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용기 목사 ‘수임료 상납’ 의혹

“재판비용 제자교회서 갹출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교회재산 사유화, 횡령·배임 의혹 등에 휩싸인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에게 또 다른 배임 의혹이 제기됐다. 130억대 배임 혐의로 현재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는 조 목사 측이 20억원대에 달하는 변호사수임료를 포함한 재판비용을 제자교회(서울 및 경기 22개)에 할당하고 갹출했다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지난 2014년 9월께 여의도순복음 본교회를 포함해 서울 및 수도권 22개 제자교회가 교회재정, 신도수 등 교회 규모에 따라 3000만∼1억원까지 차등 할당을 받고, 같은해 하반기 현금을 상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조 원로목사가 항소심 재판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직후다. 그간의 변호사수임료 지불 및 대법원 상고비용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목회서 논의
각 교회로 하달

할당은 각 제자교회 담임목사들의 정기모임인 ‘영목회’에서 논의되고 각 교회로 하달됐다. 교회는 교회재정이 지출될 때마다 운영위원회를 통해 지출을 결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재판비용 상납도 드러내놓고 공식적으로 논의할 만한 사항은 아니나 담임목사나 장로회장 등 소수가 비밀스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교회마다 실무장로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해당 안건이 논의되면서 불만이 터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장로들 사이에서 “돈이 없는데도 할당을 받았다”는 호소와 불만 속에서 교회끼리 서로의 할당액을 확인·비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예배당 신축으로 인해 ‘부채’가 많은 교회들이 이러한 종류의 할당이 내려올 때마다 곤혹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교회는 5000만원을, B교회는 두 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갹출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A교회는 2014년 9월께 안건이 상정됐을 당시 장로회장이 “줄 수 없다”고 반대했으나, 나머지 장로들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해주자”라고 설득해 어렵게 의결이 됐다.


B교회 측은 ‘선교헌금’ 명목으로 6000만원 지출을 운영위에서 의결했다. 해당 교회의 담임목사 C씨가 “장로들이 반대할 것 같아서 지난해 내 돈으로 우선 3000만원을 입금했다. 그 돈도 의결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총 6000만원 지출이 결정됐다. 3000만원은 담임목사에게, 나머지 3000만원은 조 원로목사 측에 상납이 됐다. 
 

재판비용 할당을 부당한 처사로 보고 끝내 납부하지 않은 교회도 1∼2곳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도들이 신심으로 낸 교회헌금을 목사 개인의 재판비용으로 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고 변호사들 선임…20억 출처 의문
22개 교회에 할당하고 헌금으로 충당

갹출은 교회 내부에서도 이뤄졌다. 교역자(직원)들에게도 갹출을 한 결과 6억원 이상의 돈이 모아졌다는 전언이다. 이것은 여의도 본교회를 포함해 전체 제자교회 내에서 이뤄졌다.

조 원로목사 측은 1심에서 법무법인 로고스를 변호인으로 선임해 재판에 임했다. 일설에 따르면 로고스 측으로부터 ‘구속’을 면하게 해준다는 확약을 받고 억대의 수임료를 건넸다고 한다. 기소 단계에서 조 원로목사 측은 검찰로부터 약 305억원에 이르는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를 받았기 때문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구속 사태를 두려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선 배임죄의 이익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목사로서는 구속을 면해야 한다는 절박한 이유로 김승규 변호사(로고스 상임고문)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성도들 돈으로…
벌금납부 명목?


김 변호사는 법무부장관과 국정원장을 차례로 지냈고 양승태 대법원장과 사돈관계다. 1심에서 구속은 면했으나 집행유예와 벌금 50억원을 선고받자, 2심에선 2개 로펌을 새로 선임했다. 재판에 나선 변호인들은 모두 금융·주식 관련 전문 변호사들이었다.

이후 변호인들이 주식 가격을 두고 다투면서 주식 가격이 높게 산정됐고 이에 따라 배임액이 131억원대로 낮아졌다. 조세포탈 혐의가 무죄로 선고되면서 벌금 50억원을 면하게 됐고 집행유예도 기간이 줄었다. 

이런 식으로 최고의 변호사들을 선임하면서 수임료를 포함한 재판비용에 현재까지 약 2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해당 비용은 조 원로목사의 사적인 돈이 아니라 교회헌금으로 충당됐다.

“부당한 처사 아닌가”
납부 거부한 교회도

모 제자교회의 한 장로는 “운영위원(실무장로)들은 다 아는 내용”이라며 “교회는 결의가 되면 그냥 주는 거다. (교회마다) 운영위 자료를 보면 다 나와 있다”고 진술했다.

교계의 한 목사는 “당사자들이 돈이 없는데 할당받았다고 호소를 하면서 알게 됐다”면서 “이것도 담임목사가 혼자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고 운영위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보니 말이 나오는 거다. 잘못한 게 없다면서 교회헌금으로 목사가 그렇게 해야 하나”라고 답답해했다.
 

그는 또 “옛날엔 잘못된 일이 있어도 쉬쉬했다. 이제는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다. 신앙을 가지면 바르고 정직하게 살려고 해야 한다. 원로목사를 둘러싸고 있는 측근들이 더 잘못하는 것 같다. 세상 사람들이 보고 역시 좀 다르다고 느끼게끔 행동해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울며 겨자 먹기’
서로 할당액 비교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일요시사>에 “돈을 냈다고 하는 제자교회에 물어봐야 하는 사안인 것 같다”며 “원로목사님은 이미 교회에서 은퇴하신 분이라 교회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라고 답변했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퇴진 약속’ 말 바꾼 목사님

여의도순복음교회(이하 교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이하 기도모임) 측이 ‘조용기 원로목사의 퇴진’을 두고 지난 두 달여간 협상을 벌였으나 최종 결렬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도모임 측은 지난달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 원로목사와 일가의 비리를 폭로하고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3월 초순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3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퇴진 촉구 기자회견으로 조 원로목사 측의 대응에 교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도모임은 당초 지난해 12월8일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총회 비상대책위원회와 교회 측이 차례로 기자회견을 연기할 것을 요청하면서 긴 협상에 들어갔다. 당시 교회 측은 “기자회견만 하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기도모임은 지난해 12월12일 여의도 CCMM빌딩 11층에 위치한 조 원로목사 집무실에서 조 원로목사를 면담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 자리엔 이영훈 담임목사, 이진남 장로회장, 엄기호 성령교회 담임목사도 함께 입회했다. 면담 후 추가 협의를 통해 양측은 합의각서를 체결하고 공증하기로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조 목사는 퇴진을 약속하고 퇴진 후 가족과 함께 외국으로 잠시 나가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합의 당사자인 이 담임목사가 갑자기 예고도 없이 다음날 홍콩으로 출국해 버렸다. 이 목사는 귀국 후에도 합의각서 공증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또 “기도모임이 기자회견을 강행할 경우 교회 성도 수백 명을 동원해 기자회견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장로회장단도 1월 중순, 법원에 계류 중인 고소, 고발을 취하하고 기도모임을 해체하라는 공문을 보내 압박했다. 

기도모임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련의 과정이 교회와 조용기 목사 측이 기자회견을 저지할 목적으로 꾸민 기만전술로 판단한다”며 협상을 중단하고 3월 초순에 2차 기자회견을 열 계획을 전했다. 

기도 모임의 한 장로는 지난 3일 “교회 측이 시간 끌기를 하면서 우리가 잘못한 것처럼 몰아간다”면서 “조 원로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내세운다. 원로목사와 담임목사를 직접 만났을 때 다 잘 될 줄 알았는데 나와선 또 다른 말을 한다. 기자회견 일시를 알면 또 미리 막으려고 들 것이다. 이번엔 꼭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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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