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 리포트 - 그들이 궁금하다’ ①그들은 누구?

어렵게 자라 세상이 적이라 여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트렁크 시신’ 사건의 범인 김일곤이 구속됐다. 김씨는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뒤 시신을 차량 트렁크에 넣은 채 도피행각을 벌였다. 그는 주차장에 불을 지르고 시신이 훼손되는 과정을 지켜보기도 했다. 또 검거 당시 그의 호주머니에서는 이른바 ‘데스노트’로 불리는 29명의 이름이 적힌 쪽지도 나왔다. 가히 엽기적이지 않을 수 없다. 살인범들의 이러한 엽기적인 행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들에겐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살인은 극악무도한 범죄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한 사건 현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수많은 살인 사건이 일어났으며, 그 과정에서 희대의 연쇄살인범이라고 불리는 이들도 만만치 않게 나왔다.
 
강력범죄 87%
피해자는 여성
 
국회 안정행정위원회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간 살인사건 발생 건수는 2012년 984건에서 2013년 914건, 지난해 906건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로 나오지만, 살인범들의 잔혹한 범행 방법은 이런 통계조차 무색하게 만든다. 
 
잔혹한 살인범을 보면 이런 의문이 든다. ‘왜 이들은 연쇄 살인범이 되는 것일까.’ 확답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이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범죄학자 에드워드 글로버가 쓴 <범죄의 기원>에서는 연쇄 살인범에 대해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매우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사기성이 짙은 사람이다. 자신의 욕구만이 중요하고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받지 않으며 고문·강간·살인에 대한 욕망을 꿈꾼다. 겉으로는 온화하고 그럴듯해 보이지만 악한 본성을 감춘 교활하고 냉혹한 약탈자이다. 양심의 가책이 없으며 대부분 선정적이고 파괴적이다.” 
 
우선 연쇄살인범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이는 통계로도 알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올 들어 발생한 강력범죄(살인·강도·강간 및 강제추행)는 총 1만5227건으로, 이 중 약 87%인 1만3344건이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로 집계됐다.  
 
 
희대의 살인마로 불리던 강호순은 여성만 살해했다. 2009년 경기도 군포시에서 실종된 여자 대학생을 살해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경기도 서남부 일대에서 여성 7명을 연쇄적으로 살해했다. 강호순이 살해했다고 밝힌 부녀자는 노래방 도우미 3명, 회사원 1명, 주부 1명, 여대생 2명이었다. 그는 2005년 장모 집에 불을 질러 자신의 장모와 처도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이외 김길태, 조두순 등 대부분 여성을 성폭행한 후 살해했다. 
 
십중팔구 불행한 가정환경서 성장
왜소한 체구에 콤플렉스도 공통점
 
여성을 상대로 한 이런 범죄가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며 과거 남성 대 남성의 금전 갈등, 감정적 갈등 등이 여성에게로 번져갔다고 불 수 있다”며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물리적인 힘이 약한 여성이 피해자가 될 확률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부장적 분위기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증가의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폭력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하려는 심리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더 많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세간을 충격에 빠뜨리며 두려움에 떨게 한 살인범들은 대부분 유년시절 큰 충격을 받으며 불우하게 보낸 경우가 많다. 역대 연쇄살인범의 성장 과정을 보면 ‘가정불화’ ‘가출’ ‘학대’ ‘고아’ ‘버림’ 등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대부분 학업도 제대로 마치지 못했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9명을 살해한 정두영은 어린 시절 어머니에 버림받았다. 아버지가 일찍 타계했으며, 어머니가 재혼하는 바람에 삼촌집에 맡겨졌으나 곧 고아원에서 살게 된다. 늘 자신의 왜소한 체구 때문에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첫 살인을 저지른 것도 방범대원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저질렀다고 한다. 그렇게 그는 18살의 이른 나이에 살인을 저지르고 교도소에서 11년간 복역한다. 
 
유년기 큰 충격
부모 영향 받아
 
유영철의 경우는 어머니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그를 죽일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남편의 외도로 유영철의 친 어머니는 서울로 상경했고 유영철은 계모와 유년시절을 보내게 되지만 계모의 폭력에 시달리다 초등학교 시절 가출을 하는 등 암울한 유년시절을 보내왔다. 
 
이처럼 불안전한 가정환경은 살인범을 양성하는 대표적 원인으로 지적된다. 학자들은 이를 ‘사회구조이론’에 적용한다. 전문가들은 “살인범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 버팀목이 될 존재들에게 정서적 애착을 느끼지 못했다”며 “이들은 버팀목 자체가 없거나 그들에게 학대당한 경험이 많다. 사회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려면 정서적인 함양을 통해 경험을 습득해야 하는데 그것조차 충족하는 방법을 얻지 못한 것이다” 고 말했다.
 
그러다 보면 정서적인 공감능력도 발전하지 못한다는 게 학계의 통념이다.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삶을 살 수밖에 없고, 이게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분별하지 못한 채 범죄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런 탓에 전문가들은 살인범도 포괄적으로 말하면 사회적 피해자로 규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심각한 심리·성격적 문제를 가진 사람 모두 거듭되는 좌절과 실패, 거절 등 스트레스 환경에 놓인다고 다 연쇄살인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연쇄살인을 계획하게 만드는 촉발요인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유영철의 경우는 교도소로 날아든 아내의 이혼통고가, 정두영은 10억원을 마련해 동거녀와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지존파는 당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입시부정 등 가진 자의 부정부패가 촉발요인이라는 견해가 있다.
 
싸이코패스(Psychopath) 기질도 연쇄살인범들에게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다. 사이코패스란 19세기 프랑스 정신과 의사인 필리프 피넬이 창안한 심리학적 용어로 정신을 뜻하는 사이코(Psycho)와 병리 상태를 의미하는 패시(pathy)의 합성어라고 한다.
 
범죄를 저지르면서 자신의 쾌락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또 최대한 잡히지 않을 방법을 고심한다. 일반인과 다른 합리성을 보이지만 이들도 권력욕, 성욕 등 나름대로 범죄의 합리성을 추구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13명을 살해한 정남규다. 
 
 
서울 서남부지역 연쇄살인범 정남규의 경우 살인 자체를 즐겼다. 그는 직접 대면해서 “어떤 도구로 살인하는 걸 좋아하느냐”고 물으며, “망치, 칼 다 쓰지만 아무래도 칼이 제일 짜릿하다. 때론 망치도 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남규는 살인, 방화, 절도, 강도, 강간 등을 남녀노소 불문하고 저질렀다. 쉽게 말하자면 살인을 탐닉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첫 번째 살인이 두 번째 살인의 교본이 된다. 그는 이 사건을 시작으로 완전범죄를 위한 체력관리까지 들어간다. 이틀에 한번씩 10km를 뛰며, 건강식단을 먹는 등 자신의 건강에 신경을 쓴다. 
 

본인 욕구 충족
치밀하고 계획적
 
정남규는 살인자체가 목적이며 살해 대상을 물색하는 것이 그의 일과였다. 그는 살인 대상 순위까지 정했다. 정남규는 고통받는 피해자를 보면서 희열을 느낀 것으로 전해진다. 정남규를 검거한 영등포 경찰서 팀장은 “피해자가 고통받으며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자기 두 눈으로 보면서 황홀감 내지 쾌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이코패스 살인범의 또 하나 특징은 계획적이며 치밀하다는 것이다. 유영철이 사이코패스 중 한 사람이다. 유영철은 범행 지역을 사전 답사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뒤 살인을 저지르는 ‘계획 살인범’의 면모를 과시했다. 
 
연쇄살인의 경우 목격자를 피하고자 가급적 길에서 멀리 떨어지거나 정원이 넓어 외부에서 집안 상황을 파악하기 힘든 100평 이상 2층 단독주택을 주요 범행대상으로 선정했다. 또 가족들이 모두 외출하고 노인 혼자 집을 지키던 점심시간 전후나 오후 시간대에 주로 범행을 저질렀고, 일가족이 함께 있을 때는 상대를 안 가리고 모두 둔기로 머리를 수차례 때려 잔혹하게 살해했다. 혜화동 노인 살인사건에서는 강도로 가장하려고 곡괭이 등으로 금고문을 뜯어내려 한 흔적을 남겼다.
 
최근 사건 터졌다 하면 ‘참혹’

약자인 여성들 상대로 한 범행
 
이 과정에서 손에 상처가 나 피가 흐르자 경찰의 DNA 감식을 고려해 현장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유씨는 살해한 보도방 여성의 신원 파악을 하지 못하도록 지문을 흉기 등으로 없앴다. 토막낸 사체는 검은 비닐봉지로 5∼6겹 싸서 운반했고, 암매장을 마친 후 단서가 될 수 있는 비닐봉지를 다시 거둬왔다.  
 
그렇다면 살인하는 순간 연쇄살인범의 심리상태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금품 탈취 등이 목적이 아니라 동기도 없이 묻지마 연쇄살인을 하는 살인마들이 살인을 멈추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살인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그 순간에 짜릿한 흥분과 희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범죄자의 DNA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결론은 얻지 못했다. 하지만 연쇄살인범 등 특히 폭력적인 범죄자는 뇌구조와 기능, 특정 신경전달물질 생성체계, 또는 성호르몬 분비량 등이 다르다는 보고가 최근 학계에 자주 보고되고 있는 점이다.  2004년 캘리포니아대의 아드리안 레인과 베데스다의 메서디스트병원(NYMH)의 제임스 블레어는 충동적인 살인자의 뇌와 사전에 치밀히 계획된 살인을 범하는 연쇄살인범의 뇌적 이상이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 
 
뇌 구조 달라
신경도 특이
 
MRI를 통해 충동적 살인자의 뇌는 전두엽피질의 활동이 저하된 반면 연쇄살인범의 경우엔 전두엽은 지극히 정상적으로 작동했으나 편도체의 활동이 저하됐다. 대뇌 피질 측두엽의 왼쪽에 위치한 편도체는 두려움을 발생시키는 곳이며 다른 사람의 두려움을 감지하고 처벌에 따라 태도를 바꾸게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편도체가 비정상적인 연쇄살인범은 두려움도 타인과의 공감도 없다. 피해자가 자신의 엽기적 행각으로 얼마나 큰 고통을 느끼는지 정작 본인은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면 전두엽의 활동이 저하된 사람은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비정상적으로 화를 내며 공격적이다. 
 
 
<min1330@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살인사건 연루 유명인 누구?
직접 죽이고 “죽여라” 사주
 
살인 사건은 고위층에서도 일어난다.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인정받은 이들이 왜 살인을 저지른 걸까.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0·26 사건’이 있다.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요정 궁정동 안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1979년 10월 피격한 사건이다. 김재규는 재판 과정에서 “유신 개헌으로 민주주의가 무너졌다”며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민의 희생을 막기 위해 박정희를 저격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아직 김재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피격한 구체적인 배경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 살해 발칵
막후서 지시한 고위층도 
 
90년대 희대의 패륜아로 불렸던 고려한약의 사장의 장남이었던 박한상도 있다. 그는 100억대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1994년 5월 부모를 살해했다. 아버지를 흉기로 수차례 찌른 후 도망가는 어머니도 쫓아가 무참히 살해했다. 그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알몸으로 범행을 감행했고, 집에 불을 질렀다. 그러나 경찰은 한 집에 있었음에도 유독 박한상만 이렇다 할 상처가 없는 점과 머리에 묻은 타인의 혈흔 등을 근거로 추궁하자 이내 박한상은 부모의 재산을 노리고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자백했다.
 
일가족을 살해한 가장도 있다. 프로야구 선수로 활약했던 이호성은 2008년 3월 아내와 세 딸을 살해하고, 한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일가족 살해사건의 범인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이호성은 선수생활 은퇴 후 삶의 부침을 겪었다. 
 
이 외에도 최근 친구를 시켜 재력가를 청부 살해한 김형식 전 서울시의원이 법원에 무기징역을 선고받기도 했다. 지난 2010∼2011년 재력가 송모(사망 당시 67세)씨로부터 선거 자금 5억2000만원을 빌리면서 송씨 명의 부동산의 용도를 변경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일 처리가 지연되면서 송씨가 김형식 전 시의원의 금품 수수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자, 친구인 팽모씨를 시켜 송씨를 살해한 혐의로 지난해 8월19일 무기징역으로 복역 중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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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