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또 다시 아동살해 시신유기 사건이 일어났다. 부천 최군 사건에 이어 이번에도 부모의 학대가 원인으로 드러났다. 시신을 유기해 집안에 보관하고 태연히 일상생활을 이어간 엽기적 행각도 같다. 불과 보름 앞서 일어난 최군 사건으로 인해 장기결석 아동 관리에 허점이 있음이 지적됐고 경찰이 장기결석 초중생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숨진 이모(13)양은 목사인 아버지 이모(47)씨와 계모 백모(40)씨에게 장시간 폭행을 당한 뒤 쇼크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부부는 지난해 3월17일 오전 5시30분부터 낮 12시30분까지 7시간 동안 부천시 소사구에 있는 자택에서 막내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11개월 가까이 시신을 방에 유기했다.
미라 상태로 발견
경찰은 지난달 이양의 친구로부터 “종아리와 손에 멍자국이 있었다. 어제 많이 맞았다고 하더라”는 진술을 확보한 뒤, 아동학대 혐의로 이씨의 집을 압수수색 하는 과정에서 밀랍형 미라 상태의 이양 시신을 발견했다. 숨진 이양은 사망 5일 전인 지난해 3월12일부터 학교를 결석했다.
이씨는 조사에서 “딸이 사망한 당일 훈계하며 아내와 빗자루, 빨래건조대살로 5시간 동안 때렸다. 잠을 자라고 한 뒤 같은날 오후 7시께 보니 딸이 죽어있었다. 이불로 덮어놨는데 냄새가 나 방향제를 뿌려뒀다”고 진술했다.
시신이 발견된 방에선 방향제 10여개와 향초가 발견됐다. 집안 곳곳에 제습제도 놓여 있었다. 악취를 없애고 환경을 건조하게 만들어 시신을 밀랍화하려던 것이었다.
사망 전날인 지난해 3월16일 이양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교사에게 연락을 했고 담임이 이양을 부모에게 인계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사망 당일 이양은 속옷만 입은 채로 장시간 부부에게 맞았다. 부부는 딸을 때리다 ‘지쳐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폭력을 행사하는 등 7시간 동안 폭행한 것이 경찰 추가수사에 의해 밝혀졌다. 부부는 지난해 3월11일 백씨의 여동생 집에서 “교회헌금을 훔친 것 아니냐”며 3시간에 걸쳐 이양을 폭행했다.
학대로 딸의 허벅지가 크게 부어오르고 종아리 등에 심한 멍이 들었지만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당시 폭력을 견디다 못한 이양은 발작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하지만 부부는 3일 뒤인 14일과 17일에도 두 차례 더 폭행을 가했다.
사건이 일어난 소사동의 한 주민은 <일요시사>에 “출퇴근 길에 숨진 이양 집 앞으로 자주 다녔다. 약 1년 전부터 울음소리가 자주 들렸다”며 “새나 고양이를 키우는 줄 알았다. 사건이 터지고 보니 그 집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13세 중학생 학대하다 결국 사망
집에 시신유기…숨기려 가출신고
이씨는 20대 후반 늦깎이 학생으로 경기 부천시 S신학대에 입학해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독일 베델신학대에서 신약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유학 중인 2007년 유방암으로 부인이 사망하고 귀국한 뒤 2009년 12월 자신이 겸임교수로 있는 대학의 평생교육원에 다니던 백씨를 만나 결혼했다.
재혼 후 신도 수가 20명인 개척교회를 꾸려가며 정교수가 되고자 여러 차례 지원서를 냈으나 번번이 떨어졌다. 모교에서 한 학기에 1∼3개 과목을 맡으며 1남2녀와 어렵게 생활했다고 한다. 숨진 이양은 막내딸이었다.
새엄마 백씨가 자녀들과 갈등을 빚으면서 가정은 붕괴됐다. 2012년 아들(19)이 가출하자 이씨는 큰딸(18)을 독일로 유학 보냈고, 막내딸은 백씨의 여동생 집으로 보냈다. 이후 집에는 이씨와 백씨 부부만 살았다.
이양은 백씨의 여동생(39)에게도 학대를 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견디다 못한 이양은 여러 차례 가출을 시도했다.
숨진 이양의 친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함께 살던 계모의 여동생도 무섭고 엄하다고 토로했다”며 “그 친구가 사망하기 전 마지막 가출했을 때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을 찾아간 이유도 딱히 갈 데가 없어서 그랬다”고 밝혔다. 이양과 함께 학교를 다닌 친구들은 “평소 표정이 어두웠고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고 했다. 친한 친구에게만 가끔 밝은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평소 이씨는 대학동료들에게 딸의 일탈과 방황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딸의 죽음은 철저하게 감추며 주변을 속였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 부부가 철저하게 이중생활을 해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딸이 숨진 직후부터 태연히 담임교사와 3개월 넘게 연락하며 딸의 안위를 걱정했고 세탁물을 맡길 때도 딸 이름을 썼다. 범행을 숨기기 위해 딸이 숨진 지 보름 뒤인 지난해 3월31일 경찰에 “딸이 17일(사망일)에 가출했다”며 거짓 가출신고를 했다. 아내와 손을 잡고 다니며 애정을 과시했고 동네 술집에서 치킨과 맥주를 먹는 등 평범한 일상을 이어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프로필엔 두 딸의 사진을 올려놨다.
대학에선 동료들에게 평판이 좋았고 학생들에겐 인기 교수였다. 세미나에서 사회자를 맡고 개척교회에서 설교하는 등 예의 바르고 활동적인 목회자로 알려졌다. 손녀가 숨진 것을 모르는 외할머니와 함께 전국을 돌며 딸을 찾기까지 했다.
이렇듯 친딸에게 죽음에 이르는 폭행을 가하고 그것을 은폐했음에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듯 이씨는 “딸을 때릴 당시 죽을 줄 몰랐다”며 살인의 고의성을 계속 부인했다. 그러나 사망 당시 이양의 키는 142.5㎝, 몸무게 36.8㎏으로 또래 평균보다 왜소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아동학대 검찰은 살인죄
밥도 제대로 주지 않고 2014년 4월께부터 지속적으로 폭행을 가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범죄심리분석 결과 부부에게 사이코패스(반사회적 인격장애) 성향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발표됐다. 당초 경찰은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부부를 구속했으나 12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며 살인죄를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양의 신체 상태와 이씨 부부의 폭행 방법·지속시간, 방치 정황 등을 고려하면 이들이 딸의 사망 가능성에 대한 예상을 했고 사망해도 어쩔 수 없다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여 당초 적용한 아동학대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목사들의 엽기 범죄
최근 성직자의 일탈행위가 끊이지 않아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성직자들은 종교적 책무상 높은 수준의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성직자들은 각종 성폭력과 폭행, 공금횡령 등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지난 2월 초, 스타 목사 A(53)씨가 서울시내의 한 대형교회 담임목사 시절 여신도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교단으로부터 공직정지 2년, 설교정지 2개월 징계를 받았다.
그는 지난 2004∼2009년 목회실 안에서 여신도에게 구강 성교를 강요하고, 예배시간에 찬양대원의 몸을 더듬는 등 상습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러한 의혹으로 물러나면서도 주택 구입 명목으로 10억원, 퇴직금 1억3000만원, 치료비 1억원 등 총 13억4500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충북 영동에선 노인요양시설을 운영하는 목사 B(64)씨가 수용 노인들을 감금·폭행하다 적발돼 구속됐다. 경찰조사 결과 B목사는 알코올성 치매를 앓는 원생이 동료와 다퉜다는 이유로 폭행하고 쇠사슬로 묶어 감금했다.
또 퇴소를 요구하는 원생을 폭행하고 2차례 쇠사슬로 묶어 감금했으며 예배에 참석하지 않은 또 다른 원생의 머리를 의자로 내리친 혐의도 받았다. 목사의 범행은 시설을 탈출하던 원생을 붙잡아 승합차에 태우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주민 신고로 덜미가 잡혔다.
경기도 성남의 한 교회 목사 C(70)씨는 지난해 9월 10대 여학생 4명을 상대로 상습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구속됐다. C목사는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고교 후배 3명의 딸 4명을 15차례에 걸쳐 강제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