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여자의 지갑 - 몸을 가꾸는 데 여는 지갑

그녀들의 지갑 속 비밀이야기

공인중개사, 부동산경매전문가, 부동산자산관리사 등으로 활동하며 무려 14년 동안 부동산에 올인한 부동산전문가인 이여정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WC&C) 대표가 여성들을 위한 재테크 지침서를 펴내 화제다. 사람들을 만나면 스스로 ‘돈 밝히는 여자’라고 말한다는 이여정 대표는 우리에게 “돈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지라”고 충고한다. <일요시사>가 화제의 책 <여자의 지갑>의 주요부분만 발췌, 4회에 걸쳐 연재한다.

나부터도 그렇듯이 여자들은 주로 장지갑을 선호한다. 좋은 선택이다. 지금 당신의 지갑이 반지갑이라면 장지갑을 골라 보는 것은 어떨까? 반지갑은 항상 뚱뚱한 모양을 갖고 있으니 슬림하고 길게 뻗은 잘빠진 몸매의 지갑을 원한다면, 장지갑을 사용해 보는 것도 괜찮다.

자신을 사랑하자

‘지갑의 모양이 뭐 그리 중요한가?’ 하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일단 여자는 지갑도 잘 빠지고 볼 일이다. 상상해 보자. “내가 살게!” 당당하게 말하고 계산대로 다가가 가방 안에서 지갑을 꺼내드는 멋진 순간. 당신은 사람들에게 뚱뚱하고 투박한 반지갑을 보이길 원하는가? 아니면, 슬림하고 잘빠진 장지갑을 보여주길 바라는가? 장지갑 유저들의 한결같은 생각은 장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모양새가 반지갑의 그것보다 좋다는 거다.

지갑은 당신이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하는 돈이 사는 집이다. 돈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에도 장지갑 선택이 틀린 일이 아닐 것이다. 돈들이 집으로 들어올 때, 반 구겨진 상태로 집에 들어오고 싶겠는가, 아니면 반듯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곳으로 들어오고 싶겠는가. 생각해 보면 왜 굳이 장지갑을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첫인상은 중요하다. 첫인상이 중요한 이유는 첫인상은 한 번 새겨지면 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첫인상은 그 사람에 대한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다. 첫인상에서 슬림하고 길게 잘빠진 멋진 지갑을 갖고 있는 당신을 사람들이 발견할 때, 당신의 이미지는 분명 좋은 쪽으로 ‘플러스’되리라 장담한다.

장지갑이 주는 이미지처럼, 자신의 첫인상이 다른 사람들에 좋은 인상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항상 신경 쓰고 가꾸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특히 어느 정도는 경제관념을 가진 여자로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일러두고 싶다. 장지갑은 단지 패션아이템 이상의 문화적 코드가 있다는 사실을 주지한다면, 조금 더 이해가 빠를 것 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평가할 때, 많은 사람들은 먼저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그래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큰 관심거리 중 하나다. 가장 먼저 보이는 얼굴과 헤어스타일은 물론, 입는 옷과 구두, 섬세한 액세서리와 네일 케어 하나하나까지 모두가 나의 이미지를 만드는 요소다.

모르는 누군가에게 처음 소개될 때 나는 어떤 이미지일까? 지금 떠올려 보자. 그리고 ‘나를 좀 더 정확히 표현할 수 있는 요소들은 무엇일까?’ 고민해 보자. 타인에게 사랑 받기를 원한다면 스스로가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자존감을 높이는 건강한 공주병을 앓아도 좋다.

비밀이란 단어는 유독 여자들에게 잘 어울린다
비밀이 많아서 여자일까? 여자라서 비밀이 많을까?


겉모습에 있어서라면 먼저 자기의 얼굴과 몸매 그리고 전체적인 외모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거울도 안 보는 여자’는 결코 아름다울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얼굴형은 생각지도 않고 영화에 등장하는 화려한 여배우와 똑같은 헤어스타일을 고집하는 바보 같은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동생이 있다. 그 동생은 아이를 낳은 뒤 불어난 몸 때문에 한때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다. 사람을 만날 때도 늘 함께하지 못하고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편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뚱뚱한 몸에 대한 ‘불만의 시선’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꾸면서 동생은 180도 달라졌다. 지금은 어떤 모임이든 중심이 되는 자리에서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됐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매력을 찾은 결과다.

뚱뚱하다고, 못생겼다고, 자신 없다고 스스로 한계를 규정지을 필요는 없다. 아직 자신의 감춰진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동생은 항상 바지를 입고 다녔다. 여성스럽고 귀여운 스타일인 그 동생은 항상 자신의 다리가 두껍다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외출을 위해 옷을 입을 때, 항상 자신의 두꺼운 다리를 보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바지만을 고집했다.

모임이 있던 어느 날, 나는 그 동생을 일부러 조금 일찍 불러내어 미니스커트를 선물했다. 동생은 바지를 입었을 때보다 훨씬 더 날씬해 보였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예뻐 보였다. 우리는 함께 모임에 참석했고, 당연히 그날의 베스트드레서는 미니스커트가 잘 어울렸던 그 동생이 차지했다. 내가 동생에게 선물해준 건 미니스커트가 아니라 ‘미니스커트를 입어도 예쁘다’는 자신감이었을지도 모른다.

‘얼굴’과 ‘인상’이 다르듯이 ‘몸매’와 ‘스타일’ 또한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몸매로 만들어진 ‘미모’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스타일로 만들어지는 ‘매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질 수 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 같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감출 수 없다. 자신의 단점을 감추려고만 하는 노력은 항상 드러나기 마련이다. 콤플렉스에 집착하는 것은 결국 아무 쓸모없는 자기 불만과 불평으로 이어질 뿐이다. 사랑받고 싶다면 스스로를 먼저 사랑할 줄 알아야만 한다.

남자는 돈이 없는 날 일찍 귀가하고 여자는 스타일이 맘에 들지 않는 날 귀가를 서두른다고 한다. 역시 남자와 여자는 다른 부분이 있다. 남자는 기본적으로 ‘돈과 시간’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 어떤 일을 실행하기에 앞서, 일의 중요성과 그에 따른 비용소모를 먼저 계획한다. 반면, 여자들은 얼마나 즐거울 것인지,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는지 등을 먼저 생각한다.

남자는 먼저 ‘쓸모’를 따지지만 여자는 ‘멋’을 먼저 따진다. 그래서 남자에겐 빵빵한 지갑이, 여자에겐 잘빠진 지갑이 대우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몸매 관리는 여자에게 있어 필수라고 할 수 있다. 몸은 나의 영혼을 감싸주고 있는 옷과 같기 때문에 소중히 생각하고 멋지게 가꿀 필요가 있다.

몸매 관리는 필수

나는 20대 시절, 많이 먹어도 그리 살이 찌지 않는 체형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도 30대 전까지였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나잇살은 어쩔 수가 없었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겠다고 결심했고 식이요법을 시작했다. 식이요법은 생각보다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전해주었다.

좋은 음식이 좋은 몸매를 만드는 것만은 확실했다. 게다가 먹고 싶은 만큼보다 약간 모자라게 먹는 것이 정신을 좀 더 맑게 해주는 느낌이었다. 대개 점심식사 후 식곤증을 호소하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이 많은데 평소 자신이 포만감을 느끼는 식사량보다 조금 덜 먹는 것의 효과가 꽤 크다. 자신만의 목표를 세워 몸매관리를 해보자.

습관은 우리를 적응하게 하지만 시간은 우리를 망각하게 만든다. 처음 시작했던 몸매 만들기의 굳은 다짐과 열정은 ‘귀찮음’과 ‘망각’을 통해 서서히 흔들리게 된다. 그런 마음이 들 때 마음을 다잡을 수 있어야 한다. 균형 잡힌 좋은 몸매는 절대로 우리의 게으름에 관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 호에 계속>

     
 

 

[이여정 작가는?]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인하대학교 행정대학원 부동산학과
▲전주대대학원 부동산학과 박사과정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WC&C) 대표
▲2015 경기 미스코리아대회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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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