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 의혹' 정재계 거물 리스트

칼 빼든 사정당국…'유령계좌' 몽땅 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아이슬란드 총리의 사임을 시작으로 각국 정상들이 연이은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OECD 산하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의 회원국 대표들은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이 모든 게 ‘파나마 페이퍼스’로 명명된 비밀문서의 공개 후 벌어진 일들이다. 물론, 국내라고 별반 다르지는 않다. 벌써부터 거물급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더 큰 파장이 몰려올 수 있다는 뜻이다.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 문건은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의 탐사보도 기자들이 익명의 취재원에게서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내부자료를 입수하면서 시작됐다. 유출된 자료는 2.6TB에 달한다. 자료의 방대한 규모와 공적 가치를 고려한 <쥐트도이체차이퉁>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에 협업을 요청하면서 대형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드디어 공개
커지는 의혹

모색 폰세카는 해외법무법인으로서는 세계 4번째 규모의 대형 법인으로 홍콩, 마이애미, 취리히 등 전 세계 35개 이상에 지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주요 금융기관과 거래를 하고 있으며, 고객에게 조세당국이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어렵도록 도움을 준 것으로 밝혀졌다.

파나마 페이퍼스가 알려지자 세계 각국은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 회피 의혹에 대한 관련 조사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파나마 페이퍼스의 파급력은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다. 유출 데이터에 ‘Korea’로 검색되는 1만5000여건의 파일 중 한국 주소를 기재한 195명의 한국인 이름이 포함된 까닭이다.

시작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씨였다. 파나마 페이퍼스를 분석하던 조사단은 노씨가 노 전 대통령의 장남과 같은 이름이라는 점을 기반으로 생년월일과 사진을 검토한 결과 동일인물임을 확인하기에 이른다. 2012년 5월18일 버진아일랜드에서 3개의 회사를 설립해 주주 겸 이사에 취임했던 노씨는 2013년 5월 이사직에서 사퇴했다. 3개 회사 모두 1달러짜리 주식 1주만을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에 가까웠다.


현재 노씨는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하고 있다. 노씨는 즉각 반박자료를 내고 “중국사업을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으나 사업진행이 안돼 계좌개설도 하지 않았다”며 “관계당국에서 필요하다면 해명할 준비가 되어 있으며, 조세회피처나 비자금 등과는 일절 무관하다”고 말했다.

노씨는 첫 단추에 불과했다. 노씨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면서 <뉴스타파>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추측되는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추가 공개를 공언했고 조금씩 해당 인물들의 정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인 고 서성환 회장의 자녀인 서영배·서미숙씨, 박병룡 파라다이스 대표, 김광호 전 모나리자 회장, 조태권 광주요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곳곳 드러난
페이퍼 흔적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은 2004년 9월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워터마크 캐피털’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워터마크 캐피털은 1달러짜리 주식 1주를 발행한 전형적인 페이퍼컴퍼니다. 주주는 서 회장 1명이었고 이사 역시 서 회장 혼자였다. 주소지로 명시된 버진아일랜드의 아카라빌딩은 모색 폰세카 버진아일랜드 지점이 있는 곳이다. 노재헌씨의 유령회사가 등록된 곳이기도 하다.
 

이후 서 회장은 2013년 6월 이 페이퍼컴퍼니의 실소유주 명단에서 사라졌고, 대신 ‘얼라이언스 코퍼레이트 서비시즈’라는 회사가 주주 겸 이사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 회사 역시 실제 주인을 감춰주는 차명 서비스용 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 서 회장의 다섯째인 서미숙씨도 2006년 4월 버진아일랜드에 ‘웨이즈 인터내셔널’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보통의 페이퍼컴퍼니가 1달러짜리 주식 1주만을 발행하는 것과는 달리 이 회사는 주식을 4주 발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씨를 제외한 나머지 세명의 주주는 그녀의 세 아들이었다. 불법 증여 혹은 상속을 위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고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파마나 페이퍼스’ 만든 인사들 공개 
속속 드러나는 의혹들…검찰 수사는?


국내 최대 카지노 기업인 파라다이스 그룹의 페이퍼컴퍼니와 스위스 계좌도 확인됐다. 해당 페이퍼컴퍼니 이름은 ‘엔젤 캐피털 리미티드’(Angel Capital Limited)고 박병룡 파라다이스 대표이사는 회사가 만들어진 20여일 후에 단독 이사로 등재됐다.

다만 박 대표를 실소유주로 단정 짓기는 힘들다. 해당 회사는 설립 당시 무기명 주식 1주를 발행해 주주를 익명으로 감춰놨다. 이후 2003년 6월 익명 주주를 차명주주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크레디트 스위스가 개입했다. 크레디트 스위스는 모섹 폰세카에 차명주주 변경 서비스를 의뢰했고 연간 1500달러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김광호 전 모나리자 회장은 지난 2008년 5월20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트랜스 인터컨티넨탈(Trans Intercontinental)’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의혹을 받고 있다. 설립 서류엔 김 회장의 여권 사본과 서명 등 그가 이 페이퍼컴퍼니의 실소유주임을 증명하는 다양한 자료가 들어있었다. 이 회사에는 김 회장이 유일한 이사와 주주로 등재돼 있다. 트랜스 인터컨티넨탈은 2008년 5월 설립돼 2012년 11월 폐쇄된 것으로 나온다.

전통 도자기 제조업체인 광주요그룹의 조태권 회장도 모색 폰세카를 통해 조세도피처인 바하마에 1998년 8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1988년 부친으로부터 가업을 물려받은 조 회장은 바하마에 설립된 ‘와 련 엔터프라이즈 리미티드(Wha Ryun Enterprise Limited)’라는 페이퍼컴퍼니의 이사로 등재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 회사의 1998년 9월7일자 회의록에는 조 회장뿐 아니라 부인인 성복화씨를 이사에 임명한다고 기록돼 있다. 두 사람은 페이퍼컴퍼니 설립 당시 일본의 주소를 거주지로 기재했다. 이 회사는 1달러 짜리 주식을발행했다. 조 회장 부부가 이사로 등재돼 있고, 계좌 서명권자도 조 회장 부부로 해놨다. ‘와 련 엔터프라이즈’는 설립 후 약 9년 뒤인 2007년 6월 폐쇄됐다.

그룹 차원에서 페이퍼컴퍼니를 개설했다는 의혹을 받는 곳도 눈에 띈다. 지난달 8일 <뉴스타파>는 포스코가 수백억원을 들여 영국 소재 페이퍼컴퍼니를 인수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포스코의 주력 계열사인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엔지니어링이 2011년 S&K홀딩이라는 파나마법인으로부터 ‘이피시에쿼티즈’(EPC Equities LLP)라는 회사의 지분을 각각 50%(394억원), 20%(157억원)씩 인수한 사실을 확인했다. 문제는 이피시에쿼티즈가 영국 법인이지만 2008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영국 공시자료에 자산이나 현금흐름이 완전 ‘0’인 휴면법인으로 돼 있다는 사실이다.

모색 폰세카는 이피시에쿼티즈 쪽 법률대리인 자격으로 이 인수계약에 참여했다. 유출 자료엔 지분 인수 계약서 등 포스코 관련 문서가 수백 건 확인되는데 이 중엔 인수 당시 포스코건설 대표이사이던 정동화씨의 여권 사본도 포함돼 있다.

삼성테크윈(현 한화테크윈)은 지난 2001년 터키에 K-9 자주포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현대로템은 2009년 터키에 K-2 흑표전차를 수출하는 과정에서 각각 조세회피처의 유령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모색 폰세카의 유출 자료에 따르면 삼성테크윈과 계약을 체결한 회사는 지난 2001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코오롱리미티드’, 현대로템이 계약을 체결한 회사는 2003년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KTR리미티드’다. 이 유령회사들은 사실 한 회사나 마찬가지다.

삼성테크윈과 현대로템이 계약을 맺은 유령회사들은 모두 스위스 UBS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주주는 무기명으로 돼 있고, 회사 이사는 차명 서비스에 전문으로 이름을 빌려주는 인물들이었다고 <뉴스타파>는 전했다.

하이닉스 자회사였던 하이디스의 매각 과정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유령회사도 발견됐다.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C&H 트레이딩(C&H Trading ltd.)’라는 회사의 설립 일자는 2003년 4월16일이다. 회사는 1달러짜리 주식 2주를 발행했으며 당시 하이디스 사장이었던 최병두씨와 중국인 한궈진씨가 각각 1주씩을 소유했다. 한씨는 당시 하이디스를 인수했던 중국 BOE 그룹의 임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C&H 트레이딩'이 설립된 2003년 4월은 하이디스가 중국 BOE 그룹에 매각된 지 5개월 뒤다. 그로부터 10개월 뒤인 2004년 2월 28일에는 한씨가 자신의 주식 한 주를 최 전 사장에게 양도했다.


이름 오르내리는
거물급만 40명

파나마 페이퍼스의 후폭풍은 어느새 재계 유력인사들을 벌벌 떨게 만들만큼 확대되고 있다. 일전에 조세도피처 개설 의혹을 받던 인물들의 이름이 다시금 오르내리는 양상이다. 이들 상당수는 지난 2013년 조세회피지역에 유령회사를 세웠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정·재계 거물들이다.

당시 언급된 인물들은 ▲김석기 전 중앙종금 대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삼남 김선용씨 ▲이수영 OCI 회장과 부인 김경자 OCI 미술관 관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부인 이영학씨 ▲조욱래 DSDL 회장과 그 장남 조현강씨 ▲최은영 한진해운 홀딩스 회장 ▲조용민 전 한진해운 홀딩스 대표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역사 황용득 사장 ▲조민호 전 SK증권 대표 부회장과 그 부인 김영혜씨 ▲이덕규 전 대우인터내셔널 이사 ▲유춘식 전 대우 폴란드 차 사장 등이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조세회피 의혹을 받는 유력 인사들만 해도 40명이 넘는다. 수년 전부터 페이퍼컴퍼니 설립 의혹을 받았던 김석기 전 중앙종금 대표는 다시금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지난 2013년 8월 <뉴스타파>는 김씨가 자신이 대주주로 있던 ‘RNTS MEDIA N.Y’(이하 RNTS 미디어)라는 해외법인을 통해 국내 어린이용 교육 콘텐츠업체인 빅스타글로벌을 972만 유로(당시 140억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당시 김씨는 자신이 만든 페이퍼 컴퍼니 ‘멀티럭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RNTS 미디어의 지분 33%를 보유한 1대 주주였으며 한국 관련 사업을 직접 총괄했다고도 전했다.

RNTS 미디어는 지주회사로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다. 이 법인은 조세 리조트(Tax Resort)라고 불리는 네덜란드에 설립돼 있어 직접세와 간접세를 내지 않는다. 이 법인의 2015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RNTS 미디어 2대 주주는 지분 10.26%를 보유한 ‘SYSK Limited’인데, 여기에 배우 윤석화씨의 이름도 함께 게재돼 있다. 김씨의 부인인 배우 윤씨는 수백억원대 주식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안절부절’ 거론되는 사람만 40명
‘흐지부지’ 검은돈 추적 이번엔?

파나마 페이퍼스에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의 이름이 다수 발견되자 당국의 발걸음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국세청은 한국인 명단을 확보한 뒤 탈세 혐의와 관련 세원이 포착되는 경우 즉각 세무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명단을 입수하는대로 정상적인 기업활동인지 거주자인지 등의 여부를 분석해 역외탈세인지 확인한 뒤 엄정하게 처리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인 명단을 찾아 분석하고 조사하는 데까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한 신병확보다. 탈세 혐의를 확인한 뒤 세무조사에 착수하게 되면 출국금지 등 신병확보를 할 수 있지만 탈세 혐의자들이 세무조사 이전에 해외로 나가버리면 현실적으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세회피처를 통한 역외탈세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지난 2013년에도 국세청이 압수수색을 하러 현장에 나가보면 자료가 다 삭제되고 당사자는 해외로 도주해버린 경우가 상당수였다.

당시 유령회사를 설립했다고 여겨지던 한국인 182명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씨,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삼남 김선용씨,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등 유력인사의 이름이 다수 포함됐다. 그러나 182명 중 실제 세무조사를 받은 경우는 48명에 그쳤고 고발조치가 취해진 인물은 3명에 불과했다. 이들에게 추징한 금액은 총 1324억원이었다.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당장 국세청이 세무조사나 고발조치를 하기도 어렵다. 유출된 명단과 해당 인물들의 계좌를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하기 때문이다. 페이퍼컴퍼니 설립 자체는 불법이 아니라는 점도 수사를 늦추는 장애가 될 수 있다.

솜방망이 처벌
이번에는 과연

통상 페이퍼컴퍼니는 서류상 법인자격을 갖추었으니 자회사를 두고 영업활동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 다만 탈세 목적의 자금세탁창구로 이용되기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유령회사라는 이름이 뒤따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단순히 몇명만 고발조치했다는 수치만 갖고 판단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혐의내용이 법위반으로 드러났을 경우에만 고발조치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