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용기 목사 ‘수임료 상납’ 의혹

“재판비용 제자교회서 갹출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교회재산 사유화, 횡령·배임 의혹 등에 휩싸인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에게 또 다른 배임 의혹이 제기됐다. 130억대 배임 혐의로 현재 대법원 상고심을 앞두고 있는 조 목사 측이 20억원대에 달하는 변호사수임료를 포함한 재판비용을 제자교회(서울 및 경기 22개)에 할당하고 갹출했다는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지난 2014년 9월께 여의도순복음 본교회를 포함해 서울 및 수도권 22개 제자교회가 교회재정, 신도수 등 교회 규모에 따라 3000만∼1억원까지 차등 할당을 받고, 같은해 하반기 현금을 상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는 조 원로목사가 항소심 재판에서 유죄선고를 받은 직후다. 그간의 변호사수임료 지불 및 대법원 상고비용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목회서 논의
각 교회로 하달

할당은 각 제자교회 담임목사들의 정기모임인 ‘영목회’에서 논의되고 각 교회로 하달됐다. 교회는 교회재정이 지출될 때마다 운영위원회를 통해 지출을 결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재판비용 상납도 드러내놓고 공식적으로 논의할 만한 사항은 아니나 담임목사나 장로회장 등 소수가 비밀스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교회마다 실무장로들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통해 해당 안건이 논의되면서 불만이 터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장로들 사이에서 “돈이 없는데도 할당을 받았다”는 호소와 불만 속에서 교회끼리 서로의 할당액을 확인·비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예배당 신축으로 인해 ‘부채’가 많은 교회들이 이러한 종류의 할당이 내려올 때마다 곤혹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교회는 5000만원을, B교회는 두 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갹출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A교회는 2014년 9월께 안건이 상정됐을 당시 장로회장이 “줄 수 없다”고 반대했으나, 나머지 장로들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해주자”라고 설득해 어렵게 의결이 됐다.


B교회 측은 ‘선교헌금’ 명목으로 6000만원 지출을 운영위에서 의결했다. 해당 교회의 담임목사 C씨가 “장로들이 반대할 것 같아서 지난해 내 돈으로 우선 3000만원을 입금했다. 그 돈도 의결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총 6000만원 지출이 결정됐다. 3000만원은 담임목사에게, 나머지 3000만원은 조 원로목사 측에 상납이 됐다. 
 

재판비용 할당을 부당한 처사로 보고 끝내 납부하지 않은 교회도 1∼2곳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도들이 신심으로 낸 교회헌금을 목사 개인의 재판비용으로 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고 변호사들 선임…20억 출처 의문
22개 교회에 할당하고 헌금으로 충당

갹출은 교회 내부에서도 이뤄졌다. 교역자(직원)들에게도 갹출을 한 결과 6억원 이상의 돈이 모아졌다는 전언이다. 이것은 여의도 본교회를 포함해 전체 제자교회 내에서 이뤄졌다.

조 원로목사 측은 1심에서 법무법인 로고스를 변호인으로 선임해 재판에 임했다. 일설에 따르면 로고스 측으로부터 ‘구속’을 면하게 해준다는 확약을 받고 억대의 수임료를 건넸다고 한다. 기소 단계에서 조 원로목사 측은 검찰로부터 약 305억원에 이르는 배임 및 조세포탈 혐의를 받았기 때문에 혹시 있을지 모르는 구속 사태를 두려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선 배임죄의 이익이 50억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목사로서는 구속을 면해야 한다는 절박한 이유로 김승규 변호사(로고스 상임고문)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성도들 돈으로…
벌금납부 명목?


김 변호사는 법무부장관과 국정원장을 차례로 지냈고 양승태 대법원장과 사돈관계다. 1심에서 구속은 면했으나 집행유예와 벌금 50억원을 선고받자, 2심에선 2개 로펌을 새로 선임했다. 재판에 나선 변호인들은 모두 금융·주식 관련 전문 변호사들이었다.

이후 변호인들이 주식 가격을 두고 다투면서 주식 가격이 높게 산정됐고 이에 따라 배임액이 131억원대로 낮아졌다. 조세포탈 혐의가 무죄로 선고되면서 벌금 50억원을 면하게 됐고 집행유예도 기간이 줄었다. 

이런 식으로 최고의 변호사들을 선임하면서 수임료를 포함한 재판비용에 현재까지 약 2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다. 해당 비용은 조 원로목사의 사적인 돈이 아니라 교회헌금으로 충당됐다.

“부당한 처사 아닌가”
납부 거부한 교회도

모 제자교회의 한 장로는 “운영위원(실무장로)들은 다 아는 내용”이라며 “교회는 결의가 되면 그냥 주는 거다. (교회마다) 운영위 자료를 보면 다 나와 있다”고 진술했다.

교계의 한 목사는 “당사자들이 돈이 없는데 할당받았다고 호소를 하면서 알게 됐다”면서 “이것도 담임목사가 혼자 마음대로 못하는 것이고 운영위 의결을 거쳐야 하는 사안이다 보니 말이 나오는 거다. 잘못한 게 없다면서 교회헌금으로 목사가 그렇게 해야 하나”라고 답답해했다.
 

그는 또 “옛날엔 잘못된 일이 있어도 쉬쉬했다. 이제는 불만을 가진 사람이 많다. 신앙을 가지면 바르고 정직하게 살려고 해야 한다. 원로목사를 둘러싸고 있는 측근들이 더 잘못하는 것 같다. 세상 사람들이 보고 역시 좀 다르다고 느끼게끔 행동해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울며 겨자 먹기’
서로 할당액 비교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일요시사>에 “돈을 냈다고 하는 제자교회에 물어봐야 하는 사안인 것 같다”며 “원로목사님은 이미 교회에서 은퇴하신 분이라 교회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라고 답변했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퇴진 약속’ 말 바꾼 목사님

여의도순복음교회(이하 교회)와 여의도순복음교회바로세우기장로기도모임(이하 기도모임) 측이 ‘조용기 원로목사의 퇴진’을 두고 지난 두 달여간 협상을 벌였으나 최종 결렬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도모임 측은 지난달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조 원로목사와 일가의 비리를 폭로하고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3월 초순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3년 11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퇴진 촉구 기자회견으로 조 원로목사 측의 대응에 교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도모임은 당초 지난해 12월8일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으나,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총회 비상대책위원회와 교회 측이 차례로 기자회견을 연기할 것을 요청하면서 긴 협상에 들어갔다. 당시 교회 측은 “기자회견만 하지 않는다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기도모임은 지난해 12월12일 여의도 CCMM빌딩 11층에 위치한 조 원로목사 집무실에서 조 원로목사를 면담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 자리엔 이영훈 담임목사, 이진남 장로회장, 엄기호 성령교회 담임목사도 함께 입회했다. 면담 후 추가 협의를 통해 양측은 합의각서를 체결하고 공증하기로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조 목사는 퇴진을 약속하고 퇴진 후 가족과 함께 외국으로 잠시 나가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합의 당사자인 이 담임목사가 갑자기 예고도 없이 다음날 홍콩으로 출국해 버렸다. 이 목사는 귀국 후에도 합의각서 공증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또 “기도모임이 기자회견을 강행할 경우 교회 성도 수백 명을 동원해 기자회견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장로회장단도 1월 중순, 법원에 계류 중인 고소, 고발을 취하하고 기도모임을 해체하라는 공문을 보내 압박했다. 

기도모임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련의 과정이 교회와 조용기 목사 측이 기자회견을 저지할 목적으로 꾸민 기만전술로 판단한다”며 협상을 중단하고 3월 초순에 2차 기자회견을 열 계획을 전했다. 

기도 모임의 한 장로는 지난 3일 “교회 측이 시간 끌기를 하면서 우리가 잘못한 것처럼 몰아간다”면서 “조 원로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내세운다. 원로목사와 담임목사를 직접 만났을 때 다 잘 될 줄 알았는데 나와선 또 다른 말을 한다. 기자회견 일시를 알면 또 미리 막으려고 들 것이다. 이번엔 꼭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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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