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목사부부 살인사건 충격 전말

사이코패스? 맨정신에 딸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또 다시 아동살해 시신유기 사건이 일어났다. 부천 최군 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부모의 학대가 원인으로 드러났다. 시신을 유기해 집안에 보관하고 태연히 일상생활을 이어간 엽기적 행각도 같다. 불과 보름 앞서 일어난 최군 사건으로 인해 장기결석 아동 관리에 허점이 있음이 지적됐고 경찰이 장기결석 초중생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숨진 이모(13)양은 목사인 아버지 이모(47)씨와 계모 백모(40)씨에게 장시간 폭행을 당한 뒤 쇼크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부는 지난해 3월17일 오전 5시30분부터 낮 12시30분까지 7시간 동안 부천시 소사구에 있는 자택에서 막내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1개월 가까이 시신을 방에 유기했다.

미라 상태로 발견

경찰은 지난달 이양의 친구로부터 “종아리와 손에 멍자국이 있었다. 어제 많이 맞았다고 하더라”는 진술을 확보한 뒤, 아동학대 혐의로 이씨의 집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밀랍형 미라 상태의 이양 시신을 발견했다. 숨진 이양은 사망 5일 전인 지난해 3월12일부터 학교를 결석했다.

이씨는 조사에서 “딸이 사망한 당일 훈계하며 아내와 빗자루, 빨래건조대살로 5시간 동안 때렸다. 잠을 자라고 한 뒤 같은날 오후 7시께 보니 딸이 죽어있었다. 이불로 덮어놨는데 냄새가 나 방향제를 뿌려뒀다”고 진술했다.

시신이 발견된 방에선 방향제 10여개와 향초가 발견됐다. 집안 곳곳에 제습제도 놓여 있었다. 악취를 없애고 환경을 건조하게 만들어 시신을 밀랍화하려던 것이었다.   


사망 전날인 지난해 3월16일 이양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교사에게 연락을 했고 담임이 이양을 부모에게 인계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사망 당일 이양은 속옷만 입은 채로 장시간 부부에게 맞았다. 부부는 딸을 때리다 ‘지쳐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폭력을 행사하는 등 7시간 동안 폭행한 것이 경찰 추가수사에 의해 밝혀졌다. 부부는 지난해 3월11일 백씨의 여동생 집에서 “교회헌금을 훔친 것 아니냐”며 3시간에 걸쳐 이양을 폭행했다.

학대로 딸의 허벅지가 크게 부어오르고 종아리 등에 심한 멍이 들었지만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당시 폭력을 견디다 못한 이양은 발작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하지만 부부는 3일 뒤인 14일과 17일에도 두 차례 더 폭행을 가했다.

사건이 일어난 소사동의 한 주민은 <일요시사>에 “출퇴근 길에 숨진 이양 집 앞으로 자주 다녔다. 약 1년 전부터 울음소리가 자주 들렸다”며 “새나 고양이를 키우는 줄 알았다. 사건이 터지고 보니 그 집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13세 중학생 학대하다 결국 사망
집에 시신유기…숨기려 가출신고

이씨는 20대 후반 늦깎이 학생으로 경기 부천시 S신학대에 입학해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독일 베델신학대에서 신약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유학 중인 2007년 유방암으로 부인이 사망하고 귀국한 뒤 2009년 12월 자신이 겸임교수로 있는 대학의 평생교육원에 다니던 백씨를 만나 결혼했다.

재혼 후 신도 수가 20명인 개척교회를 꾸려가며 정교수가 되고자 여러 차례 지원서를 냈으나 번번이 떨어졌다. 모교에서 한 학기에 1∼3개 과목을 맡으며 1남2녀와 어렵게 생활했다고 한다. 숨진 이양은 막내딸이었다.


새엄마 백씨가 자녀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가정은 붕괴됐다. 2012년 아들(19)이 가출하자 이씨는 큰딸(18)을 독일로 유학 보냈고, 막내딸은 백씨의 여동생 집으로 보냈다. 이후 집에는 이씨와 백씨 부부만 살았다.

이양은 백씨의 여동생(39)에게도 학대를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견디다 못한 이양은 여러 차례 가출을 시도했다.

숨진 이양의 친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함께 살던 계모의 여동생도 무섭고 엄하다고 토로했다”며 “그 친구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 가출했을 때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을 찾아간 이유도 딱히 갈 데가 없어서 그랬다”고 밝혔다. 이양과 함께 학교를 다닌 친구들은 “평소 표정이 어두웠고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고 했다. 친한 친구에게만 가끔 밝은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평소 이씨는 대학동료들에게 딸의 일탈과 방황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딸의 죽음은 철저하게 감추며 주변을 속였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 부부가 철저하게 이중생활을 해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딸이 숨진 직후부터 태연히 담임교사와 3개월 넘게 연락하며 딸의 안위를 걱정했고 세탁물을 맡길 때도 딸 이름을 썼다. 범행을 숨기기 위해 딸이 숨진 지 보름 뒤인 지난해 3월31일 경찰에 “딸이 17일(사망일)에 가출했다”며 거짓 가출신고를 했다. 아내와 손을 잡고 다니며 애정을 과시했고 동네 술집에서 치킨과 맥주를 먹는 등 평범한 일상을 이어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엔 두 딸의 사진을 올려놨다.

대학에선 동료들에게 평판이 좋았고 학생들에겐 인기 교수였다. 세미나에서 사회자를 맡고 개척교회에서 설교하는 등 예의 바르고 활동적인 목회자로 알려졌다. 손녀가 숨진 것을 모르는 외할머니와 함께 전국을 돌며 딸을 찾기까지 했다.

이렇듯 친딸에게 죽음에 이르는 폭행을 가하고 그것을 은폐했음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듯 이씨는 “딸을 때릴 당시 죽을 줄 몰랐다”며 살인의 고의성을 계속 부인했다. 그러나 사망 당시 이양의 키는 142.5㎝, 몸무게 36.8㎏으로 또래 평균보다 왜소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아동학대 검찰은 살인죄

밥도 제대로 주지 않고 2014년 4월께부터 지속적으로 폭행을 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범죄심리분석 결과 부부에게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발표됐다. 당초 경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부부를 구속했으나 12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며 살인죄를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양의 신체 상태와 이씨 부부의 폭행 방법·지속시간, 방치 정황 등을 고려하면 이들이 딸의 사망 가능성에 대한 예상을 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 당초 적용한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목사들의 엽기 범죄
 
최근 성직자의 일탈행위가 끊이지 않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성직자들은 종교적 책무상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성직자들은 각종 성폭력과 폭행, 공금횡령 등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지난 2월 초, 스타 목사 A(53)씨가 서울시내의 한 대형교회 담임목사 시절 여신도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교단으로부터 공직정지 2년, 설교정지 2개월 징계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04∼2009년 목회실 안에서 여신도에게 구강 성교를 강요하고, 예배시간에 찬양대원의 몸을 더듬는 등 상습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러한 의혹으로 물러나면서도 주택 구입 명목으로 10억원, 퇴직금 1억3000만원, 치료비 1억원 등 총 13억4500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충북 영동에선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는 목사 B(64)씨가 수용 노인들을 감금·폭행하다 적발돼 구속됐다. 경찰조사 결과 B목사는 알코올성 치매를 앓는 원생이 동료와 다퉜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쇠사슬로 묶어 감금했다.

또 퇴소를 요구하는 원생을 폭행하고 2차례 쇠사슬로 묶어 감금했으며 예배에 참석하지 않은 또 다른 원생의 머리를 의자로 내리친 혐의도 받았다. 목사의 범행은 시설을 탈출하던 원생을 붙잡아 승합차에 태우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주민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경기도 성남의 한 교회 목사 C(70)씨는 지난해 9월 10대 여학생 4명을 상대로 상습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구속됐다. C목사는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고교 후배 3명의 딸 4명을 15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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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