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마전’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뭐길래…

대통령 안 부러운 무소불위 권력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서민의 돈으로 금융사업을 벌이는 새마을금고가 갖가지 구설을 양산하고 있다. 금융기관이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만큼 전문성과 거리가 먼 탓이다. 금융전문가를 모셔도 부족할 법하건만 이사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상당수 인물들은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허점투성이 운영방식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1963년 다섯개의 조합에서 출발한 새마을금고는 착실한 성장을 거듭한 끝에 손꼽히는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어느덧 자산규모는 상호금융 중에서 농협 다음에 위치할 만큼 거대해졌다. 지난해 총자산은 126조6925억원으로 전년(119조6514억원) 대비 5.88% 증가했고 거래자 수는 전년(1814만4000명) 대비 2.39% 늘어난 1857만8000명에 달한다.

이사장 임기
10년은 기본

조직이 팽창하면서 단위 새마을금고 이사장 수도 급증했다. 2015년 6월30일 기준 새마을금고 이사장 수는 전국적으로 1352명에 이른다. 단위 금고는 제각각 이사장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다. 금융기관인 만큼 표면상 행정자치부의 감독을 받지만 사실상 자율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까닭이다. 공교롭게도 이 같은 운영 형태는 새마을금고가 신뢰성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공론화된다. 특히 단위 금고 이사장직은 논란을 키우는 기폭제나 마찬가지다.

단위 금고 이사장으로 부임하면 장기간 자리를 지키는 게 일반적이다. 12년 이상 재임한 이사장은 358명에 이르고 심지어 42년 간 이사장직을 유지하는 사례도 발견된다. 반세기에 걸쳐 금융기관의 이사장을 역임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금융업계 종사 이력이 전혀 없는 이사장도 상당수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이사장은 매년 발생하는 금융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2012년 62건, 2013년 574건, 2014년 1071건 등으로 매년 두 배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불법대출 역시 2012년 127건, 2013년 162건, 2014년 198건으로 급증했다.


금융전문가의 부재는 새마을금고의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2014년 기준 새마을금고 총 대출액은 68조997억원인데 비해 연체율은 2.33%(연체액 1조5903억원)에 달한다. 시중은행에 비해 6배가량 높은 수치다.

부실 운영 여부와 상관없이 허술한 감독체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통상 금융권에서 수십억원대의 금융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자가 자리를 보존하기 힘들다. 그러나 새마을금고는 예외다.
 

불법행위로 수백억원의 손실을 끼쳤더라도 법적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아니면 현직을 유지할 수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규정상 보궐선거 출마를 금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불법대출과 횡령이 발생해도 해당 새마을금고 이사장은 가벼운 징계만 받고 다시 현직에 복귀하기 일쑤다.

2012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금융사고가 일어난 단위 금고에서 이사장의 71%가 재선임됐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불법대출이 발생한 새마을금고의 경우 연대책임이 있는 이사장 10명 중 9명이 재선임됐다.

금융인 출신 뒷전 “전문성 결여”
‘장기집권’ 강산 변하도록 그대로?

독립법인체제에 따라 단위 금고가 자체적으로 이사장을 선출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회원총회를 거쳐 이사장을 선출하는 단위 금고의 비중은 20%도 미치지 못한다. 대부분 대의원총회를 거쳐 간선제로 선출하는 구조다. 즉, 대의원 관리만 잘하면 누구나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금고를 관리·감독하는 이사와 감사도 이사장이 측근으로 구성할 수 있다. 대의원은 이사장뿐만 아니라 이사 및 감사 선출 권한을 지닌다. 선출방법은 유권자가 후보 중 한명에게 투표하는 방식과 이사회 정원수 만큼 투표하는 방법이 있는데 대다수 단위 새마을금고는 후자를 따른다. 이사장이 대의원을 설득하면 이사와 감사까지 자기 사람으로 채울 여지가 생긴다. 이사장 선임 과정에서 불법선거 논란이 매번 불거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10월 대구지역의 단위 금고는 일부 대의원들이 임금삭감 요구를 거부하는 이사장을 해임시키는 과정에서 기명투표를 시도하는 등 부적절한 방법을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로 인해 해당 단위 금고는 법정공방에 휘말렸지만 중앙회는 한동안 사태파악조차 제대로 못했다.

지난 2월 치러진 포항의 단위 금고 이사장 선거는 부정으로 얼룩졌다. 3명이 출마한 이사장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해달라며 대의원들을 상대로 다량의 문자메시지가 전송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에게 선거인명부 열람과 교부를 거부하며 ‘깜깜이 선거’ 논란을 빚었던 광양시 단위 금고 이사장 선거는 절차상의 중대한 하자로 인해 선거가 중단되는 웃지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이사장 자리를 차지하는 게 아니라 지역에서 유지로 불리는 사람들이 내정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연간 수천억원의 자금을 운용하지만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정으로 얼룩진
이사장 선거전

새마을금고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부호는 지난해 9월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당시 행정자치부 국정감사에서 새마을금고는 ▲문제를 일으킨 이사장들의 재선임 ▲신종백 회장의 8억원에 달하는 황제 연봉 ▲경영정상화 2000억원 추가자금 ▲허술한 관리감독 등에 대해 지적 받았다. 특히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화곡새마을금고 불법대출사건’에 대한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잇단 거짓 증언을 꼬집으며 신뢰성 문제를 들춰냈다.
 

진 의원은 “새마을금고는 2014년 국감에서 화곡새마을금고 불법대출 사건과 관련해 2억원을 이사장한테 보상하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며 “하지만 지금 이사장이 이를 변상한 자료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화곡새마을금고 불법대출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사장은 사임 당한 후 선거에 다시 나와 재선임됐다. 진 의원은 화곡새마을금고에 대해 거짓말을 한 신종백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을 질타했고 신 회장은 이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거듭된 부실 운영…허술한 감독체계
말만 요란한 행자부의 경영혁신방안

새마을금고의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행자부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이사장 후보의 자격요건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열린 ‘새마을금고 정체성 강화를 위한 바람직한 역할 모색’ 토론회에서는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선거 입후보 자격 요건이 핵심 사안으로 떠올랐다.

은행건전성 평가인 카멜(CAMEL) 1, 2등급을 유지하지 못한 단위 금고의 이사장의 평판 조사도 실시해야 한다는 게 주된 골자였다. 선거 방식을 지역별 새마을금고 수에 따라 배정된 배의원 120명이 투표하는 방식에서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모두 참여하는 형태로 바꿔야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앙회를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진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앙회는 시장규율이나 시장감시가 이뤄지지 않아 사외이사의 역할이 중요한데도 금융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을 임명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경영자들을 견제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이사장 요건
강화 필요성


문제는 정부 차원의 새마을금고 경영혁신방안조차 한계가 뚜렷하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단위 금고의 거센 저항이 걸림돌이다.

행자부의 새마을금고 관리 감독 강화 의지는 지난해 세워진 새마을금고의 ‘동일인 대출한도’ 축소 방안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현행 동일인 대출한도는 자기자본의 20/100의 또는 총자산의 1/100 중 큰 금액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자기자본금 500억원 이상은 현행과 동일하지만 500억원 미만은 50억원을 초과할 수 없다. 자본금 25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 새마을금고는 현재보다 대출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해당 규제는 내달 7일부터 시행된다.

한술 더 떠서 행자부는 중앙회장 선출을 직선제로 전환하고, 단위 금고 이사장을 직선제로 선출 가능하게끔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선거제도를 개편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사무를 위탁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사실상 정부 차원의 관리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그러나 새마을금고라는 조직을 행자부에서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새마을금고는 행정자치부 소속 비금융전문가 10명이 전체를 관리·감독하는 구조다. 게다가 감독의 기초자료인 업무보고서를 제출할 의무조차 없다. 정확한 부실위험을 파악하기 어려워 언론의 감시기능에서도 한발 떨어져 있다. 더욱이 금고마다 규모와 업무능력의 편차를 커 검증하기도 어렵다. 

이런 가운데 행자부의 미흡한 준비도 반발을 키웠다. 행자부는 서울지역 간담회에서 새마을금고의 직선제 확대 방안과 관련해 농협의 예를 들며 확대 추진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하지만 농림부는 지난달 발표를 통해 농협중앙회장을 뽑기 위한 선거를 없애고 이사회에서 호선으로 선출하기로 정한 상태였다. 뒤늦게 행자부는 잘못을 인정했지만 졸속 행정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중앙회와 단위 금고를 감독할 감사위원회 신설 방안도 미심쩍은 시선을 받고 있다. 행자부는 단위 금고에 대한 감사를 공정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하지만 일선에서는 정부 관료들의 퇴직 후 자리 늘리기를 의심하는 상황이다.

칼날 세웠지만
허점투성 개선책

행자부의 변화된 입장에 단위 금고들은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새마을금고를 통제하려는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뿐만 아니라 금융위기 당시에도 공적자금을 받지 않은 새마을금고에 지나친 간섭을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가 갖가지 이유를 들며 관리 감독의 당위성을 앞세우지만 이를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단위 금고의 한 이사장은 “새마을금고는 정부의 간섭없이 자발적으로 성장해왔다”며 “이제 와서 선거제도와 감독체제를 바꾼다는 계획이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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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