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경찰 '계급체계' 대해부

11만 경찰 수장이 겨우 차관급?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로 불린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 및 공공의 안녕을 책임지는 사명 때문에 붙여진 수식어다. 즉 경찰은 그 어떤 공무원보다 책임감이 막중하다. 하지만 공직사회에서 경찰의 위상은 그렇게 높지 않다. ‘동네북’에 가까울 정도다. 이런 까닭에 대해 경찰 관계자와 학계는 "이상한 계급체계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9월14일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구파발 총기사고에 대한 질의 도중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총기 발사 시연을 요구했다. 유 의원은 이날 경찰청을 대상으로 한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구파발 총기사고가 계획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요지로 질의를 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유 의원은 강 청장에게 모의 권총을 총기사용 지침에 따라 격발 시연을 요청했다. 강 청장은 사전에 준비된 모의 권총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격발 과정을 시연했다.

장관은 파트너
차관은 밑으로

이는 공직사회에서 11만명 경찰 수장의 위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유 의원은 강 청장에게 총기 발사 시연을 요구해 큰 논란이 됐다. 당시 여야를 막론하고 강 청장의 총기 시연은 경찰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 야당 국회의원실 보좌관은 “국회의원들은 기본적으로 장관급을 파트너로 생각한다”며 “차관 정도밖에 안 되는 경찰청장은 사실상 자기 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청장에게 장난감 총 들고 ‘시연해 보라’는 것 자체가 우습게 보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이처럼 국회의원들이 경찰청장을 대놓고 무시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객관적으로 봐도 경찰청장이 국회의원보다 급이 낮다. 국회의원은 장관급 대우를 받지만, 경찰청장은 차관급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앙행정기관 직급별 정원 현황에 따르면 경찰 인력은 11만6988명으로 집계됐다. 11만명의 경찰을 거느리고 있는 경찰청장이 차관급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안 된다는 게 경찰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같은 수사기관인 검찰의 경우 전체 인력 9942명에서 차관급 49명과 장관급 1명이 있는 것과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국회의원들 만만한 청장 대놓고 망신주기
공직사회도 무시…기죽는 민중의 지팡이

경찰 관계자들은 강 청장의 총기 발사 시연을 보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와 더불어 경찰 관계자들은 당시 강 청장의 모습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꼈다고 한다. 경찰들의 이런 박탈감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은 오래 전부터 외풍에 시달리고 있다. 주체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게 없다”며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는 게 내부의 오랜 소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 공무원에 비해 업무 난이도와 스트레스가 크지만 경찰 공무원은 상대적으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경찰의 불합리한 직급 개편에서 비롯됐다”고 덧붙였다.
 

"직급 부분을 자꾸 어렵게 풀려고 하는데요. 경찰대, 간부를 7급 경사로 임용시키고 경위 경감 통합해서 6급으로 조정해 일반직과 같이 계급은 허수고 단일 호봉으로 풀어가면 좋겠네요. 왜 계급만 많이 만들어 오를 때마다 호봉은 까여서 급여 부분에서도 손해를 보는지..."

이는 한 경찰이 경찰 내부망 게시판에 게재한 현행 경찰 계급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로 현행 경찰 계급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해당 글이 올라오자 많은 경찰 관계자가 "공감한다"며 댓글이 이어졌다.

경찰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경찰 계급의 대대적인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 동안 학계에서도 ‘경찰계급 단계의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2004년)와 ‘경찰 계급별 인력구조의 중장기적 개선방안’(2010년) 등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먼저 우리나라 경찰 계급의 변천과정을 알 필요가 있다. 경찰 계급장은 1946년 해방 이후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변경됐다. 1979년 최종적으로 경찰 계급에 대한 변경이 이루어졌으며, 현재까지 37년 동안 유지돼 왔다.

경찰 11계급
일반 9계급

경찰 공무원은 일반 행정직 공무원과 다른 계급체계를 갖고 있다. 경찰은 국가공무원 중 특정직공무원으로 분류된다. 11계급(순경·경장·경사·경위·경감·경정·총경·정무관·치안감·치안정감·치안총감) 체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일반직 공무원보다 2계급이 더 많다. 통상적으로 일반 공무원은 9계급이다.

2010년 경찰의 계급별 인원을 살펴보면 전체 경찰관 10만481명 중 순경·경장·경사(7급 이하) 등 하위직 경찰관 6만5800명으로 65.4%를 차지하고 있다. 중간 간부인 경위·경감·경정(5∼6급)은 1만6693명으로 33.9%다. 경정 이하 경찰관이 전체 인력의 99.5%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고위직인 총경·경무관·치안감·치안정감·치안총감(4급 이상)은 530명으로 0.5%에 불과하다. 즉 전형적인 첨탑형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 같은 인력구조는 타 부처 일반 공무원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욱 현격하다. ‘2009년 국가직 일반공무원의 경우 9-7급(경위 이하) 56.9%, 6-5급(경정∼경감) 36.4%, 4급(총경 이상) 6.7%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같은 청단위인 국세청과 비교해도 경찰의 9-7급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다. 경찰조직에서 실질적 중간 관리자인 6-5급 경우에는 국세청과 무려 6배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는 경찰 조직의 계급별 인력 구성이 다른 부처에 비해 매우 불균형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래 전부터 경찰의 11계급을 일반직 공무원 9계급에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었다. 경찰관들은 이 같은 하위 중심의 인력 구성으로 받게 되는 불이익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일반직 공무원보다 2단계 많은 직급 때문에 승진이 느려진다. 2008년 공무원 총 조사에 따르면 일반직 공무원의 경우 9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27년 5개월이다. 반면 경찰의 경우 순경(9급)에서 경정(5급)까지 승진하는 데 무려 35년 1개월이 소요된다.

즉 순경 입직 후 경위(7급)까지 승진하는 데 19년7개월이 걸리며, 경감(6급) 견장을 다는 데 28년 2개월이 소요된다. 일반 공무원은 9급에서 6급까지 15년 밖에 걸리지 않으며, 개인적 편차를 고려하면 이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특히 지난 2006년부터 경사 8년 근무자의 경우 자동으로 경위로 승진하는 ‘경위 승진제’가 도입·시행됐다. 경위는 일선 치안 현장에서 관리자 역할을 한다. 하지만 경위 승진제로 경위 계급이 급증한 나머지 관리자와 실무자가 혼재돼 팀장급 직책에 대한 보직 갈등 및 지휘통솔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선 파출소에서 경위인 파출소장 바로 밑에 경위 순찰팀장이 있는 등의 기형적인 구조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현장 지휘권 혼란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순경+경장
통합론 일어


또 대부분의 경찰관은 순경으로 입문에 평생을 근무하고도 경사(7급)로 퇴직하는 게 현실이다. ‘2005-2009년 경찰공무원과 일반직 공무원의 퇴직 시 계급현황’에 따르면 일반직 공무원은 7급 이하로 퇴직하는 경우는 26.3%인 반면, 경찰은 83.4%가 경위 이하로 퇴직한다. 심지어 경찰 내부에서는 순경 퇴직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대다수 경찰은 경위까지만 승진을 하고, 경감부터는 지나친 병목현상으로 승진이 제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문제는 곧 봉급과 연금 수령액과도 연결된다. 경찰은 구조적으로 늦은 승진 때문에 일반직 공무원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봉금과 연금을 받는 경향이 강하다.
 

2008년 치안정책연구소에서 나온 ‘경찰보수 현실화 방안’에 따르면, 20년 차 경찰과 일반직 공무원의 1년 기본급은 10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20년 차 경찰의 기본급이 212만원이라면 일반직 공무원은 221만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역시도 경찰은 월 평균 175만원인 반면 일반 공무원은 183만원으로 8만원 가까이 차이가 났다.

거기다 일반적으로 지적되는 문제점으로 업무특수성의 반영 미흡, 기본급과 수당체계의 문제점 등이 지적되고 있다. 경찰은 직업 특성상 다른 공무원들에 비해 난이도와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교대 근무 및 야간 근무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 또한 높은 편이다.

경찰 차관 1명 검찰 차관 49명
일반 공무원보다 승진도 어려워

이런 인사 구조 때문에 중하위직 경찰관의 근무 의욕 저하 및 지나친 승진 경쟁으로 인사철 치안 공백을 야기한다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또 경찰의 만성적 인사 적체로 직급과 계급의 불일치로 인한 지휘권 혼란 등이 현장에서 빚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계급 구조의 문제점은 경찰관 개개인의 사명감과 소명의식에 의존해 해결할 수 있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며 “구조적인 문제로 경찰 계급 구조개선 및 직급의 상향 조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런 필요성을 절감한 경찰청은 경위 이하 편중의 기형적 직급 구조를 위해 ▲중간 관리자 직급 조정 ▲성과 우수자 경감 승진 ▲경사·경장 계급 통합 등 개선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 중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계급 통합이다. 업무 내용면에서 순경과 비슷한 경장 계급을 줄이고 경정과 경감을 합쳐 업무를 경정이 담당하도록 하고 경감 계급을 없애면 9계급이 될 수 있다. 혹은 경사·경장을 통합해 하위직의 계급 단계를 축소함으로써 승진·보수·연금 등의 불이익을 해소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11만 경찰을 지휘하는 경찰청장도 일본처럼 경찰청 장관으로 명칭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즉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되 국무총리 하에 가칭 치안처장관이나 경찰부장관으로 격상 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는 것이다.

일반 공무원과
100만원 차이

신현진 한세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은 분명 거대 조직이다. 경찰 장관은 없을지언정 경찰청장에 대해 장관급 대우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 조직이 타 부처에 비해 급이 낮게 책정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경찰 공무원들이 불이익을 보고 있다. 세분화된 경찰 계급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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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