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신년 국운 대예측

“숨어 있는 진짜 인재가 나타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15년 을미년(乙未年)이 저물고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아 온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시끄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치는 갈렸고, 경제는 침체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 여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게 각계각층의 중론. 올해 대한민국 국운은 어떨까. 그 답을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에게 구해봤다.

“다사불란(多事不亂), 요고순목(堯鼓舜木)” 2016년 국운에 대한 백운비 백운비역리 원장의 한마디다.

나라는 여전히 어지럽고 위기지만, 중국 요순시대의 요 임금과 순 임금처럼 백성들의 고충에 귀 기울이고 인재를 잘 쓰면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병신(丙申)이 오행(五行)상 병은 화(火)를 신은 진(辰)을 의미하는데, 서로 상극이므로 사회가 전반적으로 어지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병신년에도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중심에는 대통령이 있다고 덧붙였다. 백 원장은 “대통령은 곧 국가다. 그런데 대통령이 지금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불통정치 계속
파벌싸움 정점

대체로 여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갤럽은 2015년 12월 둘째 주(8∼10일) 전국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에 대해 질문한 결과 43%는 긍정, 47%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는 ‘소신’과 ‘독단’으로 갈렸다. 이는 현재 박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국정교과서와 노동5법 개정안을 두고 최근 국민 여론이 첨예하게 갈린 탓이다.

박 대통령은 ‘불통 국정운영’의 대명사로 불린다. 백 원장도 박 대통령의 이러한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백 원장이 본 박 대통령의 천성은 ‘불변원칙’이다. 한번 마음먹거나 결정한 것은 바꾸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 백 원장은 “박 대통령의 천성은 바꿀 수 없다. 자기 뜻은 옳고 좋은 게 많지만, 이렇게 답답한 행보만 보인다면, 내년 국운이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백 원장은 덧붙였다. 바로 좋은 사람을 쓰는 것. 백 원장은 “내년 후반은 낭중지추(囊中之錐) 같은 인재를 대통령이 쓰면 국운을 살릴 수 있다”고 점쳤다. 이어 “아직은 숨어 있지만, 세상 사람이 다 알아주는 인재를 쓰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백 원장이 앞서 언급한 요고순목과 일맥상통하다.

그렇다면 병신년 대한민국 정치의 핵인 국회는 어떻게 흘러갈까. 백 원장 분멸분산(分列分散)이라고 정의했다. 사상분쟁·흑백논리·이념대립이 만연하리라 전망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쪼개질 위기
경제 어렵고 성범죄로 사회 혼란

백 원장은 올해는 정치권에서 지역감정이 더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영남·호남·충청·경기 등 각 정당이 기반을 둔 지역에서 표심을 잡기를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유세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TK패권주의’ ‘충청대망론’ ‘호남 신당’ 같은 구호가 지역감정을 부추긴다는 것.

백 원장은 병신년이 “을미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5년 정계 역시 혼돈 그 자체였다. ▲대통령 비선 실세 국정 개입 의혹 ▲성완종 리스트 파문 ▲통합진보당 해산 ▲국정원 해킹팀 의혹 ▲교과서 국정화 등 올해 국정을 흔들었던 사건들이다. 병신년에도 이런 정치적 사건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내다 봤다.


여야를 막론하고 파벌싸움도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그 전초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었던 비주류 의원들이 연이어 탈당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친박과 비박이 공천을 둘러싸고 파벌 싸움이 극에 달하고 있는 양상이다.

남북관계
살얼음판

새정치연합은 지난 2월8일 전당대회 이후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친노와 비노 사이 당권을 둘러싸고 갈등이 올해 극에 달했다.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와 결별을 선언하며 탈당했다. 뒤이어 비주류 의원들이 연이어 탈당을 시작했다. 안 의원의 탈당을 두고 ‘잘한 일’이라고 백 원장은 설명했다. 백 원장은 “안 의원은 진작 나왔어야 했다. 문 대표와 함께 있어 봤자 썩은 무 취급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야당의 경우 ‘총선 필패’라며 최악의 불행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백 원장은 “야당은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자멸하고 있다”며 “결국 쌓아 놓은 알처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문대표 경우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원장이 제시한 해결책은 치우치지 말 것이다. 그는 “강조할 점은 무엇보다 상하관계를 분명히 하고 개인 이해를 초월해 뚜렷한 국가관으로 한데 뭉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며 “어느 한곳에 치우치면 함께 무너지는 비극이 일어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남북 관계 및 국가 악보 역시 답보상태다. 백 원장은 병신년에도 남북관계 개선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올해에는 동쪽에서 크고 작은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도발 지역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그동안 천안함 폭격, 연평도 도발 등 모두 서쪽에서 일어났지만, 병신년에는 동쪽에서 많이 일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국가 안보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올해 국제 사회는 IS(이슬람국가)의 테러 위협에 몸서리쳤다. 특히 IS는 올해만 프랑스에 2차례에 걸쳐 테러를 감행하며, 수백명의 무고한 시민을 무참히 살해했다. 한국 역시도 IS의 테러 대상국에 이름을 올리며, 국가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백 원장은 이런 안보 문제는 “국운이 좋으면 스스로 방어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병신년 국운이 그렇게 좋지 못하기 때문에 남북관계는 물론 안보에도 을미년과 다를 게 없이 위태롭다”고 말했다.

내년 경제 역시 전망이 좋지 않다. 소덕대실의 해가 될 것으로 백 원장은 전망했다. 백 원장은 “을미년과 비슷할 것이다. 크게 떨어지지는 않지만, 들어오는 건 적고 나가는 것은 많은 해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보 ‘불안’
경제 ‘불안’

한국경제연구원(KERI)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지난 22일 발표한 ‘2015년 4분기 경제전망과 정책과제’보고서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존 2.4%에서 0.1%포인트 상승한 2.5%로 조정했다.

한경연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중국경제 불안’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 ‘엔저 후폭풍’ 등으로 대외여건 개선이 불확실한 데다 대내적 정책 여력도 제한적이어서 2016년 성장률은 2.6%에 그치며 지지부진한 경기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국민들의 역시도 월급은 오르지 않은 반면 빚만 늘었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표본가구 2만 가구를 조사해 지난 21일 발표한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올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부채는 6181만원으로 1년 전보다 130만원(2.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외에도 담뱃세, 건강보험료, 교통비 등이 인상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답답한 행보로 혼란
곁에 좋은 사람들 두면 반전

병신년의 경기가 나아질 게 없다는 전망과 함께 불안한 사회가 될 것으로 백 원장은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각종 살인 사건 같은 범죄가 만연하고 있다. 올해는 오원춘, 조두순 같은 희대의 연쇄 살인마도 나왔다.

백 원장은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정신분열자, 우울증 환자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이 늘어나고 자살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는 비교적으로 큰 자연재해 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백 원장은 병신년에는 재해가 잦을 것으로 내다봤다. 백 원장은 “주역(周易)에 천뇌무방(天雷无妄) 괘와 같아 기후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 폭풍, 낙석 등 자연재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병신년에는 여성이 남자보다 더 우세한 운을 띠고 있다. 백 원장은 “곤상(坤象)으로 여자 말 들어서 손해 볼 게 없고, 여자랑 담판 짓다가 혼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여성 지도자가 나올 것이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승승장구할 것이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4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대졸 취업자 32만7186명 가운데 여성 취업자가 16만5706명(50.6%)으로 남성 취업자(16만1480명)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재해 많아
예체능 호조

최근 ‘알파걸’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알파걸은 공부, 운동, 대인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남자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과를 보이는 엘리트 계층의 여성을 지칭한다. 알파걸들이 사회 곳곳에서 우세한 운을 띠면서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그 운에 밀린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30~40대의 ‘매 맞는 남편’ 증가와 관계가 있어 보인다. 아내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된 가정폭력은 지난해 1000여건으로 지난 2013년 820여건에 비해 약 32%가 늘었다. 남성 가정폭력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 남성의 전화’에 상담을 요청하는 건수도 지난 5년 사이 800여건에서 2200여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암울한 전망 가운데 그나마 예체능 쪽은 호조다. 백 원장은 “사람 기분 좋게 만들고, 웃음 잃게 된 이들을 웃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망라하고 스포츠·영화·예능이 대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잇따라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있다. 강정호, 류현진, 추신수 등이 메이저리그에서 대체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어 야구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또 축구로는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기성용, 이청용, 석현준 등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국내 팬들이 새벽잠을 설쳐가며 지켜보고 있다.

백 원장은 병신년 초반에는 국운이 쇠하지만, 후반에 갈수록 차츰 회복할 것이라고 점치기도 했다. 백 원장은 “목국(木局)은 양목(陽木)이요. 유실수(有實樹)이니 농사는 풍년이다”고 말했다. 특히 생산업 종사자는 위기를 벗어나 출고가가 늘어나는 현상을 볼 것이라고 점쳤다. 후반에 갈수록 운이 야무지게 진행되어 자생(自生)운이 확대되어 자영업자들이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1330@ilyosisa.co.kr>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할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 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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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