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기는’ 이대 노점상 무슨 일이…

지부장 완장 차고 무소불위 전횡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장사하는 동안엔 보호받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이가 다 빠졌어요. 김 지부장이 날 괴롭히니까 주변 상인들도 덩달아 날 무시하고 피했어요. 함께 장사하는 아내가 ‘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지 이제야 알았다’고 하더군요.”

지난 1일 만난 이화여대 앞 노점상 A씨는 지난 2년간의 피해 사실을 조목조목 말했다. 그는 “법의 사각지대라 피해를 봐도 다들 쉬쉬한다”며 “미움을 사거나 새 얼굴이 들어오면 구청에 집중 단속하라고 언질한다. 기분 맞춰주고 돈을 주면 ‘구청에 회원이니까 단속하지 말라’고 보호해 준다”고도 했다.

피해액 5000만원

A씨는 사업에 실패하고 2013년 10월부터 이대특화지구에서 노점상을 시작했다. 장사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인 다음해 1월, 서대문구청으로부터 4개월간 영업정지를 받았다. 김모씨라는 사람이 나선 것은 그때였다. 김씨는 그에게 장사품목에 대한 권리금을 요구했다. A씨는 권리금 명목으로 200만원, 회비 명목으로 71만원 등 총 271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해당 단체의 회비는 월 4만원이었고 정작 회원 가입도 시켜주지 않았다.

그 후로도 3차례에 걸쳐 단속을 당해 벌금을 내거나 영업정지를 당했다. 그때마다 마차수리비와 벌금(8만원), 집게차 비용, 재료비 등을 포함해 50만원가량의 손해가 반복됐다. A씨는 자신이 타 노점상과 달리 4번이나 단속 대상이 된 것이 김씨의 신고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마차를 찾으러 김씨와 함께 구청에 들어갔을 때 김씨가 구청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회원이 아닌 노점상을 단속하라고 약도까지 그려가면서 알려주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얼마 후에 보면 김씨가 지목한 상인들은 여지 없이 계고장을 받고 벌금을 물었다. 김씨는 자기 말을 듣지 않는 노점상인들에게 그런 식으로 불이익을 줬다. 또 다른 노점상은 “벌금 액수와 영업정지 기간을 조율하는 것도 봤다”고 밝혔다.

김씨는 오래 장사한 사람들에겐 비교적 친절했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상인들에겐 단속을 막아준다거나 구청 직원들에게 식사 대접을 해야 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30만∼271만원까지 갈취했다. 이외에도 B씨에게 품목을 고정하는 대가로 250만원, C씨에게 200만원 등 회비 유용을 포함해 총 5000만원(민주노점상전국연합 집계)의 피해 정황이 확인됐다.

주변의 한 노점상은 A씨에게 ‘안주머니에 100만원을 넣고 있다가 만나면 주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A씨와 일주일에 1∼2회가량 함께 식사를 하고 식대를 지불하지 않았다. 김씨는 육회와 고기만 즐겼기 때문에 식사 때마다 10만원가량이 들었다.  A씨는 “가족을 지키고 사회의 일원이 되려는 사람을 같은 노점상이 괴롭혔다”며 “들어와서 오히려 더 빚을 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밖에도 자기에게 돈을 지불하고 기술을 배우라고 강권하거나 매출을 묻고 다니며 압박한 피해 사례도 확인됐다.

김씨도 현재 이대특화지구에서 거리음식 노점상을 운영 중이다. 피해자들과 같은 노점상인인 김씨가 상인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것은 무슨 연유일까.

기자가 만난 상인들은 모두 입을 모아 “같은 노점상끼리 이런 권력을 누리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구청과 연계돼 있어 보호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 구청 측이 김씨가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행사하도록 내버려 두면서 노점상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초부터 서대문구청은 이대특화지구 재정비계획을 세우고 노점 이전사업(일명 박스사업)을 추진해왔다. 현재 구청 측은 대로변의 노점 전체를 대현문화공원 안쪽 골목에 ‘ㄷ’자 형태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이대가 유커들 사이에서 관광명소이지만 노점상 때문에 통행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끊임없이 들어온다”라며 “이전을 하면 전기와 수도가 공급되고 박스도 구청예산으로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청 측은 지난해부터 간담회를 2차례 열고 해당 사업을 홍보 중이지만 상인 중 3분의 2가량은 박스사업에 불신을 드러내며 반대하고 있다. 현재 대로변에서도 매출이 떨어지는데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매출이 더 줄어들 것을 염려하기 때문.

사실상 노점상인들은 거리 미관 개선과 통행권 확보를 명분으로 대로변에 흩어져 있는 현 노점상들을 정리해 좁은 골목에 밀어 넣는다는 발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신촌 연세로에서 동일한 성격의 노점 박스화 사업을 실시했으나 사업의 효과는 미미하고 신촌을 떠난 상인이 많았다. 구청의 ‘실적 위주 전시 행정’이라는 비판도 있다.

해당 사업에 김씨가 노점상들을 상대로 홍보하고 의견을 수렴해 구청에 전달하는 등의 역할을 하면서 구청 쪽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전언이다. 구청 역시 그를 보호하고 힘을 실어준다고 귀띔했다. 김씨는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상인들에게 “이전을 하면 전기와 수도를 공급받고 더 좋아진다”면서 “협조를 안 하면 포클레인으로 찍어서 단속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2012년 회비 명목으로 이대특화지구 노점상들에게 금품을 갈취한 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당시 지부장이었던 강모씨가 구속돼 집행유예를 받았으나 총무였던 김씨를 비롯해 나머지 간부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후 김씨가 지부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노점상이 노점상 협박·갈취
관할구청 측과 연계 의혹도

현재 이대 노점상인들은 ‘시민과 상생하는 이대노점상대책위’를 만들어 노점상을 갈취·협박하는 가해자 처벌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1000여명의 시민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3월 중순, 대책위를 주축으로 인근 15개 대학 학생회, 청년 · 노동 · 시민단체 등이 연대해 서대문경찰서에 공동고발을 할 예정이다. 고발장 접수 후 경찰청과 서대문구청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 수사를 촉구하고, 구청 내에 내부감사 등을 두어 이번 사건을 다룰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식품위생법과 도로법상 노점은 관리청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고 점용료를 내면 합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 도로법상 점용허가를 지자체에 일임하고 있기 때문에 노점이 점용허가를 받으려면 구청의 허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로행정은 도시미관 개선, 보행자 편의, 노점상 수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유지돼 왔다. 조례의 제정 목적이 대부분 노점의 엄격한 관리와 감축에 무게를 두고 있고, 노점 합법화를 위한 조례 제정은 실태조사 및 엄격한 관리규정을 만드는 과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대문구청의 경우 관련 조례 자체가 없기 때문에 노점상은 여전히 불법인 채로 남아 있다. 그러나 노점은 실업, 빈곤, 사업 실패 등에 따른 생계유지 수단으로, 사회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 정부가 도시미관, 건설행정, 법질서, 공권력 확립에만 초점을 두고 정책을 수립·유지해가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김씨는 <일요시사>에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경찰에 가서 다 말하겠다. 장부를 보여줄 수도 있다. 회비를 3만원씩 걷어서 회원들의 경조사비에 썼다”며 “한쪽 말만 듣고 보도하지 말아 달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갈취 정황에 대해 “그런 것을 전혀 몰랐다”면서 “개인적으로 하고 다니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일일이 알겠나”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김씨가 단속 대상을 구청에 일일이 지적해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유죄가 확인되면 소통 창구를 바꿀 수도 있냐”는 질문엔 “물론이다”라면서도 “아직 죄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 않나? 김씨에게 들어보니 고발을 하면 무고로 고소하겠다고 하더라. 소속이 다른 노점상들이 나와서 실태조사에 응하고 구청과 소통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사욕이 아닌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구청마다 노점상 관련 조례가 제각각이고,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노점상의 특성상 이런 사례가 빈발한다는 점이다.

민주노점상 전국연합 산하 서부지역 노점상 연합 이경민 조직부장은 “노점상을 갈취하는 이도 있고 이것을 묵인하는 이도 있고 지위 상승의 도구로 이용하는 이도 있다”라며 “이것이 해결되기 위해선 공무원이 노점상을 지위상승의 도구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노점상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대화의 파트너로 여겨야 한다. 그래야 시민 보행권, 노점상 세금 부과에 대한 문제도 같이 해결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밉보이면 보복

이 조직부장은 또 “김무성 의원이 정책발표회 당시에 노점상경제 규모가 3조원이 넘는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며 “노점상도 우리 경제의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노점상이 스스로 개혁하기 위해선 정화작용도 필요하다. 노점상이 사회의 천덕꾸러기가 아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양지로 나와서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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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