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기획특집 3>[MC몽 파문으로 본] 20대그룹 총수부자 ‘병역 X파일’ 총력추적

입영 피해 ‘요리조리’아프다던 로열패밀리… 지금은 멀쩡하다


해마다, 철마다 툭하면 터지는 유명인의 병역 비리. 이번엔 가수 MC몽이 말썽이다. 아직까지 의혹 수준이지만, 쏟아지는 여론 뭇매가 예사롭지 않다. 그만큼 국민들이 병역 문제에 민감하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재벌가는 어떨까. 전체적으로 요리조리 잘도 피한 모양새다. 국내 내로라하는 20대 그룹을 꼽아 그 총수와 아들들의 병역 여부를 따져봤다.


1∼2세대 걸쳐 석연찮은 면제 ‘신의 아들’ 수두룩
“이유도 가지가지” 국적, 질병, 비만 등 내세워 미필

<일요시사>가 만 19세부터 30세까지 병역의무 나이가 넘은 주요 그룹 총수와 자녀들의 병역 여부를 살펴본 결과 미필자를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1세대에서 2∼3세대에 걸쳐 두루 입대 면제를 받은 이른바 ‘신의 아들’들이 적지 않았다. 외국 국적, 질병, 체중 초과 등 면제 이유도 가지가지다. 이들은 각각의 그럴 만한 사유를 내세워 ‘소나기’를 피한 뒤 슬그머니 한 자리씩 꿰차고 있다.

‘소나기’ 피한 뒤
슬그머니 제자리

그룹들은 하나같이 “나름의 정당한 면제 사유가 있었기 때문에 고의적인 병역 기피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재벌가의 병역 여부는 늘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총수일가의 병역면제율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탓이다. 실제 한 조사에 따르면 재벌 로열패밀리들의 평균 면제율은 33%인 반면 일반인은 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재벌가 사람들이 일반인에 비해 유독 입대 면제자가 많다는 점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국민의 기본 의무를 저버린 사람들이 회사 지휘봉을 잡거나 잡을 거라면 과연 정상적인 경영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이병으로 군대를 마쳤다. 사실상 면제나 다름없는 셈이다. 외아들 이재용 부사장은 허리디스크로 징병검사에서 제2국민역(5급) 판정을 받고 군복을 입지 않았다.

더 정확한 사유는 수핵탈출증이다. 제2국민역은 현역 또는 보충역 복무는 할 수 없으나 전시근로소집 등에 의한 군사지원업무는 감당할 수 있어 민방위 훈련만 받는다.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은 병장 출신이다. 재벌 총수 가운데 드물게 현역으로 제대했다. 그러나 외아들 정의선 부회장은 제2국민역으로 입대하지 않았다. 근본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담낭 절제가 문제가 됐다.

SK 최태원 회장은 체중 과다로 면제됐다. 최 회장은 1980년대 신체검사를 받을 당시 몸무게가 100㎏을 넘어 군대에 가지 않았다. 그는 2003년 수감생활과 운동 등 다이어트를 통해 15㎏가량 줄여 현재 85㎏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외아들 인근군은 올해 15세로 아직 중학생이다. LG 구본무 회장도 정 회장과 같이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보병으로 만기 제대했다.

1994년 어린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외아들 원모씨 대신 2004년 양자로 입적한 구광모 과장(LG전자·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외아들)은 현역병이 아닌 병역특례인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마쳤다. 2003∼2005년 국내 IT 솔루션 회사에서 근무했다. 산업기능요원은 기술자격이나 면허소지자로서 국가가 지정한 특정업체에서 군복무를 대체할 수 있다.

롯데 신격호 회장의 병역 여부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10대 후반 일본으로 건너가 사업을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일본 국적을 취득해 면제됐을 가능성이 크다. 두 아들도 일본 국적 때문에 입영 대상에서 제외됐다. 장남 신동주 부회장(일본롯데)은 일본에서 태어나 현재 일본에서 살고 있는 ‘완전한’일본인이다. 당연히 한국에서 군대에 갈 필요가 없었다.

차남 신동빈 부회장(한국롯데)도 재일교포 신분으로 줄곧 일본에 살면서 군 면제를 받았다. 그는 한·일 양국의 호적에 오른 채 ‘이중국적’상태로 국내에서 활동하다 1996년 일본 국적을 정리하고 한국 국적을 회복했다. GS 허창수 회장은 일병으로 제대했다.

집안을 보살펴야 하는 등 개인 사정으로 예정보다 일찍 제대한 의가사제대인지, 현역 수행이 어려운 병에 걸려 복무기간이 짧아졌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 외아들 허윤홍 부장(GS건설)은 제2국민역으로 편입돼 ‘군문’을 무사통과했다. 징병 검사에서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둘 다 ‘군문’ 통과
둘 다 병장 출신도

현대중공업 오너는 아니지만 대주주로 사실상 ‘주인’인 정몽준 의원(한나라당)은 장교 출신이다. 재벌가에서 보기 힘든 사례다. 정 의원은 ROTC 소위로 임관(13기)해 육군 중위로 만기 전역했다. 눈에 띄는 점은 정 의원의 아들 역시 장교 출신이란 사실이다. 장남 기선씨도 2005년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당시에도 사회지도층의 병역 기피 논란이 일어 ‘대 이은 ROTC’로 큰 화제가 됐었다.

기선씨는 2년4개월의 ROTC를 마치고 2007년 중위로 전역했다. 늦둥이 차남 예선씨는 올해 14세로 군대 갈 나이가 안 됐다. ‘형제의 난’으로 금호아시아나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조만간 복귀가 가시화되고 있는 박삼구 명예회장은 병역 사항이 베일에 싸여 있다. 그룹 측도 “확인이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나 박 명예회장의 이력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정황을 추정할 수 있다.

“국민 기본의무 저버린 사람들,
과연 정상적인 경영 가능할까”


그는 1963년 광주제일고와 1967년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자마자 그해 바로 금호타이어에 입사했다. 이후에도 그룹 요직을 두루 거치는 등 공백이 전혀 없었다. 아버지와 달리 외아들 박세창 상무(전략경영본부)는 제대로 병역을 마쳤다. 한진 조양호 회장은 미국 유학을 다녀와 현역으로 군대 생활을 마쳤다. 외아들 조원태 전무(여객사업본부)는 산업기능요원으로 병역을 대체했다.

두고두고 괴롭힐
평생 아킬레스건

의사 출신인 두산 박용현 회장은 군의관으로 복무한 것으로 전해진다. 세 아들 태원(두산건설 전무)·형원(두산인프라코어 상무)·인원(두산엔진 부장)도 정상적으로 병역을 끝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은 뜻밖에도 미필자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 ‘보스형 총수’로 불릴 만큼 평소 의리를 강조하는 터프한 이미지와 오버랩된다. 사유는 불분명하다.

일각에선 1981년 59세란 짧은 나이에 갑작스럽게 타계한 부친 고 김종희 창업주의 뒤를 이어 불과 29세의 ‘어린’나이로 그룹 회장에 오를 수밖에 없었던 김 회장의 다급했던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그룹 관계자도 “확실히 모르겠지만 당시 사정상 어쩔 수 없었을 것”이란 추측만 했다. 반면 세 아들은 충실히 병역을 완료했거나 이행하고 있다.

장남 김동관 차장(회장실)은 3년4개월간 공군 통역장교로 복무하고 지난해 말 중위로 전역했다. 차남 동원씨도 현재 공군 장교(소위)로 복무 중이며, 3남 동선씨는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군 면제를 받았다. 신세계 정재은 명예회장(이명희 회장 남편)은 시력이 나빠 입영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외아들도 면제 사유만 다를 뿐 ‘신의 아들’이다.

정용진 부회장(신세계백화점·이마트)은 비만으로 입대하지 않았다. 신체검사 때 몸무게가 104㎏으로, 커트라인 103㎏에서 단 1㎏ 초과해 면제(제2국민역)돼 ‘고무줄 몸무게’란 의심을 샀다. 1987년 대학 시절 79㎏ 나가던 체중에서 갑자기 25㎏이 불어 1990년 신체검사에선 104㎏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의 몸무게는 현재 90㎏ 안팎이다.

LS 구자홍 회장은 신체검사 결과 제2국민역 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다. 유학 중인 외아들 본웅씨는 현역으로 입소, 병장으로 전역을 신고했다. CJ 이재현 회장도 제2국민역 처분을 받아 군인이 되지 못했다. 외아들 선호군은 올해 20세로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현대백화점 정몽근 명예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면제(제2국민역)됐다. 두 아들 정지선 회장(현대백화점)과 정교선 사장(현대홈쇼핑)은 병장으로 만기 제대했다.

동부 김준기 회장과 외아들 남호씨 부자는 모두 현역 출신이다. 둘 다 강원도 최전방에서 사병으로 근무했다. 또 대학을 졸업하고 곧장 입대한 것도 공통점이다. STX 강덕수 회장도 병장으로 전역했다. 외아들은 현재 대학생으로 병역의무 기간이 지나지 않았다.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은 일병으로 군 생활을 마쳤다. 세 아들(준선·원선·운선)은 초·중·고등학생으로 아직 어리다.

코오롱 이웅열 회장은 대학을 휴학하고 현역으로 입대해 강원도 전방사단 수색대에서 근무했다. 외아들 규호씨는 올해 26세로 유학을 마치는 대로 입대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공개석상에서 “아들도 당연히 병역의무를 이행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입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는다. 박 회장은 사석에서 군대 얘기만 나오면 화제를 전환하거나 아예 고개를 돌린다는 후문이다.

외아들 준범군은 10대로 군대를 가려면 아직 멀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병역의 의무가 있다. 선택이 아닌 필수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란 비극적 현실은 누구나 당연한 기본으로 인식하게 한다. 국민들이 유독 군대 얘기만 나오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특히 ‘인물’을 평가할 때 도덕성 잣대로 우선 병역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경영자도 마찬가지다. 이유가 어떻든 병역에 조금이라도 흠이 있다면 두고두고 괴롭힐 ‘아킬레스건’으로 남을 게 뻔하다. 병역 문제가 이슈화 될 때마다 ‘좋은 예’혹은 ‘나쁜 예’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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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