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2008 국감 현장’③ 거물급 누구 누구 나오나?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 준비가 한창이다. 이번 국감은 이명박정부로써 맞는 첫 국감인데다 10년 만에 여야가 바뀐 상태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예고하고 있다. 전운은 이미 감돌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감을 맞는 자세가 다른 탓이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의 마지막 1년을 파헤치겠다는 목적을 가진 데 비해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6개월 캐내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누구를 증인으로 채택하느냐가 국감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국감은 밝혀내야 할 민감한 사안이 많은 만큼 그와 관련된 증인들의 면면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국감의 화두로 떠오를 만한 인물들을 예측해봤다.

거물들 ‘속살’ 들춰보니‘물’ 제대로 벌컥벌컥?

이번 국감에 채택된 증인들을 살펴보면 국감을 통해 얻으려는 목적이 다른 만큼 여야에 따라 확연히 구분된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밝혀내기 위해 정책 혼란 책임자와 권력형 친인척 비리자 등을 주요 증인으로 채택해 둔 상태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의 실세와 관료를 증인으로 채택하고 지난 정부의 실책을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경제정책 실패 책임자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민주당이 이번 국감을 대비해 구성한 ‘공기업 낙하산 인사와 국정파탄 3인방 특별 테스크포스(TF)팀’이 겨냥한 3인 중  한명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강 장관은 특히 경제와 관련된 상임위에 거의 모두 증인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국감 최다출연자 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이유는 민주당이 강 장관을 ‘경제정책 실패 책임자’와 ‘공기업 사유화 관련 정부 관계자’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강 장관에 집중포화를 던지는 까닭은 이명박 정부에게 국민들이 가장 기대했던 경제살리기가 이뤄지기는 커녕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제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데 있다.
실제로 강 장관의 경제관과 정책들은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며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드는 정책을 양산한다는 비난을 받으며 경제위기의 주요 책임자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자 사회 곳곳에서 강 장관의 경질 목소리가 거세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중앙대 총장과 서울대 교수 등 경제, 경영학자 1백18명이 강 장관의 경질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시민단체 경실련도 강 장관이 총체적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며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제위기의 책임자로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강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한 민주당은 고환율, 고물가, 민생파탄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묻고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장과 대책에 대해서도 함께 추궁할 계획이다. 또 공기업 민영화와 고환율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 등과 관련해 지식경제위에서도 강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강 장관과 관련한 증인으로는 ‘대리경질’ 논란을 불렀던 최중경 전 기재부 차관을 비롯,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은 총재, 민유성 산업은행장, 청와대 김중수 전 경제수석 및 박병원 현 경제수석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촛불집회 폭력진압 규명 어청수 경찰청장
어청수 경찰청장 역시 이번 국감 증인 중 화제의 인물로 낙점됐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도 어 청장의 해임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어 청장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는 등 위기의 순간들이 끊이지 않고 닥치고 있다. 어 청장을 코너로 몰아붙인 가장 큰 요인은 촛불집회자들에 대한 폭력진압이다. 물대포와 물감대포까지 사용하며 촛불집회를 폭력이 난무하는 집회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았던 어 청장은 촛불집회가 잦아든 지금까지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에는 ‘유모차부대’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는 것을 두고 여성단체에서 어 청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 어 청장을 몰아세웠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는 지난달 24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부와 어청수 경찰청장의 공권력 남용 행위를 강력히 비판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불교계의 어 청장 사퇴요구까지 겹치는 등 어 청장에 대한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주된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각종 사안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예정이다.
먼저 민주당은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촉발된 촛불집회 및 폭력진압에 대한 책임을 규명할 예정이다. 또 민간인 불법 사찰의 책임도 함께 묻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5공회기 공안정국, 인권탄압’과 ‘방송 장악, 인터넷 통제’와 관련해 어 청장을 증인 요구 명단에 올리고 위의 사안들을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어 청장과 관련한 증인으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한진희 전 서울경찰청장, 김성호 국정원장 등 8인을 선정했다. 또 안진걸 광우병대책회의 국장, 이나래 서울대 학생(촛불집회 구타 피해자)을 참고인으로 선정했다.

방송장악 음모 의혹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정부의 방송장악을 위해 낙하산 인사자로 거론되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국감의 주요 증인 중 한명이다.
최 위원장은 ‘이명박 대리인’이란 의혹을 받을 만큼 언론장악을 위한 음모로 보이는 각종 사안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특히 한국방송의 새 사장 선임을 둘러싼 파문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면서 그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최 위원장이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한국방송 전직 임원들을 망라해 한국방송 문제에 관한 ‘7인 비밀회동’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선시절 이명박 캠프 방송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구본홍씨가 YTN 사장으로 내정되고 특보를 지낸 정국록씨가 아리랑 TV 사장에 내정되면서 언론장악의 의혹은 겉잡을 수 없이 깊어졌다. 게다가 최 위원장이 청와대의 내각 교체 물밑 작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언론장악을 위한 하수인이라는 오명은 최 위원장을 줄곧 압박해 왔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최 위원장을 비롯, 신재민 문화부 2차관, 구본홍 YTN 사장,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이병순 KBS 사장 등을 핵심 증인으로 선정했다.

뉴타운 허위공약 오세훈 서울시장
민주당은 ‘뉴타운 허위공약’과 관련해 오세훈 서울 시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난 4·9 총선 이후 뉴타운 공약은 끊임없는 논쟁대상이었다. 결국 법정 소송으로까지 비화되면서 점차 복잡해지는 양상을 띄었다.
민주당이 뉴타운 공약과 관련해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과 오 시장 등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고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정치공세’라며 반발하는 등 한동안 정치권의 뇌관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 시장은 기자설명회를 열고 정치권에 소모적 논쟁의 종결을 촉구했다. 오 시장은 “작금의 논란은 정치공세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면서 “협소한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일부 정치권의 왈가왈부에 좌고우면하지 않겠다. 이것으로 소모적인 뉴타운 논쟁을 끝내자”고 정치권에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현재 뉴타운공약과 관련한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지난 달 20일에는 이와 관련해 정 의원과 오 시장이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이날 정 의원은 “동작에 뉴타운 세우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자 오 시장이 고개를 끄덕여 약속이라 생각했다”고 답변했고 오 시장은 “동작 뉴타운은 1~3차 뉴타운이 끝난 후에나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했으며 예의 차원에서 고개를 끄덕인 것을 정 의원 측에서 잘못 해석한 것 같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지난달 23일 성명서를 내고 “두 주인공이 대국민 사과는커녕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것을 보면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이나 서울시장으로서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몽준 최고위원이나 오세훈 시장은 뉴타운 사기극에 대한 비열한 짜맞추기를 중단하고 사과하라”고 전하며 국감에 앞서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뉴타운 허위공약 사건과 관련해 오 시장과 정 위원 등 8명을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친구 게이트’ 주인공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
‘제2롯데월드’와 관련된 사안도 국감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된 증인 중 한명은 ‘친구게이트’의 주인공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이다.
민주당은 제2롯데월드 건축 허용 움직임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와 롯데그룹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해 왔다.
특히 장 사장이 이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동창이고 대통령 취임에 맞춰 롯데 측이 총괄사장직을 신설해 장 사장을 전진배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이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작은 청와대로 불릴 정도로 롯데호텔을 애용한 점이나 취임 후 외국 주요 인사 숙소와 정부 행사를 롯데호텔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점을 내세웠다.
민주당 이재명 부대변인은 “제2롯데월드 허용은 국민과 국가안보대신 친구와 재벌을 선택하는 것이고 재벌 특혜를 넘어 국가권력을 사유화하는 폭거”라고 비난하며 유착의혹을 확고히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통해 친구게이트의 실체를 본격적으로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 사장뿐만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 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 등과 이계훈 공군참모총장 내정자 등 공군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사위게이트’의 주인공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도 이번 국감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이른바 ‘사위 게이트’의 주인공이기도 한 조 부사장은 ‘코스닥시장 주가조작 의혹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8월 한국도자기 3세인 김영집 전 엔디코프 대표와 아남그룹 창업주 손자인 나성균 네오위즈 대표, 장홍선 극동유화그룹 회장의 아들 장선우씨 등과 함께 코스닥기업 코디너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32억원의 평가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조 부사장은 재벌 2, 3세와 함께 주식투자로 재산을 불려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LG가 3세인 구본호 래드캅투어 회장과 동일철강의 제3자 배정 유상증가에 참여하려다 금융감독원의 제지로 실패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국감에 앞서 지난달 24일 조 부사장의 주가조작 혐의 등과 관련해 권력형 비리 척결 차원에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며 여당의 협조를 요구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국감에서 조 부사장에 대한 추궁이 거셀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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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