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파고든 마약 풀스토리

과일 아저씨 알고 보니 뽕쟁이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부산의 재래시장 3곳에서 필로폰을 상습 투약하고 동료들에게 판 혐의로 노점상 4명이 체포, 구속됐다. 과거에 비해 마약을 남용하는 직업군이 다양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엔 유흥업소 종사자, 조직폭력배, 국내 거주 외국인 등으로 한정됐으나 요즘은 직장인, 의료계 종사자, 주부, 학생 등 다양한 직업군이 마약에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구속 및 입건된 피의자들은 재래시장 안에 과일, 채소, 고구마 등을 파는 노점상이다. 평범한 30∼50대 상인이지만, 1∼10범으로 모두 마약 관련 전과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마약을 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한 피의자는 지난 2010년 형 집행이 끝난 뒤 3년 이내인 누범기간이 지났지만 또 다시 필로폰에 손을 댔다. 그는 조사에서 “힘든 일이 많아서 마약의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힘들어 유혹에…

부산진경찰서 마약수사전담팀은 시장 내에서 장사하는 노점상이 필로폰을 판매·투약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 40여일 동안 피의자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지난 14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최모(54)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이들에게 필로폰을 구입해 수시로 투약해온 김모(38)씨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지난해부터 필로폰 공급책에게 소량의 필로폰(1∼2g)을 사들여 동료 노점상에게 판매하거나 직접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인을 통해 마약을 구입한 후 주거지, 모텔 등에서 필로폰을 투약해오다가 시장 내에서 검거됐다.

마약수사전담팀은 현재 이들에게 필로폰을 판 ‘공급책’을 추적 중이지만 공급책의 소재가 파악되진 않았다. 보통 판매책이 체포됐다는 소식을 들으면 공급책이 유통을 중단하고 은신하기 때문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시장의 특성상 판매책이 검거됐다는 소식이 빠르게 퍼진 것도 원인이 됐다. 또 피라미드 점조직으로 형성된 마약범죄의 특성상 하부에서부터 서서히 검거해나가며 최종 밀반입자까지 체포해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 보도에 따르면, 통행량이 많은 남대문 시장에서 판매책이 노점상으로 위장해 필로폰을 팔았다거나 지역 사정에 밝은 노점상 등을 모집해 전국적인 판매망을 구성한 경우가 있었으나 이번 사건은 원래부터 노점상으로 시장에서 일하며 상습 투약했던 피의자들로 파악됐다.  이강일 부산진경찰서 마약수사전담팀 경사는 “위장 가능성은 없고 원래부터 시장에서 장사하던 상인들”이라며 “전에도 마약 사건으로 단속돼 처벌당했던 사람도 끼어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마약사범이 갈수록 증가 추세를 보이면서 마약사범의 직업군도 다양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경찰청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개월간 마약류 사범을 특별단속한 결과, 1512명을 검거했다. 지난해 검거 인원인 1049명보다 44.1% 증가했다.

투약 적발자의 절반 이상인 51%(771명)가 무직자로 집계됐다. 이어 회사원 130명(8.6%), 노동자 100명(6.6%), 유흥업 53명(3.5%), 의료인 52명(3.4%), 운전사 38명(2.5%) 순으로 나타났다. 과거와 달리 사회 곳곳에 마약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산 시장 3곳서 필로폰 상습 투약
다양한 직업 노출…노점상까지 침투

앞서 이강일 경사는 “과거보다 마약에 손대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과거엔 주변에 아는 사람이 있지 않으면 구하기 어려웠지만 요즘엔 인터넷, 해외직구 등으로 계속 접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예전엔 필로폰, 대마 등을 주로 접했다면 요즘엔 엑스터시, GHB 등으로 다변화되고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번 특별단속기간에 여고생, 주부 등도 해외직구를 통해 합성대마를 구입한 혐의로 입건됐다. 이 경사에 의하면, 오프라인에선 전통적인 마약류인 필로폰, 대마류가 많이 거래되고 온라인에선 신종마약류로 분류되는 합성대마, 엑스터시, GHB(일명 물뽕) 등의 거래가 활발하다고 한다.

과거 접선방법이 직접 만나거나 물품보관함, KTX 특송, 고속버스 화물 등이었던 것에 비해 근래엔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 인터넷 메신저, 해외 직구 등을 통해서 거래되는 등 마약을 접할 수 있는 루트가 매우 다양해져 수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약을 복용하면 각성효과로 인해 식사도 거르고 수면도 취하지 않게 된다. 과도하게 몸에서 수분을 빼주는 효과도 있어 자연스럽게 체중이 줄어든다. 특히 도박, 성관계, 일 등에 과도하게 집중하게 된다고 알려졌다. 필로폰의 경우 1회 투약량이 약 0.03∼0.05g으로 5만∼10만원 사이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공급량에 따라 가격탄력성이 크다.

과거엔 북한, 중국, 홍콩 등에서 밀반입 됐으나 최근엔 캄보디아 등 동남아산 마약이 부쩍 늘었다. 국내에서 직접 제조해 유통시키는 경우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관련 제조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고, 제조과정에서 불쾌하고 유해한 냄새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적이 드문 산간오지에서 ‘돼지농장’등으로 위장해 필로폰을 제조한다고 알려졌다.

공급책 추적중

타 국가와 달리 마약사범에 대해 처벌 수위가 낮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마약사범은 상습투약자의 경우에도 평균 1∼1년6개월가량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상습투약자를 치료하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서 본인 스스로 입원해 치료 받겠다는 의사가 없으면 마약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구속을 시키면 자연스럽게 마약과의 격리 효과가 있긴 하지만 초범의 경우 치료를 조건으로 불기소 처분하거나 기소유예 하는 등의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 10만명당 마약사범 20명 이하를 뜻하는 ‘마약 청정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인터넷 마약거래 실태

인터넷에서 각종 마약을 지칭하는 은어로 검색을 해보면, 어렵지 않게 마약을 판매한다는 글을 접할 수 있다.

비교적 관리가 허술한 사이트나 해외 거주 한인 관련 사이트 등에서 이메일 주소나 메신저 아이디 등을 올려놓고 호객 행위를 하거나 버젓이 사이트를 열어놓고 쇼핑몰처럼 운영하는 곳도 발견됐다. 이들 사이트에선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구할 수 있는 수면제, 마취제, 비아그라 등은 물론 심지어 프로포폴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사이트의 후미진 곳에 ‘특별한 것을 찾는 분은 클릭하라’는 문구를 발견하고 클릭하자, 곧바로 마약류 판매 페이지로 넘어갔다. 해당 페이지엔 필로폰 같은 고전마약부터 최초의 합성환각제인 LSD, 재배물질인 대마초까지 다양한 마약이 구비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카톡 아이디와 실시간 상담창까지 열어놓고 방문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중 한 사이트에서 눈에 띈 이메일에 연락을 시도했다. 몇 시간 후 ‘카톡’으로 연락하자는 짧은 답신이 도착했다. 이 신원미상의 판매자는 한 곳만 거래하는 것이 안전하다며, 자신은 꾸준히 거래하는 고객이 많고 돈 욕심도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부산진경찰서 이강일 마약수사전담팀 경위는 “인터넷 거래는 대부분이 사기”라며 “돈만 받고 잠적한다. 백반이나 소금을 보내주거나 양을 속이는 경우도 있다. 90% 이상이 사기”라고 경고했다. 

갈수록 지능화되는 인터넷 마약거래를 뿌리 뽑기 위해 현재 경찰청에선 일선경찰서 마약수사팀마다 1명씩 인터넷 전담 수사관을 두고 상시 모니터링 중이다. 검찰도 전국 6개 지검 강력부에 모니터링 전담 수사관을 배치했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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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