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한레슬링협회 30억 미스터리

감사까지 했지만…수십억 사라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대한레슬링협회가 극심한 내홍을 앓고 있다. 지난해 연말결산 결과 약 30억원 가량이 비정상적으로 회계처리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자체 감사까지 벌였지만, 누구도 그럴듯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임 관계자들이 횡령했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사실상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단체나 마찬가지인데 횡령과 내부 비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 3월, 대한레슬링협회(이하 레슬링협회)가 연말결산에서 ‘30억원 정도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 이후 지난달 25일 협회 고위직을 지냈던 관계자로부터 ‘대한레슬링협회 감사 소명 요구 내용’이라는 감사보고서를 입수했다. 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레슬링협회에서 비정상적으로 처리된 금액은 32억4225여만원이었다.

감사보고서 보니…
문제 덮기 급급

레슬링협회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레슬링협회는 대한체육회에서 지원 받는 국고보조금과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기금,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10억원을 지원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지난 5일 어린이날 올림픽 테니스장을 찾았다. 이곳에서 레슬링협회 자체 감사보고회가 열렸기 때문이었다. 전국 각지에 있는 레슬링협회 관계자 60여명이 감사보고회에 참석했는데 하나 같이 “연휴에 무슨 감사보고회를 하느냐”는 반응이었다.

이날 오후 2시에 감사보고회가 시작됐다. 취재기자는 신분을 밝히고 회의장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협회 관계자들은 “취재하면 안 된다”면서 제재했다. 회의장 복도에 머물며 안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귀를 기울였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다만 시작한지 20분도 안 돼 회의장에서 오가는 고성은 들을 수 있었다.


회의장에서 고성이 오가며 시끄러워지자 협회 관계자들은 취재기자를 건물 밖으로 쫓아냈다. 감사에서 지적된 '문제의 30억원'에 대해 묻자 협회 관계자는 “나중에 감사보고 결과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것”이라며 “일부 레슬링인들이 보고서를 조작해 유언비어를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입수한 감사보고서가 마냥 조작됐다고 보기에는 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레슬링협회에서 비정상적으로 처리된 32억원에 대해 14개 항목으로 나눠 소명을 요구했다.

첫 항목을 보면 ‘이월금 및 보급 사업비’에는 ①2013년 결산서상 차기 이월금이 5010만원에서 2014년 결산 시 전기 이월금이 5억3626만원으로 4억8615만원이 증가한 사유서 제출(누락 통장 내역과 결산서에 반영하지 않은 사유 등 구체적으로 서술) ②2014년 결산서상 차기 이월금 1억1530만원과 실제 이월금 1억4064만원으로 2억5344만원 차이 발생 사유 ③결산서 누락 보급사업비계좌에서 2011∼2015년 경비로 출금된 것으로 추정되는 2억293만원에 대한 회계처리내역과 지출증빙 관련서류.

이 항목에서만 약 7억1443만원이 회계장부와 결산이 맞지 않다.

지난해 연말결산 결과 32억원 증발
누구도 그럴듯한 해명 내놓지 못해

네 번째 ‘대회비’ 항목은 내부 규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①일부 대회 대회비 및 파견비 사용 정산내역서 작성하지 않은 사유. 2013년 9개(1억3473만원) 대회, 2014년 15개(2억5791만원), 2015년 모든 대회 전액 미작성 ②2013년 대회 결산서와 정산내역 금액 차이 ▲ 정산서 과다계산 8369만원(결산서 계상 누락 혐의) ▲ 정산서 과소계산 8240만원 ▲ 홍보섭외비 2건 770만원 ③2014년 대회 결산서와 정산내역 금액 차이 ▲정산서 과다계산 485만원 ▲정산서 과소계산 1억1708만원(결산서 과다 허위 작성 혐의) ④정산서 세부작성 집계 오류 ▲ 정산서내역서상 지출금 집계에 오류가 발견됨.
 

이 항목에서는 총 3억344만원이 회계장부와 결산이 맞지 않다.


이 문제는 지난 2월4일 김영남 레슬링협회 회장에 의해 이사회에서 보고됐다. 당시 김 회장은 ‘레슬링협회 자체감사 실시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2015년도 협회 연말결산을 준비하면서 2013년도 결산 잔액 5000만원에서 2014년도 이월금 2억5000만원이 뜨는 엄청난 오류가 드러나게 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부분에 대해 (협회)직원 누구도 해명이 없고 이로 인한 2015년 결산이 이루어지지 않아 2016년 총회 준비가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온 것”이라며 “회계법상 있을 수 없는 큰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이 문제를 그냥 덮고 넘어갈 수 없는 중대한 사안으로 봤다. 이 때문에 지난 2월11일 감사단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자체감사를 시작해 지금에 이르게 됐다.

올림픽 앞두고
협회 내부 발칵

그런데 레슬링협회는 이런 문제를 덮기에 급급한 듯 보인다. 기자는 이와 관련해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김 회장은 “브라질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이 문제에 대해 발표하기 조심스럽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입이 간지러워서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참고 있다”고 덧붙였다.
 

당시 감사보고회 직전에도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이사회에서 격렬한 언쟁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보고회를 하기 전 이사회에서 먼저 결의해야 한다”는 의견과 “감사보고회를 먼저 해야 한다”는 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갈렸기 때문이다. 감사보고회를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이를 막으려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이다.

또 감사보고회에서는 소명을 요구한 14개 항목 중 단 2개만 보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보고회에 참석한 A 이사는 “감사보고회가 흐지부지 끝났다”고 했다. 이어 “함께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에서는 파워포인트까지 준비한 것 같은데 그걸 쓰지 않고 ‘이월금 및 보급사업비’ ‘수익사업부문’(레슬링화)에 대해서만 구두 발표하고 끝났다”며 “보고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에게 제대로 된 페이퍼 한 장 나눠주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기자가 왔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래서 보고회를 흐지부지 끝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상황이라면 감사단에서 레슬링협회 관계자들을 형사고소해 수사의뢰를 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고소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사람은 레슬링협회의 전 사무국장인 B씨와 전 전무이사 C씨, 그리고 현 경리담당 D씨다.

비정상적 회계 처리
일각에선 횡령 의혹

앞서 B씨는 지난해 1월 레슬링협회 공금횡령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B씨는 지난해 레슬링협회를 그만뒀지만 10년 동안 근무하며 협회 내에서 ‘실세 중 실세’로 불렸다. 이 때문에 공공연하게 레슬링협회의 법인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한 사람으로 꼽히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2014년 레슬링협회 자금횡령혐의로 김혜진 전 회장을 기소했을 때 B씨의 혐의까지 덮어 씌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몇몇 레슬링 관계자들은 B씨가 어떻게 집행유예에 그쳤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횡령혐의로 유죄를 받은 것에 대해 여전히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내가 왜 (감옥에) 들어갔는지 모른다. 당시 검찰 조사에서 B와 C가 짜고 위증했다. 모든 것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B의 횡령혐의로 나를 참고인으로 불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며 “검찰이 B에 대한 일부 혐의를 덮어줬다”고 말했다.

B씨는 현재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서울 송파구에서 커피숍과 마사지숍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자녀와 와이프를 캐나다 유학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세간에서는 ‘월급 500만원 받던 사람이 돈이 어디서 나 호사를 누리고 있느냐’라고 말할 정도다.

B씨는 이런 의혹에 대해 결백하다는 입장이다. B씨는 “이번 레슬링협회 감사단을 허위사실로 고소했다”며 “집행부가 눈뜬 장님이 아니다. 내가 단 1%라도 횡령이 있다면 처벌 받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가 난 부분에 대해 다시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만약에 문제가 있다면 현 레슬링협회 회장도 책임을 져야한다. 지금 집행부에서 빼다 쓴 돈은 이야기 안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레슬링협회는 역시 자체감사 내용을 부인하는 형국이다. 레슬링협회 관계자는 “물어봐도 답변해줄 수 없다. 이 감사가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며 “올림픽을 앞두고 지금 누굴 고소 고발할 때가 아니다. 기사가 안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스포츠 단체를 관리 감독하는 대한체육회는 이번 레슬링협회의 자체감사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분위기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레슬링협회가 자체감사를 한다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여건상 특정 스포츠 단체를 감사하기는 어렵다. 자체적으로 감사를 하니깐. 회장이 보고 받고 해명해 조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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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