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패션그룹형지의 면세점 사업 재도전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추가로 배정된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권 가운데 중소기업 몫으로 배정된 한 장을 형지가 노린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다만 넉넉지 않은 자금 사정은 불안요소임에 틀림없다. 유통공룡으로 도약하기 전에 급추락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달 29일 관세청은 올해 하반기에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 사업권을 4개 더 추가하기로 결정했다. 대기업 세 곳, 중소·중견기업 한 곳을 포함하는 면세점 특허권 추가 계획이 발표되자 유통업계에는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기존 사업자는 물론이고 신규 사업자들도 대거 참여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낸 까닭이다. 이런 가운데 패션그룹형지가 면세점 특허권 쟁탈전에 뛰어 들 거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텅 빈 곳간
형지가 면세점 특허권과 연결되는 건 이번이 두 번째. 형지는 특허권 만료를 앞두고 있던 부산 신세계 면세점에 지난해 신규 특허사업자로 도전장을 내밀었던 전례가 있다. 당시 형지는 ▲서부산 발전을 통한 부산 균형 발전 ▲부산 지역에 면세점 사업 수익 전액 재투자 ▲중소중견기업 상생 운영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신세계에 밀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다.
특허 획득 시 기존 물류 인프라와 시너지를 기대해봄직 했다는 점에서 형지의 아쉬움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부산 괴정 일대에 300억원, 양산 물류정보센터에 600억원, 부산 하단 종합몰에 2000억원 등 그간 부산 경남 지역에 형지가 투자한 금액만 해도 2900억원에 달한다.
당시 최병오 형지 회장은 “부산 발전에 강한 의지를 갖고 참여했지만 아쉽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한 개척자 DNA, 종합패션기업으로 차별화된 면세점 운영에 자신감이 있어 도전했기에 기회가 오면 시내면세점 사업에 재도전할 것”이라고 피력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추가 소식이 들려오자 유통업계는 일제히 형지의 도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형지가 면세점 특허권을 획득하면 또 다른 성장 동력을 얻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몫 특허권 입찰 참여 수순
커지는 부채 ‘어쩌나’…숙제 산더미
최근 몇 년 간 형지는 급격한 몸집불리기를 단행했다. 여성복 사업에 주력하던 형지는 2012년 ‘우성I&C’ 인수를 통해 남성복 시장에 발을 들인 데 이어 2013년 ‘에리트베이직’을 합병하며 학생복 사업에 진출했고 2014년에는 프랑스 골프웨어 ‘까스텔바쟉’의 아시아 상표권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거듭했다. 패션업계 ‘매출 1조원클럽’에 6번째로 가입한 것도 이 무렵이다.
다만 외형 확장에 속도가 붙을수록 회사의 빚 부담이 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기준 형지의 부채 총계는 3428억원에 이른다. 심지어 지난 3년간 부채는 매년 1000억원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지난해 기준 자기자본(1645억원)은 부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부채 증가는 2014년 8월 국내 판권을 인수하고 지난해 3월 론칭한 프랑스 명품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쟉’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까스텔바쟉을 새롭게 론칭하면서 초기 투자비용 및 마케팅 비용을 과다 지출했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대규모 부채가 면세점 특허권을 노리는 형지에게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면세점 사업은 단순 임대가 아닌 팔 물건을 미리 구입해 운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 확보가 필수다. 더욱이 재고 부담, 환율 영향, 인력 확보 등 각종 문제를 감당할 만한 여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즉, 면세점 사업자의 안정적인 자기자본 보유 여부가 중대 사안인 셈이다.
중소 면세점들이 난립될 경우 면세점 질적 저하가 예견돼 면세점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면세점 운영 경험이 없다는 점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명품 브랜드 유치, 자본력 확보, 인력 확충 등 사업권 획득에 앞서 남겨진 숙제를 풀지 않는 이상 형지가 면세점 특허권 획득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쏟아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경험도 없어
반면 형지 측은 면세점 사업 도전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형지 관계자는 “갖가지 소문이 퍼질 뿐 아직 면세점 특허권에 대한 공식적인 내부 입장을 전달받은 게 없다”며 “잠재적으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아직은 모른다. 면밀한 검토를 거쳐야 명확한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