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민 파동으로 학생과 직장인, 가정의 식단이 변화되고 있다. 멜라민이 들어가지 않는 중국산 식품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그 중 적어도 하루에 한 끼 또는 두 끼를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 직장인들은 먹거리를 고를 때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눈 뜨면서 먹거리 고민
평소에도 메뉴를 정할 때 고심을 하는 직장인 정모(27·여)씨는 최근 멜라민 파동이 일어난 후 먹거리를 선택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한다.
고민은 눈뜨자마자 시작된다. 아침을 커피 한잔과 함께 하는 정씨. 아무렇지 않게 커피믹스를 머그컵에 털어 넣고 물을 따르던 정씨는 멜라민이 검출된 커피크림이 떠올라 마시지도 않은 커피를 설거지통에 부었다고 한다. 무심결에 식빵을 꺼내 토스트를 만들다가도 ‘중국에서 수입한 밀로 만든 빵이 아닌가’란 생각에 빵 봉지를 꼼꼼히 체크하기도 했다.
점심메뉴를 선택할 때도 고민은 시작된다. 이전에는 어느 나라에서 수입한 고기가 들어갔는지를 확인하는 데 그쳤지만 지금은 김치나 쌀 등이 국내산인지가 더욱 걱정이라고 한다. 많은 식당에서 중국산 김치를 수입해 내놓는 걸 아는 터라 께름직함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출출함이 몰려오는 오후 간식시간에도 정씨의 고민은 끊이지 않는다. 평소 직원들과 즐겨 먹는 떡볶이를 먹으면서도 어느 나라에서 생산된 재료를 이용해 만든 음식인가를 생각하게 된다고 한다. 떡을 만든 쌀은 중국산이 아닌지, 고춧가루와 채소들은 국내산인지, 인체에 유해한 첨가물이 들어간 조미료를 넣은 건 아닌지 걱정하다보면 간식시간도 별로 흥미가 없다고 한다.
그나마 자신의 손으로 재료를 골라 만든 음식으로 채워진 저녁시간이 유일하게 마음 놓고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멜라민 파동 이후 중국산 재료 꼼꼼히 체크하는 이들 늘어
식당밥 자주 먹는 직장인에서 영양교사까지 ‘먹는 게 걱정’
정씨는 “즐거운 식사시간이 멜라민 파동 이후 골치 아픈 시간으로 변했다”며 “뭘 믿고 먹어야 하는 건지, 집밖에서는 안심하고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건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먹거리에 대한 고민은 매일같이 남들이 먹는 식단을 짜야 하는 영양사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초, 중, 고등학교에서 급식식단을 짜는 영양교사들은 식품파동이 일어날 때마다 식단을 짜는데 걸리는 시간이 늘어난다.
김포에 위치한 중학교에서 영양교사로 재직 중인 김모(28·여)씨는 멜라민 파동이 뉴스에 나올 때마다 짜 놓은 급식식단을 다시 한번 확인한다고 한다. 혹시라도 분유성분이 첨가된 식재료가 포함되지는 않았는지, 중국에서 수입된 농·수산물이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체크하기 위해서란다.
그 동안 되도록 국내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때로 수급이 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생길 때는 중국 등에서 수입한 식재료를 쓰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멜라민 파동 이후에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중국산 재료를 쓰는 음식은 식단에서 빼고 있다는 것이 김 교사의 설명이다.
또 학생들을 상대로 한 영양교육에도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 특히 미국쇠고기반대 촛불집회 이후 청소년 사이에서 자신들이 먹는 음식에 대한 관심이 커져 영양교육에 더욱 귀를 기울인다고 한다.
김 교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메뉴에 미국쇠고기가 들어가느냐는 질문을 많이 했는데 최근엔 중국에서 수입한 재료를 넣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학부모보다 학생들이 더욱 음식재료에 관심이 많다 보니 식단짜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선생님, 중국산 들어가요?”
이 밖에도 가정주부, 식당운영자, 식품업 종사자 등 음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들은 저마다 ‘어떤 재료로 어떤 음식을 만들어야 할까’란 고민에 빠져 있다.
식습관과 식단까지 바꾸고 있는 멜라민 파동, 그 끝은 어디일지에 우려섞인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