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의원 릴레이 인터뷰> 새누리당 신보라 의원

“청년이 커야 국가가 성장하죠”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번 20대 국회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은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으로 접어들었다. 국민의당이 원내에 입성해 국회는 3당 체제로 재편됐다. 낙선한 의원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들로 각각 채워졌다. <일요시사>는 독자들을 대신해 초·재선 의원들을 찾아가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 새로워진 국회를 알아가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일곱 번째로 새누리당 신보라 의원을 만나봤다.

4·13 총선 참패는 새누리당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2030 젊은 지지층의 외면이 뼈아팠다. ‘노쇠화’로 접어든 당의 체질을 바꿀 카드가 필요했다. 청년 비례대표 신보라 의원은 그런 새누리당이 찾고 있던 몇 안 되는 원석 중 하나다.

새누리당은 당론 1호 법안으로 ‘청년기본법’을 발의했다. 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총 122명의 동의로 발의된 법안에 초선의 이름이 올라간다는 건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이제 갓 국회에 입성한 신 의원은 그렇게 화려한 데뷔식을 치렀다. 청년 당사자로서 누구보다 청년에 대한 이해가 깊은 신 의원의 얘기를 <일요시사>가 들어봤다. 다음은 신 의원과의 일문일답.

- 당선을 축하한다. 소감이 어떤가.
▲아직은 어색하고 낯설다. 지난주(5월 셋째 주)부터 내가 속하게 된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에서 업무보고가 있어 상임위장에 처음 앉아보기도 했다. 내가 국회의원으로서 활동을 해보니 ‘청년 NGO로서 밖에서 봐왔던 모습과는 약간의 괴리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긴장은 되지만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도 느껴진다.

- 정치에 입문한 계기가 궁금하다.
▲글 쓰는 걸 좋아해서 원래 꿈은 수필을 쓰는 국어교사였다. 꿈을 쫓아 사범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을 다니던 중 우연찮게 탈북자들 강연을 듣고 북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내 개인의 삶을 쫓는 게 아니라 사회에 대한 관심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던 계기였던 것 같다. 그래서 청년 NGO까지 만들어 활동하게 된 것이다.

NGO 활동을 하다 보니 청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접하게 됐다. 그러면서 느꼈던 점이 ‘제도나 법이 바뀌지 않으면 공허한 메아리로 그친다’는 것이다. NGO 대표를 했던 경험을 살려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입법의 통로 역할을 해보자’라는 생각에 정치에 입문하게 됐다.


- 당내 최연소 의원이다. 다른 의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잘 되는 편인가?
▲내가 초선에 비례대표로 왔기 때문에 다른 비례대표 의원들과 교류가 많은 편이다. 아직 국회가 돌아가는 환경이나 분위기에 익숙지 않다보니 함께 적응해 가자는 의미에서 매주 수요일 오전마다 조찬모임을 갖고 공부를 하고 있다. 또 여성 의원들끼리도 자주 교류를 하고 있다. 선배 의원님들과도 함께 식사하며 조언을 귀담아 듣고 있다.
 

- 1호 대표법안으로 ‘청년기본법안’을 발의하셨다. 독자들에게 간략히 설명해 주신다면?
▲청년기본법은 청년이 커야 국가가 성장할 수 있다는 그 사명, 국가적 책무를 정의한 첫 번째 법안이다. 그간 청년들을 청소년기의 연장선으로만 보거나, 아니면 중장년으로 가는 과도기 정도로만 생각하는 게 있었다. “몸과 마음이 튼튼한 세대니까 국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립해야지”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자립까지의 이행 기간이 길어지고 있고, 또 제대로 된 일자리나 처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온전히 청년의 책임으로만 돌릴 시기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청년을 독립된 세대로 규정하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가 힘써야 한다.

당내 최연소 비례대표 정계 입문
1호 대표법안 ‘청년기본법’ 발의

- 법안에 대해 디테일한 면에서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너무 고용 문제에만 집중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런 건 절대 아니다. 법안을 보면 주거, 문화, 청년 활동, 청년들의 국제 협력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청년들이 자립하기 위해선 일자리도 필요하지만 자신의 생활과 환경에 대해서도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져야 한다. 고용에만 한정된 법안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이후에도 청년고용문제 같은 것들을 풀기 위한 법안들을 계속 발의해 나갈 생각인가?
▲그렇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라고 청년기본법에 앞서 청년을 정의한 법률이 있다. 상위법으로써 청년기본법이 만들어지면 청년고용촉진특별법도 고용 측면에서 더 보완이 될 것이다. 그 외에 청년들의 권익을 증진할 수 있는 다른 하위 법률들도 발의할 생각이다.

- 다년간 NGO에서 활동했다. 힘들었던 점이 있었다면?
▲돌이켜보면 힘든 일보다 좋았던 일이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어려웠던 점을 꼽아본다면 “청년 NGO가 도대체 뭐야”라는 주변의 시선이었다. 경실련, 희망제작소, 참여연대 등 오랜 역사를 가진 단체들과는 달리 청년의 입장을 대변하는 청년 NGO는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만든 단체도 2010년에 시작했다.


처음에 “무슨 동아리 수준의 단체가 보도자료를 내느냐” “너희가 청년을 대표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느냐”라는 편견어린 시선들이 많았다. 다른 시민단체들처럼 청년 NGO도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의견을 취합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게 분명함에도, 그런 사명과 책임을 낮게만 보는 시선들이 힘들었다.

- 환노위와 여가위에 배정되셨다. 환노위라 하면 여당 입장에서 가장 힘든 상임위 중 하나로 꼽히는데 어떻게 돌파해 갈 생각이신지?
▲걱정되는 부분이기는 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청년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현재 노동시장의 근본 문제들을 보면 청년들에게 굉장히 불공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노동자는 약자, 기업은 강자’라는 논리만 들이밀어선 안 된다고 본다.

사실 노동자층 안에서도 강자와 약자의 논리가 존재한다. 그 안에서 청년들은 철저히 약자의 위치에 있다. 현재 노동 시장의 구조는 시장에 먼저 진입한 세대들에게 유리한 형태로 짜여있다. 나는 이것을 ‘신 계급 장벽’이라고 표현한다. 이번 구의역 사건만 봐도 고용을 승계 받은 기성 노동자들의 높은 월급을 충당하다 보니 청년들은 낮은 월급과 비정규직화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여야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노동시장의 질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냐는 부분에 대한 전향적인 논의가 있어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프레임 싸움에서 벗어나 청년들의 입장에서 노동 시장을 바라본다면 환노위 내에서 갈등만 일어나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 여성의 취업·승진에 있어 과연 ‘쿼터제’가 필요한지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신 의원의 생각은?
▲모든 분야에 일괄적으로 쿼터제를 시행한다는 쪽으로 접근하면 많은 논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 여성들의 관리직 참여율이 OECD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는 조사 결과만 봐도 선진국에 비해 아직 여성의 역할을 사회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분명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인식의 전환을 위해 국가나 공공기관이 선도적·제도적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 국가에서 그런 역할들을 해 줄 때 민간기업으로까지 확산이 되는 게 아니겠나. 모든 분야에서의 쿼터제는 문제가 있지만, 공기업과 공공기관에서의 쿼터제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chm@ilyosisa.co.kr>

 

[신보라 의원은?]

▲광주 출생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 공공정책전공 재학
▲전 대학생 시사교양지 바이트 편집장
▲전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
▲전 새누리당 중앙차세대여성위원회 부위원장
▲제20대 국회의원 (비례대표/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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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