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 무사히 날 수 있을까

와이즈에셋자산운용, ‘설상가상’에 떠는 사연


올 겨울은 와이즈에셋에게 그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될 듯하다. 899억 규모의 옵션거래 손실 ‘폭설’을 맞아서다. 어찌나 추운지 사시나무 떨듯 하고 있다. 여기에 된서리까지 맞았다. 수십억에 달하는 횡령사건이 불거져 나온 것. 그야말로 설상가상인 상황이다. 여기에 일각에선 파산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와이즈에셋은 과연 올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을까.

899억원 규모의 옵션거래 손실에 ‘휘청’
직원횡령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재기불능’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899억원 규모의 옵션거래 손실을 내고 사실상 정상적인 운용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
와이즈에셋이 운용하는 사모펀드 ‘현대와이즈다크호스사모파생상품 1호’와 관련, 옵션 11월물 만기일에 법정 펀드투자한도를 초과해 무모한 투자를 감행한 게 화근이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펀드 설정액의 5배까지 투자가 허용된다. 하지만 다크호스 펀드는 설정액의 360배가 넘는 것은 물론이고 투자가 허용된 법정한도의 73배가 넘는 4조5000여억원을 베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 운용 못해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옵션만기일인 지난달 11일 2조756억원이던 와이즈에셋의 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19일 4221억원으로 급감했다. 불과 6거래일 만에 1조6535억원이 줄어든 것.
법인 머니마켓펀드(MMF) 뿐 아니라 공모형, 사모형 가릴 것 없이 자금이 빠져나갔다. 설정액 ‘0’원으로 아예 해지된 펀드도 속출했다. 이 같은 전방위적 ‘펀드런’으로 와이즈에셋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파산설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한 업계관계자는 “회사가 망가져도 펀드 투자자들은 돈을 받아갈 수 있겠지만 앞으로 운용할 사람도 없고, 이렇게 상태가 안 좋은 운용사에 돈을 맡길 사람도 없으니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직원횡령까지 겹치면서 와이즈에셋은 사실상 재기불능 상태가 됐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지난달 26일 와이즈에셋 경영지원팀 간부 손모씨가 회사자금 38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손씨는 회사 계좌의 잔액증명서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공금을 꺼내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와이즈에셋이 899억원의 손실을 입고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횡령혐의가 드러나자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와이즈에셋 측은 지난 19일 손씨를 검찰에 고소했고 검찰은 즉각 손씨를 출국금지했다. 검찰은 회사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와 함께 손씨의 소재지 파악에 나선 상태다.
이와 관련 와이즈에셋 측 관계자는 “고객자산 횡령이 아니고 은행에 맡긴 회사의 고유자금을 빼돌린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위탁자금을 정상적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이 펀드에 투자한 자금은 운용사가 아닌 수탁 금융사에서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당장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운용사는 생명은 ‘평판’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와이즈에셋의 ‘펀드런’이 가속화하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횡령사건으로 정작 불똥이 튄 것은 손실금을 대납한 하나대투증권이다. 회수 가능한 자본금이 크게 줄어든 때문이다.

하나대투증권은 와이즈에셋의 옵션거래 손실금 899억원 가운데 760억원을 대납한 상태다. 하나대투증권이 회수 가능한 가장 확실한 자금은 와이즈에셋의 자본금인 100여억원이었다. 하지만 직원횡령으로 38억원이 사라지면서 회수금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게다가 현재까지 횡령액이 모두 드러난 것도 아니다. 와이즈에셋 관계자는 “문제의 직원이 갖고 있는 명세에 38억원 잔액이 없어서 신고한 것인데 정확한 금액은 더 들여다봐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불똥은 하나증권에

한편, 지난 2000년 출범한 와이즈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04년 현대증권이 와이즈에셋 구주주 지분 33%를 인수해 2대주주로 참여한 회사다.
당시 현대증권은 출자금 38억2800만원으로 주당 인수가격 5800원에 지분을 매입했다. 현대증권과의 전략적 제휴 강화를 위해 사명을 ‘현대와이즈자산운용’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다시 설립 초기 사명인 ‘와이즈에셋자산운용’으로 재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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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