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발달장애 아이들의 시선과 이들과의 소통을 주제로 ‘봄 아이들의 바라봄’이 오는 25일까지 서울 성동구 갤러리 사진창고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발달장애 아동 엄마들의 모임인 ‘봄’에서 진행하는 ‘뭐든지 학교’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사진 찍기를 통해 발달장애 아동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알아보고 세상과의 소통을 유도하고자 기획됐다.
이번 전시회는 ‘시선’을 콘셉트로 발달장애 아동 7명이 직접 찍은 사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을 담았다. 발달장애 아동 엄마들의 사진작품도 함께 전시된다. 이외에도 비장애 학생들이 장애아동을 바라보는 시선을 글로 표현한 ‘이웃의 시선’도 한 켠에 마련돼 장애 아동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는 양한모 동양미래대학 환경실내디자인학과 교수와 송인석 ‘사진창고’ 관장이 기획부터 실행까지 도움을 줬다.
좋아하는 걸 표현
초등학교 2학년인 근우는 한 살 아래 남동생, 시계, 지하철역 풍경, 엄마, 아빠, 자기를 지도해 준 양한모 교수 등을 찍었다. 근우는 특히 지하철역을 좋아해서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미소 짓고 행인들에게 “무슨 역에 살아요?”라고 묻는 호기심 가득한 아이다. 엄마, 아빠의 뒷모습을 주로 찍었지만 엄마는 언젠가 근우가 엄마와 눈맞춤을 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도영이의 관심사는 또래 아이들처럼 공룡이다. 거실 바닥에 공룡을 무리지어 놓고 사진을 찍었다. 도영이가 진지하면서도 집중하고 있다는 걸 사진에서도 알 수 있다.
올해 아홉 살인 예인이는 만화와 마을버스를 좋아한다.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신나는 하루를 보낸다. 마을버스가 지나가면 기뻐하고 버스가 오지 않으면 운다. 예인이가 찍은 사진들엔 친구들이 등장하는데,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 함께 놀긴 어렵지만 시선은 늘 친구들을 향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열 살 유빈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하늘, 벤치, 나무, 강아지, 영상물이다. 늘 공원에 가서 보이는 풍경을 찍곤 한다. 사진을 찍자고 하면 항상 바닥부터 찍는다. 사진과 그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서서히 배워나가고 있다.
발달장애 아동의 특별한 시선 담아
사진 통해 만나는 또 다른 세상은?
초등학교 2학년 재희는 처음엔 연속촬영을 누르거나 아무렇게나 찍어대기 일쑤였다. 하지만 꾸준한 사진 찍기를 통해 엄마는 재희가 자연, 사람, 친구들을 좋아하는 아이였음을 다시 알게 됐다고.
아홉 살 정우는 적극적인 성격이지만 장애로 인해 표현이 쉽지 않아 늘 안타까움을 샀다. 하지만 시키지 않아도 좋아하는 것들을 먼저 찍는 모습이 사진 찍기라는 또 하나의 언어를 배우게 된 것 같다. 정우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차 안에서 보이는 풍경을 주로 찍었다.
참여 아동 중 가장 어린 초등학교 1학년 현교는 달팽이, 베란다 너머 풍경, 자기 그림을 찍었다. 엄마는 “예쁜 길을 놔두고 바위 위로 껑충 뛰며 길을 만든다”며 “카메라 렌즈 속에 호기심을 담아 보는 현교에게 잘하고 있어 멋지다고 말하고 싶다”고 적었다. 현교는 주로 곤충을 그리고 찍었다. 이렇듯 아이들의 사진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과 좋아하는 것들을 엿볼 수 있다.
시선과 소통
임주연 ‘봄’ 대표는 “장애 아동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장애와 비장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깊이 고민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며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다양한 주제를 담은 정기적인 전시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