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28)역할 분담

마지막 만찬을 즐기다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호룡이 석원의 손을 잡았다.

“우리는 그저 자네만 믿네.”

두 사람이 침묵을 지키며 가기를 잠시 석원으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그야말로 화려한 음식점 앞에 차가 멈추어 섰다. 이어 음식점 종업원으로 보이는 듯한 남자가 차문을 열고 맞이하자 뒤따라 아리따운 아가씨가 나서 두 사람을 안내했다.

안내 받아 도착한 룸에 들어서자 차주선이 반갑게 맞이했다. 석원이 급히 다가가 허리를 90도 가량 꺾어 인사했다.

“오늘 퇴원했다지.”

“위원님 덕분입니다.”

“그동안 병원에 입원하면서 생활하느라 상당히 노고 많았네. 그래서 특별히 이 자리를 마련하였다네.”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석원이 고개 숙여 예의를 표하자 차주선이 봉투를 내밀었다.

“그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느라 마음고생 심했을 터인데 이번에 함께 여행이라도 다녀오도록 하게나. 그렇다고 긴장은 풀지 말고.”

두툼한 봉투를 앞에 두고 석원이 호룡의 눈치를 살피며 망설였다. 그를 살핀 호룡이 차주선의 시선을 의식하며 애써 눈짓을 주었다. 그러자 석원이 다시 고개 숙이고 조신하게 봉투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말이야.”

차주선이 석원을 은근한 눈빛으로 주시했다.

“이 자리가 파한 다음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는데 그리 알고 이 자리에서는 그저 마음껏 들도록 하게나.”

“위원님, 무슨 선물인지 말해주실 수 없습니까?”


“이보게, 이 부장. 문 군에게 주는 선물인데 왜 자네가 알려 하는가. 여하튼 이 자리에서 시시콜콜 일 이야기는 하지 말고 그저 한 달 간의 피로를 쭉 풀어내는 자리가 되도록 하세.”

차주선의 힐책 아닌 힐책에 호룡이 표정을 머쓱하게 위장하고는 부러운 시선으로 석원을 주시했다. 그러기를 잠시 후 본격적으로 음식이 들어오고 이어 미모가 출중한 아가씨들이 들어왔다.

술잔이 오고가고 오래지 않아 술기운으로 인해 분위기가 질펀하게 변해갔다. 한순간 차주선이 자리 파할 것을 암시하자 이호룡은 물론 문석원의 표정에 아쉬운 감이 역력하게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에 아랑곳하지 않은 차주선이 자리를 파하고 밖으로 나가자 고급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문 군 타게나.”

석원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내 선물 준비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일단 타게.”

선물이라는 소리에 잠시 전 상황이 생각났는지 석원이 고개 숙여 예를 표하고 차에 자리 잡았다. 이어 차가 미끄러지듯이 음식점을 빠져나가 도쿄 중심가의 한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 도착하자 기사가 메모지 한 장을 건넸다. 물론 한 룸의 번호였다. 호기심에 한껏 들떠 자꾸만 메모지를 살피며 가기를 잠시 후 메모지에 기재된 룸 앞에 멈추어 섰다. 그동안 마신 술이 만만치 않건만 자꾸 마음이 움츠려들자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윽고 배에 힘을 주고 벨을 누르자 잠시 후 문이 열리면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를 보는 순간 석원의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어진 듯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서 와요, 석원 군. 내 차 위원께 신신당부하여 이 자리를 마련하였어요.”

석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물거리자 여인이 석원의 팔을 잡고 안으로 끌어들였다.

“지도원 동‥‥‥.”

영웅인가 테러리스트인가
'거사' 위한 준비 착착


석원이 어느 정도 정신이 돌아와 말을 한다고는 했는데 제대로 이어지지 못했다.

“오늘 밤은 그냥 영란이라 불러줘요.”

여인, 영란의 손에 이끌려 룸에 들자 테이블 위에 샴페인과 함께 간단한 요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석원의 술기운이 송두리째 사라진 듯 여전히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이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얼마나 공들였는지 아세요?”

“너무 과분합니다, 지도원 동무.”

이번에는 끝까지 말을 이었다. 그를 살피며 영란이 천천히 글라스에 술을 따라 석원에게 건네고 저 역시 한 잔 들어 침대로 이동했다.

“우리 민족의 영웅이 이렇게 소심할 줄이야.”

마치 조롱하듯이 웃으며 내뱉은 영란이 손을 뻗었다. 더 이상 수세에 몰려서는 안 되겠다 생각한 석원이 잔을 들고 영란이 안내하는 침대로 다가가 바로 곁에 자리 잡았다.

“석원 씨, 한동안 제대로 사람 생활 못했다고 들었어요. 그러니 우리 모든 거 잊고 마셔요.”

말을 마침과 동시에 가볍게 잔을 부딪친 영란이 슬그머니 석원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 순간 잠시 동안 사라졌던 술기운이 급격하게 밀려오는지 석원의 가운데에서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석원이 급히 잔을 비워내자 마시는 시늉만 했던 영란이 자신의 잔과 석원의 잔을 침대 한구석에 내려놓고 한 손으로 석원의 목을 껴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꿈틀거리기 시작한 석원의 가운데를 슬그머니 만졌다.

영란의 행동에 석원의 코에서 정체 모를 뜨거운 기운이 영란의 얼굴로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영란이 그를 느끼며 자세를 낮추자 석원의 바지가 뚫어질 듯한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 부분을 슬쩍 손으로 비벼대던 영란이 몸을 일으켜 석원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하고 자리에서 벗어나 석원의 빈 잔을 채워 가져왔다.

“오늘 밤 내내 석원 군의 사랑을 받고 싶어.”

촉촉이 젖어든 영란의 목소리에 석원의 어깨도 가운데처럼 한껏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를 의식하며 잔을 건네는 영란의 허리를 낚아채듯 끌어당겼다. 이어 잔을 치우고 품에 들어온 영란을 으스러져라 껴안으며 거친 숨을 뿜어냈다.

“가만히 있어봐.”

영란이 가볍게 석원을 밀치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석원의 목으로 마른 침이 넘어가면서 목젖이 심하게 꿈틀거렸다. 전라로 변한 영란이 이번에는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는 석원의 옷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벗기기 시작했다.

석원이 순간을 참을 수 없었던지 혹은 영란의 행위를 도와주기라도 함인지 스스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순식간에 전라의 모습으로 바뀌자 석원이 야수의 본능을 드러내 영란을 안아 들어 침대에 가지런히 눕혔다.

“석원 씨, 가만.”

영란이 자신의 위에서 벌겋게 달아오른 석원의 어깨를 살며시 밀치며 석원의 몸 위에 자리했다.

“가만히 있어. 내가 석원 씨를 가질 테니.”

영란이 그윽한 시선으로 석원의 얼굴을 주시하기를 잠시 석원의 귀를 시작으로 혀로 아울러 입술로 말하기 시작했다. 순간순간 석원의 몸이 움찔움찔거렸다.

“어땠어, 석원 씨.”

짧지 않은 시간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던 석원의 귀에 달콤한 음악이 들려왔다.

“지도원 동무, 이런 기분 처음입니다.”

순간 영란이 얼굴을 찡그리며 석원의 가운데를 힘차게 감아쥐었다. 석원의 입에서 자연스레 신음이 흘러나왔다.

“지도원 동무라 부르지 말고 영란이라 부르라 했잖아.”

“정말 그래도‥‥‥.”

영란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으로 치워 놓은 잔을 가져와 석원에게 건네고 가볍게 잔을 부딪쳤다.

“그런데 정말 좋았어?”

“그걸 말씀이라고 해요. 태어나서 이런 기분 처음이에요.”

“나도 이런 기분 처음이야. 사랑을 나누는 일이 이렇게 좋은 건지 지금까지 정말 몰랐어. 그런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석원이 차마 답을 못하자 영란이 고개 숙인 석원의 가운데를 살살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영란의 기교 혹은 석원의 마음속에 있던 영란에 대한 호기심 탓인지 오래지 않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서서히 기지개켜기 시작했다.

“아마도 영웅과 함께 사랑을 나누기 때문에 더욱 흥분되고 그래서 더욱 맛있는 건지도 모르겠어.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석원이 차마 대답을 못하자 영란이 손 대신 입을 그곳으로 가져갔다. 이어 입과 이빨로 공략하자 석원의 귀에 그저 영웅이라는 단어만 윙윙거렸다.

동일이 사무실에서 시계를 바라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중에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자신 또래의 날카롭게 생긴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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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