이 없었다면 이번 일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 생각해주신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런데.”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