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18)쫓겨나는 빵집아저씨

때가 어느 때인데…쌍팔년도식 강제철거

[일요시사 사회2팀] 박창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열여덟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임대차 계약 기간이 남았고, 아직 보상에 관한 협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도 건설사의 강제철거 추진에 고통 받고 있는 빵집주인 박경배씨입니다.

지난 17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

길 가던 행인들이 한 상가 건물을 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라는 표정이다. 상가는 폭격을 당했는지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같다. 차양막과 아크릴 간판은 박박 찢겨 너저분하게 매달려있고, 그 위에는 새빨간 락카로 덧칠해 ‘철거’라고 쓰인 이상모를 낙서가 있다.

전기계량기 떼가

반쯤 닫힌 샷도어와 입구를 막아 놓은 그물 천 틈 사이로 보이는 빈 상가의 모습은 바로 옆 파리바게트와 대조를 이룬다. 파리바게트를 운영하고 있는 박경배씨는 “경동건설산업이 신축 때문에 철거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아직 계약기간이 남은 상가 임차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상가 일대를 흉가처럼 만들어놔 영업하는 데 지장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임차인을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쩌다 이렇게까지 한 것일까. 박씨는 “경동건설산업이 임차인들과 협상이 잘되지 않자, 보복한 것이다”고 성토했다. 박씨는 애초 경동건설산업이 신축할 건물에 평당 2900만원으로 약 21평을 분양받기로 했다.

박씨는 “계약기간이 남아 보상의 일환으로 경동건설산업에서 일반 분양가보다 임차인들에게 싸게 분양해주겠다고 했다”며 “평당 3900만원으로 분양해주겠다고 하다가 얼마 후 3100만원, 또 다시 2900만원으로 낮춰서 제시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 변호사에게 계약이 문제가 없는지 자문했다. 그런데 변호사는 이 계약서가 박씨에게 한참 불리한 계약이라고 알렸다. 애초에 전용면적 21평을 분양 받기로 했는데, 공용면적이 무려 23평이나 됐던 것. 이 공용면적 화장실과 복도 등을 제외하더라도 박씨가 한 발짝도 안 쓰는 공용면적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도 이 계약에서는 박씨가 공용면적까지 모두 제 값에 분양 받기로 돼 있다.

임차인 상대 사기 의혹도
승인 받지 않고 사전분양

이 계약은 박씨에게 철저히 불리했다. 박씨는 “공용면적을 어느 정도 분양 받아야 되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내가 쓰지 않은 공용면적까지 똑같은 가격으로 산다는 게 큰 손실이다”라고 주장했다. 만일 박씨가 계약서대로 공용면적을 분양 받는다면 관리비와 취득세, 등기비 등을 기존 상가보다 배로 지출하게 된다.
이런 탓에 박씨는 경동건설산업과 계약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경동건설산업의 행동이 돌변했다.
 

영업하는 상가 폐허 만들어 지난달 말 몇몇 임차인들이 상가를 떠나자마자, 용역 업체 직원들이 철거한다며, 빈 상가를 때려 부수기 시작한 것. 박씨가 바로 옆에서 영업 중인데도 불구하고 용역 업체 직원들은 망치로 벽을 두드렸다.

당시 가게를 보고 있던 박씨의 아내는 “건물이 흔들려 깜짝 놀랐다. 손님들도 놀라서 나가버렸다”고 말했다. 당시 박씨 아내는 용역 업체 직원들과 심한 말다툼을 했다. 박씨는 이때 놀란 가슴에 그날 밤 응급실까지 다녀왔다.

같은 상가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는 윤응순씨도 경동건설산업과 계약서에 사인까지 했다가 박씨와 똑같은 문제로 계약을 취소했다. 그러자 지난 6일 오전, 경동건설산업은 윤씨 상가의 전기계량기를 떼갔다. 윤씨는 즉각 경찰과 한국전력에 신고했다.

경동건설산업은 “앞서 윤씨와 계약하면서 작성한 합의서에 10월30일까지 나가지 않으면 단수 및 전력 차단을 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윤씨와 경동건설산업의 계약은 파기됐으며, 그 합의서도 효력이 없다는 게 법조인들 설명이다.


한 변호사는 “임차인에게 사용권이 있는 전기계량기를 떼간 행위는 명백한 업무방해죄와 재물손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그 강제성은 명도소송을 통해 법 집행으로만 가능하다. 임대인이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가 운영하는 안경점은 갑작스러운 단전으로 인해 기계가 고장났을 뿐만 아니라 일주일간 영업도 제대로 못했다.

박씨 또한 마찬가지였다. 두 차례에 걸쳐 용역 업체들이 빈 상가에 들어가 상가 유리를 깨부수거나, 해머로 벽 곳곳을 때려댔다. 상가일대는 흉물스럽게 변했고, 이런 탓에 손님들이 가게로 들어오는 발걸음은 뚝 끊겼다. 박씨는 “미관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부수기만 했다”며 “셔터만 내리면 될 것을 상가 자체를 공사장으로 만들어버렸다. 명백한 영업방해다”고 말했다.

불리한 계약 들통나자 돌변
영업하는 상가 폐허 만들어

박씨는 지난 5년 동안 이 가게를 위해 모든 재산을 쏟았다. 박씨는 파리바게트를 열기 위해 3억2000만원을 대출받았으며, 전세로 살던 아파트도 가게 근처로 이사 오기 위해 월세로 전환했다. 박씨에게는 이 가게가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박씨는 “경동건설산업은 인심 쓰듯이 분양받으면 보상금으로 1억4500만원을 준다고 했는데, 설사 그 돈을 받는다고 해도 우리가 그 상가를 분양 받으면 무조건 손실”이라며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은 채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동건설산업은 임차인들을 상대로 분양사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먼저 분양 승인이 아직 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을 상대로 분양가를 고무줄처럼 늘렸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동건설산업은 처음 협상할 당시 임차인들에게 3900만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박씨와 윤씨가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 치자 이들은 평당 2900만원까지 낮췄다. 박씨는 “그래 놓고 경동건설산업은 ‘안경집 사장님(윤씨)한테는 이 가격에 했다고 말하지 마세요’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밝혔다. 윤씨 역시도 계약 직전 당시 경동건설산업으로부터 비슷한 말을 들었다.

영등포 일대 인근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보통 분양업자들이 많이 쓰는 수법”이라며 “초반부터 분양가를 높게 불러 일부러 깍게 만들어 생색내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동포구청에 확인한 결과 경동건설산업은 아직 분양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담당 주무관은 “분양승인을 받지 않고 사전 분양을 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잘라말했다. 주택법상 ‘입주자공개모집 및 분양승인’ 절차 요건에 따라 사전 분양은 ‘등록말소’ 혹은 ‘6개월 이상의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곧 단수” 으름장

한편 경동건설산업은 이번 일에 대해 “임차인들을 최대한 배려해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분양하려고 했다. 이미 더 비싼 가격에 분양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줄섰다”며 “임차인들이 계약하려고 했던 당시, 그 금액이 맞다고 판단해서 사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결국은 임차인들이 돈을 더 받으려고 그렇게 오기를 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