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가본 ‘2008 국감 현장’③ 거물급 누구 누구 나오나?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 준비가 한창이다. 이번 국감은 이명박정부로써 맞는 첫 국감인데다 10년 만에 여야가 바뀐 상태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치열한 공방전을 예고하고 있다. 전운은 이미 감돌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국감을 맞는 자세가 다른 탓이다.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의 마지막 1년을 파헤치겠다는 목적을 가진 데 비해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6개월 캐내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누구를 증인으로 채택하느냐가 국감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번 국감은 밝혀내야 할 민감한 사안이 많은 만큼 그와 관련된 증인들의 면면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번 국감의 화두로 떠오를 만한 인물들을 예측해봤다.

거물들 ‘속살’ 들춰보니‘물’ 제대로 벌컥벌컥?

이번 국감에 채택된 증인들을 살펴보면 국감을 통해 얻으려는 목적이 다른 만큼 여야에 따라 확연히 구분된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밝혀내기 위해 정책 혼란 책임자와 권력형 친인척 비리자 등을 주요 증인으로 채택해 둔 상태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참여정부의 실세와 관료를 증인으로 채택하고 지난 정부의 실책을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경제정책 실패 책임자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민주당이 이번 국감을 대비해 구성한 ‘공기업 낙하산 인사와 국정파탄 3인방 특별 테스크포스(TF)팀’이 겨냥한 3인 중  한명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강 장관은 특히 경제와 관련된 상임위에 거의 모두 증인으로 나설 것으로 보여 국감 최다출연자 중 한명으로 꼽히고 있다. 이유는 민주당이 강 장관을 ‘경제정책 실패 책임자’와 ‘공기업 사유화 관련 정부 관계자’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강 장관에 집중포화를 던지는 까닭은 이명박 정부에게 국민들이 가장 기대했던 경제살리기가 이뤄지기는 커녕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제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는 데 있다.
실제로 강 장관의 경제관과 정책들은 끊임없이 도마에 오르며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 부자를 더욱 부자로 만드는 정책을 양산한다는 비난을 받으며 경제위기의 주요 책임자라는 오명을 받기도 했다.
상황이 여기까지 이르자 사회 곳곳에서 강 장관의 경질 목소리가 거세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중앙대 총장과 서울대 교수 등 경제, 경영학자 1백18명이 강 장관의 경질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시민단체 경실련도 강 장관이 총체적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며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제위기의 책임자로 집중 공격을 받고 있는 강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한 민주당은 고환율, 고물가, 민생파탄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묻고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장과 대책에 대해서도 함께 추궁할 계획이다. 또 공기업 민영화와 고환율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 등과 관련해 지식경제위에서도 강 장관을 증인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강 장관과 관련한 증인으로는 ‘대리경질’ 논란을 불렀던 최중경 전 기재부 차관을 비롯, 전광우 금융위원장, 이성태 한은 총재, 민유성 산업은행장, 청와대 김중수 전 경제수석 및 박병원 현 경제수석 등이 출석할 예정이다.

촛불집회 폭력진압 규명 어청수 경찰청장
어청수 경찰청장 역시 이번 국감 증인 중 화제의 인물로 낙점됐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도 어 청장의 해임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어 청장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종교계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는 등 위기의 순간들이 끊이지 않고 닥치고 있다. 어 청장을 코너로 몰아붙인 가장 큰 요인은 촛불집회자들에 대한 폭력진압이다. 물대포와 물감대포까지 사용하며 촛불집회를 폭력이 난무하는 집회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았던 어 청장은 촛불집회가 잦아든 지금까지도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에는 ‘유모차부대’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는 것을 두고 여성단체에서 어 청장의 해임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 어 청장을 몰아세웠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는 지난달 24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이명박 정부와 어청수 경찰청장의 공권력 남용 행위를 강력히 비판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불교계의 어 청장 사퇴요구까지 겹치는 등 어 청장에 대한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주된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각종 사안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예정이다.
먼저 민주당은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촉발된 촛불집회 및 폭력진압에 대한 책임을 규명할 예정이다. 또 민간인 불법 사찰의 책임도 함께 묻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5공회기 공안정국, 인권탄압’과 ‘방송 장악, 인터넷 통제’와 관련해 어 청장을 증인 요구 명단에 올리고 위의 사안들을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다.
어 청장과 관련한 증인으로 김석기 서울경찰청장, 한진희 전 서울경찰청장, 김성호 국정원장 등 8인을 선정했다. 또 안진걸 광우병대책회의 국장, 이나래 서울대 학생(촛불집회 구타 피해자)을 참고인으로 선정했다.

방송장악 음모 의혹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정부의 방송장악을 위해 낙하산 인사자로 거론되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국감의 주요 증인 중 한명이다.
최 위원장은 ‘이명박 대리인’이란 의혹을 받을 만큼 언론장악을 위한 음모로 보이는 각종 사안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특히 한국방송의 새 사장 선임을 둘러싼 파문의 핵심 인물로 떠오르면서 그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최 위원장이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한국방송 전직 임원들을 망라해 한국방송 문제에 관한 ‘7인 비밀회동’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선시절 이명박 캠프 방송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구본홍씨가 YTN 사장으로 내정되고 특보를 지낸 정국록씨가 아리랑 TV 사장에 내정되면서 언론장악의 의혹은 겉잡을 수 없이 깊어졌다. 게다가 최 위원장이 청와대의 내각 교체 물밑 작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언론장악을 위한 하수인이라는 오명은 최 위원장을 줄곧 압박해 왔다.
민주당은 이와 관련해 최 위원장을 비롯, 신재민 문화부 2차관, 구본홍 YTN 사장, 이몽룡 스카이라이프 사장, 양휘부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이병순 KBS 사장 등을 핵심 증인으로 선정했다.

뉴타운 허위공약 오세훈 서울시장
민주당은 ‘뉴타운 허위공약’과 관련해 오세훈 서울 시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난 4·9 총선 이후 뉴타운 공약은 끊임없는 논쟁대상이었다. 결국 법정 소송으로까지 비화되면서 점차 복잡해지는 양상을 띄었다.
민주당이 뉴타운 공약과 관련해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과 오 시장 등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발했고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정치공세’라며 반발하는 등 한동안 정치권의 뇌관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 시장은 기자설명회를 열고 정치권에 소모적 논쟁의 종결을 촉구했다. 오 시장은 “작금의 논란은 정치공세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면서 “협소한 이해관계에 사로잡힌 일부 정치권의 왈가왈부에 좌고우면하지 않겠다. 이것으로 소모적인 뉴타운 논쟁을 끝내자”고 정치권에 자제를 요청한 바 있다.
현재 뉴타운공약과 관련한 수사는 계속 진행 중이다. 지난 달 20일에는 이와 관련해 정 의원과 오 시장이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이날 정 의원은 “동작에 뉴타운 세우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자 오 시장이 고개를 끄덕여 약속이라 생각했다”고 답변했고 오 시장은 “동작 뉴타운은 1~3차 뉴타운이 끝난 후에나 검토할 수 있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했으며 예의 차원에서 고개를 끄덕인 것을 정 의원 측에서 잘못 해석한 것 같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지난달 23일 성명서를 내고 “두 주인공이 대국민 사과는커녕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것을 보면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이나 서울시장으로서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몽준 최고위원이나 오세훈 시장은 뉴타운 사기극에 대한 비열한 짜맞추기를 중단하고 사과하라”고 전하며 국감에 앞서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뉴타운 허위공약 사건과 관련해 오 시장과 정 위원 등 8명을 증인으로 채택한 상태다.

‘친구 게이트’ 주인공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
‘제2롯데월드’와 관련된 사안도 국감의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된 증인 중 한명은 ‘친구게이트’의 주인공 장경작 롯데호텔 사장이다.
민주당은 제2롯데월드 건축 허용 움직임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와 롯데그룹간의 유착 의혹을 제기해 왔다.
특히 장 사장이 이 대통령과 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동창이고 대통령 취임에 맞춰 롯데 측이 총괄사장직을 신설해 장 사장을 전진배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이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작은 청와대로 불릴 정도로 롯데호텔을 애용한 점이나 취임 후 외국 주요 인사 숙소와 정부 행사를 롯데호텔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점을 내세웠다.
민주당 이재명 부대변인은 “제2롯데월드 허용은 국민과 국가안보대신 친구와 재벌을 선택하는 것이고 재벌 특혜를 넘어 국가권력을 사유화하는 폭거”라고 비난하며 유착의혹을 확고히 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통해 친구게이트의 실체를 본격적으로 파헤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 사장뿐만 아니라 오세훈 서울시장, 김효수 서울시 주택국장 등과 이계훈 공군참모총장 내정자 등 공군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할 예정이다.

‘사위게이트’의 주인공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
이명박 대통령의 셋째 사위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부사장도 이번 국감에서 주목받는 인물이다. 이른바 ‘사위 게이트’의 주인공이기도 한 조 부사장은 ‘코스닥시장 주가조작 의혹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8월 한국도자기 3세인 김영집 전 엔디코프 대표와 아남그룹 창업주 손자인 나성균 네오위즈 대표, 장홍선 극동유화그룹 회장의 아들 장선우씨 등과 함께 코스닥기업 코디너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32억원의 평가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조 부사장은 재벌 2, 3세와 함께 주식투자로 재산을 불려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LG가 3세인 구본호 래드캅투어 회장과 동일철강의 제3자 배정 유상증가에 참여하려다 금융감독원의 제지로 실패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국감에 앞서 지난달 24일 조 부사장의 주가조작 혐의 등과 관련해 권력형 비리 척결 차원에서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며 여당의 협조를 요구한 상태다. 이에 따라 국감에서 조 부사장에 대한 추궁이 거셀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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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