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20)영평사격장 반대하는 김광덕 범대위 사무국장

“총알이 빗발치는데 어찌 삽니까”

[일요시사 사회2팀] 박호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스무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김광덕 영평사격장 범시민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입니다.

총소리가 요란하다. 가끔 총탄에 지붕이 뚫리기도 한다. 마을 주변 사격장 때문이다.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했다. 불안은 오랫동안 지속됐다. 벌써 60년째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요란한 총소리

지난 8일 쌀쌀한 날씨 속에서 김광덕 영평사격장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1인 시위를 벌였다. 더 이상의 불안을 막기 위해서다. 미8군 영평사격장은 1954년 포천 영중면 일대 1322만㎡의 아시아에서 가장 큰 미군 훈련장으로 조성된 이래 지난 60년 간 헬기와 전차 등 27종의 각종 무기 훈련장으로 사용되면서 인근 주민들은 폭음과 오발사고에 시달려왔다.

<경인일보>에 따르면 주민들이 기억하는 인명피해는 40명을 넘어섰다. 1970년대엔 고철더미에 섞여있던 불발탄이 폭발해 주민 9명이 동시에 사망한 사건도 있다. 이후에도 마을과 축사를 덮친 포탄에 해마다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소음문제도 주민들을 괴롭혔다. 100㏈이 넘어가는 소리는 주민의 삶의 질을 낮췄다. 포천지역을 지나던 외지 차량이 포격훈련 소리를 듣고 자신의 차에서 내려 타이어가 터진 것이 아닌지 확인했다는 이야기는 포천 지역에서의 오래된 농담(?)이다.


실제로 주민들 중에는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포격에 불면증을 앓거나, 작은 소음에도 과민반응을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는 주민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리에 더 예민한 가축들은 스트레스로 사산을 하는 등 재산피해도 심각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단지 접경지라는 이유로 이러한 상황에서 60년을 묵묵히 버티고 있었다.

지난해 11월~지난 3월에는 사격장에서 쏜 총알과 미군용 105m 대전차탄이 마을 상가사무실과 주택지붕, 마을 소나무 숲에 잇따라 떨어지는 도비탄(엉뚱한 방향으로 튀는 총-포탄) 사고가 일어났다.

주민들은 격분했다. 지난 4월 경기 포천시 영평사격장 대책위원회 회원들과 인근 마을 주민들은 영평사격장 입구에서 ‘영평사격장 사격 반대 궐기대회’를 가졌다.

아시아 최대훈련장 매일같이 사격
‘불안해 못살아’ 60년간 주민 위협

김 사무국장과 주민들은 도비탄 사고 위험 등 사격장 인근 마을에 대한 안전대책 강구, 야간사격 중지, 도비탄 사고 및 소음·분진 피해 보상, 대책 마련 때까지 사격 중단할 것을 주장했다. 김 사무국장은 “소음·분진·산불 등 어려움을 참고 살았지만 언제 포탄이 머리 위로 떨어질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살 수는 없다”며 “안전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결국 사격장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시 측의 실질적인 대책은 없었다. 결국 김 사무국장과 주민들은 지난 10월 14일부터 1인시위에 돌입했다. 김 사무국장은 “경기도 포천시사격장 등 군 관련시설 범시민대책위(위원장 박경우)는 지난 10월 14일 영평사격장 정문 앞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안보라는 이유로 포천주민들의 삶을 짓밟고 있다”면서 “정부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들의 행복한 삶을 보장하라”고 말했다. 또는 그는 “사격장대책위원회가 지금까지 주민안전대책 수립과 야간사격 중지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면서 “주민들의 안전대책과 헬기사격 등이 중단될 때까지 계속 시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사무국장에 따르면 지속적인 시위와 탄원에도 미군의 야간사격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다. 시위할 때만 잠깐 우리사회의 이목을 받았을 뿐 변한 게 그의 설명이다. 김 사무국장은 “1인 시위를 시작했으니 시민들의 안전대책이 세워질 때까지는 시위를 강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사무국장과 주민들의 노력에 정부도 반응하는 모습이다. 지난 16일 포천시장이 1인 시위 현장을 직접 방문해 주민들의 애로 사항을 전해들은 것. 서장원 포천시장은 지난 14일 영북면 야미리 소재 김모씨 농가를 방문해 당시 상황을 전해 듣고 건의사항을 청취하는 등 영평사격장으로 인한 주민피해 상황점검에 나섰다.

서 시장은 “국가의 안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주민의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국가의 안보도 논할 수 있다”며 “원인 모를 탄환이 발견된 상황에서는 그 누구도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시 차원에서도 범시민대책위의 활동에 힘을 싣겠다”라고 전했다.

김 사무국장 측도 전향적인 시측의 태도를 반기는 눈치다. 김 사무국장은 ‘군 사격장 피해대책지원센터’를 설치해 주민과 함께 발 빠르게 대처해 나가는 것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면서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건의했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주목

정치권도 영평사격장 문제에 관심이 있다. 새누리당 김영우 의원(포천·연천)은 지난 3월 미군 대전차 연습탄이 떨어져 주택 일부가 파손된 포천 영평사격장 인근 김모(75)씨의 주택을 찾아 주민들의 보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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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단독] ‘채 상병 사건’ 사단장 수상한 메시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채 상병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신의 사건을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한 게 핵심이다. 임 전 사단장과 연락이 닿은 인물들은 대부분 이해관계자다. 자칫하면 회유 정황으로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은 ‘채 상병 사건’의 핵심 피의자다. 수사외압 논란의 시발점이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직접 챙긴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 대상인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사건을 물밑에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시종일관 침묵을 지키다 왜 움직이기 시작했을까? 침묵 지키다… 임 전 사단장은 최근까지 복수의 해병대 간부들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그는 간부 A씨에게 “(공수처)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어서 연락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미안하다”는 사과의 말은 없었다. 다만 “모두가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아들을 잃은 채 상병의 유족 특히 모친의 고통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는 고통스러워도 견딜 생각이다.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임 전 사단장은 A씨에게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하 대령)의 변호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것과 관련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는 뉘앙스로 연락을 취했다. 김 변호사가 자신을 고발한 게 무고에 해당하는지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것이다. 그는 타 간부들에게도 비슷한 도움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연락서 “난감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모셨던 사람이긴 한데 임 전 사단장에 대해 개개인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사람이 채 상병 사건 진상규명을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전 사단장은 과거 박 대령에게도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바 있다. 자신은 물속 수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수차례 했고 작전통제권이 육군 50사단장으로 넘어간 상황서 자신의 책임과 범위 내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며, 이에 대한 박 대령의 기억과 판단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인데… 사건 연루자들에 연락 당시 임 전 사단장은 “상급지휘관(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은 없지만, 부대를 방문해 전술토의할 수 있고 효율적인 작전이 되도록 유도할 권한은 있다”고 했다. 작전통제권이 없어 안전 책무가 없다면서도, 자신이 현장서 ‘수변을 수색하라’고 지휘한 건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이런 이유로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의 직권남용 문제를 언급한 해병대수사단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병대 수사단은 임 전 사단장의 직권남용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수사단은 ‘작전통제권과 상관 없이’ 임 전 사단장을 실질적 수색작전 지휘관으로 보고, 안전지침을 부대에 하달하지 않아 채 상병 순직사고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임 전 사단장은 김 변호사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법적 대응까지 예고했다. 김 변호사가 SNS에 게시한 글 중 허위 사실이 포함된 내용이 있다는 게 임 전 사단장의 주장이다. 그는 김 변호사에게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한계 속에서 해석과 이해를 거쳐 어떤 주장을 하는 것에 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해병대 수사단 자료의 문제점을 뒷받침하는 자료가 발견됐고, 제가 사안의 진상을 밝히면서 그걸 뒷받침하는 자료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위가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가리는 불의한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나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을 공수처에 세 번째로 고발했다. 이번 혐의는 군형법 제79조 무단이탈죄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임 전 사단장은 지난 1월 말 서울 노원구에 있는 화랑대연구소가 아닌 영등포구에 위치한 해군 관사 ‘바다마을아파트’에 거주하며 인접한 해군 재경근무지원대대 사무실로 출근 중이다. 마음 급해졌나…어떤 의도? 갑자기? 특검 압박 느꼈나 이 사실은 그가 여러 곳에 자신이 결백하다는 취지의 문서를 내용증명, 등기우편 등으로 보내면서 드러났다. 등기 봉투의 발신지는 화랑대연구소였으나 배송 조회 결과 실제 발신지는 서울 신길7동 우편취급국이었다. 임 전 사단장이 거주 중인 서울 관사 인근이다. 발송 시간도 대부분 일과시간 직전이나 일과 중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언론을 통해 “연수 초기에 육사에서 주로 근무했으나 장거리 출퇴근 비효율적이라서 최근엔 해군재경대대서 근무 중이다. 근무 장소 중 하나가 해군 재경대대”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책 연수의 일시와 출퇴근 시간 및 장소가 명령으로 특정된다. 인사명령의 지정된 장소서 지정된 출퇴근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인사명령이나 상급기관의 지휘관에게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최근 자주 번호를 변경하는 임 전 사단장의 핸드폰을 압수수색해 무단이탈한 장소와 상급지휘관인 해병대 사령관에게 정식으로 사전에 허가를 받았는지에 관한 진실을 밝혀 강력히 처벌해 달라는 취지”라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임 전 사단장이 해병대 간부들에게 연락을 취하는 행동이 증거인멸 시도로 볼 수 있다”며 “자신의 책임을 부정하기 위해 메시지를 보내며 같이 책임을 면하자는 회유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는 지난 1월부터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와 경찰 이첩 과정서 외압이 있었는지에 대해 강제수사를 착수해 왔다. 박 대령에게 사실확인요청서를 보낸 것에서 임 전 사단장이 적극적인 책임 회피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권서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자 조용했던 임 전 사단장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적절한 처신 한 해병대 간부는 “전우의 죽음 이후 형평성에 어긋나거나 석연치 않은 윗선의 처리는 진상규명 문제를 떠나 정치권 개입을 불렀다”며 “도의적 책임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일부 작자들의 행동으로 인해 해병대 전체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전 사단장은 <일요시사>가 사건 관계인에 연락한 이유에 관해 묻자 "사건 관계인에게 연락한 것은 사실 확인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