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특집> ②백운비의 천기누설 재계 5인방 신년운

“한국경제,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 한국 경제는 안갯속. 서민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재계도 한숨이 나오긴 마찬가지.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그 답을 사주풀이 대가로 통하는 백운비 역리원 원장에게 구해봤다.

2016년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크게 갈리고 있다. 정부는 2015년 실제 성장률 2.5∼2.6%보다 상향된 3% 복귀를 점치고, 민간 연구기관은 2.5%로 반등이 어렵다고 내다보고 있다. 심지어 일부 해외 투자은행은 2% 초반대까지 낮춘 곳도 있다.

정부는 새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3.1%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 3.3%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다.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도 정부와 비슷한 3%대 성장세를 전망했다. KDI는 최근 ‘2016년 경제전망’ 제하 보고서를 통해 “우리경제는 내수가 완만하게 회복되는 반면, 수출은 부진을 지속함에 따라 2016년 3.0% 내외 성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민간 연구소들의 전망은 ‘잿빛’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8%,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6% 등 민간 연구기관은 2%대 성장을 예측했다.

특히 LG경제연구원은 ‘2016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6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5%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정부나 KDI, 한국은행 전망치는 물론이고 다른 민간 연구기관들이 내놓은 전망치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9월 2016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했지만 최근 이를 0.2% 포인트 낮춰 전망치를 내놨다.


새해 한국 경제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재계는 올해 화두를 혁신으로 삼고 새로운 도약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 모색 작업도 가속화할 방침이다. 재계 오너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백운비 역리원 원장은 “사업에 있어서 운은 대단히 중요하다. 총수들의 운이 잘 풀려야 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 원장은 “<일요시사>가 의뢰한 5인의 운은 대체로 나쁘지 않다”며 “이들에게 사업적으로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이재용
“새로운 전환기”

백 원장은 올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운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바뀌는 전환기가 될 것”이라며 “제3의 새로운 사업을 진행 구축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53조3200억원, 영업이익 6조1400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작년 한 해 연간 기준으로는 매출 200조6500억원, 영업이익 26조4100억원의 경영실적을 각각 거둬 ‘매출 200조원, 영업이익 20조원’ 이른바 ‘200-20클럽’의 지위를 유지했다.

지난해 실적이 눈에 띄게 오르지는 않았지만,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선방을 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백 원장은 이렇게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이 부회장이 ‘낮은 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도전·도약할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운이 괜찮다”고 덧붙였다.

삼성그룹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저성장 기조 속에서 ‘바이오’라는 신성장 동력을 밀고 있다. 정보기술(IT)에 이어 바이오 테크놀러지(BT)도 세계 최강으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삼성은 지난해 인천 연수구 송도경제자유구역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3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현재 가동 중인 제1공장과 내년 상반기 준공 예정인 제2공장에 이어 2018년 9월 제3공장이 상업 가동에 들어가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능력 기준으로 세계 1위 바이오 의약품 생산 전문기업(CMO)으로 도약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먹구름…한숨만 ‘푹푹’
국내외 유수 연구소들 ‘잿빛 전망’

백 원장은 “올해 이 부회장이 가깝고도 중요한 지인을 잃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서 ‘지인’은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여전히 병상에 누워있다. 한때 증권가 지라시 등에서는 ‘사망설’까지 언급됐다.
 

백 원장은 올해 이 부회장에게 ‘내연성’운이 있다고 점쳤다. “뜻밖의 반려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1998년 대상그룹 임세령 상무와 결혼하면서 화제가 됐으나, 결혼 11년만인 2009년 이혼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 정의선
“굉장히 중요한 해”

백 원장은 “올해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에게 굉장히 중요한 해”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 경기 둔화, 미국의 금리 인상, 신흥 시장 불안 등으로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불안한 성적표를 냈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3.0% 증가했으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5.8%, 14.9% 줄었다. 영업이익률 역시 전년보다 1.5%포인트 하락한 6.9%를 나타냈다.

정 부회장은 이런 오명을 타파하기 위해 올해를 ‘질적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글로벌 경영을 펼쳐나간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백 원장은 “정 부회장의 실력과 능력을 평가 받게 될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 원장은 정 부회장에게 충고도 아끼지 않았다. 정 회장의 결점은 ‘성격이 급하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시간 재촉은 금물이며, 늦더라도 순리(順理)를 지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가장 닮은 손자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 명예회장의 추진력과 저돌성이 오늘날 현대자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 부회장도 만만치 않은 저돌성과 추진력을 갖고 있다는 게 업계 후문. 또 정 명예회장을 닮아 현장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백 원장은 “추진력과 저돌성이 있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행동파들이 많다”며 “정 부회장은 큰 부분만 보지 말고 작은 부분도 관심과 배려해 인격을 한 단계 더 높이는 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SK 최태원
“근본 흐름이 좋다”


백 원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형적인 ‘호사다마(好事多魔)’ 운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계열사 자금 450억원을 빼돌려 선물·옵션에 투자한 혐의가 인정돼 2013년 1월31일, 징역 4년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법정구속됐지만, 지난해 8월14일 광복 70주년 특사로 잔형을 면제받고 출감했다. 그러나 출소 6개월 만에 내연녀가 있다며 고백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백 원장은 “이 사람은 단순한 성격이 문제다. 좀 더 숙고하고 단순함을 자제해 삼사일언(三思一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 회장은 내연녀 때문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하겠다고 발표했다. 재계는 “최 회장이 이혼하면, SK그룹의 절반 이상이 노 관장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늘날 SK그룹이 있기까지는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기 때문. 다시 말해 노 관장이 SK그룹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근본적인 운은 좋으나, 가지가 심하게 흔들리는 형국”이라며 “잔잔한 우여곡절로 인한 손실(인격·사업·경제)이 다반사”라고 말했다. 이어 “판단력이 흐려지고 앞뒤가 바뀌는 난처한 문제도 겪을 수 있으니, 자기 관리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백 원장은 “최 회장 자녀들에게 좋은 일이 많아, 불운을 극복할 만큼 큰 기둥이 되고, 가문을 빛내는 경사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최 회장의 딸 최민정 해군 중위가 6개월간의 소말리아 아덴만 파병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여느 재벌가 자제와는 다른 행보로 해군에 자원입대한 최 중위는 큰 주목을 받았다.
 

롯데 신동빈
“확실한 승기 잡아”


백 원장은 올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운이 “부분적 불운이 발생하나, 천운(天運)의 입신(立身)으로 하늘에서 운이 들어온다”며 “위기를 모면하고 승기를 잡을 운”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그룹 승계를 둘러싸고 '형제의 난'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은 한·일 국적 논란, 부실 지배구조, 경영권 분쟁 등이 불거졌다. 또 이 사태로 ‘반 롯데 정서’가 확대 돼 풍전등화 위기까지 갔다. 그 충격파는 현재 진행 중이다.

백 원장은 “자신의 위치를 굳히고, 장착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력사업 강화 새동력 모색
오너들의 역할 중요한 시기

신 회장은 친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을 누르고 롯데그룹 장악에 성공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롯데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며, ‘일본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신 회장이 롯데그룹 내에서 입지를 더욱 공공연하게 할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올해 신 회장에게 슬픈 애사가 우려된다고도 백 원장은 점쳤다. 또 소원했던 가족이나 멀리했던 지인 등과 친교를 도모하는 자세로 장차 후회할 일을 예방하라고도 덧붙였다.

신 회장은 여전히 신 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또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도 노환으로 툭하면 건강이상설이 나돈다.
 

아모레 서경배
“상승운이 정착”

백 원장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운이 “상승 운이 정착돼 있어, 올해도 큰 흔들림은 없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3년 전부터 중국 시장에 진출하며, 종횡무진했다.

지난해 중국 사업 호조 등에 힘입어 처음으로 연매출 5조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5조6083억원, 9051억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과 비교해 매출은 19.0%, 영업이익의 경우 37.3% 성장한 수치다.

하지만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성장둔화를 겪으며, 핵심 성장동력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백 원장은 “운이 외부로 힘차게 뻗어 있어서, 내수보다 해외 사업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세계에 명성을 알릴 절호의 기회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미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매출 성장세가 매 분기마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4분기에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늘어난 1465억원을 달성했다. 또 해외 법인 영업이익이 지난해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2017년까지 60% 이상의 이익 성장세가 전망된다.

백 원장은 서 회장이 올해 ‘여자’를 절대 경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백 원장은 “호색끼가 발동해 이성 관계에서 사고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의 올해는 ‘적선(積善)운’이니 좋은 일을 많이 하라고 백 원장은 덧붙였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메이크업 유어라이프’ ‘핑크리본 캠페인’ ‘그린사이클’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min1330@ilyosisa.co.kr>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입증된 셈이다.

특히 백 원장은 제18대 대선이 치러지기 3년 전부터 ‘박근혜 당선’을 예견해 화제를 모았다. 백 원장은 <일요시사>의 추석 특집 인터뷰에서 “대권은 천운이 따라야 하는데 박 후보는 그 천운을 받은 만큼 국운을 이끌어 가야 할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대해서는 “관운이 있어 입신양명할 수 있다”면서도 “대통령감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안철수 당시 후보에 대해서는 “학자로서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인데 한참 잘못된 길을 걷고 있다”고 평가한 뒤 “자신을 이용하려는 세력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학을 만나기 전에 그는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역학을 독학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 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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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