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①생가-선영 풍수로 본 반기문 대권운

“2018년 무술년, 운이 열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가에서 가장 주목하는 사람 한 명을 꼽으라면 단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반기문 대망론’은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단어가 된지 오래다. <일요시사>는 설 명절을 맞아 풍수지리학의 대가 양만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풍수지리학과 교수와 함께 반 총장의 생가 자리를 토대로 대권운을 짚어봤다.
 

민심의 바로미터 설 명절이 다가왔다. 삼삼오오 모인 일가친척들 사이에서 서로의 안부만큼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정치인들에 관한 얘기일 것이다. 특히 4·13 총선과 함께 2년도 채 남지 않는 제19대 대통령 선거는 앞으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충분한 주제다. 그도 그럴 것이 앞으로의 대선에서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출마라는 거대한 떡밥이 기다리고 있다.

풍수지리로 본
총장님 대망론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반 총장은 분명 가장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 중 하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R&R)’가 조사하고 <세계일보>가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반 총장이 23.4%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2위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12.7%)를 2배 가까운 차로 따돌렸다(지난 달 27∼28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07명 대상, RDD(유선전화면접 54.1%+무선전화면접 45.9%) 방식 조사, 오차범위 95%, 신뢰수준 ±3.1%포인트).

국내정치와 일정 이상 거리를 두지만, 대망론이 정가를 강타했던 지난 2014년 연말보다 국내 정치에 더욱 다가선 모습이다. “관심도 없고 바빠서 그럴 여력도 없다” “은퇴 후 손자와 손녀들을 돌보며 살고 싶다”고 밝혔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이 잦아지는 등 대선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정가에서는 2016년 들어 ‘박근혜-반기문’ 교감설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달 1일 반 총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새해 인사 전화를 하며 “(위안부 문제는) 박 대통령께서 비전을 갖고 올바른 용단을 내렸다”라며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당초 아쉬움이 남는다는 국내 정서와 배치되는 평가였다. 앞서 지난해 9월에는 유엔 방문을 위해 뉴욕을 찾은 박 대통령과 4일 동안 7차례 만나기도 했다. 당시 반 총장은 한 연설석상에서 “뉴욕 맨해튼 중심에서 새마을운동이 진행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새마을운동 전파’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고, 청와대는 이를 적극 홍보했다.

갑신생이 귀(貴)
갑자생은 재(財)

친박계 대선주자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앞서 친박계 홍문종 의원의 입을 통해 ‘내치-친박계, 외치-반기문’라는 구체적인 청사진까지 제시된 상황이어서 해당 설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지난 2006년부터 이어온 유엔사무총장 임기도 이제 채 1년이 남지 않아 그의 대권 도전 여부는 정가의 최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TV조선> <채널A> 등 그간 많은 방송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양만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풍수지리학과 교수 또한 반 총장의 이런 행보에 관심을 가져왔다. 서울 약수역 인근에 위치한 연구실을 찾아간 <일요시사>는 반 총장의 2016년 운세와 차기 대권운에 대해 자문을 구하러 왔다고 하자 양 교수는 “대권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반 총장”이라고 답했다.

양 교수는 이미 반 총장 생가부터 인근에 위치한 반씨 집안의 집성묘역까지 두루 살피며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 본 기자에게 반 총장의 생가를 찾아가 찍은 사진을 보여주던 양 교수는 이를 토대로 본 바, 반 총장에게 충분히 대권을 노릴 수 있는 기운이 있다고 전망했다.

선영 풍수와 사주를 봤을 때 대권운이 트여있다는 것이다. 특히 선영 풍수 측면에서 보면 명당에 해당한다고 내다봤다. 양 교수는 “9대 할아버지 묘가 좋다”며 “행치마을 전체가 ‘자미원국(紫微垣局)’이다”라고 말했다.

별자리 중심인 ‘자미원국’ 형세
천상 성운이 땅에 드리워진 형국


자미원국은 풍수지리 용어로 최고의 명당을 의미한다. 별자리 중에서도 가장 중심을 가리키는 자미원국은 풍수의 형세 상 황제의 자리라고도 불린다. 즉 왕, 지금으로 치면 대통령 등 세계적인 지도자를 배출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덧붙여 양 교수는 “반목하고 편파적인 정치가가 아닌 많은 사람을 위한 중립적인 정치를 할 인물이 나올 수 있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반 총장의 생가는 충북 음성군 원남면에 위치한다. 과연 어떤 이유에서 이곳이 왕이 나올만한 자리라는 말일까. 양 교수는 인근 지리에 대해 “백두대간이 속리산 천황봉에서 한남 금북정맥을 분맥하여 북진하던 중 음성 큰 산(보덕산)을 주산으로 행치마을과 인근을 자미원국으로 형성하여 대명당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의 해석에 따르면, 이곳은 광주 반씨 장절공파 9대 선영, 즉 반 총장의 9대 할아버지가 주인이 되는 터다. 양 교수는 “풍수적으로 용맥이 건해룡(乾亥龍)으로 입수(入首)하여 해좌(亥坐) 사향(巳向)이다”라며 “정해(丁亥) 투지(透地)로 뢰천대장(雷天大壯) 정룡(正龍) 왕상주보혈(旺相珠寶穴)로 하늘과 땅의 조화로 자미원국이 형성된 곳인데, 이곳의 선영과 생기가 명당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어려우니 쉽게 해석해달라고 요청하자 양 교수는 “뢰천대장(雷天大壯)의 댓궁은 지천태(地天泰)의 향이 된다”라며 “지천태의 이기(理氣) 해석은 먼저 갑신(甲申)생이 귀(貴)를 받고 나중 갑자(甲子)생의 재(財)를 예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갑신년에 태어난 사람은 정치하는 귀한 몸이 되고, 이후 갑자년에 태어난 사람 중에는 부자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반 총장이 태어난 해는 1944년 갑신년이다.

이어서 양 교수는 “선영과 생가의 좌향(坐向)이 해좌사향(亥坐巳向, 집터나 묏자리 따위가 해방(亥方)을 등지고 사방(巳方)을 향한 좌향)으로 ±5° 내의 범주에 해당하는데 정확한 재혈을 한 바 330° 정(正) 신해(辛亥)룡이며, 지천태(地天泰) 투지여서 원래의 행룡에 부합된다”고 전했다.

아쉬움 남는
아버지 선산

풍수지리에는 ‘총주금비(叢珠金秘)’라는 비서가 있다고 한다. 해당 비서를 통해 보면 반 총장의 기운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신해(辛亥) 금룡은 귀(貴)가 가볍지 아니함이니 세인이 이를 만나면 대대로 최고 상품 벼슬에 드는 영화를 이어가리라. 또 전쟁을 만나도 만대로 철옹성을 지켜가리라.’ 또한 ‘만약 구성(九星)이 입묘(入廟)함을 만나면 주(主)는 극품(極品)에까지 이르고 천하를 다스린다’고 한다.

즉 과거 왕의 한마디에 구족이 멸하던 상황이지만, 이 기운을 타고 난 사람은 그런 위험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고, 나아가 최고의 벼슬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양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구성(九星)은 북두칠성을 말하며 제1별에서 9별까지 상응하는 운이 운행하는데, 6운에서 9운까지가 양(陽)의 발복기운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이 되는 6운이 1964년부터라고 하였다. 1964년은 반 총장이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외교학과(현 정치외교학부)에 입학한 해로 이후 1970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주역 64괘에 따르면, 반 총장의 선영과 생가 모두 8/八 예(預)좌와 8/二 소축(小畜)향이며, 생가 앞 명당수는 8/九 구(?)에서 시작하여 8/七 절(節)까지 약 75° 반경 기운이 있어 생가에 순 작용의 영향을 미친다.
단, 양 교수는 이러한 것들이 반 총장의 어렸을 때 기운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그는 “반 총장이 지금은 그곳에 거주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렸을 때의 기운이라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부친 묘’ 땅의 혈과 배합 안돼 오점
다른 잠룡들과는? “반이 기운 강해”

아쉬운 점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9대 선영이 큰 기운을 이루고 있고 그 아래로 고조, 증조, 조부 모두 좋은 명당에 있지만, 반 총장 선친의 묘는 약 2km 쯤 떨어진 곳에 자리하여 투지가 좌향과 배합되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봤다. 말인 즉, 땅 속으로 들어오는 혈과 아버지 묘의 좌향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9대 선영의 묘 아래 위치한 후손들의 집성묘역이 풍수지리에 배치되는 면이 있어 오점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반 총장의 사주에 대해 ‘상급사주’라고 해석했다. 훌륭한 조상을 두고 유복하게 성장해 순탄한 길을 갈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료사주와 별반 다름이 없다는 해석이다. 양 교수는 이어서 “사주명리도 좋지만, 조상의 음덕과 생가의 기운이 유엔 사무총장까지 갈 수 있다게 한 좋은 예라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즉 태생의 기운이 좋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반 총장이 많은 국민들로부터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유에 대해 “잘 나가는 정치가들보다 청렴하고 합리적이며 세계무대를 경험했다”라며 “(국민들은) 그런 유엔 사무총장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이제 그 역량을 조국을 위해 인생의 황혼 길에 마지막 투혼을 바라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렇다면 오는 2016년 12월 총장 임기가 마무리되는 반 총장의 대권 운을 어떻게 보면 될까. 양 교수는 “자미원국의 명당의 발복은 세계 중심국으로, 또한 통일 국가로 이어진다는 것”이라며 “2017년부터는 9운이 시작되는 해이다. 건(乾)쾌가 상승하는 운이 27년간 지속된다. 그 자신의 운명도 2018년 무술년(戊戌年)에 대권에 상응하는 운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해 그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대권 주자들의 선영을 분석해 온 학자로서 차기 대권은 반 총장이 가장 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에 따라
달라질 수도”

그렇다면 많은 대권 잠룡들 중 반 총장과 맞설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 양 교수는 반 총장과 대적할만한 야권 대선주자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꼽았다. 현재 가회동 공관이 있는 자리가 풍수적으로 봤을 때 최고의 명당 중 하나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선영의 기운, 사주 모두 좋다. 그렇다면 대권은 따 놓은 당상일까. 기운만 좋다고 대통령이 될 순 없는 법. 양 교수 또한 이 부분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그는 “현재로서 (반 총장은) 기존 정치권을 멀리하고 싶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온갖 권모와 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시선이다. 그러나 여권에서 그를 원하는 만큼 이를 물리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계의 지도자를 우리는 그냥 놓아둘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만열 교수는?

종합학파를 이끌고 있는 양만열 교수는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서 풍수지리학을 가르치며 풍수지리학 교육 강사와 전문 풍수지리사를 배출하고 있다.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는 국내 최초로 미래 예측학 박사 과정이 개설되어 미래 예측학 석사·박사를 수여할 수 있는 인가를 받은 곳으로 학계서도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양 교수는 청운풍수지리학회 학술원장으로서 약수동 집무실에선 ‘현공대괘’와 비성·건곤국보감여 등 첨단 풍수학을 연구하고 후학도를 지도하고 있으며 집필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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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