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윤민섭 작가가 수십 점의 드로잉 작품과 이것에서 출발한 대형 설치작품을 ‘인 비트윈(In Between)’전에서 선보인다. 특히 검은색 플라스틱 막대를 구부려 마치 3차원의 공간 안에 드로잉을 하듯이 설치공간을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작가 개인의 삶이 투영된 공간인 동시에 관람객이 예술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가 동화 속 그림이 현실이 되는 공상을 하듯이 윤민섭 작가의 작품에서 종이에 스케치한 작은 드로잉은 실물과 흡사한 크기로 옮겨진다. 평면에서 3차원의 공간으로 전환된 드로잉 작품 사이를 거닐며 다양한 선들이 만나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풍경과 공간을 직접 느껴볼 수 있다.
형상이 없다
윤 작가가 일일이 검정색 플라스틱 와이어를 구부리고 절단해서 이어 붙이는 공정을 완료한 후 전시장에 설치하면 비로소 실제 공간을 구성하는 작품이 완성된다.
'The Room'(2014)은 건축물 내부의 입방체 형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형상이 없다. 그저 가운데에 위치한 의자를 중심으로 네 개의 창문 형태가 공중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방이라는 건축구조를 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벽과 천정, 바닥 등이 없다.
오히려 생략 기법을 활용한 덕분에 상상력이 개입된다. 검은 윤곽선으로 표현된 형상들 역시 사실적인 묘사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는 폭이 더 넓어진다. 그래서 관람자들은 누구든지 머릿속에서 빈칸 채우기를 하듯이 자유롭게 벽을 세우고 가구를 채우고 채색을 더하는 것으로 자기만의 방을 그려볼 수 있다.
드로잉 작품과 대형 설치작품들
다채로운 풍경·공간 직접 체험
'People'(2014-2015)에선 여행지에서 마주친 낯선 인물들을 촬영한 사진이 드로잉을 거쳐 인체 크기로 재현됐다. 관람자를 등지고 일정한 지점으로 나아가는 인형들을 대하다 보면 나 자신을 혹은 내가 아는 친밀한 누군가를 떠올리게 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을 대면해 무언가를 연상하게 할 뿐 아니라 인체가 경험할 수 있는 실제적인 공간을 조성하게 한다.
미술사학자 허효빈씨는 “윤민섭의 작품에서 드로잉이 종이를 벗어나 현실의 공간으로 넘어올 때 깊이 몰입할 수 있는 것은 그림이라는 지극히 상상적인 인간의 창조물을 물리적인 실재로 탈바꿈시키는 인류 동일한 꿈을 소생시키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틈을 제공
또 “그의 작품은 혼자만의 세계를 열어 다른 이들이 들어올 수 있는 틈을 제공한다”며 “이렇게 작가의 독자적인 세계에 관람자의 다채로운 세계가 더해지면서 전시장이라는 현실의 장소는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하는 제3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관람자에게 상상의 공간 안으로 들어와 그들의 세계를 무한히 확장해 갈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신한갤러리 역삼'에서 3월17일까지 열린다.
<shin@ilyosisa.co.kr>
[윤민섭 작가는?]
▲중앙대학교 조소학과 졸업(2005), MFA,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USA(2013)
▲Four Walls One Window - drawing in the air, TheALU Design Gallery, Korea(2014), 하하하, 일상, 페허, Lee&Park 갤러리, 파주(2014), Life Drawing, ISE Cultural Foundation Gallery, USA(2012) 외 다수
▲50개의 방 5만가지 이야기, 윤민섭, 양정욱, 차승언 3인전 외 다수
▲의정부 예술의 전당, 신진작가 최우수상 수상, 한국은행 신진작가 선정
▲경기창작센터 창작레지던시, Affordable Art Fair Emerging Artist 선정, 소마드로잉센터 제7기 아카이브 등록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