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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그런 경우는 많이 있어. 사내아인 엄마의 슬픈 모습에 빠져들고 계집앤 아빠의 멋진 모습을 흠모하듯이……’ ‘하지만 엄마는 절름발이가 아니었어.’ ‘흠, 그렇지. 그런데 너가 문제일 뿐…… 어린 시절 엄마를 잃은 깊은 상실감으로 인해 너의 마음속에 모종의 불구자 의식이 싹텄을 수도 있거든. 더구나 아버지까지 병석에 누워 올바른 생활을 못했기 때문에 실패 의식이 네게 큰 영향을 미쳤을 거야. 마음이나 정신에 씨앗이 심어지면 서서히 자라 육신을 지배할 수도 있다는 얘기지.’ 제3의 목소리 ‘하지만…… 난 북파됐다가 총알을 맞았기 때문에…….’ ‘물론 그래. 그렇지만 너무 축 처지지 말고 좀 활기차게 걸어 보란 말야.’ ‘음…….’ ‘과거에 정상인보다는 부랑아나 불구자들은 사귄 것도 영향을 미쳤을지 몰라. 사실상 건달이나 깡패들도 겉으론 개폼을 잡고 거들먹거리지만 속으로 뭔가 부족하고 아쉬워서 그렇게 평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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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별이 푸른 건 허공 하늘이 있기 때문이다. 빌딩 숲으로 산맥을 이룬 도시의 하늘 선線이 만일 콘크리트 장벽에 완전히 가려 버린다면 별은 사라지리라. 아마 하늘보다 먼저 사람의 가슴속에서…… 그리고 그 별은 검은 아스팔트 위에 떨어져 깨어진 채 구르다가 지하의 나이트 홀이나 살롱으로 가서 유리조각처럼 반짝일는지도 모른다. 서글픈 실루엣 청운이 쉬엄쉬엄 걸어서 청량리역 앞에 도착한 건 어둠이 꽤 짙어져 길가의 네온사인이나 질주하는 차량의 헤드라이트들이 반딧불처럼 명멸할 무렵이었다. 청운은 역사 지붕 밑 정면의 푸른 글자 중에 ‘량’ 자가 흐릿하게 빈사 상태로 깜박이는 것을 무심히 쳐다보다가 낡은 시계탑으로 눈길을 돌리기도 했다. 얼핏 ‘청리역’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시계바늘은 모른 척 9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초겨울의 스산한 바람이 이따금 역 광장을 휩쓸어 불며 휴지 조각이나 비닐봉지 따위를 이리저리 흩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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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몽키하우스’를 찾아가는 날엔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그래도 소요산 등반객은 꽤 많은 편이었다. 허나 그들 중에 옛 양공주 성병환자 수용소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겨우, 어느 모시옷을 정갈히 갖춰 입은 할머니가 가리켜 주는 곳으로 올라갔다. 언덕 하얀 집 거긴 격주로 각설이 패들이 공연하는 데라는데, 공일인지 몇몇 남녀가 탁자 앞에 앉아 토론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몽키하우스가 어디죠?” “우린 원숭이 안 키워요.”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르기도 했고…이 부근이라던데….” “글쎄요.” 주위를 살펴보았으나 백색이나 회색 건물은 없었다. 나뭇잎 사이로 높다랗고 거무칙칙한 벽의 뒷면만 보일 뿐이었다. 잡초를 헤치며 슬슬 돌아갔다. 그러자 갑자기 옆면과 정면이 누르스름하게 변색된 2층짜리 건물이 나타났다. 1970년대엔 흰색이었다는데 언젠가 연노란 색으로 덧칠한 듯싶었다. 페인트가 벗겨져 희끄무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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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이 길이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여기서 멈추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체가 될 뿐이다! 그러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나 또한 나를 좋아할 수 없다! 죽어서도 퉁퉁 분 내 시체가 그놈들의 놀림감이 되겠지.” 흐린 한 점 불빛 용운은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컴컴한 바다 속에서 그에겐 다만 흐린 한 점 불빛이 보일 뿐이었다. 천둥 번개가 치고 파도는 가파른 벼랑처럼 조금이라도 기어오르려는 그를 밀어 떨어뜨렸다. 그러나 이제 용운은 지레 겁을 먹거나 기가 꺾이지만은 않았다.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견뎌내자! 그는 파도에 휩쓸리면서도 결연한 동작으로 목표인 마산포의 불빛을 향해 묵묵히 나아갔다. 한 걸음 밀려나면 이를 악물곤 한 걸음 나아갔다. 목표도 현재도 두려움도 죽음까지도 모두 다 잊어버린 무심함 그 자체로 바다와 맞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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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형, 송장헤엄 칠 때처럼 드러누워 봐. 내가 한번 살펴볼게.” 피에로는 일단 물속으로 한번 들어갔다가 나오면서 몸을 틀어 해면에 누웠다. 용운은 그의 다리 쪽으로 가서 살펴보았다. 눈에 띌 만큼 많은 피가 흐르는 건 아니었지만 벌어진 벌건 상처 속에서 가느다란 실 같은 핏기가 엿보이긴 했다. 피에로의 낙오 “형, 염려하지 마. 피는 안 나오니까, 가만히 좀 쉬면 괜찮아질 거야. 평소처럼 채플린 흉내라도 내며 좀 웃어 봐.” 피에로는 짐짓 우스꽝스런 표정을 지어 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차가운 물 속에서 굳어 버린 얼굴 근육은 뜻대로 잘 움직이지 않았다. 둘은 파이팅을 외치곤 다시 출발했다.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바닷물 속에서 슬금 소용돌이가 칠 때마다 원한 맺혀 죽은 물귀신이 잡아끌 것만 같고, 어디선가 피냄새를 맡은 상어가 쫓아와 다리를 석둑 물어뜯을 듯해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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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아앗!” 갑자기 용운이 신음을 흘렸다. “왜 그래?”“총알이 귀를 스쳤나 봐.” “괜찮아?” “형, 상체를 숙이고 빨리 뛰어! 우릴 죽여도 된다는 특명을 내렸나 봐.” “악마 새끼들!” 두 탈출자 두 탈출자는 마산포를 바라보며 필사적으로 뛰었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펄 속에서 속도를 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어떤 곳은 무릎까지 빠지기도 했는데, 그럴 때는 진흙 위를 기다시피 해야 했다. 황소도 삼킨다는 늪지대 얘기가 떠올라 용운은 머리털이 곤두서기도 했다. “앗, 따가워…….” 앞서 가던 피에로가 갑자기 한쪽 발을 치켜들었다. “왜 그래?” “조개껍질에 찔려나 봐.” “많이 아파?” “음, 푹 찢어진 듯해. 급하니 우선 바닷속으로 숨자.” “피가 많이 흐르면 안 돼. 바닷물이 피를 마구 빨아낼 텐데. 형, 일단 런닝구로 발을 감자.” 진흙으로 칠갑이 된 러닝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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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야, 그럼 왕창 빠진다면 여태껏 누가 안 나가고 있겠냐?” “근데 형은 그렇게 고생하고도 또 도망칠 자신 있어?” “남말 하고 있네. 그러니까 뒈질 각오한다는 거 아니냐? 그리고 누군 뭐 틈틈이 연습 안 하는 줄 아냐?” 새벽 3시 “그랬군.” “하여튼 그날 물 빠지는 시간은 새벽 3시쯤부터니까 각오 단단히 해둬.” “알았어.” “죽기 아니면 살기지 뭐.” 둘은 그날을 대비해 작전 계획을 세웠다. 작업 때마다 주는 밀빵을 탈출 3일 전부터는 먹지 말고 모아둔다는 거였다. 탈출 직전에 먹기 위해서였다. 그날 새벽에 불침번들이 교대하는 것을 신호 삼아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물이 3시쯤부터 빠지기 시작하니 바닥이 충분히 드러나도록 30분 가량 기다리다가 나간다는 계산이었다. “형, 그날 밤 화장실 가는 척하려면 런닝구와 팬티 차림 그대로여야 하는데…… 옷은 어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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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탈출 시도는 세 번째가 되는 셈이었다. 잡힐 때마다 어떤 고초를 치렀는지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제 용운은 수용소 전체가 공인하는 요시찰 제1호가 되었다. 당연히 불침번 명단에서도 제외되었다. 요시찰 1호 불침번을 서게 한다는 것은 마음 놓고 나가라는 말과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밤에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갈 수 없었다. 아무리 용변이 급해도 다른 동행자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내보내 주지 않았다. 왕거미 사장은 한 번만 더 그 짓을 하면 지옥으로 보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한 지옥이 또 있을까? 그런 것들로 해서 탈출의 의지가 꺾이진 않았다. 더 이상 모정의 그리움 때문만이 아니었다. 자유가 그리웠다. 사감이나 스라소니가 말하는 그런 자유가 아니었다. 남을 구속하지 않고 남에게 구속되지도 않고 자신의 노력으로 꿈을 펼쳐 나가는 자유…… 수용소 생활이 소름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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