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이 아닌 바로 며칠 전 일이다. <일요시사>에 ‘국방부 시계 거꾸로 가는가!’라는 제하로 국제 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운동선수들에게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지극히 후진적 사고를 되짚어보았다. 또한 최근 불거진 ‘병역특례’에 대한 국방부의 갈팡질팡 식의 대처를 살피면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시점 다시 국방부의 행태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국방부가 ‘세계 금연의 날’을 맞이하여 장병들의 건강 증진과 건강한 병영환경 조성을 위한 방편으로 발표한 금연사업 계획에 대해서다.
이와 관련하여 국방부는 과거 군에서 흡연율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불식하고 앞으로는 담배를 줄이거나 끊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임을 밝혔다. 의도 자체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런데 대북관계에서 항상 뒤통수만 치는 국방부의 민낯을 드러내듯 기상천외한 단서를 달았다. 부상으로 내건 금연 실천 우수부대 표창 및 포상 계획에 대해서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최우수부대 5곳을 선정하여 장관 표창 및 400만원 상당의 포상을, 우수부대 40곳에 대해서는 200만원 상당의 포상을 제공하며, 포상은 운동기구, 당구대, 노래방 부스 등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물품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장병 정신교육에 금연교육을 추가 반영할 계획이며, 소대장과 모든 소대원이 함께 금연하는 금연소대를 모집·선정해 금연 성공 시 포상휴가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고 상기 보도내용을 접했을 때 그야말로 절로 탄식이 흘러나오며 말문이 막혔었다. 물론 그동안 보여주었던 국방부의 전략전술의 부재로 비롯되는데, 나만 그럴까.
천만에다. 군에 다녀온 대한민국의 성인남자라면, 특히 흡연하는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라면 필자와 동일한 반응을 보였을 터다. 당연히 우리 군이 중시 여기는 패거리 문화, 즉 조직을 최우선시 여기는 특성에 기인한다.
물론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집단 역시 패거리의 이익을 중시 여기지만 군대라는 특수 단체에서는 특히 심하다. 그런 군대에 상기의 룰을 적용하겠다니 도대체 대한민국 국방부는 정상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왜 그런지 차근히 살펴보자. 먼저 부대 단위의 포상 계획에 대해서다. 상기의 부대 단위는 아마도 사단이나 여단급을 대상으로 하는 모양인데 우리 군의 현실을 살필 때 반드시 경쟁구도가 형성될 터다.
이런 경우, 물론 지금이야 많이 사라졌겠지만 외형을 중시 여기는 우리 군의 특성상 얼토당토않은 금연이란 목표로 부대 간 경쟁관계가 형성되고 이는 결국 일부 지휘관의 욕심으로 귀결되어 무리수를 낳게 되어 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문제는 소대장과 모든 소대원이 금연 성공 시 포상휴가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부분이다. 이 부분이 얼마나 위험한 발상인지 단 3초만 생각해보라.
사실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이로 인해 발생할 무서운 부작용이 곧바로 눈앞에 훤하게 그려진다. 내무반을 함께 사용하는 소대 내에서 흡연 장병들이 처할 위기 또한 흡연그룹과 비흡연그룹 간에 갈등의 골이 불거지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단순히 가정이었으면 좋겠지만 이로 인해 불상사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굳이 시시콜콜 거론하지 않아도 누구라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도대체 이 나라 국방부는…. 결국 전략전술의 부재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