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37) 비자

드러난 정체, 목숨이 위태롭다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동일이 가볍게 혀를 찼다.

“결국 차 사장께서 문석원을 완벽하게 묶어버렸습니다.”

“사람까지 죽였으니 이제 퇴로가 완전히 차단되었다 보아야지요.”

“그건 그렇게 마무리하기로 하고, 이제 문제는 차 사장의 신상에 관한 일입니다.

그래서 이참에 차 사장께서도 비밀리에 여권을 만들고 비자를 발급받도록 하십시오.”


“일이 마무리 되는 순간까지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그럴 경우 상당히 위험부담이 클 수도 있다 판단했습니다.”

“위험하다니요?”

“물론 문석원이 입국하게 되면 철저하게 제 소관 하에 일이 진행되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일이 어그러지면 곤란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런 연유로 이곳에서 일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움직이려 합니다. 이쪽 일처리는 아무래도 제가 적임자 아니겠습니까?”

동일이 주선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며 가볍게 목례했다.

“그런데, 이번 일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영란이란 여인은 어떻습니까?”


차주선이 대답 대신 가볍게 신음을 내뱉었다.

“차 사장과 어떤 관계입니까?”

재차에 걸친 질문에도 불구하고 주선이 쉽사리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그를 살피며 동일 역시 재촉하지 않기로 작정한 듯 가만히 주시했다.

“외람되지만 여동생입니다.”

주선이 체념한 듯한 투로 힘들게 입을 열자 동일이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이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차 사장과 어떤 식으로든 관련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만, 결국 동생이었군요. 그런데 어떻게 북한의 정치지도위원이 될 수 있었습니까?”

“이야기하면 깁니다. 여하튼 동생 역시 재일 한국인이었는데 사업을 하던 남편과 함께 만경봉호에 승선하여 북한으로 건너가 혁혁한 공을 세웠었지요.

그러나 한순간 남편이 금전 문제로 김일성의 눈 밖에 나는 바람에 그 사람은…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동생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되었습니다.”

“결국 차 사장으로 인해 개입된 걸로 추측할 수 있는데 일이 마무리되면 동생의 신변도 장담할 수 없을 터인데 어떻게 하시렵니까?”

“그렇지 않아도 그 일로 동생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동생을 설득하여 새로운 삶을 살도록 하려 하였으나 이미 북한의 김일성으로부터 모든 것을 잃었다고 판단하고는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그러면 오로지 복수하는 일만으로 마무리하겠다는 말입니까?”

주선이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 문제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차 사장께서 다시 한 번 동생분의 의사를 타진해주시기 바랍니다. 어차피 사건이 종결될 시점이면 북한에서 동생분의 실체를 파악하게 될 터고 그런 경우라면 죽음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동일이 산트라벨 여행사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이어지기를 잠시 후 상대 쪽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에게 한국 영사관 직원이라 밝히고 비자발급과 관련하여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고타로와 관련해서였다.

조그마한 섬유회사에 다니는 젊은 일본 사람이 단체가 아닌 홀로 대한민국에 입국하고자 하는 사유에 대해 질문했다. 상대방이 그 사유를 물었다.

지금 한일 관계가 전처럼 원만하지 않고 일본인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감정이 별로 좋지 않다고 했다.

드러난 차주선-영란 남매 관계
영자에게 이별 통보하는 동일

잠시 침묵이 이어지더니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여행사의 한 직원이 그와 관련해 고타로에게 인터뷰를 했고, 대한민국에 있는 지인이 입국 시부터 동행할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전했다.


동일이 잠시 더 대화를 이어가다 통화를 끝냈다. 그리고는 모든 서류들을 다시 한 번 훑어보았다.

혹여나 문석원과 연계시킬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세심하게 서류를 살피자 의심들만 한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한국 입국은 처음이었고 또 나이들이 지긋한 것으로 보아 필시 단체로 섹스관광을 나선 모양이라 생각 들었다.

엔고의 위세를 빌어 일본 내에서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본 서민들이 관광을 빌미로 섹스를 위해 집단으로 한국행을 선호했었다. 그들의 사진을 찬찬히 살피다 쓸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보고 있던 서류들을 정리하고 전화기를 들었다. 김영자에게 전화를 걸어 잠시 후 방문할 터이니 보신탕을 준비해두라 일렀다.

통화를 끝내고 사무실을 나서 미스 오에게 간략하게 일처리를 지시하고 김영자가 운영하는 음식점으로 방향을 잡았다.

음식점에 도착하자 김영자가 남들의 시선에서 멀리 떨어진 구석방으로 이끌었다. 방에 들어서자 탕이 끓고 있었다. 동일이 천천히 다가가 냄비 뚜껑을 열고 간을 보았다. 구수한 된장 냄새가 혀끝을 자극했다.

“문 닫고 자네도 이리 오게나.”

“지금 한창 손님이 몰릴 시간인데…”

“종업원들에게 맡기면 될 일 아닌가?”

김영자가 고개를 돌렸다가 동일을 주시했다.

“그런데 오라버니, 오늘 어째 이상하네.”

“뭐가!”

순간 동일이 찔끔했다.

“갑자기 보신탕 찾은 일도 그렇고 조금 서두르는 듯해서.”

“이 사람아, 음식은 그렇게 먹는 거야. 먹고 싶을 때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지.”

“하기야 맞는 말이네요.”

잠시 생각에 잠겨들었던 김영자가 슬그머니 말을 받았다.

“그런데 거참 묘하단 말이야.”

“뭐가요?”

“우리는 여름이면 보신탕을 달고 살지 않는가. 그런데 일본 종자들은 개고기는 근처에도 가지 않는단 말이야.”

“대신 회를 먹잖아요.”

“그래서 애들이 정이 들지 않는 건가.”

김영자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술병을 들어 동일의 잔을 채웠다. 동일이 급히 잔을 비워내고는 고기와 파를 집어 입으로 넣었다.

“그렇지, 바로 이 맛이야. 이러니 내 어찌 보신탕을 멀리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도 좋아요?”

“그렇게 궁금하면 자네도 들어보게나.”

김영자는 개고기 요리는 곧 잘했지만 먹지 않았다. 하여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오라버니 먹는 모습만 봐도 좋아요.”

“많이 먹어야 긴긴밤 힘쓴다 이거지.”

의미를 헤아렸는지 김영자가 상큼한 이빨을 보였다.

그 입을 보자 막연하게 생각했던 일을 현실로 이루고자 하는 진한 느낌이 솟아나고 있었다. 아울러 이제 며칠 후면 기약 없는 이별을 해야 할 터였다.

순간 김영자에게 이별을 통보해야 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찾아들었다.

그런 경우 반드시 그 사유를 물을 터인데 차마 김영자에게 거짓말 할 수는 없었다. 목구멍까지 넘어오던 이별의 이야기를 다시 가슴속으로 삼켜버렸다.

“난조 상, 받아.”

문석원이 기미코의 전화를 받고 저녁 무렵 다방에 들어서 자리에 앉자마자 기미코가 여권을 건넸다. 여권을 받아 펼쳐보고 기미코를 주시했다. 말투며 표정이 그리 밝지 못했다.

“당신은?”

“이번에는 함께하지 못할 거 같아.”

물론 기미코가 비자 신청하지 않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한동안 아니 어쩌면 오랜 기간 보지 못할 연인의 입에서 함께하지 못한다는 말이 흘러나오자 석원의 입에서 가볍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왜?”

“이 인간이 눈치 채고 있는 모양이더라고.”

“당신과 나 사이를 말이지?”

“그거야 이미 알고 있는 거고. 그 이상의 관계 말이야.”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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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