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예쁘장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시각적인 즐거움과 대중성이 있지만 감상자에게 치유의 힘도 느끼게 한다. 토끼와 소녀, 연꽃, 왕관 등 작품마다 반복해 등장하는 상징 속에 풍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지난달 30일 인사동 희수갤러리에서 만난 박경미 작가의 첫 개인전 ‘팔로잉 더 화이트 래빗(Following the white rabbit)’ 전에서 만난 세밀화들은 그렇게 보는 이에게 말을 거는 듯한 작품들이었다.
박경미 작가의 그림은 작품마다 스토리보드가 있을 정도로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특징. 작가는 꾸준히 ‘토끼’를 모티브로 작업해 오고 있는데, 작품마다 토끼가 등장하지만 의미는 제각각이다. 작가의 설명에 의하면, 토끼는 영화 <매트릭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비롯해 전통 설화 등에 다양한 의미로 등장하지만 그의 작품 속 토끼는 공통적이고 본질적인 토끼의 상징성에서 출발한다.
흰 토끼를 따라서
“사람들은 욕망이나 호기심, 감정, 사회적 의무감과 기대감, 주어진 환경 등의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 흰 토끼를 따라가듯 어떤 상황 속으로 들어가게 되요. 희노애락을 느끼며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 사람들의 고민과 욕망에 따라 다양한 모습과 성격으로 여기저기 나타나 시계를 흔드는 토끼들, 반면 어떤 상황에도 변치 않는 모습으로 존재하는 토끼들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쓰고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여기에 정체성에 대한 고민, 불교적 상징에 대한 관심 등이 자연스럽게 섞여들었다. 한 개체가 다양한 사회적 역할을 맡으며 제각각 주어지는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소녀-여왕-광대’ 연작에 표현했다. 박 작가는 연작에 대해 “각각 세 명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한 명”이라며 “옷과 주변장치에 따라 다른 인물처럼 보이는 것이다. 역할에 따라 사회적으로 어떤 눈으로 보는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그림마다 보이는 양 옆의 두 마리 토끼는 의무 또는 욕망의 감정으로 이끌어주는 토끼들”이라고 설명했다.
토끼·소녀·연꽃·왕관 작품마다 등장
삶과 존재 본질 깨우쳐가는 과정 표현
박 작가는 20대 후반에 약 1년간 폐결핵을 앓았다. 그는 불교경전을 읽으며 위안과 치유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간의 유한함을 깨닫고 치유의 계기를 발견하게 됐다. 젊은 작가답지 않게 연꽃이나 목어 등 불교적 소재를 적극적으로 차용한 이유다. 자연스럽게 ‘목어 이야기’ 연작, ‘옴 om 문자’ 연작 등에도 그러한 영향이 드러나게 됐다.
박 작가는 희수갤러리가 매해 개최하는 신진작가공모전에서 선정된 작가이자 전속작가다. 이번이 첫 개인전이지만 그동안 일본, 싱가포르, 벨기에, 두바이 등 해외 아트페어에서 작품을 선보이면서 10대부터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애호가들이 작품을 구매했다. 특히 하라주쿠 디자인페스타에선 작품을 엽서, 노트 등의 팬시제품으로 제작해 판매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상상과 현실 상호작용
지난달 27일에 시작해 2월 말까지 열리는 이번 개인전엔 토끼와 소녀, 연꽃, 왕관, 고양이 등 주요 이미지로 작업한 소녀연작, 무대연작부터 옴 문자를 이용한 최근작까지 작가의 작품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희수갤러리 측은 “흰 토끼를 따라 펼쳐지는 현실과 이상 속에서 삶과 존재의 본질을 깨우쳐가는 과정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shin@ilyosisa.co.kr>
[박경미 작가는?]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학부 멀티미디어디자인과 졸업
▲Art Apart Fair Singapore, Art Nocturne Knocke Brussels Belgium, Zen전 tokyo metropolitan art museum, Tokyo, 네스카페 콜라보 전시 SJ 쿤스트할레, ART KOREA 신진작가 초대전 한가람 미술관 예술의 전당, 일본군 위안부 여성들의 초상전, Design festa gallery harajuku Tokyo, Tokyo metropolitan art museumshop 기획전 Tokyo, EV Project Part 7 EMOA SPACE CHELSEA NY 외 다수
▲희수갤러리 신진작가공모전 선정 작가 및 전속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