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목사부부 살인사건 충격 전말

사이코패스? 맨정신에 딸 잡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또 다시 아동살해 시신유기 사건이 일어났다. 부천 최군 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부모의 학대가 원인으로 드러났다. 시신을 유기해 집안에 보관하고 태연히 일상생활을 이어간 엽기적 행각도 같다. 불과 보름 앞서 일어난 최군 사건으로 인해 장기결석 아동 관리에 허점이 있음이 지적됐고 경찰이 장기결석 초중생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숨진 이모(13)양은 목사인 아버지 이모(47)씨와 계모 백모(40)씨에게 장시간 폭행을 당한 뒤 쇼크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부는 지난해 3월17일 오전 5시30분부터 낮 12시30분까지 7시간 동안 부천시 소사구에 있는 자택에서 막내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1개월 가까이 시신을 방에 유기했다.

미라 상태로 발견

경찰은 지난달 이양의 친구로부터 “종아리와 손에 멍자국이 있었다. 어제 많이 맞았다고 하더라”는 진술을 확보한 뒤, 아동학대 혐의로 이씨의 집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밀랍형 미라 상태의 이양 시신을 발견했다. 숨진 이양은 사망 5일 전인 지난해 3월12일부터 학교를 결석했다.

이씨는 조사에서 “딸이 사망한 당일 훈계하며 아내와 빗자루, 빨래건조대살로 5시간 동안 때렸다. 잠을 자라고 한 뒤 같은날 오후 7시께 보니 딸이 죽어있었다. 이불로 덮어놨는데 냄새가 나 방향제를 뿌려뒀다”고 진술했다.

시신이 발견된 방에선 방향제 10여개와 향초가 발견됐다. 집안 곳곳에 제습제도 놓여 있었다. 악취를 없애고 환경을 건조하게 만들어 시신을 밀랍화하려던 것이었다.   


사망 전날인 지난해 3월16일 이양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교사에게 연락을 했고 담임이 이양을 부모에게 인계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사망 당일 이양은 속옷만 입은 채로 장시간 부부에게 맞았다. 부부는 딸을 때리다 ‘지쳐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폭력을 행사하는 등 7시간 동안 폭행한 것이 경찰 추가수사에 의해 밝혀졌다. 부부는 지난해 3월11일 백씨의 여동생 집에서 “교회헌금을 훔친 것 아니냐”며 3시간에 걸쳐 이양을 폭행했다.

학대로 딸의 허벅지가 크게 부어오르고 종아리 등에 심한 멍이 들었지만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당시 폭력을 견디다 못한 이양은 발작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하지만 부부는 3일 뒤인 14일과 17일에도 두 차례 더 폭행을 가했다.

사건이 일어난 소사동의 한 주민은 <일요시사>에 “출퇴근 길에 숨진 이양 집 앞으로 자주 다녔다. 약 1년 전부터 울음소리가 자주 들렸다”며 “새나 고양이를 키우는 줄 알았다. 사건이 터지고 보니 그 집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13세 중학생 학대하다 결국 사망
집에 시신유기…숨기려 가출신고

이씨는 20대 후반 늦깎이 학생으로 경기 부천시 S신학대에 입학해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독일 베델신학대에서 신약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유학 중인 2007년 유방암으로 부인이 사망하고 귀국한 뒤 2009년 12월 자신이 겸임교수로 있는 대학의 평생교육원에 다니던 백씨를 만나 결혼했다.

재혼 후 신도 수가 20명인 개척교회를 꾸려가며 정교수가 되고자 여러 차례 지원서를 냈으나 번번이 떨어졌다. 모교에서 한 학기에 1∼3개 과목을 맡으며 1남2녀와 어렵게 생활했다고 한다. 숨진 이양은 막내딸이었다.


새엄마 백씨가 자녀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가정은 붕괴됐다. 2012년 아들(19)이 가출하자 이씨는 큰딸(18)을 독일로 유학 보냈고, 막내딸은 백씨의 여동생 집으로 보냈다. 이후 집에는 이씨와 백씨 부부만 살았다.

이양은 백씨의 여동생(39)에게도 학대를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견디다 못한 이양은 여러 차례 가출을 시도했다.

숨진 이양의 친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함께 살던 계모의 여동생도 무섭고 엄하다고 토로했다”며 “그 친구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 가출했을 때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을 찾아간 이유도 딱히 갈 데가 없어서 그랬다”고 밝혔다. 이양과 함께 학교를 다닌 친구들은 “평소 표정이 어두웠고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고 했다. 친한 친구에게만 가끔 밝은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평소 이씨는 대학동료들에게 딸의 일탈과 방황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딸의 죽음은 철저하게 감추며 주변을 속였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 부부가 철저하게 이중생활을 해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딸이 숨진 직후부터 태연히 담임교사와 3개월 넘게 연락하며 딸의 안위를 걱정했고 세탁물을 맡길 때도 딸 이름을 썼다. 범행을 숨기기 위해 딸이 숨진 지 보름 뒤인 지난해 3월31일 경찰에 “딸이 17일(사망일)에 가출했다”며 거짓 가출신고를 했다. 아내와 손을 잡고 다니며 애정을 과시했고 동네 술집에서 치킨과 맥주를 먹는 등 평범한 일상을 이어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엔 두 딸의 사진을 올려놨다.

대학에선 동료들에게 평판이 좋았고 학생들에겐 인기 교수였다. 세미나에서 사회자를 맡고 개척교회에서 설교하는 등 예의 바르고 활동적인 목회자로 알려졌다. 손녀가 숨진 것을 모르는 외할머니와 함께 전국을 돌며 딸을 찾기까지 했다.

이렇듯 친딸에게 죽음에 이르는 폭행을 가하고 그것을 은폐했음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듯 이씨는 “딸을 때릴 당시 죽을 줄 몰랐다”며 살인의 고의성을 계속 부인했다. 그러나 사망 당시 이양의 키는 142.5㎝, 몸무게 36.8㎏으로 또래 평균보다 왜소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아동학대 검찰은 살인죄

밥도 제대로 주지 않고 2014년 4월께부터 지속적으로 폭행을 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범죄심리분석 결과 부부에게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발표됐다. 당초 경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부부를 구속했으나 12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며 살인죄를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양의 신체 상태와 이씨 부부의 폭행 방법·지속시간, 방치 정황 등을 고려하면 이들이 딸의 사망 가능성에 대한 예상을 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 당초 적용한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목사들의 엽기 범죄
 
최근 성직자의 일탈행위가 끊이지 않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성직자들은 종교적 책무상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성직자들은 각종 성폭력과 폭행, 공금횡령 등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지난 2월 초, 스타 목사 A(53)씨가 서울시내의 한 대형교회 담임목사 시절 여신도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교단으로부터 공직정지 2년, 설교정지 2개월 징계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04∼2009년 목회실 안에서 여신도에게 구강 성교를 강요하고, 예배시간에 찬양대원의 몸을 더듬는 등 상습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러한 의혹으로 물러나면서도 주택 구입 명목으로 10억원, 퇴직금 1억3000만원, 치료비 1억원 등 총 13억4500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충북 영동에선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는 목사 B(64)씨가 수용 노인들을 감금·폭행하다 적발돼 구속됐다. 경찰조사 결과 B목사는 알코올성 치매를 앓는 원생이 동료와 다퉜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쇠사슬로 묶어 감금했다.

또 퇴소를 요구하는 원생을 폭행하고 2차례 쇠사슬로 묶어 감금했으며 예배에 참석하지 않은 또 다른 원생의 머리를 의자로 내리친 혐의도 받았다. 목사의 범행은 시설을 탈출하던 원생을 붙잡아 승합차에 태우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주민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경기도 성남의 한 교회 목사 C(70)씨는 지난해 9월 10대 여학생 4명을 상대로 상습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구속됐다. C목사는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고교 후배 3명의 딸 4명을 15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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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