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말의 향연, 즉 말장난에 대해 지적했는데 공교롭게도 다시 그 상황을 이어야 하는, 필자로서는 불운한 일이 발생했다. 마약을 상습 복용했고 그 일로 구속까지 되었던 이모씨와 둘째 딸의 결혼을 허락한 일과 관련해서다. 기자회견에서 김무성 대표의 발언이다.
“여러분도 뭐 다 경험이 있겠지만 자식은 못 이긴다. 자식이 사랑한다고 울면서 결혼 꼭 하겠다는데 방법이 없었다.”
글쎄, 자식 키우는 나는 아직 이런 경험이 없고 주변에서도 볼 수 없었는데 김 대표의 발언을 살피면 그의 주변에는 이런 일이 허다한 모양이다. 여하튼 그 이야기는 제쳐두고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발언에 대해 살펴보자.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난감했다. 하여 아내에게 그에 대해 자문했다.
“그걸 질문이라고 해. 상대가 상습적으로 마약을 했는데!”
괜히 아내에게 어리석은 질문했다가 한소리 듣자 다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당신 만약 우리 아이가 그러면 어떻게 할래?”“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잖아. 그런데 무엇을 어떻게 해.”“혹여라도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할 건데?”
다시 이야기를 돌려보자.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부분에 대해서다. 김 대표가 어떤 의도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지만 필자는 부모 자식 간의 정을 이용해 곤궁한 입장을 탈피하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왜냐, 김 대표 딸의 혼사 문제는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를 살피기 위해 검찰이 밝힌 둘째 사위의 범죄 내용을 인용한다.
‘이 씨는 2011년 12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지인을 통해 구매한 코카인과 필로폰, 엑스터시, 대마, 스파이스의 마약류를 서울 논현동, 신사동에 있는 클럽이나 자신의 차량 안에서 총 15차례에 걸쳐 투약하거나 피운 혐의를 받았다.’
발표 내용 중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이 등장하는 마약 종류다. 코카인, 필로폰, 엑스터시, 대마, 스파이스로 일반인들이 알 수 있는 마약류가 모두 등장했다. 흡사 마약 백화점을 연상시킨다.
다음으로 눈에 뜨이는 부분은 15차례라는 대목이다. 이 15차례는 이 씨가 마약을 투약하거나 피운 회수가 아니다. 그야말로 재수 없게 검찰에 걸린 회수로 증거를 밝히지 못한 경우는 더 있을 수 있다. 즉 검찰이 확고하게 증거를 확보한 투여 회수만 15차례라는 의미다.
이와 더불어 필자가 유심히 살피는 부분이 있다. 김 대표의 딸이 미국 유학기간 중에, 즉 2000년대 후반부터 이모씨와 교제를 이어왔다고 했다. 그렇다면 김 대표의 딸은 어느 시점에 그를 알았는지 또 알면서도 그저 방관자로 머물렀는지 의문이다.
각설하고 사위 될 남자의 상태를 살피면 그동안 보았던 마약사범들과 격이 다르다. 훨씬 심각하고 그래서 초범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자식 이기는 부모 없기 때문에 그런 사람과 결혼을 허락했다니.
만약 그런 사유로 김 대표가 딸의 주장에 넘어갔다면 아버지인 내 입장에서 살피면 김 대표는 아버지임을 포기한 처사로밖에 볼 수 없다. 굳이 부연하지 않더라도 마약 중독자들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현상을 현실과 대비시켜보자. 김 대표는 도하 모든 언론에서 차기 대선 주자 중에서도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행여나 이런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고 가정해보자. 정말 생각하기도 끔찍하다. 자식도 그것도 불의한 행위를 하는 자식도 이기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국가를 위해 어떤 결단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인가.
부연해 김 대표께 하나 부탁하자. 딸 가진 부모들에게 ‘당신의 딸이 마약 상습 투여자와 결혼하겠다면 어떻게 대처하겠느냐’ 물어봐달라고.
“차라리 연을 끊고 말지!”
내 질문에 대한 아내의 답변이었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