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번 20대 국회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은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상황을 목전에 뒀다. 국민의당이 원내에 입성해 국회는 3당 체제로 재편됐다. 낙선한 의원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들로 각각 채워졌다. <일요시사>는 독자들을 대신해 초·재선 의원들을 찾아가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 새로워진 국회를 알아가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네 번째로 새누리당 임이자 의원을 만나봤다.
대한민국 노동계는 일대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정부는 19대 국회에서 매조지하지 못한 노동개혁 입법을 20대 국회에서 재추진할 뜻을 밝혔다. 조선업의 위기로 촉발된 구조조정 바람은 향후 지역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을 시끌벅적하게 만들 예정이다. 개원을 신호탄으로 여야는 실타래처럼 얽힌 노동 현안 해결에 나설 것임을 이미 예고한 바 있다.
새누리당 임이자 의원은 지난 27년 동안 노동운동에 매진해온 노동계의 산 증인이다. 사조대림 노동조합 위원장 9선, 한국노총 부위원장, 중앙노동위원회 근로자위원 등의 이력은 그가 이 바닥에서 얼마나 잔뼈가 굵은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노동개혁을 준비하는 정부여당 입장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 노동계의 현실에 “어깨가 무겁다”는 임 의원의 얘기를 <일요시사>가 들어봤다.
다음은 임 의원과의 일문일답.
- 당선 소감이 듣고 싶다.
▲나도 깜짝 놀랐다. 비례대표 3번이라는 것은 발표가 있고 난 후 알게 됐다. 발표를 듣고 기쁜 마음은 한 30분 정도 들었고, 그 다음부터는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졌다.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진정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 같은 정치인이 되자고 결심했고, 노력하고 있다. 4·13 총선으로 국민들의 민심·민의가 무섭게 와 닿으면서 섬기는 자세로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 안산시의원으로 시작해 중앙 정치로 진출했다. 이루고자 하는 것으로 어떤 게 있나?
▲전국에 약 1900만 임금 근로자가 있다. 조사하는 곳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그중 전국의 비정규직 근로자 수는 대략 800~1000만 정도 된다. 나는 이들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싶다. 이들 중에는 월 200만원도 못 받는 근로자들이 47%에 육박한다. 입으로만 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그 속에 들어가 그 분들을 위해 일을 해내고 싶다.
- 1호 법안으로 생각하는 게 있나?
▲최저임금에 대한 법안을 발의할 생각이다. 지금 대부분의 비정규직들이 최저임금 수준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잘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일에 있어서도 노력을 해야 되겠지만, 최저임금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엄격히 제재를 가하는 법안을 발의하려고 한다.
- 환노위 배정이 예상되는데.
▲100% 그렇게 되리라고 본다.
- 그러나 환노위는 ‘여당의 불모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여당 위원들이 성과를 내기 힘든 상임위로 알고 있다.
▲나도 그런 얘기는 익히 들었다. 그렇지만 상임위에 있어서 경중을 따질 수 없다. 나는 환노위에 매력을 느낀다. 환경은 앞으로 결코 경시할 수 없는 영역이다. 또한 노동은 경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영역이다. 나는 이곳 환노위에서 4년 내내 일할 생각이다.
노동에 대해서는 27년간 현장·이론 가리지 않고 공부해왔기 때문에 잘 알지만, 환경 쪽은 문외한이다. 때문에 남들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다는 마음으로 환경에 대해 공부할 생각이다. 4년 뒤 임이자가 열심히 해서 환경과 노동 분야가 조금은 발전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
- 더민주에 있는 노동계 인사들과의 대화에는 문제가 없겠나.
▲잘 되리라 본다. 정부여당이라고 해서 노동에 대해 꽉 막힌 생각을 가진 건 아니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 국민과 노동자들을 핍박하려 하겠나. 5대 입법에서도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게 맞는 경우가 있고 야당에서 주장하는 말이 맞는 경우도 있다. 불편한 진실은 서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런 과정 속에서 서로가 소통해 노동자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서로 안 통할 게 없다고 생각한다.
- 19대 국회에서 폐기된 노동개혁 입법을 두고 정부가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에서는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임 의원의 생각은 어떤가?
▲새누리당에서는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그에 관한 충분한 토론이 이루어질 것이다. 일단 환노위가 구성된 후 위원들과 함께 충분한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리고 합의된 내용을 토대로 정책위에서 한 번 더 토론을 거치게 될 것이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내용적인 측면에서 맞는지, 아니면 절차적인 측면이 있는 건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27년 노동운동 경력 ‘한국노총 여걸’
1호 법안 ‘최저임금 지킴이법’ 예고
- 큰 틀에서 노동개혁 입법은 계속 추진이 돼야 한다는 입장인가?
▲ 그렇다. 지난 19대 때 비정규직과 관련해 기간제법이 발의됐는데, 기간제근로자의 계약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한다는 2+2가 정말 기간제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되나 안 되나'가 쟁점이었다. 노동계 측에서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법이라고 반대한 것이고 정부 측에서는 정규직 전환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35세 이상의 기간제근로자들에 한해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4년이란 시간은 그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해 추진한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결국 기업이 결정하는 것이다. 현재 1+1인 상황에서도 10개월+10개월 같이 쪼개기 식으로 기업에서 편법을 쓰는 경우가 있다. 기업에서 정규직 전환을 막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차라리 2+2가 기간제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되나 안 되나에 대한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 해보고 만약 1+1때보다 2+2때 정규직 전환이 적으면 2+2는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게 맞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 면밀한 검토를 통해 2+2가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 여성할당제(쿼터제)를 통한 여성의 고용 안정성 화보와 경쟁력 향상 중 어느 것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보나?
▲승진에 있어서는 쿼터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처럼 아무리 여성이 승진하려고 해도 일·가정을 같이 병행해서 하다보면 경력단절이 있고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승진에서는 쿼터제를 둬야 된다고 본다.
고용과 관련해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근 80%가 여성이다. 특히 시간제 아르바이트 쪽으로 여성들이 많이 몰려 있다. 대표적으로 마트에 가보면 계산하시는 분들이 모두 여성이고 그런 일자리들밖에 없지 않나. 앞서 독일에서도 선택시간제를 채택해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많이 양성했지만, 지금은 지양하는 분위기다.
왜냐하면 누구나 질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데 반해 양적인 일자리만 창출되니 그런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리에는 여성 근로자들에 대부분 비정규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쉽지 않은 문제지만 지속적으로 연구해 정책개발을 해나갈 계획이다. 그게 나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한다.
- 요즘 조선업계가 구조조정 소식으로 시끄럽다.
▲동일 노동을 함에도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정규직에 비해 60%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현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조선업이다. 조선업의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어제(23일)도 거제에 방문해 대우조선 직영노동조합 간부들과 간담회를 가졌고 대우조선 협력업체 대표들과도 만났다. 거제도 상공인들과 삼성중공업 협력업체와도 간담회를 했다. 그분들의 어려움을 오늘(24일) 아침에 있었던 당정협의에 가서 전했다.
일례로 물량팀에 있는 일용직 근로자들은 고용보험에 가입조차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분들이 가장 먼저 해고되고, 해고된 후에는 실업급여도 받기 힘든 현실이다. 이분들이 왜 4대보험에 가입되지 않나를 살펴보니 사용주와 근로자가 반반 부담하는 것을 근로자가 다 부담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 안전망 구축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독자들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나에게 입법기관에서 일할 기회가 4년이 주어졌다. 국민·노동자·서민·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어떨 때 가슴이 아프고 어떨 때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지 그 심정을 잘 알고 있다. 정말 그분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고 아픈 곳에 약을 발라줄 수 있는 그런 정책들을 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결코 혼자 힘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입법 발의를 하더라도 동료 의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이 관계성이라는 점을 깊이 새겨 동료·선배 의원님들과 협의해서 일을 추진해갈 생각이다.
[임이자는 누구?]
▲경상북도 예천 출생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법학 석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 위원장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새누리당 노동위원회 위원
▲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