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뜯기는’ 이대 노점상 무슨 일이…

지부장 완장 차고 무소불위 전횡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장사하는 동안엔 보호받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이가 다 빠졌어요. 김 지부장이 날 괴롭히니까 주변 상인들도 덩달아 날 무시하고 피했어요. 함께 장사하는 아내가 ‘왜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지 이제야 알았다’고 하더군요.”

지난 1일 만난 이화여대 앞 노점상 A씨는 지난 2년간의 피해 사실을 조목조목 말했다. 그는 “법의 사각지대라 피해를 봐도 다들 쉬쉬한다”며 “미움을 사거나 새 얼굴이 들어오면 구청에 집중 단속하라고 언질한다. 기분 맞춰주고 돈을 주면 ‘구청에 회원이니까 단속하지 말라’고 보호해 준다”고도 했다.

피해액 5000만원

A씨는 사업에 실패하고 2013년 10월부터 이대특화지구에서 노점상을 시작했다. 장사를 시작한 지 2개월 만인 다음해 1월, 서대문구청으로부터 4개월간 영업정지를 받았다. 김모씨라는 사람이 나선 것은 그때였다. 김씨는 그에게 장사품목에 대한 권리금을 요구했다. A씨는 권리금 명목으로 200만원, 회비 명목으로 71만원 등 총 271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해당 단체의 회비는 월 4만원이었고 정작 회원 가입도 시켜주지 않았다.

그 후로도 3차례에 걸쳐 단속을 당해 벌금을 내거나 영업정지를 당했다. 그때마다 마차수리비와 벌금(8만원), 집게차 비용, 재료비 등을 포함해 50만원가량의 손해가 반복됐다. A씨는 자신이 타 노점상과 달리 4번이나 단속 대상이 된 것이 김씨의 신고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마차를 찾으러 김씨와 함께 구청에 들어갔을 때 김씨가 구청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며 회원이 아닌 노점상을 단속하라고 약도까지 그려가면서 알려주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얼마 후에 보면 김씨가 지목한 상인들은 여지 없이 계고장을 받고 벌금을 물었다. 김씨는 자기 말을 듣지 않는 노점상인들에게 그런 식으로 불이익을 줬다. 또 다른 노점상은 “벌금 액수와 영업정지 기간을 조율하는 것도 봤다”고 밝혔다.


김씨는 오래 장사한 사람들에겐 비교적 친절했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상인들에겐 단속을 막아준다거나 구청 직원들에게 식사 대접을 해야 한다는 등의 명목으로 30만∼271만원까지 갈취했다. 이외에도 B씨에게 품목을 고정하는 대가로 250만원, C씨에게 200만원 등 회비 유용을 포함해 총 5000만원(민주노점상전국연합 집계)의 피해 정황이 확인됐다.

주변의 한 노점상은 A씨에게 ‘안주머니에 100만원을 넣고 있다가 만나면 주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김씨는 A씨와 일주일에 1∼2회가량 함께 식사를 하고 식대를 지불하지 않았다. 김씨는 육회와 고기만 즐겼기 때문에 식사 때마다 10만원가량이 들었다.  A씨는 “가족을 지키고 사회의 일원이 되려는 사람을 같은 노점상이 괴롭혔다”며 “들어와서 오히려 더 빚을 졌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밖에도 자기에게 돈을 지불하고 기술을 배우라고 강권하거나 매출을 묻고 다니며 압박한 피해 사례도 확인됐다.

김씨도 현재 이대특화지구에서 거리음식 노점상을 운영 중이다. 피해자들과 같은 노점상인인 김씨가 상인들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것은 무슨 연유일까.

기자가 만난 상인들은 모두 입을 모아 “같은 노점상끼리 이런 권력을 누리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구청과 연계돼 있어 보호하고 힘을 실어주는 것 같다”고 진술했다.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 구청 측이 김씨가 지나치게 많은 권한을 행사하도록 내버려 두면서 노점상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초부터 서대문구청은 이대특화지구 재정비계획을 세우고 노점 이전사업(일명 박스사업)을 추진해왔다. 현재 구청 측은 대로변의 노점 전체를 대현문화공원 안쪽 골목에 ‘ㄷ’자 형태로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이대가 유커들 사이에서 관광명소이지만 노점상 때문에 통행이 불편하다는 민원이 끊임없이 들어온다”라며 “이전을 하면 전기와 수도가 공급되고 박스도 구청예산으로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청 측은 지난해부터 간담회를 2차례 열고 해당 사업을 홍보 중이지만 상인 중 3분의 2가량은 박스사업에 불신을 드러내며 반대하고 있다. 현재 대로변에서도 매출이 떨어지는데 좁은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매출이 더 줄어들 것을 염려하기 때문.

사실상 노점상인들은 거리 미관 개선과 통행권 확보를 명분으로 대로변에 흩어져 있는 현 노점상들을 정리해 좁은 골목에 밀어 넣는다는 발상으로 이해하고 있다. 신촌 연세로에서 동일한 성격의 노점 박스화 사업을 실시했으나 사업의 효과는 미미하고 신촌을 떠난 상인이 많았다. 구청의 ‘실적 위주 전시 행정’이라는 비판도 있다.

해당 사업에 김씨가 노점상들을 상대로 홍보하고 의견을 수렴해 구청에 전달하는 등의 역할을 하면서 구청 쪽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전언이다. 구청 역시 그를 보호하고 힘을 실어준다고 귀띔했다. 김씨는 최근 열린 간담회에서 상인들에게 “이전을 하면 전기와 수도를 공급받고 더 좋아진다”면서 “협조를 안 하면 포클레인으로 찍어서 단속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2012년 회비 명목으로 이대특화지구 노점상들에게 금품을 갈취한 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당시 지부장이었던 강모씨가 구속돼 집행유예를 받았으나 총무였던 김씨를 비롯해 나머지 간부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후 김씨가 지부장 자리를 물려받았다.

노점상이 노점상 협박·갈취
관할구청 측과 연계 의혹도

현재 이대 노점상인들은 ‘시민과 상생하는 이대노점상대책위’를 만들어 노점상을 갈취·협박하는 가해자 처벌을 위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1000여명의 시민으로부터 서명을 받았다.

3월 중순, 대책위를 주축으로 인근 15개 대학 학생회, 청년 · 노동 · 시민단체 등이 연대해 서대문경찰서에 공동고발을 할 예정이다. 고발장 접수 후 경찰청과 서대문구청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 수사를 촉구하고, 구청 내에 내부감사 등을 두어 이번 사건을 다룰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식품위생법과 도로법상 노점은 관리청으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고 점용료를 내면 합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 도로법상 점용허가를 지자체에 일임하고 있기 때문에 노점이 점용허가를 받으려면 구청의 허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도로행정은 도시미관 개선, 보행자 편의, 노점상 수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유지돼 왔다. 조례의 제정 목적이 대부분 노점의 엄격한 관리와 감축에 무게를 두고 있고, 노점 합법화를 위한 조례 제정은 실태조사 및 엄격한 관리규정을 만드는 과정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대문구청의 경우 관련 조례 자체가 없기 때문에 노점상은 여전히 불법인 채로 남아 있다. 그러나 노점은 실업, 빈곤, 사업 실패 등에 따른 생계유지 수단으로, 사회구조적 문제에 기인하고 있다. 정부가 도시미관, 건설행정, 법질서, 공권력 확립에만 초점을 두고 정책을 수립·유지해가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김씨는 <일요시사>에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경찰에 가서 다 말하겠다. 장부를 보여줄 수도 있다. 회비를 3만원씩 걷어서 회원들의 경조사비에 썼다”며 “한쪽 말만 듣고 보도하지 말아 달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구청 건설관리과 관계자는 갈취 정황에 대해 “그런 것을 전혀 몰랐다”면서 “개인적으로 하고 다니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일일이 알겠나”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김씨가 단속 대상을 구청에 일일이 지적해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모르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유죄가 확인되면 소통 창구를 바꿀 수도 있냐”는 질문엔 “물론이다”라면서도 “아직 죄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 않나? 김씨에게 들어보니 고발을 하면 무고로 고소하겠다고 하더라. 소속이 다른 노점상들이 나와서 실태조사에 응하고 구청과 소통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는 사욕이 아닌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구청마다 노점상 관련 조례가 제각각이고,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는 노점상의 특성상 이런 사례가 빈발한다는 점이다.

민주노점상 전국연합 산하 서부지역 노점상 연합 이경민 조직부장은 “노점상을 갈취하는 이도 있고 이것을 묵인하는 이도 있고 지위 상승의 도구로 이용하는 이도 있다”라며 “이것이 해결되기 위해선 공무원이 노점상을 지위상승의 도구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노점상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대화의 파트너로 여겨야 한다. 그래야 시민 보행권, 노점상 세금 부과에 대한 문제도 같이 해결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밉보이면 보복

이 조직부장은 또 “김무성 의원이 정책발표회 당시에 노점상경제 규모가 3조원이 넘는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며 “노점상도 우리 경제의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노점상이 스스로 개혁하기 위해선 정화작용도 필요하다. 노점상이 사회의 천덕꾸러기가 아닌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양지로 나와서 대화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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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