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2008국감 현장① 국감 7대 이슈


국감 전쟁의 막이 올랐다. 6일 시작하는 국감은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분수령인 만큼 여야는 이를 대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실책과 각종의혹 밝히기에,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실정 들추기에 집중할 전망이다. 따라서 제18대의 첫 국정감사는 종전 소규모 국지전이 아니라 사실상의 여야가 직접 맞붙는 전면전이 될 공산이 크다. <일요시사>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주요사건에 대해 집중 조명해보았다.

10월 정치권 최대 격전이 될 국정감사와 관련해 총성을 먼저 울린 쪽은 야당인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실책과 의혹들에 대해 5대 원칙과 방향을 정하고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여진다.
민주당 국정감사대책 태스크포스는 지난달 22일 상임위별로 선정할 증인 1백79명과 참고인 18명을 채택, ‘국정감사 주요 증인 1차 명단’을 발표하며 선전포고를 했다.

민주당은 ▲경제정책실패 책임자 ▲공기업 사유화 ▲권력형 비리사건 ▲방송장악·인터넷 통제 ▲5공 회귀 공안정국·인권탄압 ▲역사왜곡 및 이념 논쟁 유발 ▲형님인사·낙하산 인사 등 국감 주요 현안을 7개로 정하고 이와 관련된 증인 채택 대상을 선정했다.

민주당은 특히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어청수 경찰청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이들을 “공기업 낙하산 인사 및 국정파탄 3인방”으로 명명했다. 9월 정기국회에서 이들을 해임시키는 데 실패한 민주당은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이들의 자진사퇴를 받아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즉각 반발했다. 한나라당 김정권 원내공보부대표는 “정치 공세로 마구잡이식 증인 채택을 요구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담당 검사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방어’하는 입장이 된 여당의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증인은 여야 합의로 채택돼야 한다”며 민주당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덕수 전 총리를 포함한 참여정부 관료, 대통령 기록물 유출 논란과 관련된 전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증인 채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필요한 증인이라면 원칙적으로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국감 물타기”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여야는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해 증인 명단을 포함한 각 상임위 국정감사 계획서를 처리한다. 하지만 각 상임위에서 의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원내대표단이 나서게 되고 최악의 경우 처리 날짜가 국감 직전으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슈]
①식지 않은 논란 ‘한국타이어 사태’


지난 연말과 올초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켜 온 한국타이어 노동자 집단 사망 사태와 관련 오는 10월6일부터 열리게 되는 국정감사에서 집중 조명으로 진상 규명이 이뤄질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추미애)는 노동부와 산하기관에 대한 이번 국감에서 한국타이어 사태에 대한 집중 거론 및 불꽃 튀는 공방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다.

지난 2006년 5월부터 2007년 9월까지 5천5백여명이 근무하는 한국타이어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에서 노동자 7명이 급성심근경색, 관상동맥경화증, 심장마비 등으로, 5명이 폐암과 뇌수막종양, 1명 자살 등 모두 13명이 사망한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추미애 의원 측 관계자는 “한국타이어 사태는 이번 국감에서 환경노동 이슈와 관련해 분명히 제기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본다”라며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서 자료를 수집했고 광범위한 자료를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감까지 남은 기간 동안 증인채택 및 어떠한 식으로 어느 정도까지 규명에 대해 전체 15인으로 구성된 환노위 소속 의원들과 조율 등을 거치게 될 것”이라며 “이번 국감의 환노위 예상 쟁점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슈]
②정경유착 의혹 ‘제2롯데월드’


민주당은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며 ‘게이트’로 명명한 각종 의혹 관련 인사들의 국감 출석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특히 민주당이 ‘제2롯데월드 사업’과 관련,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하면서 연일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신격호 회장의 ‘초고층 건물’에 대한 꿈에서 나온 사업이다. 롯데그룹은 오너인 신 회장이 “한국에 세계적인 랜드마크 타워를 건설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지난 1988년 1월 송파구 신천동 29번지 일대 8만7천6백3.7㎡(2만6천5백평)을 서울시로부터 사들였다.

1994년 비행안전국역 초고층 가능여부 질의로 시작된 이 사업은 지난 1995년 송파구에 최초로 높이 4백2m, 1백층 건립계획안을 제출했으나 성남 서울공항과 교통난 등 반대 여론에 밀려 사업은 좌절됐다. 이후 98년 지하 5층, 지상 36층의 건축허가를 송파구청으로부터 받는 데 그쳤다.

하지만 신격호 회장이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겠다는 방침이 다시 세워지면서 롯데그룹은 2002년 9월 1백12층 규모의 빌딩 건립안을 송파구에 제출했다.

이후 서울시가 건축허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업 추진은 급물살을 탔고 결국 작년 2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지상 1백12층, 지하5층의 제2 롯데월드 건립계획을 통과시키면서 사업은 본 궤도에 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공군이 제2롯데월드가 들어설 경우 성남공항 항공기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반대, 건설교통부 행정자치부 서울시 국무총리 등이 참석한 행정협의조정위원회로 넘어갔고 결국 작년 7월 26일 최종 불허 방침이 내려졌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와 국방부가 ‘제2롯데월드’ 건립을 승인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과 국가안보 대신 친구와 재벌을 선택한 것이고, 재벌 특혜를 넘어 국가권력을 사유화하는 것”이라며 정경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을 정경유착(친구게이트)의 연결고리로 지목했다.

민주당은 제2롯데월드 건설 허용 의혹을 ‘친구 게이트’라고 규정하며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을 비롯해 오세훈 서울시장·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 등 서울시 인사와 이계훈 공군참모총장 내정자 등 공군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이슈]
③인천공항공사 민영화 사태


정부의 민영화 대상 공기업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포함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공항 민영화의 과실을 국민이 아니라 특정 외국 기업과 특정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가져가게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공기업 평가에서 인천공항공사의 점수를 낮췄다는 의혹마저 제기돼  왔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국정감사를 놓고 국토해양위원회 의원들의 국감자료 요청이 쇄도해 직원들이 눈코 뜰 새 없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의 한국공항공사, 항공안전본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3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가 10월14일 오후에 인천공항 국제업무지역 공항청사에서 열린다.

국토해양위원회 의원은 모두 29명으로 상당수가 초선이다. 이 때문에 인천공항 전반을 살펴보기 위해 각종 자료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이번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국감 최대 이슈는 지난 4월 감사원 감사 결과와 함께 인천공항 민영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의원들이 이 자료들을 빠짐없이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초선이 많은 국토해양위원들이 처음 맞는 국정감사인 만큼 의욕이 대단한 것 같다”며 “자료 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직원들은 이번 국감에서 인천공항 민영화 반대에 의원들이 나서 줬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슈]
④방송장악 위한 ‘낙하산 인사’


또 눈길을 끄는 것은 방송장악 등의 논란과 관련해 이번 국감에 민주당이 증인으로 채택하겠다고 거론한 인사들의 면면이다. 이중 방송장악을 위한 낙하산 인사로 거론 되었던 대표적인 인사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다.

최 위원장의 KBS 정연주 사장 및 이사진에 대한 사퇴 압박 행보와 EBS 사장 사퇴 압박설 등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었다. 여기에 대선 시절 이명박 캠프 방송총괄본부장을 한 구본홍씨가 YTN 사장으로 내정되고, 특보를 지낸 정국록씨가 아리랑TV 사장에 내정되면서 MB ‘코드인사’, ‘낙하산 인사’로 언론 장악을 노골화하고 있다는 문제로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더욱이 최 위원장이 청와대의 내각 교체 물밑 작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위원장은 지난 6월9일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 등 이명박 캠프를 진두지휘했던 원로 인사들과 함께 조찬을 하며 내각 사퇴 이후의 국정 방향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물의를 일으켰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방송 독립을 지켜야 할 방통위원장이 대통령 직속이란 핑계로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대통령과 국정을 논의하는 것은 최 위원장이 쇠고기 정국을 초래한 국정난맥상의 주범임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이번 국감을 통해 자진사퇴를 받아내려 한다”고 밝혔다.

[이슈]
⑤김옥희씨의 ‘언니 게이트’


이명박 정부가 집권한 지 6개월도 안 돼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씨의 공천비리 의혹 사건이 터졌다.

김씨는 대통령 부인 친언니로 행세하면서 김종원 서울시 버스조합 이사장에게 국회의원 공천을 받게 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30억원을 받았다가 결국 공천을 받지 못하게 되자 25억원을 돌려준 사기사건이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친인척 사건은 검찰 수사가 먼저 있고 청와대가 이를 해명하는 수순으로 전개된 사건이 아니었다. 청와대가 먼저 사건을 한 달 반이나 들고 있다가 결국 검찰에 넘긴 사건이다. 검찰은 사건을 받자, 이를 공안부가 아닌 금융조세부로 배당하여 ‘단순 사기사건’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 사건을 ‘단순 사기사건’으로 보고 김종원 씨의 30억원은 단순히 ‘개인 돈’으로만 발표되었다. 과연 김종원 씨가 이만한 돈을 동원할 재력가인가에 대해서 각 언론마다 조금씩 분석이 달랐다”면서 “30억원의 출처와 사용처, 그리고 돌려받지 못한 4억5천만원의 행방, 이러한 많은 의혹들을 다시한번 집고 넘어가려고 자료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이슈]
⑥조현범 주가조작 ‘사위 게이트’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조씨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매한 흔적이 검찰에 포착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검찰이 주목하는 부분은 조씨와 친분이 있는 김영집 코디너스 대표가 직접 개입한 증권거래법 등 위반사건. 김씨는 한국도자기 창업주의 손자로 코스닥에 등록된 여러 회사를 인수했으며, 최근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검찰은 코디너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조씨에 대해 수사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지만 수사 과정에서 조씨를 비롯한 재벌 2, 3세들이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했거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단서가 새롭게 튀어나올 수 있어 그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사건에 대해 “이 사건도 당연 대통령과 연관된 것으로 이번 국감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조 부사장이 코스닥 기업 엔디코프의 지분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했는지에 중점을 두고 자료 수집과 검토 중에 있다. 또 조 부사장이 다른 재벌가 자제들과 함께 투자한 코디너스나 동일철강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다시 검토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슈]
⑦상암동 DMC 특혜 분양


민주당은 대선 당시 이슈였던 ‘상암DMC 특혜분양’ 논란을 통해 서울시 주변 인물들을 압박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상암동DMC 특혜 의혹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02년 6월 서울시가 자본잠식 상태인 (주)한독산학협력단지에 외국 기업에만 배당할 수 있던 DMC 땅을 부당하게 분양한 데서 비롯됐다.

당시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축 승인이 났고 분양업체가 사채시장에서 끌어다 쓴 1백억원 가운데 39억원의 용처가 불분명한데다 관련 특혜 분양에 이명박 대통령이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DMC 사건의 핵심이다.
서울시는 이 사업을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이 후보 재직 시절인 지난 2003년부터 사업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잡음이 새어 나왔다. 그러다 지난 2004년 특정 방송사에 대한 특혜 비리 의혹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논란은 본격화됐다.

이를 계기로 DMC 사업자 선정 입찰에 참여한 다른 업체들도 “이번 사업을 둘러싸고 특혜 비리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 측은 이번 국감을 통해 ‘DMC 특혜 배후 정치 세력이 누구인지’, ‘서울시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일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질의를 하며 집중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알려진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통해 공기업 사유화에 대해서와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해서도 총공세를 펼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공기업 사유화에 대해서는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 사건과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해서는 유한열 한나라당 전 고문의 ‘군납 게이트’와 김귀환 서울시의장 ‘뇌물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서도 한나라당 고위 인사들을 중심으로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라 관심이 모아진다.

또한 지난 총선 당시 이슈였던 ‘뉴타운 허위공약’ 논란에 대해서도 공세를 취한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은 이밖에 ‘촛불집회 진압’, ‘종교차별’ 논란과 관련해 어청수 경찰청장은 물론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한진희 전 서울경찰청장 등을 대상으로 다시 한 번 책임을 추궁할 예정이고, 최근 촉발된 ‘교과서 논란’에 대해서도 이번 국감을 통해 책임을 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나라당은 한덕수 전 총리를 포함한 참여정부 관료, 대통령 기록물 유출 논란과 관련된 전 청와대 관계자에 대한 증인 채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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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