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릴레이 인터뷰> 새누리당 송희경 당선인

30년 IT 전문가 “불꽃같이 일할 겁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이번 20대 국회는 새로움의 연속이다. 대한민국은 17대 이후 12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상황을 목전에 뒀다. 국민의당이 원내에 입성해 국회는 3당 체제로 재편됐다. 낙선한 의원들의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들로 각각 채워졌다. <일요시사>는 독자들을 대신해 초·재선 당선인들을 찾아가는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 새로워진 국회를 알아가는 시간을 준비했다. 그 세 번째로 새누리당 송희경 당선인을 만나봤다.

새누리당이 송희경에게 비례대표 1번을 준 이유는 명확하다. ‘IT 전문가’는 그가 만들어온 길이면서 동시에 4년 내 증명해야 될 정체성이다. IT를 기반으로 한 산업구조 재편과 일자리 창출은 유권자들이 송희경 당선인에게 내린 특명이다.

지난 30년간 기업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으며 쌓아온 특유의 맷집은 어쩌면 대한민국 경제에 꼭 필요했던 덕목일지 모른다. 1시간이 넘게 이어진 인터뷰에서 송 당선인은 전문가로서의 식견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다음은 송 당선인과의 일문일답.

- 국회의원 당선 축하드린다. 소감이 어떤가.
▲아직 실감이 안 난다. 등원을 하기 전이라 그런가 보다. 얼마 전 당선자 뱃지와 당선증을 받았는데 그때 조금 실감이 나더라. 앞서 다른 후보자들 지원 유세를 갔을 때 현장에서 유권자들에게 공약을 말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아~국회의원 자리라는 게 이런 것이구나’를 느꼈다. 비례대표의 정의가 전문성이지 않나. ‘IT 전문 국회의원’으로 국회에 들어온 것이니 4년 동안 불꽃같이 일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 현장 분위기를 말씀하셨는데, 기업인으로 있을 때와 많이 달랐나?
▲많은 차이가 있었다. 기업에 임원으로 있을 때는 대부분 만나는 고객이 다른 기업의 임원들이었다. 즉 중산층 이상의 연봉이 높은 사람들이다. 나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도 중산층 이상이다. 그러나 현장 유세를 나가보면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애기 업고 나온 아줌마에 미용실 사장님들까지, 먹고 살기 힘들어하는 서민들이 와서 얘기 들어주고 손잡아주신다. 이제 내 고객은 이곳 현장에 있고, 여기 계신 분들을 바라봐야겠다고 느꼈다. 정말 필요한 것은 서민들을 위해 전체가 잘 살 수 있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게 지금부터 내가 해야 할 일이다.


- 새누리당에서 먼저 영입 제의가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나도 참 그게 궁금하다. 아마 대우·KT 등을 거치면서 다분야로 일해보고 특히 공공 영업을 하면서 여러 협력 단체들과 같이 일을 해봤기 때문인 것 같다. 평창동계올림픽지원단장을 맡았을 때는 올림픽준비위원회와, 클라우드산업협회장을 했을 때는 미래부 등 정부와 함께 일했다.

공공국방영업본부장 때는 국방위와, 재난안정망을 구축할 때는 안행위가 있는 국회와도 소통했다.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글로벌 수출·수입까지 각 분야에서 많이 경험해본 임원을 찾다보니 내가 제의를 받은 것 같다. 나라가 어려울 때 적극적으로 일해 달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 비례대표 순번 1번이다. 상징성 있는 숫자를 받은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유는 분명하다. 첫 번째는 정치색이 없다는 것이다. 정치색이 없으니 계파도 없다. 두 번째는 전통산업이 무너지고 있는 대한민국에는 IT 산업으로의 재편을 통한 제4차 산업혁명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렇기에 IT에 몰입된 내가 받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창조경제가 실패했다 아니다 말들이 많다. 그런데 만약 그렇다고 한들 전국 18곳에 대기업이 투자해놓은 곳을 버려야 되겠냐고 묻고 싶다. 오히려 어려움이 있어도 투자한 곳을 ICT로 재편해서 도약시켜야 하는 것이다. 사놓은 땅이 불모지라고 그 땅을 버리면 어떻게 되겠나. 가서 자갈도 걷어내고 좋은 토양의 흙도 섞어봐야 한다. 1번은 그런 일을 할 만한 실무형 여성 IT임원을 찾던 중 내게 온 것이라 생각한다.

- 말씀하신 것처럼 IT 전문가시다. 예상대로 주 활동 무대는 IT 쪽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혹시 다른 쪽에 관심 있는 분야도 있나?
▲IT를 하다보면 인재육성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전국에 소프트웨어 중심 대학이 있지만 커리큘럼이 문제다. 커리큘럼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대학에 계신 교수들도 다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 다음은 여성 인재들의 육성이다. 그중에서도 워킹맘 문제에 관심이 많다.

- 인재 육성을 말씀하셨다. 우리나라에서 브레인 유출이 심하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전문성 있는 직업에서 유출이 심한데, 그 사람들을 잡아 둘 흡인 요인을 만들겠다는 말인가?
▲그렇다. 소프트웨어 융합 클러스터를 만들겠다는 것이 나의 공약인데, 다른 곳 말고 전국 18개의 창조경제 혁신센터를 버리지 말고 산자부에서 만든 테크노파크와 지역의 국가산업단지 내에 있는 제조업체들을 합쳐서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그곳을 지역의 뿌리로 만들면 청년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도 막고 그 지역의 IT 인재로 키울 수 있다. 그럼 지방 대학도 함께 살아날 것이다. 거기에 규제 프리존을 만들어서 세제 혜택을 주고 글로벌 업체들을 데려와 투자를 유치하면 충분한 고용 창출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KT 전무 출신 비례대표…워킹맘 성공사례
30년 IT전문가 “창조센터 버리서는 안돼”

인도에 성공 사례가 있다. ‘하이데라바드’라는 인도의 조그만 도시를 보면 그곳 젊은이들이 델리 같은 큰 도시로 가지 않고 노트북 들고 지역 기업에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글로벌 기업의 투자를 유치해낸 결과다.
 

- 여성 인재 육성으로 넘어가서, 먼저 여성의 경쟁력부터 향상시킬지 아니면 지원을 통해 자생할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할지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어느 쪽인가?
▲ 장기, 단기로 나눠서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업에서 여성 인력을 발탁하지 않았으면 나도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발탁을 통해 여성 인력이 자라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 놓고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무조건 여성 인력을 60% 뽑아야 한다든지, 인사 승진이 있을 때 가중치를 줘야 한다든지 같은 주장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면 여성들의 경쟁력은 평균 하향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육아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 여성들의 경쟁력 문제는 여성들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여성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남성들이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육아는 남성들이 책임지지 않는다. 열심히 성과를 내서 자신도 임원이 돼야 하니까.

그러니 육아의 책임은 여성들에게 집중되고 학력과 관계없이 교사, 약사 같이 방학 있고 일찍 마치는 일에 여성 인력의 편중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기업에서 여성 임원이 없고 학교에서 남성 선생님을 찾아보기 힘들다. 풍선 효과로 우리 아이들은 이런 불균형 속에서 양성될 수밖에 없다.

그럼 이 육아를 누가 책임져야 하느냐. 정부에서 이를 해결해줘야 한다. 육아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여성 인재들이 나올 수 없고, 여성 인재들이 나올 수 없으면 지금의 이런 불평등한 구조가 계속된다. 여성들도 가정에서는 남편, 기업에서는 동료들을 서포트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더 악바리처럼 일 할 수 있게 리스크 테이킹을 좀 더 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 초선 여성 비례대표는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하기 힘들다는 게 정가의 속설이다. 이를 극복할 전략이 있나?
▲국회도 다 사람 사는 곳이지 않나. 다른 분도 그런 질문을 하던데,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힘들다는 건지 모르겠다. 아직 피부로 느껴보지 못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어렵다는 얘기는 최초의 여성 과장, 여성 대리, 여성 임원이 되면서 지난 30년간 쭉 들어왔던 말이다. 예를 들어 과장인문교육을 가면 499명이 남자고 나 혼자 여자였다. 화장실도 나 혼자 가고 잠도 혼자 별동에서 잤다.

동료 임원, 고객들도 전부 남성이었다. 거기서도 살아남았는데 지금처럼 하면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다. 기업에 있으면서 수주를 위해 프리젠테이션하고 불러주지도 않는데 2시간 이상 기다려도 보고 별걸 다 해봤다. 국회에서 꼭 상정시켜야 할 법이 있다면 야당의 어느 분이라도 밤새 찾아가 뵐 것이다. 단 내가 법은 잘 모르니 그 부분은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 ‘워킹맘’은 송희경을 상징하는 말이 됐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고, 워킹맘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이 있다면?
▲꼭 해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선후배들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항상 열어놔야 한다. 인터뷰가 있을 때마다 난 두 가지를 강조한다. 하나는 ‘IT전문 국회의원’이 되겠다. 또 하나는 현장 사람들의 목소리를 국회로 연결하는 ‘통로 국회의원’이 되겠다. 통로를 강조하는 이유는 여성들이 통로를 잘 열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자 선배라도 어려운 일이 있으면 찾아가서 “선배 나 너무 힘든데 이럴 때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라고 터놓고 의논해야 한다. 물론 보이는 시선이 있고 혹시 오해할 수도 있으니 “술 한잔 할까요”란 말을 쉽게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어떤 조직에 가서도 여자든 남자든 선배들과의 통로는 꼭 필요하다. 내가 통로를 열어놔야 사람들이 찾아온다. 고객도 마찬가지다. “뭐든지 나 혼자 다 해결하려고 하지 마라.” 그 말을 꼭 해주고 싶다.

-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나라 경제가 정말 절박한 상황이다. 과거 내가 대우그룹과 관련 계열사에 있을 때에는 인구 절벽이 일어나지 않은 시기였다. 물론 꺾이긴 했지만 올라갈 수 있는 내수시장이 있었다. 요즘 조선업이 난리라고 하는데 대우조선이 과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견딜 수 있었던 건 이 내수시장이 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같은 이런 상황에서는 전통적인 산업재편이 없으면 안 된다. 꼭 하고 싶은 말은 IT에 대한 초당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민생과 직결되는 문제다. 규제를 푸는 논의가 초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IT가 전통산업을 재편해내지 못한다면 일자리 창출은 앞으로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두 번째는 자본력 많은 글로벌 업체들을 끌어와 투자하게 만들어야 한다. 전 세계 기업들이 미국으로의 진출을 위한 허브로 한국을 지목한다. 우리나라의 인프라가 좋으니 동북아 시장으로도 나아갈 수 있다. 일례로 서브마린 해저 케이블 덕분에 우리나라에서 콘텐츠를 시연하면 필리핀에서도 빨리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속도에서 1.4배 빠르다. 홍콩보다 값이 싸고 싱가폴 보다 전기세가 싸다. 지진도 없다. 통일까지 되면 육로로 중국을 넘어 유라시아까지 열린다. 이 좋은 땅에 글로벌 업체를 잡아와서 그 막강한 자본력을 여기 투자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초당적 협의가 필요하다.

또한 앞으로 IT와 관련해서 범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부총리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자부·국토부·국방부 등 IT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 없지 않나. 그러니 중복투자하지 말고 중앙에서 컨트롤하는 부총리를 만들어야 IT로의 재편이 탄력을 받고 기존 제조사들의 도약도 이루어질 수 있다. 내가 4년 동안 할 소임은 이것이지 않겠나 생각한다.



<chm@ilyosisa.co.kr>


[송희경은 누구?]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평창동계올림픽지원단 단장 역임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회장 역임
▲전 대우정보시스템 기술연구소 소장, 상무
▲전 KT GiGA IoT사업단장, 전무
▲현 새누리당 비례대표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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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